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위로를 받았다고 하여 + 카라타 에리카가 너무 예뻐서 픽.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는다 해도, 살아가는 것 자체에 의미가 있으니까.

영화는 매우 단순하고 직설적인 메시지를 반복해서 전한다.
그깟 직장 관두어도 괜찮아, 모든 사람이 옳은 길을 선택하고 있지는 않아, 이렇게 아침에 일어나서 출근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해, 살아나가고 있는 것 만으로도 기특해.

마음의 벽을 잠시나마 허물고 털어놓을 수 있다는 것,  그 순간에나마 공감하고 진심어린 위로를 건네줄 사람이 있다는 것.. 이 물론 중요하지만,

사실 이 영화에 대한 감상평을 굳이 남기는 이유는 내가 더 이상 이 메시지들에 공감이 가지 않아서.  직장 관두고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 하는 삶만으로 괜찮을 리가 없잖아, 취업해서 빠진 동료 알바생 자리 계속 땜빵해줄 성실함이면 새로운 직장 찾을 수 있잖아, 모든 사람은 아니어도 많은 사람들이 제대로 된 길로 나아가고 있잖아, 아침에 일어나서 출근을 하더라도 더 나은 직장으로 할 수도 있잖아, 이 삶을 그만 둘 용기도 없으니 그냥 하루하루 되는대로 살아가는게 뭐가 기특해.. 라는 생각이 들어서.  울긴 왜 울어.  울고 난 후의 후련함에 기댄다고 해결되는 것은 하나도 없는 걸.

그냥 현실로 닥친 문제(내년에 찾아올 거대한 폭풍우 포함)들이 잔뜩 쌓여 있는데 뭐 하나 해결하지도 앞으로 나아가지도 못하는 스스로의 모습이 별로인지라.. 이런 류의 위로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임을 잘 알아서 전혀 몰입이 되지 않았나 보다.  그저 20대 중반 여자애의 예쁜 브이로그를 한편 본 느낌.

맞아 어쩌면 그 나이 때는 그 정도로 충분할 수 있어.  하지만 그런 날들이 쌓이면 사람들이 차마 위로조차 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어 버리는 걸.  아 맥주+호로요이 한캔 먹었을 뿐인데 유난히 생각이 번진다.  3연휴를 맞이해 맥주 한잔 마시면서 가벼운 영화 한편 보고 잘 심산이었는데, 여기서 혼술은 절대로 피해야 하는구나 라는 교훈만 다시 얻고 간다.

위로가 아닌 공허만이 남아버린 영화.

+ 영화의 만듬새 면에서도 강하게 추천할 수준은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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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원 - 꽃 피는 날, 잔향

from 음악 2025. 1. 10. 22:43

한국어가, 특히 아름다운 한국어가 귀한 외국 생활을 하다 보니, 가사가 예쁜 한국 노래가 참 소중하다.
그러던 중 자그마치 가곡에 이르게 되었는데.. 내 손으로 가곡을 찾아 듣는 날이 올 줄이야.

입문곡인 하무뭇한(!) 마중은 5년 전에 포스팅을 했었구나!
(https://soliloquy4u.tistory.com/entry/%EC%9C%A4%ED%95%99%EC%A4%80-%EB%A7%88%EC%A4%91).

우연히 2023년 12월에 나온 "피어나는 꽃" 앨범을 접하게 되었고, 위 포스팅과 동일한 이해원 소프라노가 주인공임을 알게 되었다.
청아하면서도 따뜻한 음색이 취저!

 

꽃 피는 날

홀로 있는 밤 시린 공기가
모퉁이 구석진 곳 차갑게 스밀 때
흔적도 없는 빛바랜 그곳에
잠시 기대어 생각을 해 본다

난 가끔씩 그려 보았네
그리움을 뱉어낸 뒤에 꿈꾸는 날들
난 가끔씩 꿈꿔 보았네
차가운 가슴 뛰게 하는 바랬던 날들

지쳐있던 나를 일으켜
차갑고 깊은 바다 먼 곳에서
거센 파도와 차가운 바람과
시린 한숨들이 입가에 맺힐 때

난 가끔씩 꿈꿔 보았네
차가운 가슴 뛰게 하는 바랬던 날들

지쳐있던 나를 일으켜
차갑고 깊은 바다 먼 곳에서
거센 파도와 차가운 바람과
시린 한숨들이 입가에 맺힐 때

내 마음에 위로가 되어
잊혀진 기억 초라한 그곳에
작고 하얗게 피어난 꽃처럼
아름다운 날 숨 쉬는 오늘이

아름답게 아름답게 피어나

 

잔향

어디에서 불어오는 희미한 바람일까
연초록 마음밭에 그대 향기 가득하다
머나먼 길 달려와 토해내던 붉은 날숨
다시 선 그 자리에 그대 숨결 가득하다

흰 달빛에 채워지던 그대의 잔향
은은히 스며들어 내 마음에 머물러라
돌고 돌아 돌고 돌아 그 자리에 멈추이면
하릴없이 흐르는 물의 노래 물의 노래 뿐이어라

흰 달빛에 채워지던 그대의 잔향
은은히 스며들어 내 마음에 머물러라
돌고 돌아 돌고 돌아 그 자리에 멈추이면
하릴없이 흐르는 물의 노래 물의 노래 뿐이어라
돌고 돌아 돌고 돌아 그 자리에 멈추이면
하릴없이 흐르는 물의 노래 물의 노래 뿐이어라

