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해당되는 글 48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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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ㅠㅠ 2022.05.29
  3. 이사 / 아이묭(Aimyon) - ハルノヒ(하루노히, Harunohi, 봄날) 2021.07.18
  4. 근황 1 2021.05.04
  5. 휴식 2021.01.03
  6. 최은영 - 쇼코의 미소 1 2018.08.25
  7. 기형도 -10월 2018.07.03
  8. ㅠㅠ 1 2018.06.13
  9. from JS 2018.06.08
  10. 이장욱 - 정오의 희망곡 2018.06.01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안희연

 

온전히 나를 잃어버리기 위해 걸어갔다

언덕이라 쓰고 그것을 믿으면

 

예상치 못한 언덕이 펼쳐졌다

그날도 언덕을 걷고 있었다

 

비교적 완만한 기울기

적당한 햇살

가호를 받고 있다는 기쁨 속에서

 

한참 걷다보니 움푹 파인 곳이 나타났다

고개를 들자 사방이 물웅덩이였다

 

나는 언덕의 기분을 살폈다

이렇게 많은 물웅덩이를 거느린 삶이라니

발이 푹푹 빠지는 여름이라니

무엇이 너를 이렇게 만든 거니

 

언덕은 울상을 하고서

얼마 전부터 흰토끼 한마리가 보이질

않는다 했다

 

그뒤론 계속 내리막이었다

감당할 수 없는 속도로 밤이 왔다

 

언덕은 자신에게

아직 토끼가 많이 남아 있다는 사실을

모르지 않았지만

 

고요 다음은 반드시 폭풍우라는 사실

여름은 모든 것을 불태우기 위해 존재하는

계절이라는 사실도

모르지 않았다

 

우리가 잃어버린 것이 토끼일까

쫓기듯 쫓으며

나는 무수한 언덕 가운데

왜 하필 이곳이어야 했는지를 생각했다

 

가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어떤 시간은

반으로 접힌다

펼쳐보면 다른 풍경이 되어 있다

 

서울을 빗겨간 폭우가 야속할 만큼, 여전히 감당할 수 없는 속도로 흐르고 있는 삶...

빨리 여름이 끝나고 가을이 왔으면 하는 마음과, 여름을 계속 살아내야 한다는 생각,
그만 불태우고 싶다는 애처로움과, 아직 불태울 것이 남았다(더 불태울 수 있다)는 자존심, 
가을의 선선함에 대한 동경과, 혹여 선선함을 넘은 추위가 아닐까 하는 두려움.

이제 날 그만 놓아달라고 늘 생각하지만, 정작 내가 놓지 못하고 있는 모습.  아무도 붙잡지 않았음.

다른 책에 대한 것이긴 하나, Yes24 인터뷰에서 발췌(https://ch.yes24.com/Article/View/54125).
(외람되오나) 결이 비슷한 분이듯..?

지난해 <책읽아웃-황정은의 야심한책>에 출연하셨죠. 그때도 느꼈고 지금도 그렇습니다만, 시인님은 참 '애쓰며' 사람을 대하시는 것 같아요. 

맞는 것 같아요. 가끔은 그게 스스로도 힘들다고 느껴질 때가 있고 '애쓰지 말자'를 한해 목표로 세울 때도 있는데요. 만난 그 순간에 진심을 다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다시 만나지 못하게 될 수도 있고요. 시간을 들여서 초대해 주시고 만남의 자리를 만들어주신 것에 진짜 너무 감사함을 느껴서, 그 순간만큼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관계에 있어서도 애쓰는 편인 것 같고요. 글을 쓸 때도 마찬가지예요. 한 편의 글을 쓸 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야 된다는 생각이 있어요. 주어진 시간 동안은 에너지를 탕진하듯이 쏟아내는 게 습관이 되어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혼자 있는 시간을 많이 만들어서 에너지를 비축해요.

글쓰기는 평생 지속해야 하는 작업이니까 '이렇게까지 전력을 다하면 내가 오래 버티지 못할 거야, 힘을 덜 쓰려는 노력을 해야 돼'라는 생각이 들지 않나요?

당연히 있고요. 지금도 그 거리 조절을 잘 못해서 글 쓰고 나면 한 2~3일 동안 되게 힘들 때도 많아요. 특히, 이번 책에 있는 이야기를 쓸 때 그랬어요. 그냥 가볍게 일상을 스케치한다고 생각하고 접근했으면 이렇게까지 힘들지는 않았을 텐데요. 자꾸만 저는 '어떤 이야기를 쓸 것인가'를 생각할 때 제 기억의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서 재료를 얻으려고 하는 거예요. 

특히, (이번 책에서) 할머니 관련된 꼭지를 쓰고 나서 한 달 동안 글을 못 썼어요. 사실 세 달 정도 걸려서 쓴 글이었는데, 한 문장을 쓰면 눈물이 나고 또 한 문장을 쓰면 눈물이 나니까 '이건 정말 내가 존재를 걸고 쓰는 거구나, 어쨌든 시작했으니 끝을 맺어야 한다' 이런 마음이었어요. 어떻게든 완결을 하는 것이 목표는 아니었어요. 미로 같은 길을 걸어서라도 가장 진실하게 써야 한다는 스스로에 대한 약속이 있었어요. 그런데 어떤 글이든 제 삶의 조각들이 담기기 때문에, 글 쓰고 난 뒤에 겪게 되는 여운은 늘 있는 것 같아요. 그건 제가 감당해야 되는 몫이라고 생각하면서 그냥 쓰는 것 같아요.

힘을 빼고 쓰려 해도 도저히 안 되는 글이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대신에 일상에서 균형을 찾으려고 애쓰기는 해요. 혼자 산책 많이 하고요. 여유가 있을 때는 동네 엄청 잘 돌아다니고, 지하철 세 정거장 정도 되는 거리까지 걸어가서 커피 한 잔 마시고 오고, 많이 걸으면서 덜어내려고 해요. 그래야 또 앉아서 고요하게 몰두할 수 있는 힘이 생기니까. 균형을 맞추려고 나름 애를 많이 쓰는데요. 그래서 사람들이 항상 놀라요. 글에서 보는 제 얼굴하고 실제로 만났을 때의 얼굴이 되게 다르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거든요. 잘 웃고 말수도 많다고 해요. 제 글에서 말도 잘 안 하고 되게 침울할 것 같은 인상을 많이 받으시나 봐요. 그런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아서 인지부조화를 느끼시는 분들도 있어요.(웃음)

다정한 사람이니까 골짜기도 품고 있는 것 아닐까요? 골짜기가 있으니까 다른 사람에게 다정한 것이고요. 

