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보다 OST를 먼저 안 사례, 심지어 고등학교 때 오케스트라에서 합주했던 곡이라.. 영화를 보고 연주했으면 더 좋았을 걸 하는 생각.
사실 20대의 나는 이 영화가 너무 지루해서 보다 말았다. 하도 인생영화라는 사람이 많아서 다시 보니 너무 감동 ㅠㅠ 나이가 드니 엘레나 서사보다는 알프레도를 통한 토토의 성장, 이를 지켜보는 알프레도의 감정에 집중하게 된다.
- 이탈리아 여행갔을 때 생각나서 너무 좋았다. 배경이 시칠리아의 팔라조 아드리아노(Palazzo Adriano)라고 하는데 가보고 싶다 ㅠㅠ
- 스탈린 치하의 이탈리아. 약간의 검열은 있지만, 그래도 영화관은 축제 분위기다. 다같이 웃고 떠드는 분위기가 너무 신기! 영화관 건물도 너무 예쁘다!
- "군중은 생각이 없어. 뭘 하는지도 모르지" (스펜서 트레이시)라고 일갈하며, 창 밖으로 영화를 쏴주는 알프레도.
- 연출이 너무 좋다. 그 당시 명화들과의 적절한 교차, 어린 토토와 알프레도 그리고 청년 토토와의 대화 등 너무 빠르지도 느지도 않은 아름다운 화면 전환!
- The heavier a man is, the deeper his footprints. And if he's in love, he suffers, because he knows he's up a one-way street.(존 웨인)
- 선인장잎 샐러드 마음에 들어.
- 비오는 날 엘레나 키스신 역대급...
- "그럴 운명이었던거야. 사람은 각자 따라야 할 별이 있단다. 마을을 나가렴. 여기는 방해만 될 뿐이야. 여기 있으면 자신이 세상의 중심이라고 생각하게 되지. 무엇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 하면서. 하지만 이곳을 나가 2년만 있으면, 모든 게 변한단다. 인연이 끊기고, 만나고 싶은 사람도 없어지지. 마을을 한번 나가면, 오랫동안 돌아오지 말거라. 세월이 지난 후 돌아오면 친구나 반가운 장소를 만나게 될거야. 지금엔 너에겐 무리야. 지금의 너는 나(맹인)만큼도 보지 못해." "누구의 대사죠? Gary Cooper, James Stewart, Henry Fonda?" "그 누구의 대사도 아니야. 내가 한 말이야. 인생은 너가 본 영화와 달라. 인생은 훨씬 더 어려운 거지. 가라, 로마로 돌아가. 너는 젊고 전도유망해. 나는 늙었고, 더 이상 너와 이야기하지 않겠어. 너를 소문으로 듣고 싶다. 돌아오지 마. 우리를 잊거라. 편지도 쓰지 마. 향수에 현혹되지도 마. 모두 잊어. 너가 하는 것을 사랑하거라. 어릴 때 영사실을 사랑했듯."
- 이 필름은 다 네 것이야. 보관은 내가 할게 - 알프레도의 유품이 상영되고 화면 그득한 키스신에 눈물 ㅠㅠ
- "영화란 지루한 부분이 편집된 인생이다(알프레드 히치콕)." - "인생은 결코 편집되지 않는 것이라 많은 시간들이 지루하고 힘들지만, 이 영화는 그런 순간들을 견뎌내며 자신만의 영화를 천천히 완성해 나가는 사람들에게 힘을 준다(권혜정)." - "모태와 고향과 첫사랑이 아름다운 이유는, 이미 스러진 것을 알면서도 그 원초적 따뜻함을 잊지 못하기 때문이다. 살아내는 것은 결국 혼자이기 때문에.. 누구나 죽는 순간까지 그것을 먹고산다". - "내 세상을 다 주었다 생각했는데 맡아둔 조각을 깜빡했지 뭐니. 이제 그만 돌려주마. 남길 말은 없어. 말 같은 건 하든 안 하든 똑같으니까. 눈을 반짝이며 내 낡은 성에 숨어든 작은 새, 나의 토토."
제인 오스틴의 6대 장편소설(이성과 감성, 오만과 편견, 맨스필드 파크, 엠마, 노생거 사원, 설득) 중 마지막 작품인 설득(Persuation)을 영화로 만든 작품. 설득은 1995년(로저 미첼), 2007년(애드리 셔골드), 2022년(캐리 크래크넬) 3번 영화화되었는데, 그 중 가장 평이 좋은 2007년 작으로 봄.
여주인 샐리 호킨스가 엄청나게 매력적! 섬세한 감정 연기가 너무 좋았다.
