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보다 OST를 먼저 안 사례, 심지어 고등학교 때 오케스트라에서 합주했던 곡이라.. 영화를 보고 연주했으면 더 좋았을 걸 하는 생각.

사실 20대의 나는 이 영화가 너무 지루해서 보다 말았다.
하도 인생영화라는 사람이 많아서 다시 보니 너무 감동 ㅠㅠ
나이가 드니 엘레나 서사보다는 알프레도를 통한 토토의 성장, 이를 지켜보는 알프레도의 감정에 집중하게 된다.

- 이탈리아 여행갔을 때 생각나서 너무 좋았다.  배경이 시칠리아의 팔라조 아드리아노(Palazzo Adriano)라고 하는데 가보고 싶다 ㅠㅠ

- 스탈린 치하의 이탈리아.  약간의 검열은 있지만, 그래도 영화관은 축제 분위기다.  다같이 웃고 떠드는 분위기가 너무 신기! 영화관 건물도 너무 예쁘다!

- "군중은 생각이 없어.  뭘 하는지도 모르지" (스펜서 트레이시)라고 일갈하며, 창 밖으로 영화를 쏴주는 알프레도.

- 연출이 너무 좋다.  그 당시 명화들과의 적절한 교차, 어린 토토와 알프레도 그리고 청년 토토와의 대화 등 너무 빠르지도 느지도 않은 아름다운 화면 전환!

- The heavier a man is, the deeper his footprints. And if he's in love, he suffers, because he knows he's up a one-way street.(존 웨인)

- 선인장잎 샐러드 마음에 들어.

- 비오는 날 엘레나 키스신 역대급...

- "그럴 운명이었던거야.  사람은 각자 따라야 할 별이 있단다.
마을을 나가렴.  여기는 방해만 될 뿐이야.
여기 있으면 자신이 세상의 중심이라고 생각하게 되지.  무엇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 하면서.
하지만 이곳을 나가 2년만 있으면, 모든 게 변한단다.  인연이 끊기고, 만나고 싶은 사람도 없어지지.
마을을 한번 나가면, 오랫동안 돌아오지 말거라.
세월이 지난 후 돌아오면 친구나 반가운 장소를 만나게 될거야.
지금엔 너에겐 무리야.  지금의 너는 나(맹인)만큼도 보지 못해."
"누구의 대사죠? Gary Cooper, James Stewart, Henry Fonda?"
"그 누구의 대사도 아니야.  내가 한 말이야.  인생은 너가 본 영화와 달라.  인생은 훨씬 더 어려운 거지.
가라, 로마로 돌아가.  너는 젊고 전도유망해.
나는 늙었고, 더 이상 너와 이야기하지 않겠어.  너를 소문으로 듣고 싶다.
돌아오지 마.  우리를 잊거라.  편지도 쓰지 마.  향수에 현혹되지도 마.  모두 잊어.
너가 하는 것을 사랑하거라.  어릴 때 영사실을 사랑했듯."

- 이 필름은 다 네 것이야.  보관은 내가 할게 - 알프레도의 유품이 상영되고 화면 그득한 키스신에 눈물 ㅠㅠ 

- "영화란 지루한 부분이 편집된 인생이다(알프레드 히치콕)."
- "인생은 결코 편집되지 않는 것이라 많은 시간들이 지루하고 힘들지만, 이 영화는 그런 순간들을 견뎌내며 자신만의 영화를 천천히 완성해 나가는 사람들에게 힘을 준다(권혜정)." 

- "모태와 고향과 첫사랑이 아름다운 이유는, 이미 스러진 것을 알면서도 그 원초적 따뜻함을 잊지 못하기 때문이다. 살아내는 것은 결국 혼자이기 때문에.. 누구나 죽는 순간까지 그것을 먹고산다".
- "내 세상을 다 주었다 생각했는데 맡아둔 조각을 깜빡했지 뭐니. 이제 그만 돌려주마. 남길 말은 없어. 말 같은 건 하든 안 하든 똑같으니까. 눈을 반짝이며 내 낡은 성에 숨어든 작은 새, 나의 토토."

,

애드리 셔골드 - 설득(2007)

from 영화 2025. 1. 22. 01:05

"누구든지 그 사람의 결정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  행복해지려는 사람은 단호해야 한다.”

는 문장에 끌려서 보게 된 영화.

제인 오스틴의 6대 장편소설(이성과 감성, 오만과 편견, 맨스필드 파크, 엠마, 노생거 사원, 설득) 중 마지막 작품인 설득(Persuation)을 영화로 만든 작품.  설득은 1995년(로저 미첼), 2007년(애드리 셔골드), 2022년(캐리 크래크넬) 3번 영화화되었는데, 그 중 가장 평이 좋은 2007년 작으로 봄.  

여주인 샐리 호킨스가 엄청나게 매력적! 섬세한 감정 연기가 너무 좋았다.

