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위로를 받았다고 하여 + 카라타 에리카가 너무 예뻐서 픽.
영화는 매우 단순하고 직설적인 메시지를 반복해서 전한다.
그깟 직장 관두어도 괜찮아, 모든 사람이 옳은 길을 선택하고 있지는 않아, 이렇게 아침에 일어나서 출근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해, 살아나가고 있는 것 만으로도 기특해.
마음의 벽을 잠시나마 허물고 털어놓을 수 있다는 것, 그 순간에나마 공감하고 진심어린 위로를 건네줄 사람이 있다는 것.. 이 물론 중요하지만,
사실 이 영화에 대한 감상평을 굳이 남기는 이유는 내가 더 이상 이 메시지들에 공감이 가지 않아서. 직장 관두고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 하는 삶만으로 괜찮을 리가 없잖아, 취업해서 빠진 동료 알바생 자리 계속 땜빵해줄 성실함이면 새로운 직장 찾을 수 있잖아, 모든 사람은 아니어도 많은 사람들이 제대로 된 길로 나아가고 있잖아, 아침에 일어나서 출근을 하더라도 더 나은 직장으로 할 수도 있잖아, 이 삶을 그만 둘 용기도 없으니 그냥 하루하루 되는대로 살아가는게 뭐가 기특해.. 라는 생각이 들어서. 울긴 왜 울어. 울고 난 후의 후련함에 기댄다고 해결되는 것은 하나도 없는 걸.
그냥 현실로 닥친 문제(내년에 찾아올 거대한 폭풍우 포함)들이 잔뜩 쌓여 있는데 뭐 하나 해결하지도 앞으로 나아가지도 못하는 스스로의 모습이 별로인지라.. 이런 류의 위로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임을 잘 알아서 전혀 몰입이 되지 않았나 보다. 그저 20대 중반 여자애의 예쁜 브이로그를 한편 본 느낌.
맞아 어쩌면 그 나이 때는 그 정도로 충분할 수 있어. 하지만 그런 날들이 쌓이면 사람들이 차마 위로조차 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어 버리는 걸. 아 맥주+호로요이 한캔 먹었을 뿐인데 유난히 생각이 번진다. 3연휴를 맞이해 맥주 한잔 마시면서 가벼운 영화 한편 보고 잘 심산이었는데, 여기서 혼술은 절대로 피해야 하는구나 라는 교훈만 다시 얻고 간다.
위로가 아닌 공허만이 남아버린 영화.
+ 영화의 만듬새 면에서도 강하게 추천할 수준은 아님.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하마구치 류스케 -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Evil does not Exist, 2023) (0) | 2024.06.23 |
---|---|
Joe Wright(Based on Jane Austen) - 오만과 편견(2006) (0) | 2024.05.07 |
홍상수 -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2013, 정은채 / 이선균 주연) (1) | 2023.12.30 |
왕가위 - 화양연화(In the mood for Love, 2000) (0) | 2021.01.26 |
영화 다시보기 (0) | 2016.01.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