다만 등장인물이 많은데 분량을 90분 정도로 압축한지라, 바로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도 제법 있었다. 조연급 인물들의 입체적이고 개성있는 모습을 충분히 즐기지 못한 것 같은 아쉬움. 문장이나 표현도 엄청 섬세했을 것 같은데, 번역/영화화 과정에서 많이 잘라먹은 느낌. 기회가 되면 원작을 읽어보고 싶다.
"나는 그를 포기하라는 가족의 설득에 넘어갔다."
"상대는 재산도 전혀 없는 젊은 장교였고, 장래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사람이었어. 그래서 나는 대모로서 반대한거야. 그때 너는 젊었고, 파혼하는게 맞았어." "그럴지도 몰라요. 하지만 그는 전쟁에서 막대한 재산을 쌓았는걸요." "만약 그가 널 정말 사랑했다면, 상황이 변했다고 말하지 않았겠어?" "대모님을 탓하는게 아녜요. 설득에 응한 것도 저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8년 전에 파혼한 것은 잘못이었어요." "너는 아름답고 젊은 훌륭한 사람이야. 너에게 맞는 사람이 나타날거야" "전 벌써 27살인걸요"
"그정도로 훌륭한 분이라면 이미 상대가 있을 것. 어쩌면 아이도. 그들과 만나지 않기를. 난 스스로 행복을 포기했다. 하지만 그들의 모습을 본다면, 아마 후회로 마음이 찢어지겠지."
"최악의 사태는 면했다. 우리는 다시 만났다. 인사를 나누고, 목소리를 들었다. 그리고 그는 떠났다. 그는 나를 용서하지 않았다. 내가 그를 절망의 심연에 빠뜨린 것을, 그 때 내가 보인 의지의 약함을. 나는 그에게 심하게 상처를 주었다. 그렇게 잘 통하고, 마음이 하나가 되었던 경험은 이제껏 없었거늘. 하지만 지금은 남보다 못한 사이, 가까이 갈 수도 없다."
"가장 중요시하는 건 성격이에요. 의지가 강한 분, 주체적인 분. 심지가 굳지 않으면, 타인의 설득에 응하게 되죠."
"그의 진심을 알게 되었다. 그는 나를 용서할 수 없는 것이다. 과거의 일을 책망하고 다른 사람을 찾고 있다. 하지만 완전히 차갑게 대하지는 않고, 때때로 손을 내민다. 타고난 따뜻함과 인품 때문이겠지. 그걸 생각하면 마음이 아파오고 후회에 휩싸인다. 한없이.."
(미친 날씨에 산책을 포기하지 않는 영국인들 그리고 해피엔딩을 향한 무난한 전개)
"I can listen no longer in silence. I must speak to you by such means as are within my reach. You pierce my soul. I am half agony, half hope. Tell me not that I am too late, that such precious feelings are gone for ever. I offer myself to you again with a heart even more your own than when you almost broke it, eight years and a half ago. Dare not say that man forgets sooner than woman, that his love has an earlier death. I have loved none but you. Unjust I may have been, weak and resentful I have been, but never inconstant. You alone have brought me to Bath. For you alone, I think and plan. Have you not seen this? Can you fail to have understood my wishes? I had not waited even these ten days, could I have read your feelings, as I think you must have penetrated mine. I can hardly write. I am every instant hearing something which overpowers me. You sink your voice, but I can distinguish the tones of that voice when they would be lost on others. Too good, too excellent creature! You do us justice, indeed. You do believe that there is true attachment and constancy among men. Believe it to be most fervent, most undeviating, in F. W.
I must go, uncertain of my fate; but I shall return hither, or follow your party, as soon as possible. A word, a look, will be enough to decide whether I enter your father's house this evening or never.”
"Captain, I am in receipt of your proposal and am minded to accept it. Thank you." "Are you quite certain?" "I am. I am determined. I will. And nothing, you may be sure, will ever persuade me otherwise"
영화는 매우 단순하고 직설적인 메시지를 반복해서 전한다. 그깟 직장 관두어도 괜찮아, 모든 사람이 옳은 길을 선택하고 있지는 않아, 이렇게 아침에 일어나서 출근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해, 살아나가고 있는 것 만으로도 기특해.