맞는 것 같아요. 사람을 만날 때 반가움을 느낄 수도 있고 다양한 감정을 느낄 수 있잖아요. 그런데 저는 어떤 사람이든 만나면 애처로움을 먼저 느껴요. 이 사람이 이렇게 살아있음이 감격스럽고 되게 애처롭게 느껴질 때가 많아요. 그리고 저한테는 그 사람이 혼자 방에서 등 돌리고 앉아 있을 때의 표정 같은 것, 그 '등뼈'를 상상하는 버릇이 있어요. 그래서 항상 애처롭고 안쓰러워하고...

'어쩌면 부엉이들이 나의 입을 빌려 말하고 싶은 것 아닐까' 하고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제가 오해하는 걸 수도 있어요. 별로 말하고 싶지 않아서 입을 지운 채로 살아가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어요. 모든 존재는 그 모양 그대로 세상에 나타난 이유가 있을 테니까. 그런데 저는 입이 없는 그 존재들이 '백지라는 무기'를 가진 제가 그 안에 어떤 이야기를 담을지 감시하는 존재 같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제가 엄한 방향으로 가지 않도록 붙잡아주고 더 진실한 이야기를 쓰게 하는 파수꾼 같은, 저한테는 부엉이가 그런 역할을 하는 것 같아요. 아주 날카로운 발톱을 가지고 입이 없는 채로 나뭇가지에 매달려서 밤이라는 시간 내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저를 응시하고 있는 거예요. 그 눈빛을 저는 모른 척할 수 없고, (부엉이는) 제 안의 가장 진실한 밤의 세계로 갈 수 있게 도와주는 거죠. 저를 망치러 온 구원자 같은 느낌이에요.

'나무뿌리'에 대한 이야기도 있습니다. 사람마다 어김없이 넘어지곤 하는 나무뿌리가 있죠. 시인님의 나무뿌리는 어떤 건가요?

상실을 경험한 사람들 앞에서는 번번이 넘어져요. '죽음'이라는 거대한 사건을 통과 중인 사람들의 얼굴은 제가 귀신같이 알아보게 되는 것 같아요. 뭐랄까요... 어떤 부재를 경험해서 버티고 있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저의 나무뿌리인 것 같기는 해요. 모른 척하기가 많이 어렵고요. 그럴 때는 사람들의 신발 같은 걸 되게 유심히 보거든요. 

시인님의 눈을 들여다보는 사람이 어떤 인상을 받으면 좋으시겠어요?

얘 너무 투명하다.(웃음) 송사리가 살 것 같은 1급수다.(웃음) 저는 맑은 사람이라고 이야기해 줄 때 극찬을 받은 것처럼 기쁜 마음이 되는 것 같아요. 글도 그래요. 너무 투명해서 핏줄이 다 들여다보이는 피부 있잖아요, 제 글이 그랬으면 좋겠어요. 맑음에 대한 갈망이 좀 있는 것 같아요.

맑은 사람이 되는 건 정말 어려운 일 같아요. 

안에 가라앉은 게 많아야 맑을 수 있는 거잖아요. 그래서 저한테는 이게 수련이에요. 진흙을 가라앉혀야 눈이 맑아지니까.

생채기라든지 티끌이라든지, 그런 게 없어야 맑을 수 있는 거 아닌가요? 

전혀요, 전혀. 나뭇가지도 많이 가라앉아 있고 돌덩이도 가라앉아 있고, 그래야 윗물이 맑을 수 있으니까요.

그러려면 견디기도 해야겠네요.

그럼요. 몰라서 맑은 게 아니라 알아서 맑은 거 있잖아요.

에필로그에 이렇게 쓰셨어요. "저의 이야기는 여기서 끝입니다. 그러니 이제 가세요, 당신의 기억으로." 이야기의 바통을 '당신'에게 넘겨주는 것 같았습니다. 

저는 책이 꼭 직접적인 효용성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그냥 그 시간을 즐겁게 재미있게 보내는 것만으로도 책은 충분히 그 역할을 다 했다고 생각하는데요. 적어도 이 책만큼은 그 시간을 보낸 뒤에 연결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독자들이 자신이 가야 될 방향이나 자신의 기억 속으로 들어가는 연결이요. 각자의 기억을 돌이켜 생각해 볼 수 있게 되는 시간을 선물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그 기억은 제가 갈 수 없는 곳이거든요. 

이 책은 금방 읽혔으면 좋겠고, 독자 분들의 기억이 가지고 있는 커다란 세계 안으로 들어가셨으면 좋겠어요. 그곳에 테이블을 놓으시고 가장 먼저 어떤 음식이 떠오르는지, 나한테 가장 내밀하게 또는 의미 있게 남아 있는 사물이나 경험은 무엇인지, 그걸 찾으시기를 바라는 마음이 너무 강했어요. 진짜 제 이야기는 중요하지 않고, 도움닫기 판 같은 것이고요. 독자 분들이 각자의 뜀틀을 넘어서 각자의 기억의 세계로 점프해 가시기를 바라는 마음이에요.

아래는 인터파크 북DB 인터뷰(https://brunch.co.kr/@bookdb/1354) 중 발췌.

Q “슬프다가 막막하다가 텅 비었다가 잠시, 반짝인다.” 이 시집에 대한 제 소감입니다. 이 막막한 슬픔 속에서 ‘잠시 반짝이는 것’의 정체는 바로 ‘옆’이 아닐까 싶습니다.

제가 이 시집을 묶으면서 단 하나의 바람이 있었다면 ‘독자들을 먹먹함 속으로 끌고 들어가고 싶다’는 거였어요. 읽었을 때 먹먹해지는 시. 막 시끄럽다가 갑자기 귀가 잘 안 들리는 것 같고, 울컥하고, 마음의 막다른 곳에 탁 도착해서 멈추게 하는 시를 쓰고 싶었어요.

