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게 찾은 고요가 깨지는 것은 한 순간이었다. 과분한 행복 뒤에는 어김없이 지옥 같은 순간이 찾아왔다. 최선을 다할 기회 조차 주어지지 않는 것은 너무 가혹하지만, 결국 착각 속에 머무르고 싶던 나의 욕심일 뿐. 그게 진심이 아니면 도대체 무엇이었을지 반문해 보지만, 결국 보고 싶은 것만 보는 나의 이기심일 뿐. 온갖 고통에는 꽤나 익숙하다고 생각했는데, 겪어본 적 없는 일교차 앞에서 무너져 내리는 것 외에 답이 없었다. 소중한 사람과 행복해지고 싶다는 평범한 소망은, 이토록 어렵다. 나에게 주어진 온갖 과분한 행운들의 반대급부이겠지만, 왜, 지금, 하필, 가장 간절한 것을 떠나 보내야 하는가.
절대 돌아가고 싶지 않은 마음과, 한시라도 빨리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뒤엉켜 버겁던 불면의 밤. 길고 힘든 밤들이었지만, 시간은 앞을 향해 직선으로 흐르므로, 어김없이 아침이 왔다. 유달리 푸르던 가을 하늘에 실려 돌아와, 5번 출구 너머 나를 맞이한 푸른 공원, 절로 미소짓게 하는 맑은 공기, 커다란 안도감, 그보다 더 큰 상실감, 허망함.
어떻게든 집안을 정리하고, 551 Horai에서 사온 슈마이로 저녁을 떼우고(놀랍게도 맛있었다....!), 5km를 천천히 뛴 후, 씻고 스피커를 켰다. 도저히 밖에서 음악을 들을 엄두가 나지 않아 자제하고 있었는데, 하루 종일 머리속을 맴돈 노래가 최유리의 숲이다. "나를 베어도 돼 날 지나치지 마 날 보아줘" "아 숲이 아닌 바다이던가" "난 저기 숲이 돼볼래 나의 옷이 다 눈물에 젖는대도" "아 바다라고 했던가 그럼 내 눈물 모두 버릴 수 있나"
난 저기 숲이 돼볼게 너는 자그맣기만 한 언덕 위를 오르며 날 바라볼래 나의 작은 마음 한구석이어도 돼
길을 터 보일게 나를 베어도 돼 날 지나치지 마 날 보아줘 나는 널 들을게 이젠 말해도 돼 날 보며
아 숲이 아닌 바다이던가 옆엔 높은 나무가 있길래 하나라도 분명히 하고파 난 이제 물에 가라앉으려나
난 저기 숲이 돼볼래 나의 옷이 다 눈물에 젖는대도 아 바다라고 했던가 그럼 내 눈물 모두 버릴 수 있나
길을 터 보일게 나를 베어도 돼 날 밀어내지 마 날 네게 둬 나는 내가 보여 난 항상 나를 봐 내가 늘 이래
아 숲이 아닌 바다이던가 옆엔 높은 나무가 있길래 하나라도 분명히 하고파 난 이제 물에 가라앉으려나
나의 눈물 모아 바다로만 흘려보내 나를 다 감추면 기억할게 내가 뭍에 나와있어 그때 난 숲이려나
홍이삭 커버. 절대 안울거라고, 눈물 흘린 후에 찾아오는 후련함에 기대지 않을 거라고 꾹꾹 누르며 다짐했지만, 결국 펑펑 ㅠㅠ
전체 영상도 너무 좋다.
"작은 언덕에만 올라도 너에게 내 작은 마음을 보일 수 있는 숲이 되고자 했다. 나를 베어서라도 눈물 바다가 되더라도 길을 터주어 너의 눈길을 잡으려 했다. 그런데도 옆에는 훨씬 높은 나무가 아직 있었고. 너보다 항상 낮은 곳에 있는 내가 보였다. 깊은 눈물과 고민 끝에 이제 가장 낮은 곳에 가라앉기로 했다. 그제서야 내가 숲이 아니라 바다라는 것을 알았다. 내 눈물은 바다 아래로 능히 감춰진다. 비로소 난 그때 뭍에 나와서 너에게 숲이 되었다."