 


따뜻한 차 한잔 데워놓고, 아름다운 노래에 마음을 내어놓은 채,
마음 가는 대로 설계할 수 있는 내일이라는 여유가 예정된,
심신이 모두 최고로 평온한 금요일 저녁이 사무치게 그리울 날이 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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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미안(eye for beauty)은 외부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마음의 눈, 미적 가치를 느끼는 능력을 말한다.  외부에서 인지한 미(美)는 이윽고 각자의 내면에 닿아, 각기 다른 경험과 맥락 속에서 새로이 해석된다.  아름다움을 수용하는 적극적인 과정에서 또 하나의 예술이 탄생하는 것이다.  그러한 경험이 누적된 사람들과 깊은 내면을 나누는 것 또한 그 자체가 하나의 예술이며, 서로에게 더없이 행복하고 아름다운 경험이 된다.

언제부턴가 마음이 무언가로 인해 더럽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 미술관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아름다운 작품 앞에서 번져가는 생각들을 정리하는 과정 자체가 마음을 달래고 치유하는 시간이었고, 심미안을 키우는 계기로 작용하기도 했다.

그 자체로 소중하고 자족적인 경험이었기에(병이 나은 후 치료의 과정을 구태여 복기하지 않는 편이기에),  지금까지는 미처 이를 돌이켜 보거나 정리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좋은 계기로 일본 소도시를 여행하는 빈도가 늘었고, 각 도시에 있는 미술관에서 생각지 못한 작품과 조우하는 즐거움을 누리는 일도 많아졌다.  순간의 행복으로 넘기기에는 휘발되는 기억이 아까워서,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하나씩 정리해 보려 한다.

+ 도서 경험을 열심히 아카이빙하는 E, 건축에 조예가 깊은 H와의 예상치 못한 교류가 하나의 계기가 되었음.

도쿠시마현립 근대미술관

도쿠시마.  (적어도 시내에서는) 정말 할 게 없다.  그래도 일본 소도시의 미덕은 기본적으로 (i) 온천(적어도 슈퍼센토) (ii) 전망대 (iii) 미술관 (iv) 지역 음식점(지역 체인점) (v) 노포 카페 5종 세트가 갖춰진 점에 있다.  메인 역 Tourist Center 앞에서 자전거를 빌려서 3~4개 정도 일정을 소화하면 하루를 나름 재미있게 보낼 수 있다.  나는 음식점→미술관→온천→카페 순으로 돌았는데 나름 만족스러웠다.   

온천(에비스노유): https://maps.app.goo.gl/oSUKUHZ7aXU77Ndo7.  or 아타라에노유도 괜찮다고 함
전망대(비잔 케이블카): https://maps.app.goo.gl/5Qog9BBbnLmGF1AC6
미술관(도쿠시마현립 근대미술관): https://maps.app.goo.gl/zLpXGsuFTtdNcJSr6
지역 음식점(도쿠시마라멘 토다이): https://maps.app.goo.gl/6skWiXAAjQVG9LSRA 
노포 카페(코히안): https://maps.app.goo.gl/DRnYYS4yo92a3YWt6 
자전거 렌탈: https://www.city.tokushima.tokushima.jp/smph/faq/kankou/rental_cycle.html

도쿠시마현립 근대미술관은 평소 미술관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추천하지 않는다(도쿠시마 인근에서 굳이 미술관에 간다면 보통 오쓰카국제미술관에 간다).  "문화의 숲"에 위치해서 나름 고즈넉하지만, 한국에서 찾기 어려운 수준은 아니다.  소장 작품도 많지 않고, "Z라 불리는 세대(“Z”と呼ばれる時代)"를 중심으로 기획한 이번 전시는 그 의도를 읽어내기 힘들었다(소장작품전이라서 이것저것 꺼내놓은 느낌..).  하지만 (대가의 작품이나 거대한 기획전은 뭔가를 읽고 느껴야 될 것 같은 강박이 있는 반면) 소형 미술관 + 정체불명의 전시에서는 나름 그 와중에 좋아하는 작품을 찾아내는 재미가 있다고 느꼈다.  200엔의 저렴한 입장료는 덤. 

Alfredo Jaar - Six Seconds(2000)

작가의 "르완다 프로젝트"의 일부.
https://alfredojaar.net/projects/2000/the-rwanda-project/six-seconds/

해설은 도쿠시마현립 근대미술관 제공(본인이 기록용으로 번역).

"크고 작은 2개의 라이트박스 화면에는 소녀의 희미한 뒷모습과 "It is difficult"라는 문구가 보인다.
초점이 맞지 않는 화면 속, 강한 햇살 아래 소녀의 푸른 의상이 강렬한 인상을 준다.
자세히 보면 소녀의 원피스 등 지퍼가 절반쯤 열려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소박한 옷의 지퍼가 망가졌거나, 지퍼 따위에 신경을 쓸 상황이 아닌 것일까.  마치 던져진 것 처럼 작은 신체가 화면 중앙에 위치하고, 그녀의 등은 보는 사람에게 불안과 당혹감을 불러 일으킨다.  그녀의 시선은 애써 무언가를 찾으려 하는 것 같지만, 우리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볼 수 있을 뿐이다.