‘옆’이라는 곳은 눈앞에 없는 사람의 자리라는 생각이 들어요. 부재는 없는 게 아니라 없음으로 존재하는 것인데, ‘옆’이란 그런 의미에 가깝다는 생각이에요. 이미 흩어지고 사라져버린 것들에게 자리를 주고 싶다는 의미. 하지만 다양하게 읽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연대의 의미로 읽어도 좋을 것 같고, 무수한 ‘나’의 모습으로 봐도 좋을 것 같고, 죽음의 자리로 읽어도 좋을 것 같습니다.

Q ‘삶이 보이는 창’ 2017년 봄호에 김중일 시인이 <너의 슬픔이 끼어들 때> 서평을 써주셨더라고요. 제가 본 여러 서평들 중에서 그 글이 가장 좋았습니다. 호평 속에 한 가지 조언도 있던데요,  “첨예하게 잡아가는 감각의 균형은 그의 뚜렷한 장점이다. 다만 예술의 아름다움은 대칭과 균형에서 오지 않는 경우도 많다. 차라리 한쪽이 심하게 허물어진 먼지투성이 폐허 속에서 그것은 자주 발견된다.”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어떠세요? 평소에도 생각하고 있던 부분인가요?

정말 애정 어린 조언이네요. 저도 굉장히 동감하고 노력하고 있어요. 제 시가 ‘착한 절망’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너무 착하고 너무 올바르다는 거죠. 처음에는 속상했어요. 그때는 시를 예쁘게 잘 쌓아올리는 것에 심혈을 많이 기울였거든요. 그게 시를 쓰면서 힘들었던 이유이기도 하고요. 요즘에는 좀 못나 보여도 못남을 인정해주려고, 결벽을 버리려고 애를 쓰고 있어요. 매끄럽게 쓰는 것보다 오히려 못나서 사람 마음을 건드리는 것들을 많이 생각하고 있어요.

Q 안희연 시인에게 시의 촉매는 뭔가요? 무엇이 시를 시인의 밖으로 나오게 하는지.

부끄러움이에요. 인간은 부끄러움을 잃어버리면 끝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부끄러움은 인간에게 최후의 보루 같은 것이고, 부끄러움을 느끼는 한 그나마 제 삶을 책임지고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해요.

부끄러움이 많은 생애에 대한 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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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 뷰
동네 뷰
거실 뷰
거실 뷰

 

4년 만에 이사.  사실 회사랑 멀어지는게 귀찮기도 하고 마냥 기쁜 마음은 아니었다.  근데 세상에 이사온 집이 너무 좋아서 ㅠㅠ 이사 만족도 200%.  숲뷰 + 새소리 풀벌레소리 + 휴양림마냥 몰려 들어오는 맑은 공기 + 에어콘 안틀고 잘정도의 쾌적함에 정신없음에도 행복지수 upup.  시간 단위로 바뀌는 하늘 색 보는 것도 너무 행복하다

걱정했던 출퇴근도 아직까지는 OK.  돌이켜보면 버스 통학길/퇴근길을 참 좋아했었는데.  하루를 견뎌낸 뿌듯함과 어딘가로 이동하는 그 감각이 진짜 좋았고 창밖을 바라보며 듣는 음악도 진짜 달큰했는데.  그런 감각들이 되살아나서 나쁘지 않은 시간이었다.

전에 살던 집은 직주근접이라 너무 편했지만, 나의 일상이 회사와 뒤엉켜져서 매일 뒤죽박죽인 느낌도 있었다.  하지만 내 삶이 회사와 20분만큼 간격이 생겨서 마음만큼은 지금이 오히려 편하다.  너무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8정거장이 주는 나름의 행복과 여유에 감사하는 마음.

+ 더워서인지 힘빠지는 일이 많았는데 오래간만에 지친 마음에 용기를 주는 노래를 찾아서 기록.  이거 듣다가 울었다는 사람 많던데 나도 마을버스에서 울컥했다 ㅠㅠ 따뜻하고 예쁜 노래를 들어도 짜증만 났는데(짜증 안난척 하느라고 더짜증) 이건 나의 부정적인 마음을 부숴버린 강력한 희망인 것이다 라이브가 찐.  근데 짱구 ost라고 한다 ㅋㅋㅋㅋㅋㅋㅋ

 

공식 MV

 

라이브

 

짱구영상 추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北千住駅のプラットホーム
키타센쥬역의 플랫폼

銀色の改札
은색의 개찰구

思い出話と想い出ふかし
옛날 이야기와 추억을 떠올리며

腰掛けたベンチで
앉아있던 벤치에서

僕らは何も見えない
우리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未来を誓い合った
미래를 약속했지