"나는 숲이 되고 싶은 바다인가봐. 상대방에게 내 마음 속에 머물러달라고 하면서 숲이 되보겠다 했는데, 정작 '나'도 몰랐던 나의 깊은 바다ㅜㅜ 나무가 있어서 숲인 줄 알았는데, 숲이 되고 싶기에 바다 어딘가에 나무 하나가 심어져있었고 그 마저도 가라앉을까 불안한, 어떤이의 쉼이 되고 기댐이 되어줄 사람이려 했는데 '나'도 마음이 힘들었어 ㅜㅜ"
"‘나'는 상대방이 나에게 기댈 수 있게끔 그늘이 되어줄 수 있는 '숲'이 되고 싶어 한다. 하지만 '나'는 눈물이 많은 '바다'같은 사람이라 그렇지 못한다. 눈물을 바다로만 흘려보내 나를 다 감추면 그땐 난 뭍에 나와서 숲이 될 수 있진 않을까? 그땐 당신이 내게 기댔으면 좋겠다."
아, 이 와중에도 혹시 모를 어떠한 미래를 위해 저당잡힌 현재의 굴레 속에서 회신할 메일이 산더미이다. 이럴 때 일수록 더 성의있게 더 꼼꼼하게 더 잘해야 된다. 내가 어찌할 수 없는 것이 무너져 내리더라도, 내가 지킬 수 있는 것은 어떻게든 이겨내야 한다. 충분히 토로했으니 이젠 눈물을 닦고 일어나야 해, 울며 주저앉는다고 바뀌는 것은 아무것도 없어, 내일도 하늘은 푸르고 맑을 거야. 언젠간 이 노래를 들어도 슬픔 대신 숲의 청량감만 번져오는 날도 올거야..
내가 이거 전부 다 할 수 있을까, 이게 맞는 방향일까, 불안과 의심이 그늘을 드리울 때 찾게 되는 곡.
평소에 조성진 (세간의 선호도에 비해) 그렇게 선호하지 않는 편인데, 이 라이브는 너무 완벽하다.
이와 대비되는 해석으로 최형록 버전도 매우 인상적인데, 내가 느낀 막연한 뭉클함을 탁월하게 표현한 댓글과 함께 공유.
이건 폴로네이즈 출판 당시 조르주 상드의 감상.
"L'inspiration! La force! La vigueur! Il est indéniable qu'un tel esprit doit être présent dans la Révolution française. Désormais cette polonaise devrait être un symbole, un symbole héroïque!" "영감! 힘! 활기! 프랑스 혁명에서 보여지는 영혼같이 의심의 여지가 없어. 지금부터 이 폴로네즈는 상징이 되어야 해, 영웅적인 상징!"
이번 레퍼토리는 말러 교향곡 3번(Mahler: Symphony No.3 in D minor), 지휘 히로카미 준이치, 솔로 후지무라 미호코. 말러 교향곡 3번은 BBC 선정(!) 역사상 가장 위대한 교향곡 10위에 선정될 정도의 위상을 자랑하고, 후지무라 미호코 님은 명반으로 꼽히는 밤베르크 교향악단 레코딩의 솔로를 맡기도 한, 네임드 x 네임드의 향연.
하지만 나에게 말러는 숙제같은 어려운 존재, 더구나 3번은 1시간 40분짜리라서 예습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한국 일본의 더위를 다 먹은 상태라서 꾸벅꾸벅 졸 준비를 하고 10분 전에 간당간당 입장하였으나...! 기대를 뛰어넘는 호연이었고 1시간 40분이 순식간에 지났다. 합창이 나오는 교향곡에 익숙하지 않아 크게 선호하지 않았는데, 현장감이 압도적이었다. 무료로 배부된 프로그램에 구체적인 설명까지 기재되어 있어서, 평소 멜로디와 내 머리속 기억의 편린을 조합하여 만들던 풍경이 훨씬 더 디테일하게 확장되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 히로카미 지휘자의 모션 큰 덩실덩실 지휘도 곡에 빠져드는데 큰 역할을 했다.
그리고 말러 3번 정도 스케일이 되니, 철학 / 신학 / 문학적 모티브에 대한 지식 없이는 반쪽짜리 감상에 불과하다는 슬픈 현실도 절절히 깨닫게 되었다ㅠㅠ 나의 부족한 언어로 잡다한 감상을 늘어놓느니, 공부 차원에서 어제 프로그램의 내용을 요약 정리하는 것으로 글을 마무리.