한편, 하얀 글씨로 새겨진 "It is difficult"라는 문구는 아래 시에서 인용된 것이다.
"It is difficult to get the news from poems yet men die miserably every day for lack of what is found there(William Carlos Williams, 1883-1963)"
"시가 새로운 소식을 전해주는 것은 아니지만, 시가 가진 소중한 가치가 결핍된 탓에 사람들은 매일 비참하게 죽어간다."

르완다의 난민캠프에서 촬영된 이 사진은, 소녀가 잃어버린 부모를 필사적으로 찾는 순간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작가가 촬영을 하고 소녀에게 말을 걸려던 찰나, 소녀는 이미 부모를 찾아 사람들 속으로 사라져 갔다고 한다. 남겨진 사진 속에 캠프의 혼란을 엿볼 수 있는 흔적은 없다. 단 하나, 소녀가 입은 원피스의 반쯤 열린 지퍼를 빼면. 여기서 엿볼 수 있는 결정적인 결핍이, 사실은 강렬한 태양에 노출된 작고 고독한 한 생명과 그녀 앞에 드리운 어두운 구름을 암시하고 있다고도 할 수 있다.

Alfredo Jaar는 1956년 칠레의 산티아고에서 태어났다.  대학 졸업 후 뉴욕으로 이주하여 뉴욕을 거점으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1980년대에 무거운 사회 문제를 주제로 하는 사진과 라이트박스를 이용한 설치예술 작품을 발표하여 주목을 끌었다.  르완다 프로젝트는 Jaar의 최근작 중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 1994년 아프리카의 르완다에서 일어난 집단 살육의 현장을 취재하며 남긴 많은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다.

일상 속에서 삶의 시간에 대해 생각하는 일은 많지 않을 지 모르겠지만, Jaar가 이 작품의 소녀와 만난 것은 단 6초(Six Seconds)이다.  6초의 만남만으로도 기적같이 시적이고 인상적인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다.  설령 그 너머에는 아직 해결되지 않고 있는 수많은 "어려운" 문제들이 숨겨져 있다고 하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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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진행상황 점검

- 10월: 81km
- 11월: 64km
- 12월(~10일): 44km
- 11월 10km 1시간, 12월 하프마라톤 2시간 10분 페이스
- 하프마라톤 생각보다 힘들지 않았음, 다만 20km 넘어가면 무릎/발목 통증이 올 것 같은 조짐이 있었음.  건강 우선!
- 물집대책 Tabio 양말 구매
- 신발은 뉴발란스 프레시폼 1080 편하다고 생각하는데, 풀코스도 충분할지 고민

2. 목표 설정

sub 4 (3:59:59, 1km당 5:41) 목표.
단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현실적으로 4:30:00(1km당 6:30)까지 타협 가능.

3. 향후 계획

*월 마일리지 150~200km
*페이스주: 5:30~6:00
*LSD: 6:00~7:00
*인터벌: 급주기(심박수 180)/완주기 반복(심박수 120), 100m씩 시작해서 늘리기

D-8~10주(12월 3~5주)
- 주1회 페이스주 10km
- 주1회 LSD 10~20km
- 주1회 LSD 5~10km
- 주1회 인터벌 5km

D-4~7주(1월 1~4주)
- 주1회 페이스주 20km
* 1/13 하프마라톤 2:00:00 목표
- 주1회 LSD 15~20km
- 주1회 LSD 5~10km(5km에 1~2km 비율로 5:00 페이스 달리는 연습)
- 주1회 인터벌 5km

D-2~3주(1월 5주, 2월 1주)
- 주1회 페이스주 30km
- 주1회 페이스주 15km
- 주2회 LSD 5~15km

D-1주(2월 2주)
- 테이퍼링(Tapering)
- 주3회 LSD 5~10km(전날 포함)

D-day(2025. 2.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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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개의 단어로 된 사전

봄, 놀라서 뒷걸음질치다
맨발로 푸른 뱀의 머리를 밟다

슬픔
물에 불은 나무토막, 그 위로 또 비가 내린다

자본주의
형형색색의 어둠 혹은
바다 밑으로 뚫린 백만 킬로의 컴컴한 터널
―여길 어떻게 혼자 걸어서 지나가?

문학
길을 잃고 흉가에서 잠들 때
멀리서 백열전구처럼 반짝이는 개구리 울음

시인의 독백
“어둠 속에 이 소리마저 없다면”
부러진 피리로 벽을 탕탕 치면서

혁명
눈 감을 때만 보이는 별들의 회오리
가로등 밑에서는 투명하게 보이는 잎맥의 길

시, 일부러 뜯어본 주소 불명의 아름다운 편지
너는 그곳에 살지 않는다

 

청혼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
별들은 벌들처럼 웅성거리고

여름에는 작은 은색 드럼을 치는 것처럼
네 손바닥을 두드리는 비를 줄게
과거에게 그랬듯 미래에게도 아첨하지 않을게
어린 시절 순결한 비누 거품 속에서 우리가 했던 맹세들을 찾아
너의 팔에 모두 적어줄게
내가 나를 찾는 술래였던 시간을 모두 돌려줄게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
벌들은 귓속의 별들처럼 웅성거리고

나는 인류가 아닌 단 한 여자를 위해
쓴잔을 죄다 마시겠지
슬픔이 나의 물컵에 담겨 있다 투명 유리 조각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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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이 건드리고 간 사람들 늘 혼자지."
헤르베르트의 시구를 자주 떠올렸다.
한 사람을 조금 덜 외롭게 해보려고
애쓰던 시간들이 흘러갔다.