寒さにこらえた木々と猫が
추위를 견딘 나무들과 고양이가

まるで僕らのことで
마치 우리인 것처럼

蕾を咲かせようと身を揺らしてる
꽃을 피우려고 몸을 흔들고 있어

素敵に笑っている
예쁘게 웃고 있어

焦らないでいい
조급해 하지 않지 마

いつか花束になっておくれよ
언젠가 꽃다발이 되어 주렴

それまで待っていてね
그때까지 기다려줘

これからの展開をふたりで
지금부터 펼쳐질 날들을 둘이

飽きるまで過ごしてみるからね
질릴때까지 함께 할거니까

最低限の愛を伝えながら
최소한의 사랑을 전하면서

どんな未来が
어떠한 미래가

こちらを覗いてるかな
여기를 바라보고 있을까

君の強さと僕の弱さをわけ合えば
너의 강함과 나의 약함을 서로 나누면

どんな凄いことが起きるかな?
어떤 굉장한 일이 일어날까

ほら もうこんなにも幸せ
봐 벌써 이렇게나 행복해

いつかはひとり いつかはふたり
때론 혼자 때로는 같이

大切を増やしていこう
소중한 것들을 만들어 가요

北千住駅をフワっと歩く
키타센쥬역을 가볍게 걷는

藍色のスカート
남색 스커트

いつになく遠く遠くに見える
언제부턴가 멀리서 보이던

加速する足音
빨라지는 발소리

素直じゃないと
솔직하지 못하면

いけないような気がしたよ
안될것 같은 기분이 들어

優しさに甘えすぎて
상냥한 너에게 어리광을 부려서

怯えすぎた男の背中に
잔뜩 겁먹은 남자의 등에

掌を添えてくれるのはもう
손을 포개 주었던 것은 이제

前を歩く君じゃなきゃダメだから
앞으로 걸어가야 할 너여야 하니까

どうか未来が
어떻게든 미래가

こちらに手を振ってほしい
이쪽으로 손을 흔들어 주었으면 해

日々の辛さと僕の体が
하루하루의 힘듦과 나의 몸이

だらしなく帰る場所を探し続けている
무기력하게 돌아갈 장소를 계속 찾고 있어

ほら もうこんなにも夕焼け
봐 벌써 이렇게나 석양이

いつかの灯り思い出すとき
언젠가 그 불빛을 생각해 낼 때

大切に気づくのでしょう
소중함을 깨닫겠지

焦らないでいい
조급해 하지 않아도 돼

いつか花束になっておくれよ
언젠가 꽃다발이 되어줘

僕らは何も見えない
우리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未来を誓い合った
미래를 기약했었지

どんな未来が
어떠한 미래가

こちらを覗いてるかな
여기를 보고 있으려나

君の強さと僕の弱さをわけ合えば
너의 강함과 나의 약함을 서로 나누면

どんな凄いことが起きるかな?
어떤 굉장한게 일어날까

ほら もうこんなにも幸せ
봐 벌써 이렇게도 행복해

いつかはひとり いつかはふたり
언젠가는 한명 언젠가는 두명

いや もっと もっと
아니 더욱 더

大切を増やしていこう
소중한 일들을 늘려 나가자

住み慣れた駅のプラットホーム
정든 역의 플렛폼

水色に挨拶
물빛 하늘에 인사를 해

「お帰りなさい」と
「다녀왔니」라고

小さく揺れる影を踏む幸せ
작게 흔들리는 그림자를 밟는 행복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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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황

from 일상 2021. 5. 4. 01:32

@시흥 소래산
@안산
@덕수궁
@서대문
@남산

다시 찾아온 꽃의 나날
올 4월 힘들었는데 많은 위로가 되었다

 

@인왕산
@압구정
@서울숲
@용산성당
@시화나래 휴게소

글쎄 봄하늘이 봄볕이 너무 좋은거야

 

@서울숲

사슴은 물을 옴냥옴냥 마시고

@단상

나는 와인을 마셨지(문제의 녹색 라벨 와인)
이날은 축하할 일이 있어서 마시고

 

@두쓰멍

이날은 비가 와서 마셨다

@포시즌스
@로컬릿
@고치비
@후암연어식당
@MTL 효창
@르루이
@더티드렁크

또 야무지게 먹고 마시고

@남산 힐튼호텔

돌돌이도 만나고

@노네임

까를로스네 와인바도 가고

@긴자바이린

이상한 화장실도 가고

@한강

우연히 구름 속에서 보름달도 인사해 주었다.

뭔가 기록할 것이 많은 봄인데, 좋은 곳 예쁜 풍경 맛있는 음식으로 가득한 날들이었는데, 묘하게 충족감이 덜하다.

옆에 있는 소중한 것들에게 충실하면 될텐데, 생각보다 마음이 쉬이 열리지 않아서 걱정이다 ㅜㅜ

나답지 않게 자꾸 뒤를 돌아보다가, 남은 날들을 조금은 초조하게 헤아리다가, 물음표 가득한 기분으로 옆을 보면 그 뽀얀 질감이 싫지는 않은데 뭔가 아직 와닿지가 않아 ㅠㅠ

여전히 이질감이 들고 건드리면 안될 것 같고 내 것이 아닌 것 같다.

시간이 해결해 주련지...? 아직은 의문투성이이고 갈피를 못잡겠다.

짜잔 후배가 준 선물

대신 올 봄 의외의 소득은 "후배의 고마움"이었다.

서로 사정 다 아니까, 일부러 그러는거 아니니까, 무거운 짐은 능히 감당할 수 있는 사람한테만 지워지니까, 나도 배우고 싶고 한참 성장할 시기니까, 네 괜찮아요, 할 수 있어요! 제가 할게요!

로 일관하다가 내 능력 밖임을 깨닫고 몸서리치던 새벽 ㅠㅠ 미리 해놓을 걸 하는 자책 내 능력 이상의 일을 떠넘긴(?) 선배에 대한 원망 밤샘으로 인한 피로감 무지로 인한 좌절 억울함 슬픔 졸림 등등의 감정과 싸울 때, 생각지도 않게 손내밀어 준게 후배들이었다.

선배 고생하는거 다 안다고 ㅠㅠ 선배 구해야 된다고 내 일 다 가져가고 ㅠㅠ 시키지도 않은거 먼저 하고 ㅠㅠ 인차지가 당연히 해야 하는거 금요일 밤 늦게까지 자기일처럼 챙겨주는게.. 절대 쉬운 일은 아닐텐데 ㅜㅜ

그래서 나도 부끄럽지 않은 선배가 되어야지 하고 힘을 냈던 것 같다.  어떻게 선배가 조금이라도 덜 번거롭게 잘 서포트할까..? 만 고민했었는데, 휘청거릴 때 후배가 받쳐주는 기분을 처음 느껴서 되게 되게 고맙고 황송하고 한편으로는 너무 잘해주는 후배들이 자랑스럽고 기타 등등...

@한남테니스장

오래간만에 테니스.  숲 냄새 맡으면서 좋은 사람들이랑 같이 땀흘리는거 너무 좋다..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다...

 

@예원뮤직스튜디오

안녕 내 첫 베토벤! 1번 1악장이라서 뭔가 느낌이 좋다.

베토벤은 처음이라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어려웠는데 쉬프 할아버지가 친절하게 알려주신다.  만하임 로켓 발사!