[말러 교향곡 제3번(해설: 마스다 료스케)]
* 출처: 교토시교향악단 제692회 정기연주회 프로그램북
구스타프 말러(1860~1911)의 교향곡은 장대한 작품이 많은데, 전체 1시간 30분이 넘는 제3번은 그 중에서도 가장 규모가 큰 작품이다. 말러는 보통 여름에 작곡을 하였다. 이 곡도 1895년, 1896년 여름에 오스트리아 아터 호수(Attersee)의 작곡용 별장에서 쓰여졌다.
말러의 제자인 지휘자 브루노 발터는 1896년 이 곳을 방문하였는데, 풍경에 사로잡힌 그에게 말러는 "아무것도 볼 필요 없어. 내가 전부 음악으로 그려 놓았으니까"라고 말했다고 한다.이 곡은 총 6개의 악장으로 이루어져 있고, 자필 악보에는 악장마다 아래와 같은 부제가 쓰여 있었다.
*목신:숲,사냥,목축을맡아보는신.반은사람,반은동물의모양을하고있다.그리스신화의판(Pan). **Bacchus: 로마 신화에서 술의 신 바커스 = 그리스 신화에서 디오니소스. 박카스의 유래(..)
[제2부]
제2악장: 들판의 꽃들이 내게 들려주는 것 제3악장: 숲의 동물들이 내게 들려주는 것 제4악장: 사람들이 내게 들려주는 것 제5악장: 천사들이 내게 들려주는 것 제6악장: 사랑이 내게 들려주는 것
말러는 출판 전에 이 부제를 지웠지만, 자필 악보 곳곳에 "기상의 신호" "목신은 잠들어 있다" "전투개시" 등의 주석이 달려 있고, 한 때 이 곡을 "목신: 교향시"라 부를 생각도 있었다고 한다.
제1악장: Kräftig, Entschieden (힘차고 단호하게)
전체 1/3 정도를 차지하는 장대한 악장. 말러는 이 악장을 제1부, 나머지 악장을 제2부로 분류하고 있다. 자유로운 소나타 형식인데, 어느 것이 주요 주제인지, 어디서부터 전개부인지에 대해서는 해석이 갈린다.
도입부에서는 8대의 호른이 일제히 결연한 행진곡을 연주한다. 하지만 이는 금방 끝나고, 큰북에 이끌려 장송 풍의 분위기로 전환된다. 여기서는 호른이 비통하게 울부짖는 듯한 주제가 나타난다. 다시 분위기가 바뀌어, 오보에가 밝은 선율을 노래한다. 이어 클라리넷이 팡파레 같은 연주를 하고, 타악기가 행진의 리듬을 덧붙인다. 이 행진도 금방 사라지고, 그 후 여러 소재가 변형, 조합되어 점점 고조된다.
제2악장: Tempo di Menuetto, Sehr mäßig (매우 온화하게)
미뉴엣 성격도 가진 간주곡 느낌의 악장. 도입부에서 오보에가 연주하는 주제는 제1악장의 격정과는 대조되는 행복감으로 가득 차 있다. 이윽고 조성이 점차 F Sharp Minor로 바뀌며, 플룻이 경쾌한 주제를 노래한다. 그 후 이 두 부분이 변주, 반복되고, 첫 부분을 짧게 재현한 후 끝난다.
제3악장: Comodo, Scherzando, Ohne Hast (서두르지 말고)
스케르초. 주제부는 말러 자신의 가곡 "여름의 끝(Ablösung im Sommer)"의 선율을 사용하고 있다. 이는 "뻐꾸기는 죽어 버렸다. 대신 우리의 긴 여름을 달래 주는 것은 나이팅게일이다"라는 가사의 곡으로, 새소리를 따라한 음형을 들을 수 있다.
중간부에서는 "저 멀리에서부터"라는 지시에 따라 포스트 호른이 장대한 솔로를 연주한다. 여기서는 리스트의 스페인 광시곡에서 나오는 Jota Argonesa*라는 스페인의 유명한 선율이 사용된다.
* 스페인의 대표적인 민속무곡이며, 아라곤 지역에서 유명하다. 강한 악센트를 동반하는 박자의 춤곡으로, 구애라는 주제로 한사람 혹은 다수의 남녀가 격렬하게 도약하고 회전하면서 춤을 춘다.