"입안을 베어낼 정도의 고통을 감당하며 쓴잔을 마시려는 이유는 뭘까.
시집 1장 ‘사랑의 전문가’ 머리에 인용한 영국 비평가 존 버거(1926~2017) 말에 답이 든 듯하다.
“나는 당신에게 내가 함께 있다는 것을 전해줄 말들을 찾고 있어요.”

“‘고통받는 사람을 환대해야 한다’는 철학을 말하면 ‘우리가 참 아름다운 말이야’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한편으론 그 고통받는 사람의 존재를 쉽게 잊어버리잖아요. 그런데 구체적으로 우리 곁에 존재하는 고통받는 사람은 잊히지 않아요. ‘내가 인류를 사랑하고 모든 불행한 사람들을 다 도와야 해’ 이렇게 생각하면, ‘아니 내가 예수님도 아니고 그런 엄청난 일을 어떻게 하겠어’, 이렇게 되지만 적어도 한 사람의 고통에는 진지해질 수 있잖아요. 전능한 존재라서 뭘 하는 게 아니고, 그냥 그것밖에 할 수 있는 일이 없지만 그거라도 하는 거죠. 구체적으로 이 세계에 존재하는 고통 받는 한 사람, 또 한 사람을 위해 보잘 것 없는 어떤 일을 하는 게 필요하다고 느끼던 시간들을 거쳐 이 시들이 만들어졌습니다.” (경향신문 인터뷰 중)

 

"적어도 진은영은 포기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시는"을 네 번 반복하면서 시의 구조적 긴장을 붙드는 동안, 시란 무엇인가에 대한 지적 성찰을 속성열거법의 형식으로 전개한다.  예컨대 그것은 절망을 재료로 삼을 때가 있지만 거기에서 멈추지 않는 행위이고, 때로 분노를 표현하기 위해서도 쓰이며, 시를 쓰는 이와 자신을 화해시키는 수단이 되기도 하고, 동시대의 현실에 밀착하는 증언자일 때도 있으며, 죽어가는 이의 곁을 무릎 모아 지키는 성실한 입회자이고, 끝나지 않는 애도의 표상이기도 하고.. 등이다.  정말 인생은 아름답지도 논리적이지도 않은가? 그럴지도 모르지만, 좋은 시에는 둘 다 있다.  어느 하나가 우위를 점하지 못하는, 팽팽한 경쟁의 감미로움과 함께."

"사랑과 저항은 하나이고 사랑과 치유도 하나라고 이 시집 전체가 작게 말하고 있을 뿐, 어떤 시도 직접적으로 크게 말하고 있진 않다. (중략) 진은영의 정련된 이미지들 뒤에는 얼마나 많은 사유와 감정이 들끓고 있는가. 더 중요한 것은 사유와 감정이 하나의 언어로 표현된다는 것이다." 

"진은영은 "좋은 시인은 잘 싸우는 사람이고 그의 시는 분쟁으로 가득한 장소"라고 단호하게 말하는 사람이다.  그런데도 그의 시는 이토록 아름다워지는데 성공한다.  브레히트는 어디선가 "아름다움이란 어려움을 해결하는 것"이고 그런 의미에서 "일종의 행위"라고 말한 적이 있다.  아름다움은 분쟁을 진정으로 해결하는 돌파일까, 아니면 해결되었다고 믿게 하는 유혹일까.  브레히트의 말이 아름다움에 대한 찬양인지 냉소인지 오랫동안 헷갈렸는데, 정혜신의 다음 말은 그 답을 비스듬하게 알려준다.  인간은 아름다움을 경험할 때 온전한 존재가 되려는 힘이 강해지기 때문에, 삶이 부서진 어떤 사람에게 예술적 자극은 곡 치유적 자극이 된다는 것.

그렇다면 아름다움(예술)은 인간을 해결하는 사랑의 작업이 되고, 그렇게 치유되면서 우리는 '해결되지 않는 분쟁'과 다시 맞설 맞설 힘을 얻게 된다.  아름다운 세상에 대한 꿈을 포기할 수 없게 만드는 아름다움.  진은영은 그런 것을 가졌다." (신형철, 해설「사랑과 하나인 것들: 저항, 치유, 예술」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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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10월

from 일상 2024. 10. 26. 23:39

감정은 호르몬의 산물이다.  나를 괴롭히는 감정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다른 호르몬을 생성하면 된다.  내 감정을 직시하기, 그 감정에 잠겨있고 싶은지 벗어나고 싶은지 생각하기, 벗어나고 싶다면 내가 되고 싶은 상태를 떠올리기, 떠오른 상태를 만들기 위한 어떠한 행위를 하기.  이게 전부다.

편안함에 이르고 싶었다.  스토익하게 일상을 통제했다.  매일 5km 이상 뛰었고, 그것으로 부족해서 PT를 더했다.  혼술을 절대적으로 피했고, 제로콜라로 대체했다(엄청난 양의 콜라를 먹었음).  마침 산뜻해진 가을 날씨의 축복도 있고 하여, (대체로) 평온한 상태까지 무사히 이르렀다.