Andras Schiff: the lectures | Classical and opera | guardian.co.uk Music (theguardian.com)

 

Andras Schiff: the lectures | Classical and opera | guardian.co.uk Music

Schiff on Beethoven: part eightClick to read an introduction to the final part of this astonishing series. Or click below to go straight to the lecture. Part 1. Sonata in E major, opus 109 no. 30 Part 2. Sonata in A flat major, opus 110 no. 31 Part 3. Sona

www.theguardian.com

피아노 칠때 몰입하는 기분 너무 좋아........ 스포르잔도 부분 칠때 쾌감있다ㅜㅜ

 

꿔바로우~~~~~~

 

네개~~~ 네개~~~ 
오빠 옆에서 난 정말 외롭다...ㅠㅠ
글쎄 말도 예쁘게 하네

ㅋㅋㅋ 요새 이나뚜 입덕....!!

 

결론 : 요새 마음이 평안해지는 진리의 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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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형도 -10월  (0) 2018.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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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식

from 일상 2021. 1. 3. 00:55

@취다선리조트, 제주도

명상을 하다 보니 단 5분도 나에게 집중하지 못하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미간에, 턱에, 손끝에 감각을 집중하는게 생각보다 쉽지 않다. 해왔고 앞으로 해야할 일들, 나를 스쳤던 많은 사람들, 못내 걸리는 몇몇 감정들, 아쉬웠던 순간들이 쉴새없이 머리를 휘젓고 다녀서 자꾸 생각이 흐트러진다. 

외부의 방해 없이 나에게 오롯이 집중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 나를 아끼고 사랑해야 한다는 당연한 사실에 대해 새삼 깨닫는 시간들.

좋아하는 문체의 글은 아니지만, 이 순간을 기억하기 위해 조금 옮겨봄(CHUIDASUN GUIDE - 내면을 향한 여행 중 인용).글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서, 아래 문장마저 오글거리거나 역겹게 느껴진다면 다시 자기혐오가 스스로를 잠식하고 있는 상황일테니... 하던 일을 멈추고 다시 나를 돌보는 시간을 반드시 가질 것!

취다선의 아침 - 나에게 보내는 사랑의 헌장

나는 이 광활한 우주에 단 하나 뿐인 귀한 존재입니다.

세상은 나를 비추는 거울
나 반듯한 모습을 내 안의 나에게 비출 때
나는 세상으로부터 당당하며 떳떳합니다.
이런 나 자신을 나는 늘 아끼고 보살핍니다.

아침의 잠에서 깨어난 나는 "반가운 사람, 잘 잤어요? 그대를 환영합니다"
나의 몸과 영혼에게 속삭여 인사하지요.
나는 사랑이며, 자비이며, 아무런 조건 없는 무엇도 바라지 않는 마음,
본래 본시 순수한 영혼이며 몸입니다.

창을 활짝 열고 아침의 새로운 공기를 맞아들이며 상쾌한 기분을 느껴봅니다.
아침에 만나는 차는 녹차입니다.
선가(禪家)에서는 차와 선이 같다고 하여 선다일여(禪茶一如)라 한답니다.
이 따뜻한 차가 내 몸으로 들어와 세포가 이완되고 뇌가 깨어나며 맑아집니다.이 기운을 빌려 나는 나를 만납니다.

코끝에 마음의 눈으로 의식을 모으로 호흡을 시작하지요.   들숨, 날숨, 들숨, 날숨..
단순한 이 동작을 마음의 눈으로 바라보는 것,
몸과 마음의 이완 속에서 나의 호흡은 가지런해지고 고요함에 깊어집니다.
이윽고 내 마음은 잔잔한 호수처럼 평온함을 느낍니다.
그 평온함 속에서 환한 미소 기쁨이 샘솟습니다.

하루의 일과를 마치고 조용히 나에게로 돌아와 저녁의 잠자리에서 나는 내게 또 이렇게 속삭입니다.
오늘 참 수고 많았어요!

이 밤 기분 좋은 꿈을 부탁합니다.
따스하여 편안한 안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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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영 - 쇼코의 미소

from 일상 2018. 8. 25. 14:15

쇼코의 미소에 대한 이미지 검색결과



개인적으로 죽음, 특히 가족의 죽음이라는 소재는 다소 비겁하다고 생각한다.  생의 끝자락에서 그와 주변인의 모든 감정은 극대화되기 마련이고, 참회와 회고로 가득찬 그 감정들은 너무나 익숙하다.  물론 쇼코의 미소에서는 쇼코-할아버지, 소유-할아버지, 쇼코-소유로 구성된 입체적인 관계에서 앞의 감정들을 조금은 다르게 조명하지만, 그래도, 익숙한 건 익숙한 거다.

아득바득 꾸역꾸역 살아 나가야 하는 우리네 삶은 얼마나 긴가.  삶의 어디를 조명할지는 작가의 자유지만, 그래도 생의 한가운데 서있는 나로서는 조금 더 앞부분을 비춰줬으면 하는 소망이 있다.

그런 차원에서 나는 소유가 좇던 꿈이나 좌절과 관련된 부분이 더 인상적이었다.  기대를 너무 많이 해서 그런지 아쉬운 점도 많은 소설이었지만 몇 가지 와닿았던 구절을 남겨 본다.




자기 자신이라는 이유만으로 멸시와 혐오의 대상이 되는 사람들 쪽에서 세상과 사람을 바라보는 작가가 되고 싶다. 그 길에서 나 또한 두려움 없이, 온전히 나 자신이 되었으면 좋겠다.



"내가 먼저 와서 실망했지"
쇼코는 잠시 침묵하더니 입을 아주 작게 열고 한숨을 쉬듯 했다.
"네가 그리웠어"
나는 쇼코가 조금 미워져서 나도 네가 보고 싶었다고는 말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내가 그리웠었다는 그 말에 눈물이 났다.

어떤 연애는 우정 같고, 어떤 우정은 연애 같다. 쇼코를 생각하면 그애가 나를 어디상 좋아하지 않을까봐 두려웠었다.

사실 쇼코는 아무 사람도 아니었다. 당장 쇼코를 잃어버린다고 해도 내 일상이 달라질 수는 없었다.  쇼코는 내 고용인도 아니었고, 나와 일상을 공유하는 대학 동기도 아니었고, 가까운 동네 친구도 아니었다.  일상이라는 기계를 돌리는 단순한 톱니바퀴들 속에 쇼코는 끼지 못했다.  진심으로.

