1월

from 카테고리 없음 2012. 1. 29. 15:55

벌써 한달이 지났다. 외국에 길게 다녀오지 않은 여느 방학이 그렇듯 특별히 기억에 남을 방학은 아니지만, 유난히 많은 것들을 잃어버린 한 달인것 같다. 장갑이니 머플러니 하는 잡다한 물건들, 벌써 잊혀져 가는 몇가지 일들, 감정들.... 내 삶을 지탱했던 한두가지 기준과 몇몇 사람까지. 

많은 것을 잃어버렸음에도 상실감이 그렇게 크지 않은 이유는,  1) 처음부터 내 것이 아니었던 것이기에(끝까지 내 것으로 가져가려는 의사가 애초에 불분명했기에), 그리고 2) 불안정한 소유에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불편한 책임으로부터 벗어났다는 해방감에 있다.

역시 순간의 달콤함이 모든 것을 충족시킬수는 없었다. 좋은 게 좋은 건 아니었다. 작년부터 계속 비슷한 패턴인데, 아닌 선택지인걸 알면서도 무심코 지르고, 당해보고야 다시금 깨닫는다. 그 과정에서 많은 것들이 무너져 내리고, 무너뜨리고, 물론 거기에 대한 전혀 책임은... 전혀 지지 않는다. 난 그때 그때 잘했으니까 최선을 다했다 이거다.  내 입장에서야 그냥 어쩔 수 없는 그런 시기라고 정당화시키고 싶은데, 자꾸 덧칠되는 기억에 뜨끔하고 종종 가슴 한켠이 시린게 업보를 쌓고 있구나 싶다. 사람이 어리기만 하면 상관없는데 사람 자체가 나빠지는 건 확실히 문제고, 나쁜것에 무뎌지는 건 더 문제다. 

그래서 더 조급했던 것 같다. 이런 과거(?) 다 빨리 정리, 청산하고 '진짜'가 되고 싶었다. '진심'을 주고 싶었다. 생각해보면 몇개월간 가장 중요한 걸 뺀 체 건냈으니, 아무것도 준게 없는 셈이다. 가야하는 곳에 가지 못하는 심적 방황이 있었다. 이건 아닌데 하는 마음이 항상 마음 구석에 있었고, 차마 내줄 수 없었다. 그래서 더 빨리 주고 싶었다. 답답했고, '진심'의 가치가 더 내려가기 전에 빨리 나도 듬뿍 주고, 그만큼 받고 싶었다. 2-3년 뒤면 노골적으로 점수화되어 시작될 퍼즐맞추기의 행렬에 동참하고 싶지 않았다. 우리 엄마랑 아빠랑 학창시절부터 이어졌던 추억들을 들어보면 참 예쁘다. 진심을 나누며 만들어낸 추억만큼 아름다운 게 있을까. 확신을 가지고 추구할 만한 가치들이 하나씩 멀어져 가고 있는데, 이건 정말 놓치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다, 아니 이건 아직 생각한다.

내 딴엔 마음은 급하지만, 한편으로는 제일 좋다고 생각하는걸 주려니까 계속 조심스러운거다. 에이스 카드를 내고 패배하면 너무 맘이 아프다. 그렇기에 내가 계속 요구한 것은 확신이었다. 이걸 줘도 될까? 언젠가 한번은 내놓아야 할 카드인데, 아무때나 내놓고 싶지 않아서 잘 숨겨왔던 그걸, 내놓았다가 안좋은 결과에 부딪친다면... 다음에 그걸 다시 내놔도 지금과 같을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퇴색되버리고 말거라 생각했다. 쉽고 빠르게 가서 얻어낸 것은 성공이 아닌, 좋게 평가해 봐야 유예일 뿐이었다고. 복잡하게 써놨지만 요약하자면 '아, 너무 쉽지 않으니 가볍게 가자-> 괜찮다 싶으면 가볍게 가볍게 가보니 결국 그 이상은 될 수 없구나 -> 다시 원점..'

근데 이게 내 맘속에서나 이런거였지, 결국 겉으로는 괜히 감정기복만 심해지고 징징거리는 결과물을 낳은 것 같다. 아무렇지도 않게, 큰 의미를 두지 않았을 때는 너무나 쉽게 쉽게 풀렸던 것이, 내가 예민해지고 신경을 곤두세우니 괜히 나혼자 확대해석하고 나혼자 골치아프고 나혼자 맘상하는 그런상황. 

아직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는데, 이 지점이 고비인건 확실한 것 같다. 그냥 또 살아지는대로 산다면 적당한 사람을 만나며 자연히 해결될 문제일 수도 있는데, 나의 망상이 만들어낸 신기루일 수도 있는 것들인데, 아직은 조금 더 '진심'을 믿고 '진심'에 가치를 둬보고 싶다. 그리고 자꾸 중심이 타인에게 가면 내가 너무 힘드니까, 내 중심 잃지 말고, 자연히 내 일들에 몰두하다 보면 해결될 수도 있는 문제일 것도 같다. 일단 빨리 민법 윤동환 1순환을 다 돌리자(!!!!결론은 생산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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