2024년 10월
9/29(일) 리서치 마감 → 공익사건 부채의식 조금은 덜었다.
10/1(화) 심포지움 원고 1, 2, 3 번역 마감
10/2(수) 지도교수님 미팅, 진행상황 보고
10/14(월) 18:30 고베
10/15(화) 심포지움 원고 4 번역 마감
10/19(토) 11:00 미팅
10/21(월) 笠井ゼミ 발표
10/22(화) 도쿄 출장

10/23(수) 青木ゼミ 발표(1) 
10/25(금) 기획안 마감
10/27(일) 저녁 교수님 환송회
10/31(목) 원고 마감
10/31(목) 리서치(2) 마감

2024년 11월
11/1(금) 도쿄 출장
[11/2(토)~11/4(월) ✈]
11/3(일) 8:30 10km
11/8(금) 山田ゼミ 발표(1)
11/13(수) 青木ゼミ 발표(2)
[11/14(목)~15(금) ✈, 11/15(금) 10:00~13:00 세미나]
11/16(토)~17(일) 심포지움 참석
[11/20(수)~22(금) 전체 휴강]

2024년 12월
12/6(금) 山田ゼミ 발표(2)
12/8(일) 9:15 20km
12/20(금) 山田ゼミ 종강(12/27, 1/10 수업 없음)
12/25(수) 2024년 마지막 수업
[12/26(목)~1/5(일) 전체 휴강]

2025년
1/6(월), 1/20(월) 笠井ゼミ 수업[1/20(월) 종강]
2/16(일) 42.195km
* 青木ゼミ: 10/9(수), 11/6(수) 휴강
2/25(화)~26(수) (??)

일정도 무난하게 소화중.  대부분 재택으로 소화 가능해서 좋다.  충분히 잠을 자고, 조용히 커피 내리고, 낮은 볼륨의 음악을 틀어놓고, 지겨워지면 훌쩍 뛰거나, 헬스장 다녀오거나, 조금 더 활기찬게 필요하면 테니스 치고, 배고프면 내가 먹고 싶은, 먹을 만큼의 음식을 준비해서 먹고(요리가 엄청 늘었다!!), 다시 잠드는 고요한 일상.  단풍이 천천히 물들어가듯 초 단위로 늙어가는 하루 하루가 나름 만족스럽다.  취향을 "아무것도 할 필요가 없을 때 애써 하는 무언가"로 정의한다면, 내 취향이 대체로 혼자 충만해 질 수 있는 유형의 것들임을 새삼 깨닫는다.

그러다 매일이 너무 단조로와질까봐, 아무리 과제에 잡무에 치여도 무언가 하나는 기쁘게 떠올리며 잠드는 하루를 만들려 애쓰고 있다.  집 가까이에 안도 타다오가 건축한 陶板名画の庭을 발견해서 너무 좋았고, 비오는 날 糺の森의 촉촉한 푸름에 치유되었고, 鞍馬 火祭り는 센과 치히로의 마을로 떠난 듯 경이로왔다.

특별한 이벤트가 없을 때는 미뤄놨던 영화들을 꺼내 보는데, 몇 장면만 아카이브.

“Because I've realized that no matter where you are or what you're doing, or who you're with, I will always honestly, truly, completely love you.”
볼 때는 제법 몰입해서 봤고, 이 장면에서는 제법 설득당했었는데.  시간이 지나고 나니 뭔가 와닿는 장면은 아닌 이유는 뭘까...  이런 류의 로맨스물이 늘 그렇듯, 나중에 봤는지 안봤는지조차 헷갈릴 것 같아서 펜시브 용도로 저장.  남주 여주 비쥬얼 합이랑 영상미는 너무 좋았음.

반대로 별 감흥 없이 봤는데, 계속 생각나는 이 영화.
"처음에는 조각난 영화가 머릿 속에서 붙어지지 않았고, 영화의 메시지가 안 잡혔다.  곰곰이 생각한 후 메시지 하나를 건져 올렸다.  그리고 글을 썼다.  그랬더니 영화가 이어 붙어져 따라 올라왔다.  신기한 경험이다."
"말하지 못한 것 말할 수 없는 것 불쑥 말해버린 것을 감싸 안는 세 번의 포옹"
"차갑게 맴도는 시간 따스히 감싸는 순간"
"영원처럼 안아줘"  

"착할게"ㅋㅋㅋㅋㅋ
"사랑을 절대 안하겠다고 다짐해라.  모든 걸 사랑하지 마라.  그래도 무언가 누군가 사랑하고 있는 널 발견하게 될걸."
"같은 길을 다른 남자와 다시 걷게 되었을 때 느꼈던 죄책감과 가벼운 흥분이 저로 하여금 이 영화를 만들게 했습니다."
"넌 이뻐, 그래서 좋아." / "넌 착해, 그래서 좋아"
"많은 일이 반복되면서 또 어떤 차이를 가지는 이 인생이라는게 뭔지는 끝내 알 수 없겠지만, 제 손으로 두 그림을 붙여 보고 싶었습니다.  배우를 해주신 분들은 최대한 원래 모델이 된 분들과 비슷한 인상의 분들을 선택했습니다.  그 비슷함이란 한계 때문에 제가 보고 싶었던 붙여놓은 그림의 효과를 절감시킬 것 같습니다."
"인생 속 인연의 갈라진 순간들을 동일한 시공간에서 각각 동일하게 경험해 볼 수 있다면 우리는 후회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때는 사랑한다는 말 뒤에 공허함이 딸려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언젠가 헤어질 것만 같은 사람을 사랑하게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래도 이미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겠지만."