쇼코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러면서도 나는 쇼코에게 내가 어떤 의미이기를 바랐다.  쇼코가 내게 편지를 하지 않을 무렵부터 느꼈던 이상한 공허감.  쇼코에게 잊히지 않기를 바라는 정신적인 허영심.



"불에 타다 만 발바닥"
"등이 꺼져버린 하이웨이 위의 가로등"
"썩었으되, 그것 뿐인 씨앗"
"발을 맞춰 걷지 못하는 군인"
"의욕 없는 독재자"
"전형의 반대말"
"그러나... 전형"
"이럴 줄 알았다는 말의 이상한 메아리"
"얼어죽기 전까지 바닥을 찍는 비둘기."
쇼코는 그림들과 그 제목을 다 소개한 후후에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키며 말했다.

"나. 쇼코."



창작이 나에게 자유를 가져다 줄 것이고, 나로부터 나를 해방시킬 것이고, 내가 머무는 세계의 한계를 부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현실은 정반대였다.  늘 돈에 쫓겼고, 학원 일과 과외 자리를 잡기 위해서 애를 썼으며 돈 문제에 지나치게 예민해졌다.
이미 직장에서 대리 급이 된 친구들과는 돈 씀씀이가 확연히 달라졌고 그 애들은 내가 밥값도 내지 못하게 했다.  친구들의 배려였지만, 그런 작은 일들 하나하나가 자존심을 긁었다.  직장에서 자리를 잡은 친구들은 주말이면 공연이나 영화를 보러 다녔고, 틈틈이 책을 읽었지만 나의 독서량은 그애들보다도 빈약했다.

반면, 영화를 하는 친구들을 만나면 늘 들의 재능과 나의 재능을 비교하며 열등감에 휩싸였다. 영감은 고갈었고 매일 매일 괴물같은 자의식만 몸집을 키웠다.  일이 잘 풀리지 않아 알코올중독자가 된 감독 지망생과 중고등학생들과 함께 패스트푸드점에서 하며 야근 수당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는 시나리오작가 지망생을 보며 내가 그들보다 낫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래서 꿈은 죄였다, 아니 그건 꿈도 아니었다.

영화 일이 꿈이었다면, 그래서 내가 꿈을 좇았다면 나는 적어도 어느 부분에서는 보람을 느끼고 행복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단지 감독이 되겠다는 나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마음에도 없는 글을 쓰고 영화를 만들었다.  나 자신도 설득할 수 없는 영화에 타인의 마음이 움직이기를 바라는 건 착각이었다.

어떤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은 이미 죽어버린 지 오래였다.  나는 그저 영화판에서 비중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시나리오를 썼지만 이야기는 내 안에서부터 흐르지 않았고 그래서 작위적이었다.  쓰고 싶은 글이 있어서 쓰는 것이 아니라 써야 하기에 억지로 썼다.

꿈, 그것은 허영심, 공명심, 인정욕구, 복수심 같은 더러운 마음들을 뒤집어 쓴 얼룩덜룩한 허울에 불과했다.  꼬인 혀로 영화 없이는 살 수 없어, 영화는 정말 절실해, 같은 말을 하는 사람들 속에서 나는 제대로 풀리지 않는 욕망의 비린내를 맡았다.  내 욕망이 그들보다 더 컸으면 컸지 결코 더 작지 않았지만 나는 마치 이 일이 절실하지 않은 것 처럼 연기했다.

순결한 꿈은 오로지 이 일을 즐기며 할 수 있는 재능 있는 이들의 것이었다.  그리고 영광도 그들의 것이 되어야 마땅했다.  영화는, 예술은 범인의 노력이 아니라 타고난 자들의 노력 속에서만 그 진짜 얼굴을 드러냈다.  나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눈물을 흘렸다.  그 사실을 인정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재능이 없는 이들이 꿈이라는 허울을 잡기 시작하는 순간, 그 허울은 천천히 삶을 좀먹어 간다.

나는 영화판에 발을 들여놓기 전 까지 친구라고 부르던 사람들을 거의 다 잃어갔다.  기다려준 친구들도 있지만 그림자를 먹고 자란 내 자의식은 그 친구들마저도 단죄했다.  연봉이 많은 남자와 결혼하는 친구는 볼 것도 없이 속물이었고, 직장생활서 서서히 영혼을 잃어간다고 고백하는 친구들 이해해주는 척 하면서 속으로는 고소하다고 생각했다.  리고 그런 생각을 하는 나 자신의 끔찍함에 놀랐으나 그 조차 오래가지는 못했다.

점점 혼자 있는 시간이 늘어났다.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을 때가 많았고, 엄마와 할아버지를 찾아가지도 따로 전화하지도 않았다.  그나마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들과도 거리를 두면서 영화를 토통해 인간 내면의 깊은 곳을 그릴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런 오만이 그 사람들을 얼마나 쓸쓸하게 했을지 당시의 나는 몰랐다.



"너 말이다, 이런 말은 처음 해보는데."
"...."
"나는 네가 이렇게 큰 사람이 될 줄은 몰랐다. 서울에 가서 공부도 하고 영화감독도 되고. 힘든 대로 손 벌리지 않고 네 힘으로 살고. 까짓것 다 무시하면서 네가 하고 싶은 대로 살지. 난 그거, 멋지다고 본다."


직장에 나간 엄마 대신 나를 업어 키운 그였다.  그의 돌봄으로 뼈와 살이 여물었고 피가 돌았다.  효도는 이데올로기에 불과하다고 말하는 사람들 속에서도 나는 할아버지에 대한 부채감을 느꼈었다.  물질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나는 그에게 해준 것이 없었다.  그래서 그에게 더 등을 돌리려고 했는지도 모른다.


(평론)

남과는 달라야 한다는 것, 자기만의 개성과 독창성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최악의 경우에는 어디서 많이 본 것 같다거나, 다른 사람을 흉내냈다는 평가이다.  전통적 미학에서 가장 중요한 척도였던 아름다움과 추함 같은 것은 문제가 안 된다.  진부한 아름다움은 추함이 아니라 그 이하이고, 참신한 추함은 아름다움이 아니라 그 이상이다.  그것이 전통적인 것과는 구별되는 현대적인 미의식이며, 비단 예술만이 아니라 상품이나 아이디어를 비롯, 일상적인 생활 감각의 수준에서도 통용되는 감각적 평가의 기준이다.  그것이 우리가 사는 감각세계의 으뜸가는 척도인 것이다.