다만 등장인물이 많은데 분량을 90분 정도로 압축한지라, 바로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도 제법 있었다.  조연급 인물들의 입체적이고 개성있는 모습을 충분히 즐기지 못한 것 같은 아쉬움.  문장이나 표현도 엄청 섬세했을 것 같은데, 번역/영화화 과정에서 많이 잘라먹은 느낌.  기회가 되면 원작을 읽어보고 싶다.  

"나는 그를 포기하라는 가족의 설득에 넘어갔다."

"상대는 재산도 전혀 없는 젊은 장교였고, 장래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사람이었어.  그래서 나는 대모로서 반대한거야.
그때 너는 젊었고, 파혼하는게 맞았어."
"그럴지도 몰라요.  하지만 그는 전쟁에서 막대한 재산을 쌓았는걸요."
"만약 그가 널 정말 사랑했다면, 상황이 변했다고 말하지 않았겠어?"
"대모님을 탓하는게 아녜요.  설득에 응한 것도 저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8년 전에 파혼한 것은 잘못이었어요."
"너는 아름답고 젊은 훌륭한 사람이야.  너에게 맞는 사람이 나타날거야"
"전 벌써 27살인걸요"

"그정도로 훌륭한 분이라면 이미 상대가 있을 것.  어쩌면 아이도.  그들과 만나지 않기를.
난 스스로 행복을 포기했다.  하지만 그들의 모습을 본다면, 아마 후회로 마음이 찢어지겠지."

"최악의 사태는 면했다.  우리는 다시 만났다.  인사를 나누고, 목소리를 들었다.  그리고 그는 떠났다.
그는 나를 용서하지 않았다.  내가 그를 절망의 심연에 빠뜨린 것을, 그 때 내가 보인 의지의 약함을.  나는 그에게 심하게 상처를 주었다.  그렇게 잘 통하고, 마음이 하나가 되었던 경험은 이제껏 없었거늘.  하지만 지금은 남보다 못한 사이, 가까이 갈 수도 없다."  

"가장 중요시하는 건 성격이에요.  의지가 강한 분, 주체적인 분.  심지가 굳지 않으면, 타인의 설득에 응하게 되죠."

"그의 진심을 알게 되었다.  그는 나를 용서할 수 없는 것이다.  과거의 일을 책망하고 다른 사람을 찾고 있다.
하지만 완전히 차갑게 대하지는 않고, 때때로 손을 내민다.  타고난 따뜻함과 인품 때문이겠지.
그걸 생각하면 마음이 아파오고 후회에 휩싸인다.  한없이.."

(미친 날씨에 산책을 포기하지 않는 영국인들 그리고 해피엔딩을 향한 무난한 전개)

"I can listen no longer in silence. I must speak to you by such means as are within my reach.
You pierce my soul. I am half agony, half hope.
Tell me not that I am too late, that such precious feelings are gone for ever.
I offer myself to you again with a heart even more your own than when you almost broke it, eight years and a half ago.
Dare not say that man forgets sooner than woman, that his love has an earlier death.
I have loved none but you.
Unjust I may have been, weak and resentful I have been, but never inconstant.
You alone have brought me to Bath.
For you alone, I think and plan. Have you not seen this? Can you fail to have understood my wishes?
I had not waited even these ten days, could I have read your feelings, as I think you must have penetrated mine.
I can hardly write. I am every instant hearing something which overpowers me.
You sink your voice, but I can distinguish the tones of that voice when they would be lost on others.
Too good, too excellent creature! You do us justice, indeed.
You do believe that there is true attachment and constancy among men.
Believe it to be most fervent, most undeviating, in F. W.

I must go, uncertain of my fate; but I shall return hither, or follow your party, as soon as possible.
A word, a look, will be enough to decide whether I enter your father's house this evening or never.”

"Captain, I am in receipt of your proposal and am minded to accept it. Thank you."
"Are you quite certain?"
"I am. I am determined. I will. And nothing, you may be sure, will ever persuade me otherwise"

,

많은 사람들이 위로를 받았다고 하여 + 카라타 에리카가 너무 예뻐서 픽.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는다 해도, 살아가는 것 자체에 의미가 있으니까.

영화는 매우 단순하고 직설적인 메시지를 반복해서 전한다.
그깟 직장 관두어도 괜찮아, 모든 사람이 옳은 길을 선택하고 있지는 않아, 이렇게 아침에 일어나서 출근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해, 살아나가고 있는 것 만으로도 기특해.