한참 채워놓은 머리 속을 조금 비웠더니 홀가분하다.  푹 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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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리 - 숲

from 음악 2024. 9. 24. 21:32

어렵게 찾은 고요가 깨지는 것은 한 순간이었다.  과분한 행복 뒤에는 어김없이 지옥 같은 순간이 찾아왔다.  최선을 다할 기회 조차 주어지지 않는 것은 너무 가혹하지만, 결국 착각 속에 머무르고 싶던 나의 욕심일 뿐.  그게 진심이 아니면 도대체 무엇이었을지 반문해 보지만, 결국 보고 싶은 것만 보는 나의 이기심일 뿐.  온갖 고통에는 꽤나 익숙하다고 생각했는데, 겪어본 적 없는 일교차 앞에서 무너져 내리는 것 외에 답이 없었다.  소중한 사람과 행복해지고 싶다는 평범한 소망은, 이토록 어렵다.  나에게 주어진 온갖 과분한 행운들의 반대급부이겠지만, 왜, 지금, 하필, 가장 간절한 것을 떠나 보내야 하는가.

절대 돌아가고 싶지 않은 마음과, 한시라도 빨리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뒤엉켜 버겁던 불면의 밤.  길고 힘든 밤들이었지만, 시간은 앞을 향해 직선으로 흐르므로, 어김없이 아침이 왔다.  유달리 푸르던 가을 하늘에 실려 돌아와, 5번 출구 너머 나를 맞이한 푸른 공원, 절로 미소짓게 하는 맑은 공기, 커다란 안도감, 그보다 더 큰 상실감, 허망함.

어떻게든 집안을 정리하고, 551 Horai에서 사온 슈마이로 저녁을 떼우고(놀랍게도 맛있었다....!), 5km를 천천히 뛴 후, 씻고 스피커를 켰다.  도저히 밖에서 음악을 들을 엄두가 나지 않아 자제하고 있었는데, 하루 종일 머리속을 맴돈 노래가 최유리의 숲이다.  "나를 베어도 돼 날 지나치지 마 날 보아줘" "아 숲이 아닌 바다이던가" "난 저기 숲이 돼볼래 나의 옷이 다 눈물에 젖는대도" "아 바다라고 했던가 그럼 내 눈물 모두 버릴 수 있나"

난 저기 숲이 돼볼게
너는 자그맣기만 한 언덕 위를
오르며 날 바라볼래
나의 작은 마음 한구석이어도 돼

길을 터 보일게 나를 베어도 돼
날 지나치지 마 날 보아줘
나는 널 들을게 이젠 말해도 돼
날 보며

아 숲이 아닌 바다이던가
옆엔 높은 나무가 있길래
하나라도 분명히 하고파 난 이제
물에 가라앉으려나

난 저기 숲이 돼볼래
나의 옷이 다 눈물에 젖는대도
아 바다라고 했던가
그럼 내 눈물 모두 버릴 수 있나

길을 터 보일게 나를 베어도 돼
날 밀어내지 마 날 네게 둬
나는 내가 보여 난 항상 나를 봐
내가 늘 이래

아 숲이 아닌 바다이던가
옆엔 높은 나무가 있길래
하나라도 분명히 하고파 난 이제
물에 가라앉으려나

나의 눈물 모아 바다로만
흘려보내 나를 다 감추면
기억할게 내가 뭍에 나와있어
그때 난 숲이려나

 

홍이삭 커버.  절대 안울거라고, 눈물 흘린 후에 찾아오는 후련함에 기대지 않을 거라고 꾹꾹 누르며 다짐했지만, 결국 펑펑 ㅠㅠ

전체 영상도 너무 좋다.

"작은 언덕에만 올라도 너에게 내 작은 마음을 보일 수 있는 숲이 되고자 했다. 나를 베어서라도 눈물 바다가 되더라도 길을 터주어 너의 눈길을 잡으려 했다. 그런데도 옆에는 훨씬 높은 나무가 아직 있었고. 너보다 항상 낮은 곳에 있는 내가 보였다. 깊은 눈물과 고민 끝에 이제 가장 낮은 곳에 가라앉기로 했다. 그제서야 내가 숲이 아니라 바다라는 것을 알았다. 내 눈물은 바다 아래로 능히 감춰진다. 비로소 난 그때 뭍에 나와서 너에게 숲이 되었다."

"나는 숲이 되고 싶은 바다인가봐.  상대방에게 내 마음 속에 머물러달라고 하면서 숲이 되보겠다 했는데, 정작 '나'도 몰랐던 나의 깊은 바다ㅜㅜ 나무가 있어서 숲인 줄 알았는데, 숲이 되고 싶기에 바다 어딘가에 나무 하나가 심어져있었고 그 마저도 가라앉을까 불안한, 어떤이의 쉼이 되고 기댐이 되어줄 사람이려 했는데 '나'도 마음이 힘들었어 ㅜㅜ"

"‘나'는 상대방이 나에게 기댈 수 있게끔 그늘이 되어줄 수 있는 '숲'이 되고 싶어 한다. 하지만 '나'는 눈물이 많은 '바다'같은 사람이라 그렇지 못한다.  눈물을 바다로만 흘려보내 나를 다 감추면 그땐 난 뭍에 나와서 숲이 될 수 있진 않을까? 그땐 당신이 내게 기댔으면 좋겠다."