"이제 혼자"라는 쇼코의 말의 주어는 술어와 모순되는 "우리"였다.  역설적이지만 그런 역설을 각각의 방식으로 감당하는 것이 성숙한 유대의 모습일 것이다.  그런 수준에서라면 전이와 역전이는 수시로 교차하는 것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것은 기댐과 기댐 받음이 수시로 교차하는 것, 즉 서로 기댐의 수준에서 마음의 흐름이 수시로 방향을 바꾸며 진동하는 모양새를 뜻한다.  둘 사이에 완벽한 일치란 존재할 수 없으니 정서의 낙차와 흐름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그 낙차란 언제든 역전될 수 있는 것이며, 또한 물매 자체가 크지 않아 그 마음의 흐름도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수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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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형도 -10월

from 일상 2018. 7. 3. 21:05

 10월 - 기형도 



흩어진 그림자들, 모두 

한곳으로 모이는 

그 어두운 정오의 숲속으로 

이따금 나는 한 개 짧은 그림자가 되어 

천천히 걸어 들어간다 

쉽게 조용해지는 나의 빈 손바닥 위에 가을은 

둥글고 단단한 공기를 쥐어줄 뿐 

그리고 나는 잠깐 동안 그것을 만져볼 뿐이다 

나무들은 언제나 마지막이라 생각하며 

작은 이파리들을 떨구지만 

나의 희망은 이미 그런 종류의 것이 아니었다 


너무 어두워지면 모든 추억들은 

갑자기 거칠어진다 

내 뒤에 있는 캄캄하고 필연적인 힘들에 쫓기며 

나는 내 침묵의 심지를 조금 낮춘다 

공중의 나뭇잎 수효만큼 검은 

옷을 입은 햇빛들 속에서 나는 

곰곰이 내 어두움을 생각한다, 어디선가 길다란 연기들이 날아와 

희미한 언덕을 만든다, 빠짐없이 되살아나는 

내 젊은 날의 저녁들 때문이다 


한때 절망이 내 삶의 전부였던 적이 있었다 

그 절망의 내용조차 잊어버린 지금 

나는 내 삶의 일부분도 알지 못한다 

이미 대지의 맛에 익숙해진 나뭇잎들은 

내 초라한 위기의 발목 근처로 어지럽게 떨어진다 

오오, 그리운 생각들이란 얼마나 죽음의 편에 서 있는가 

그러나 내 사랑하는 시월의 숲은 

아무런 잘못도 없다 



자고 일어나면 머리맡의 촛불은 이미 없어지고 

하얗고 딱딱한 옷을 입은 빈 병만 우두커니 나를 쳐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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ㅠㅠ

from 일상 2018. 6. 13. 20:15

http://comic.naver.com/webtoon/detail.nhn?titleId=703633&no=13&weekday=wed


워메 달달구리한거 ㅠㅠㅠㅠㅠ대학 돌아가구싶다 지금 가면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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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일상 2018. 6. 8. 22:55

- 설레임이 지나간 자리에 무엇이 남는지 봐야 한다.

- Love라는 Universal한 감정은 있지만, 이를 어떻게 표현하고 구체화하는지에 대한 Standard한 Form은 없다. 로맨스물을 경계해야 한다.  그들이 행복한 방식으로 내가 행복해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각자에게 맞는 Key가 있고, 그걸 찾아주는 것이 서로의 역할이다.

- 결혼은 내가 상대방을 섬긴다는 생각으로, 나로 인해 상대방이 어떻게 나아질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을 담아서 해야 한다.

- 이상적인 그림은 아닐 수 있지만, 그 속에서도 행복할 수 있다는 것.  행복을 Box에 가두고 그 속에서만 찾지 말 것.

- Be free from myself.  칭찬을 받더라도 교만해지지 않고, 비난을 받더라도 좌절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은 스스로를 자기로부터 자유롭게 하는데서 비롯된다.


ㅠㅠ 감사한 금요일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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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욱 - 정오의 희망곡

from 일상 2018. 6. 1. 16:22

우리는 우호적이다.
분별이 없었다.
누구나 종말을 향해 나아갔다.
당신은 사랑을 잃고
나는 줄넘기를 했다.
내 영혼의 최저 고도에서
넘실거리는 음악,
음악은 정오의 희망곡,
우리는 언제나 
정기적으로 흘러갔다.
누군가 지상의 마지막 시간을 보낼 때
냉소적인 자들은 세상을 움직였다.
거리에는 키스신이 그려진
극장 간판이 걸려 있고
가을은 순조롭게 깊어 갔다.
나는 사랑을 잃고
당신은 줄넘기를 하고
음악은 정오의 희망곡,
냉소적인 자들을 위해 우리는 
최후까지 
정오의 허공을 날아다녔다.


세계의 한 단면을 잘라 보여주는 〈정오의 희망곡〉의 시적 어조는 다소 우울하고 다소 명랑하다. 〈정오의 희망곡〉은 한 라디오의 프로그램이었는데, 지금도 그 프로그램이 있는지 모르겠다. 먼저 정오라는 시각에 주목하자. “오전 열한 시에 나는 소리들을 흡수하였다. / 오전 열한 시에 나는 가능한 한 시끄러웠다. / 창문을 열고 수많은 목소리가 되었다.”(〈소음들〉) 그 오전 열한 시와 정오는 근본적으로 다른 시간대다. 정오는 밝아 오는 새 아침의 상쾌한 시작이 거덜이 나고, 사방에 빛이 넘치는 한낮에 도달하는 시각이다. 아침은 정오를 향한 전주곡이다. 정오에는 해가 하늘 한가운데 오고 그림자가 가장 짧아진다. 정오는 무지몽매의 표상인 어둠을 몰아내고 마침내 도달한 무오류의 시각이기 때문에 위대하다. 