제4악장: Sehr langsam, Misterioso (극히 느리고 신비스럽게, 일관되게 피아니시모로)
제4~6악장은 이어서 연주한다. 제4악장에서는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의 글귀를 알토 독창으로 노래한다. 노래 사이에는 밤의 새소리를 나타내는 특징적인 오보에 솔로가 들어가며, 여기에는 "끌어올리듯(자연의 소리처럼)"이라는 지시가 있다. 참고로, 차라투스트라와 관련해서는 말러의 라이벌이자 친구인 요한 슈트라우스의 교향시*가 유명한데, 이 교향시는 말러 교향곡 제3번과 같은 1896년에 작곡되었다.
* Richard Strauss - Also sprach Zarathustra, Op. 30 (스페이스 오디세이 OST..^^)
제4악장 알토 솔로(메조 소프라노) 프리드리히 니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해가 뜨기 전의 일부.
O Mensch! Gib Acht! Was spricht die tiefe Mitternacht? Ich schlief, ich schlief, aus tiefem Traum bin ich erwacht: Die Welt ist tief, und tiefer als der Tag gedacht.
O Mensch! Tief! Tief ist ihr Weh, Lust tiefer noch als Herzeleid. Weh spricht: Vergeh! Doch all' Lust will Ewigkeit, will tiefe, tiefe Ewigkeit!
오 인간이여! 들으라! 이 깊은 밤은 무엇을 말하는가? 나는 잠들었었고 이제 그 깊은 잠에서 깨었노라. 지금 세상은 깊도다, 밝은 대낮이 기억하는 것보다 더 깊도다.
오 인간이여! 어찌하여 이리도 깊은가! 세상의 고뇌는 깊고 마음의 고뇌보다 더욱 깊은 것은 쾌락! 고뇌는 말하길: 사라져라! 그러나 모든 쾌락은 영원을 욕망하여, 깊고도 깊은 영원으로 향하려 하나니.
제5악장: Lusig im Tempo und keck im Ausdruck (활발한 속도로 대담하게)
도입부의 종 소리와 아이들의 "Bimm bamm"하는 합창이 매우 인상적이다. 합창에 대해 "이 소리는 종소리를 나타내는 것이며, 모음은 짧게 끊고, 자음 M의 허밍으로 소리를 지속시킬 것"이라는 지시가 있다. "소년의 마술 뿔피리"에서 차용한 가사를 알토가 부르는 부분에서는 교향곡 제4번과 공통된 선율이 나타난다.
독일어 원본
한국어 번역본
Bimm bamm, Bimm bamm.
Es sungen drei Engel einen süßen Gesang, mit Freuden es selig in dem Himmel klang. Sie jauchzten fröhlich auch dabei: daß Petrus sei von Sünden frei!
Bimm bamm, Bimm bamm.
Und als der Herr Jesus zu Tische saß, mit seinen zwölf Jüngern das Abendmahl aß, da sprach der Herr Jesus: "Was stehst du denn hier? Wenn ich dich anseh, so weinest du mir!"
Bimm bamm, Bimm bamm.
"Und sollt' ich nicht weinen, du gütiger Gott?
(Chor) ,,Du Sollst ja nicht weinen!
Ich hab' übertreten die zehn Gebot! Ich gehe und weine ja bitterlich! Ach komm und erbarme dich über mich!"
"Hast du denn übertreten die zehen Gebot, so fall auf die Knie und bete zu Gott! Liebe nur Gott in all Zeit! So wirst du erlangen die himmlische Freud!"
Die himmlische Freud; ist eine selige Stadt, die himmlische Freud, die kein Ende mehr hat! Die himmlische Freude war Petro bereit't, durch Jesum und allen zur Seligkeit.
Bimm bamm, Bimm bamm.
빔 밤! 빔 밤! (종소리처럼)
세 천사가 달콤한 노래를 부르고 있었네. 그 노래는 천국에서 복되게 울려 퍼지고 베드로에겐 죄가 없음을 알고 기뻐하였네
빔 밤! 빔 밤! (종소리처럼)
주 예수가 12제자와 만찬 자리에서 주 예수 말씀하시길 "너는 어찌하여 여기에 서 있느냐? 내가 너를 보니 나를 보며 울고 있구나"
빔 밤! 빔 밤! (종소리처럼)
"자비로운 주여, 어찌 울지 않을 수 있으리까,
(합창: 예수) 울지 않아도 된단다!
(베드로) 저는 십계명을 어겼나이다 슬픔을 참을 수 없어 울고 있나이다 제게 오셔서 자비를 베푸소서!"