아, 이 와중에도 혹시 모를 어떠한 미래를 위해 저당잡힌 현재의 굴레 속에서 회신할 메일이 산더미이다.  이럴 때 일수록 더 성의있게 더 꼼꼼하게 더 잘해야 된다.  내가 어찌할 수 없는 것이 무너져 내리더라도, 내가 지킬 수 있는 것은 어떻게든 이겨내야 한다.  충분히 토로했으니 이젠 눈물을 닦고 일어나야 해, 울며 주저앉는다고 바뀌는 것은 아무것도 없어, 내일도 하늘은 푸르고 맑을 거야.  언젠간 이 노래를 들어도 슬픔 대신 숲의 청량감만 번져오는 날도 올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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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당탕탕 9월 / 겨울잠

from 일상 2024. 9. 14. 22:31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9월이 정말이지 우당탕탕 흘러가고 있다.

그 와중에 혼자 몸을 갈아서 무사히 이사를 마친 나를 칭찬하며, 가스토에서 늦은 저녁(피자+샐러드+와인) 중.
선뜻 도움을 줄 여러 얼굴들이 떠올랐지만, 가뜩이나 도움 요청하는걸 어려워하는 나인데 나이까지 어린 동생들이라 ㅠㅠ 차마 도와달라 하지 못했다.  이사하는 내내 고양이 손이라도 빌리고 싶다는 말을 떠올리며 크게 후회했지만, 또 막상 꾸역꾸역/우당탕탕/바타바타 해내는 건 나의 30대 그 자체 ㅠㅠ

그 사이에 잡다하게 해야 할 일이 너무 쌓여 버렸다.

~9/16(월) 스크립트 확인, 9/18(수) 미팅 이건 정말 나한테 부탁하면 안되는 것이라 생각하지만, 심호흡 열 번 하고 수락했다.  상황 다 이해하지만 아닌 것은 아닌 것.  나는 이런 선배가 되지 않을 것임을 굳게 다짐.
~9/18(수) 일본 법제 조사 → 실로 오래간만에 하는 공익 업무.  수 년을 가라로 하고, 급기야 막판엔 마지막 보루까지 무너져서(기부금으로 공익시간 채우기) 양심의 가책을 많이 느끼던 차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9/20(금) 심포지엄 발제문 번역 → 가급적 18(수)까지 마무리.  내가 생각한 적정한 수준에서 접점이 생긴 것 같아서 기분좋은 스타트! 그나저나 논문 보내달라는 분이 종종 계신데, 다음에는 꼭 더 잘 쓸 것을 다짐해 본다 읽을수록 부끄럽다 ㅠㅠ
~9/22(일) 일시정지 관련 외국 문헌 조사 야마다 교수님이 1:1 면담에서 자그마치 3시간이나 내주시며 모든 개별 논점을 함께 훑는 기회를 주셔서 너무 황송하고 감사했다.  함께 토의하면서 본인도 위원회 참석이 더 즐거워졌다고 말씀해 주시는 스윗함까지 ㅠㅠ 이번 생에서 인복은 어딜 가도 패시브로 따라오는 것 같아서 너무 행복하고 보답하고 싶음!
~9/23(월) 면담 → 이것도 솔직히 선 넘었지 ㅠㅠ..........................................
~9/30(월) MBE Lecture 끝, 9월 초까지 overachieve하면서 흐름 좋았는데 끊어져서 아쉽.  Contracts랑 Tort는 비교적 수월했고 Criminal Law도 그냥저냥 할만하다고 느낌.  왠지 남은 과목들이 다 헬일 것만 같다.  시험 일정은 remote 응시 가능하면 내년 2월, 불가능하면 내년 7월로 확정
~2학기 일정 관련 교수님 면담 / 재택 연수 관련 N사무소 협의.  조건은 상관없으니 업무량이 적정하길 ㅠㅠ

사실 의도적으로 일을 벌린 부분도 있다.  어떤 방면에서든 결핍이 생기면 나를 채찍질하는 방향으로 해결하는 방법 외에 마땅한 해결책을 찾지 못했다.  계속 바쁘게 몰아치면서 특정 감정에 잠길 여유를 주지 않는 것 외에 어떤 수가 있을까.

그러다가 텐가차야까지 소파 전자렌지 받으러 편도 80km를 운전하던 중 흘러나온 노래에 또르르.. 아이유 조각집 앨범 진짜 들을수록 좋다. 

 

때 이른 봄 몇 송이 꺾어다
너의 방 문 앞에 두었어
긴 잠 실컷 자고 나오면
그때쯤엔 예쁘게 피어 있겠다

별 띄운 여름 한 컵 따라다
너의 머리맡에 두었어
금세 다 녹아버릴 텐데
너는 아직 혼자 쉬고 싶은가 봐

너 없이 보는 첫 봄이 여름이
괜히 왜 이렇게 예쁘니
다 가기 전에 널 보여줘야 하는데
음 꼭 봐야 하는데

내게 기대어 조각잠을 자던
그 모습 그대로 잠들었구나
무슨 꿈을 꾸니
깨어나면 이야기해 줄 거지
언제나의 아침처럼 음

빼곡한 가을 한 장 접어다
너의 우체통에 넣었어
가장 좋았던 문장 아래 밑줄 그어
나 만나면 읽어줄래

새하얀 겨울 한 숨 속에다
나의 혼잣말을 담았어
줄곧 잘 참아내다가도
가끔은 철없이 보고 싶어

새삼 차가운 연말의 공기가
뼈 틈 사이사이 시려와
움츠려 있을 너의 그 마른 어깨를
꼭 안아줘야 하는데

내게 기대어 조각잠을 자던
그 모습 그대로 잠들었구나
무슨 꿈을 꾸니
깨어나면 이야기해 줄 거지
언제나의 아침처럼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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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거 전부 다 할 수 있을까, 이게 맞는 방향일까, 불안과 의심이 그늘을 드리울 때 찾게 되는 곡.  