니체는 말한다. “한낮, 가장 짧은 그림자의 순간, 가장 긴 오류의 끝, 인류의 천장.” 삶은 무오류가 아니다. 따라서 정오는 무오류가 아닌 사람들에게 무오류와 진리를 강요하는 잔혹한 고통의 순간이다. 정오에 이르러 하늘의 천장 한가운데 오게 된 태양은 사람들에게 그 분신인 듯 그림자를 선물한다. 그림자는 마치 우리 안에 숨어 있던 오류처럼 정오가 지나면서 점점 길어진다. 하나가 둘이 되고, 그 분열은 돌이킬 수 없는 사건이 되는 것이다.

자신의 오류성을 되새기는 정오는 그런 맥락에서 “영혼의 최저 고도”다. 그 최저 고도에 넘실거리는 “정오의 희망곡”이라니 ! “정오의 희망곡”은 희망을 정오의 시간마다 송출하겠다는 사회적 약속이지만 그것으로 우리 삶에 내장된 무수한 실패와 오류들이 근본적으로 바뀌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이 명랑하고 달콤한 가짜 희망들이 라디오가 켜진 모든 곳에 전달될 때는 인생의 아이러니를 되씹을 때다. 보라, 그 “정오의 희망곡”이 배달되는 순간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를. “당신은 사랑을 잃고 / 나는 줄넘기를 했다.” “정오의 희망곡”이 도처에 넘실거리는 바로 그 시각에도 사랑을 잃는 비극은 되풀이되고, 어디서나 줄넘기를 하는 사람은 존재한다. 줄넘기는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당신에게 의탁했던 제 존재를 되찾으려는 기획이다. 사랑이란 상대방의 가짜 구원자 노릇하기다. 내가 당신의 가짜 구원자 노릇하기를 그칠 때 사랑은 깨진다. “우리가 서로에게 가짜 구원자 노릇을 하고 있을 때, 당신과 나는 서로에게 악마이다. 이는 하루에도 열 번씩은 벌어지는 일이다.”(베르트랑 베르줄리) 아울러 사랑이란 상대방 영혼을 식민지화하기, 한없는 수동성에 빠뜨려 무단으로 전유(專有)하는 방식이다. 달콤한 애무조차도 사실은 무의식의 층위에서 공격이며 비열한 함정이다. 애무의 본질은 “그가 나에게 던지는 시선과 자유를 포기하고 나에게 몸을 던져 오도록 하기 위해서 상대방에게 파 놓은 함정이다. 수동성으로의 초대. 욕망의 대상을 자신의 끈끈한 살에 붙여 놓아 도망가지 못하도록 하고, 자신은 상대의 시선 아래에서 살지 않으려는 기도이다.”(알렝 핑켈크로트) 그런데 왜 하필 줄넘기일까? 물론 배드민턴을 치거나 역기를 들 수도 있을 것이다. 배드민턴은 상대가 필요하고, 역기는 너무 무겁지 않은가? 그러니 왜냐고 묻는 것은 너무 사소한 것에 집착한다는 뜻이다. 시의 화자는 한사코 줄넘기를 한다. 당신이 사랑을 잃었다면 나도 언젠가는 사랑을 잃을 수 있다. 나도 언젠가는 사랑을 잃을지 몰라. 그 불행한 예감 속에서 한낮은 기울고 “누구나 종말을 향해” 나아가고, “가을은 순조롭게 깊어 갔다.” 정말 세상은 순조롭기만 한 것일까? 아니다. 모든 순조로움은 그 안에 순조롭지 못함을 감추고 있다. 이것은 하나의 분식(粉飾)에 지나지 않는다. 아이들은 자라고, 어른들은 늙는다. 모든 것이 속절없이 종말의 시간을 향하여 흐를 때 “냉소적인 자들은 세상을 움직였다.”

과연 불행의 예감은 현실이 되는 것일까. 인생은 잔걸음으로 빠르게 인파 속으로 걸어가는 병든 아이의 아버지와 같다. 나와 당신의 인생에서 일어났던 일들이 완벽하게 뒤집어진다. 전반부와는 상황이 정반대로 뒤집어지는 역전(逆轉)이 일어난다. “나는 사랑을 잃고 / 당신은 줄넘기를” 한다. 중국 도자기는 언젠가 깨지고, 잡상인은 끊임없이 닫힌 문을 두드리며, 화병의 꽃은 이내 시들기 마련이다. 한번 사랑을 잃은 자는 영원히 사랑을 잃는다. 이것이 나, 호모 센티멘탈리스의 생각이다. 빛으로 차고 넘치는 정오라고 공허와 암흑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정오는 모든 공허와 암흑을 제 이면에 가둔다. 정오의 태양은 이글거리며 모든 사물의 따귀를 올려붙인다. 누군가는 이빨을 닦고, 누군가는 똥을 싸고, 누군가는 동료와 잡담을 나누고, 누군가는 살인 충동에 시달리고, 누군가는 사랑을 잃고, 누군가는 줄넘기를 하고, 냉소적인 자들은 세상을 지배하는 법안을 기안할 때, 이 그림자가 짧아지는 정오의 시각 위로 김 빠진 맥주처럼 “정오의 희망곡”이 쏟아진다. 모욕이나 욕설처럼. 삶이란 근본에서 사소한 비밀들을 지닌 채 살려는 노력이다. 냉소적인 자들은 우리가 지닌 그 사소한 비밀들을 추궁하고, 그것을 빌미로 모욕하고 처벌하겠다고 협박한다. 이 가을 아침에 나는 희미해진 당신의 얼굴을 떠올리며 줄넘기를 한다. 당신의 얼굴은 표상이 아니라 내 명령을 피해, 내게 흡수되기를 거절하고 간신히 도망간 바로 그 실재다. 레비나스는 얼굴을 “내 안에 있는 타자의 관념을 뛰어넘어 타자가 나타나는 방식”이라고 말한다. 내게서 도망간 수많은 얼굴들이 내 안에서 사소한 비밀들을 배양한다. 그 얼굴들이 배양하는 사소한 비밀들을 간직한 채 나는 오늘 줄넘기를 한다. 


http://topclass.chosun.com/board/view.asp?tnu=200811100022&catecode=J&cpage=1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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