(예수) "네가 십계명을 어겼다면 무릎 꿇고 주님께 기도하라 오직 영원하신 하나님의 사랑을 구하라! 그리하면 천국의 기쁨을 얻게 되리라."
천상의 기쁨이란 행복의 마을 영원히 멸망하지 않는 행복의 마을이라 천상의 기쁨은 베드로를 기다려 예수를 통해 만물을 통해 행복으로 이끄느니
빔 밤! 빔 밤! (종소리처럼)
제6악장: Langsam, Ruhevoll, Empfunden (느리고 평온하게, 감정을 풍부히)
제1악장에 이은 거대한 악장. 당시 교향곡을 이렇게 느린 악장으로 마무리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었다. 두 주제가 자유롭게 변주되며 압도적인 결말로 치닫는다. 말러는 허물 없이 지내던 가수 Anna von Mildenburg에게 보낸 편지에서, 마지막 악장을 "신이 내게 들려주는 것"이라 불러도 된다고 하며, "나의 작품은, 한 단계씩 올라가는 발전의 모든 단계가 포함된 음악의 시가 되었습니다. 자연의 무생물 상태에서 시작하여, 결국 신에 대한 사랑으로 고양되어 가는 것이죠"라고 하였다.
교토시교향악단은 교토콘서트홀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교토시가 설립, 운영하는 악단이라고 한다. 금요일 저녁에 "Friday Night Special"이라고 하여, 다소 늦은 19:30에 시작하되 intermission 없이 1시간 30분 정도 공연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이 특징적이다. 이번 제689회 정기연주회는 5/24(금), 25(토) 이틀에 걸쳐 열리는데, 재탕 안하고 양일 다른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포인트에서 약간 놀람.
5/24(금) - Quintet for Piano and Winds in E-flat major K.452 - Serenade in D major K.239 “Serenata notturna” - Serenade in G major K.525 “Eine kleine Nachtmusik”
5/25(토) - Beethoven: Piano Concerto No.4 in G major op.58 - Schubert: Symphony No.1 in D major D.82
유학생 초대권이라 당연히 2층 B~C석일 줄 알았는데, 센터 S석(정가 4,000엔)을 주셔서 황송한 마음으로 입장.
금요일 저녁 7시에는 일찍 온 관객들을 위해 지휘자가 그날의 곡을 설명하는 코너가 있음. 오늘의 지휘자는 얀 빌렘 데 브린트.
지방 도시 콘서트홀 치고 매우 훌륭하고 규모도 상당함.
오늘 곡은 모짜르트 3곡이었는데, 그 중 메인이 Quintet for Piano and Winds in E-flat major K.452(피아노와 목관을 위한 5중주). 모차르트가 아버지에게 보낸 편지에서 "제가 작곡한 것 중에 가장 좋다고 생각합니다"라고 하여 알려진 곡.
내가 실내악+목관에 아직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해서 그런지 무난하게 좋았다. 통상 현악 콰르텟 위주로 보다가 피아노 + 오보에, 바순, 호순, 클라리넷으로 구성된 조합을 보니 무척 신기하긴 했음.
모피협 15번(K.450), 16번(K.451)도 크게 와닿지 않는 것으로 보아 그 당시 모차르트랑 잘 안통하는듯..^^
개인적으로 오늘의 백미는 Serenade in D major K.239 “Serenata notturna”였는데, 모차르트가 궁정 음악가 시절 작곡한 것이라 그런지 화려하고 다소 희화적이기도 하다. 특히 3악장에서 주제가 끝날 듯 끝나지 않게 반복되다가, 각 악기가 돌아가면서 재롱을 피우는 모습은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대화를 주고 받듯이 장난치는 부분이 굉장히 많다(예를 들어 3:47 바이올린-팀파니). 아래 영상 6:10에도 바이올린 주자끼리 웃는게 나오는데 실제 시종일관 밝고 서로 웃음을 주고받는 파트가 많았다. 곡 자체가 신나기도 산만하기도 한듯.
그리고 편성도 "독주악기군"과 "합주군"으로 구분되어 있는데(바이올린 독주 부분에서 당연히 콘체르토 마스터가 연주를 하고 있을 줄 알았는데, 활을 전혀 쓰고 있지 않아서 굉장히 당황스러웠다.. 한참 주위를 둘러보니 후방 독주악기군에 바이올린 독주자가 있었음), 바로크 시대 협주곡의 전통을 답습한 것이라고 한다. 참고로 위 영상과 배치 다름.