평소에 조성진 (세간의 선호도에 비해) 그렇게 선호하지 않는 편인데, 이 라이브는 너무 완벽하다.

이와 대비되는 해석으로 최형록 버전도 매우 인상적인데, 내가 느낀 막연한 뭉클함을 탁월하게 표현한 댓글과 함께 공유.

32:49부터


이건 폴로네이즈 출판 당시 조르주 상드의 감상.

"L'inspiration! La force! La vigueur! Il est indéniable qu'un tel esprit doit être présent dans la Révolution française. Désormais cette polonaise devrait être un symbole, un symbole héroïque!"
"영감! 힘! 활기! 프랑스 혁명에서 보여지는 영혼같이 의심의 여지가 없어. 지금부터 이 폴로네즈는 상징이 되어야 해, 영웅적인 상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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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은 간신히 100km 달리기 성공.
9월은 어제 7km, 오늘 15km로 나름 순조로운 출발(사실 멘탈이 너무 털려서 달리기로 극복 중 ㅠㅠ 심장 아픔ㅠㅠ...)
처음 15km를 뛰었는데, 1시간 40분에 걸쳐 천천히 뛰었다.
그래서인지 생각보다 숨이 많이 차진 않았다.  대신, 다리(특히 오른발목)가 아팠다.
12월 8일 가메오카 하프마라톤까지는 어떻게 될 것 같은데(2시간~2시간 30분 목표), 풀코스(5시간 목표)는 완주할 수 있을지 솔직히 진짜 모르겠다 ㅠㅠ

지금까지는 아름다운 교토의 밤을 즐기며 마음 내키는 대로 뛰었는데, 조금은 체계적으로 준비해야 할 것 같아서..
우선 오늘은 코스 분석부터 시작!
결론은 "업다운이 심하고 기록 내기는 어렵지만, 관광 마라토너에게는 최적인 아름다운 코스"

1. 코스

2. 코스 해설

- 생동감 있는 상세한 설명은 https://bocchi-the-run.com/kyouto-marasonn-ko-susyoukai/ 참조
- 0~5km: 텐션이 높아지는 운동장에서 시작! 초반은 넓은 도로라 어렵지 않음.  松尾大社를 지나 4km 인근 제방 부분(罧原堤)부터 오르막길이 시작되고 맞바람이 붐.  아직은 체력을 아껴야 함
- 5~10km: 아라시야마의 아름다운 渡月橋를 지나면 up-down으로 악명 높은 교토마라톤 코스가 발톱을 드러내기 시작.  보통은 차도로 쓰이는 嵐山高架橋의 경사가 상당하여 힘듬.  清滝道에서도 계속 오르막.  広沢池의 풍경은 아름다우나 연못을 지난 직후 바로 최대 경사의 오르막이 등장.  무리하지 않고 km당 페이스 30초~1분 정도 늦게 간다고 생각하는게 속 편함
- 10~15km: 교토마라톤 최고 인기 스팟인 仁和寺의 스님 응원이 유명하고, 사진을 찍고 싶은 관광 러너는 왼쪽, 기록에 신경쓰는 러너는 오른쪽 추천.  약간의 오르막-내리막이 반복되고, 리츠메이칸대학의 치어리더와 하이파이브를 한 후(...), 계속 달림.  13~15km 西大路通도 계속되는 은은한 오르막이라 생각보다 힘듬
- 15~20km: 계속 달리다 보면 仁和寺 다음으로 뜨거운 열기를 자랑하는 今宮神社의 응원 대열.  계속 약간의 오르막-내리막이 반복되다가 가모가와 등장, 18km 부근 西賀茂橋을 넘으면 드디어 내리막!
- 20~25km: 北山通는 무난한 큰길이라 하프타임 기록 보고 페이스 조절하기 좋음
- 25-30km: 식물원 안을 달리는데, 길도 좁고 딱딱해서 불편하지만, 마이코 들이 응원해주는 묘미가 있다고 함
- 30-35km: 가모가와 강가를 따라 완만한 내리막.. 이라 편할 것 같지만, 길이 좁고 지면이 딱딱해서 생각보다 힘듬.  교토어소를 지나 교토시청까지 감
- 35-40km: 마지막 고비.  은각사까지 계속 완만한 경사가 계속되어 죽을 맛.  다리 심폐기능 멘탈 모두 박살난다고 함.  은각사 앞에서 턴해야 비로소 내리막길
- 40-42.195km: 교토대학까지 라스트 스퍼트 존.  헤이안진궁에서 겨우겨우 끝 ㅠㅠ

하 벌써 걱정되는데, 초반 아라시야마 인근은 미리 가서 익숙해질 필요도 있겠다고 생각함.
우선 코스 분석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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