마음의 벽을 잠시나마 허물고 털어놓을 수 있다는 것,  그 순간에나마 공감하고 진심어린 위로를 건네줄 사람이 있다는 것.. 이 물론 중요하지만,

사실 이 영화에 대한 감상평을 굳이 남기는 이유는 내가 더 이상 이 메시지들에 공감이 가지 않아서.  직장 관두고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 하는 삶만으로 괜찮을 리가 없잖아, 취업해서 빠진 동료 알바생 자리 계속 땜빵해줄 성실함이면 새로운 직장 찾을 수 있잖아, 모든 사람은 아니어도 많은 사람들이 제대로 된 길로 나아가고 있잖아, 아침에 일어나서 출근을 하더라도 더 나은 직장으로 할 수도 있잖아, 이 삶을 그만 둘 용기도 없으니 그냥 하루하루 되는대로 살아가는게 뭐가 기특해.. 라는 생각이 들어서.  울긴 왜 울어.  울고 난 후의 후련함에 기댄다고 해결되는 것은 하나도 없는 걸.

그냥 현실로 닥친 문제(내년에 찾아올 거대한 폭풍우 포함)들이 잔뜩 쌓여 있는데 뭐 하나 해결하지도 앞으로 나아가지도 못하는 스스로의 모습이 별로인지라.. 이런 류의 위로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임을 잘 알아서 전혀 몰입이 되지 않았나 보다.  그저 20대 중반 여자애의 예쁜 브이로그를 한편 본 느낌.

맞아 어쩌면 그 나이 때는 그 정도로 충분할 수 있어.  하지만 그런 날들이 쌓이면 사람들이 차마 위로조차 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어 버리는 걸.  아 맥주+호로요이 한캔 먹었을 뿐인데 유난히 생각이 번진다.  3연휴를 맞이해 맥주 한잔 마시면서 가벼운 영화 한편 보고 잘 심산이었는데, 여기서 혼술은 절대로 피해야 하는구나 라는 교훈만 다시 얻고 간다.

위로가 아닌 공허만이 남아버린 영화.

+ 영화의 만듬새 면에서도 강하게 추천할 수준은 아님.

,

이해원 - 꽃 피는 날, 잔향

from 음악 2025. 1. 10. 22:43

한국어가, 특히 아름다운 한국어가 귀한 외국 생활을 하다 보니, 가사가 예쁜 한국 노래가 참 소중하다.
그러던 중 자그마치 가곡에 이르게 되었는데.. 내 손으로 가곡을 찾아 듣는 날이 올 줄이야.

입문곡인 하무뭇한(!) 마중은 5년 전에 포스팅을 했었구나!
(https://soliloquy4u.tistory.com/entry/%EC%9C%A4%ED%95%99%EC%A4%80-%EB%A7%88%EC%A4%91).

우연히 2023년 12월에 나온 "피어나는 꽃" 앨범을 접하게 되었고, 위 포스팅과 동일한 이해원 소프라노가 주인공임을 알게 되었다.
청아하면서도 따뜻한 음색이 취저!

 

꽃 피는 날

홀로 있는 밤 시린 공기가
모퉁이 구석진 곳 차갑게 스밀 때
흔적도 없는 빛바랜 그곳에
잠시 기대어 생각을 해 본다

난 가끔씩 그려 보았네
그리움을 뱉어낸 뒤에 꿈꾸는 날들
난 가끔씩 꿈꿔 보았네
차가운 가슴 뛰게 하는 바랬던 날들

지쳐있던 나를 일으켜
차갑고 깊은 바다 먼 곳에서
거센 파도와 차가운 바람과
시린 한숨들이 입가에 맺힐 때

난 가끔씩 꿈꿔 보았네
차가운 가슴 뛰게 하는 바랬던 날들

지쳐있던 나를 일으켜
차갑고 깊은 바다 먼 곳에서
거센 파도와 차가운 바람과
시린 한숨들이 입가에 맺힐 때

내 마음에 위로가 되어
잊혀진 기억 초라한 그곳에
작고 하얗게 피어난 꽃처럼
아름다운 날 숨 쉬는 오늘이

아름답게 아름답게 피어나

 

잔향

어디에서 불어오는 희미한 바람일까
연초록 마음밭에 그대 향기 가득하다
머나먼 길 달려와 토해내던 붉은 날숨
다시 선 그 자리에 그대 숨결 가득하다

흰 달빛에 채워지던 그대의 잔향
은은히 스며들어 내 마음에 머물러라
돌고 돌아 돌고 돌아 그 자리에 멈추이면
하릴없이 흐르는 물의 노래 물의 노래 뿐이어라

흰 달빛에 채워지던 그대의 잔향
은은히 스며들어 내 마음에 머물러라
돌고 돌아 돌고 돌아 그 자리에 멈추이면
하릴없이 흐르는 물의 노래 물의 노래 뿐이어라
돌고 돌아 돌고 돌아 그 자리에 멈추이면
하릴없이 흐르는 물의 노래 물의 노래 뿐이어라

 


따뜻한 차 한잔 데워놓고, 아름다운 노래에 마음을 내어놓은 채,
마음 가는 대로 설계할 수 있는 내일이라는 여유가 예정된,
심신이 모두 최고로 평온한 금요일 저녁이 사무치게 그리울 날이 오겠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