몰입해서 듣다 보니, 잠시나마 18세기 유럽 연회장의 모습을 떠올릴 수 있었다. 뮤지컬 모차르트에서 나오는 가볍고 깐족거리는 모차르트 이미지와도 아주 잘 어울림.
연주는 굉장히 호연이였고, 역시나 브라보 터짐. 다만 곡 특성상 기립까지는 안나온 것 같다.
막곡은 너무 유명한 곡이라서 즐겁게 들었다. 1악장은 너무너무 유명하고, 3악장도 너무 유명한데 이 곡의 일부인지는 오늘 듣고야 알았음..^.^;
다만 5중주곡 / 세레나데 편성의 공연이라 규모가 작은 탓인지, 현장감에 압도당하는 느낌을 받거나, 엄청난 전율을 느끼지는 못함.
한국에서는 상대적으로 화제가 덜 되었으나(?) 올해 1월 1일 이시카와현 노토반도를 강타한 지진의 피해는 상당한 것이었다. 마침 교토 콘서트홀에서 노토반도 복구를 위한 charity concert가 열린다고 하여 참석. 가나자와(=이시카와현 현청 소재지)현악사중주단이라는 콰르텟이 공연을 하였고, 한국인 첼로 연주자가 있는게 인상적이었다.
앙상블 홀 무라타(アンサンブルホールムラタ)는 처음이었는데, 평일 오후 3시라는 극악의 시간대 + 작지 않은 홀 규모에도 불구하고 80% 정도는 관객이 찬 것 같다. 공연 자체는 무난하게 좋았는데, 기억에 남는 몇 곡만 남겨봄.
사무엘 바버의 "현을 위한 아다지오"(Samuel Barber Adagio for Strings Op.11). 작곡가 본인 뿐만 아니라 루즈벨트, 아인슈타인, J.F.케네디, 그레이스 켈리 등의 장례식에서 울려 퍼진 것으로도 유명하다. 911 테러나 세월호 사건 추모곡으로도 자주 등장.
이 곡의 백미는 중간에 고조되면서 긴장감이 절정에 달했을 때 딱 멈추는 부분인데(6:17), 언제 어떤 환경에서 들어도 전율이 흐른다. 워낙 무거워서 평소에 손이 가는 곡은 아니지만, 실로 적절한 선곡이었기에, 잠시나마 진심으로 노토반도 피해자 분들에 공감하며 추모의 마음을 가질 수 있었다.
베토벤 현악 4중주 2번 G장조 op.18-2(Beethoven String Quartet No.2 in G major op.18-2). 주고 받는 느낌 때문에 '인사'라는 부제가 붙어 있음. 사실 베토벤 소나타랑 콘체르토를 그렇게 많이 들어놓고 콰르텟 곡은 있는 줄도 몰랐다.. 곡 자체에서 엄청나게 강한 인상을 받았다기 보다는, 새삼 나의 피아노 편식에 대해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번 주 금요일에는 모차르트 피아노 오중주곡 K.452도 들으러 갈 예정인데, 세상엔 내가 모르는 좋은 곡이 너무 많다. 음악의 지평(...)을 넓히는 계기가 되었으면.
The day I saw you in the corner with your dirty shoe Then you put your apron on and there's a long line waiting for you "What can I do for you?", she said in front of my face So, I couldn′t breath That sweet smile in your face But I know that you're just tryna be nice to me
Daisy, Daisy, you gave me a hazy feeling lately Can you stay with me along with the sweetest latte you came through Stay by my side, no more feeling blue You make things right Daisy, I love you
Sittin' on my table far But my eyes got fixed on you I′ve only seen you twice in my life But my mind is all over you And when you came up to me With a coffee in your hands, oh, I really see it That you wеre meant for me But I didn't havе the guts to ask your IG
Daisy, Daisy, you gave me a hazy feeling lately Can you stay with me along with the sweetest latte you came through Stay by my side, no more feeling blue You make things right Daisy, I love you
멜론 소개에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밝음 한스푼을 더한 사운드"라고 하는데 너무 공감! 잔뜩 구름낀 날에도 이거 들으면서 자전거 타면 갑자기 세상의 채도가 올라가는 기분이다.. 나른한 봄날 그 자체인 노래 ㅠㅠ (누가 하이틴 영화에서 너드가 퀸카에게 반할 때 나올 만한 영화라고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