마음의 벽을 잠시나마 허물고 털어놓을 수 있다는 것, 그 순간에나마 공감하고 진심어린 위로를 건네줄 사람이 있다는 것.. 이 물론 중요하지만,
사실 이 영화에 대한 감상평을 굳이 남기는 이유는 내가 더 이상 이 메시지들에 공감이 가지 않아서. 직장 관두고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 하는 삶만으로 괜찮을 리가 없잖아, 취업해서 빠진 동료 알바생 자리 계속 땜빵해줄 성실함이면 새로운 직장 찾을 수 있잖아, 모든 사람은 아니어도 많은 사람들이 제대로 된 길로 나아가고 있잖아, 아침에 일어나서 출근을 하더라도 더 나은 직장으로 할 수도 있잖아, 이 삶을 그만 둘 용기도 없으니 그냥 하루하루 되는대로 살아가는게 뭐가 기특해.. 라는 생각이 들어서. 울긴 왜 울어. 울고 난 후의 후련함에 기댄다고 해결되는 것은 하나도 없는 걸.
그냥 현실로 닥친 문제(내년에 찾아올 거대한 폭풍우 포함)들이 잔뜩 쌓여 있는데 뭐 하나 해결하지도 앞으로 나아가지도 못하는 스스로의 모습이 별로인지라.. 이런 류의 위로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임을 잘 알아서 전혀 몰입이 되지 않았나 보다. 그저 20대 중반 여자애의 예쁜 브이로그를 한편 본 느낌.
맞아 어쩌면 그 나이 때는 그 정도로 충분할 수 있어. 하지만 그런 날들이 쌓이면 사람들이 차마 위로조차 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어 버리는 걸. 아 맥주+호로요이 한캔 먹었을 뿐인데 유난히 생각이 번진다. 3연휴를 맞이해 맥주 한잔 마시면서 가벼운 영화 한편 보고 잘 심산이었는데, 여기서 혼술은 절대로 피해야 하는구나 라는 교훈만 다시 얻고 간다.
出町座(데마치자)에서 본 첫 영화라서 기록하고 싶었음(2024. 6. 11.). 산책하다 정말 우연히 발견한 소중한 공간.
테니스장 + 콘서트홀 + 독립영화관이라는 완벽한 트라이앵글... 주거 만족도가 너무 높아서 오히려 다가올 미래가 불안한 하루하루.
이렇게 라멘 자판기 마냥 티켓을 끊고 → 점원에게 보고싶은 영화를 말하면 → 점원이 좌석배치도를 보여주고 → 까만 마카로 표시되지 않은 남은 자리를 고르는(내가 자리를 고르면 마카칠을 하는), 단성사 피카디리 서울극장도 울고 가실 아날로그 시스템.
화요일 할인 + 학생 할인(박사과정도 됨..) = 1,000엔.
하마구치 류스케 영화는 드라이브 마이 카 이후 두 번째 영화. 데마치자에서 영화를 보는데 의의를 둬서, 사실 감독이 하마구치 류스케인 점은 크게 의식하지 않았다. 하마구치 영화는 내 취향인듯 취향이 아닌듯. 와닿는 듯 불편한 듯. 나와 생각이 대체로 유사한데, 가장 중요한 부분이 살짝 달랐을 때 느껴지는 큰 불편함(문제의식을 신나게 공유하다가, 마지막 해결 부분에서 작은 생각의 차이로 큰 결론이 달라졌을 때의 당혹스러움) 같은 게 느껴진다. 봉준호와 하마구치 류스케 모두 구로사와 아키라 팬이라는데, 그래서 그런가보다 싶기도.
그래도 아름다운 설경이나 비범했던 트래킹 신은 오래 기억에 남을듯. 촬영지는 나가노 현의 富士見町(후지미쵸) 인근이라 하는데, 내가 스키를 처음 배웠던 白樺湖(시라카바호) 인근이라 괜히 친근감이 들었다. 일본의 스산한 듯 장엄한 대자연은 언제나 경이롭다.
요새 들어 유난히 현학적이라 느껴지는 평론들이지만, 이런 류의 영화는 평론을 읽는 단계에서 비로소 앞뒤가 연결되는 부분이 많아서 읽지 않을 수 없다(그걸 경험적으로 알기에, 농담같이 툭툭 던지는 대사 하나하나나, 소소한 클로즈업 신에서도 계속 긴장을 해야 되서 불편함이 가중되는 듯도 하다). 내용이든 표현이든 심미적인 요소든 와닿았던 것들을 옮기며 기록을 마무리.
- (이 영화는) 시와 산문 사이에서 멈춘다(김혜리).
- 자연과 인간을 매개하는 심부름꾼은 자연에 매혹당한 (혹은 부지불식간에 자연을 희롱한) 개발사 직원을 산제물로 삼는다. 심부름꾼은 우리의 기대를 기꺼이 배반하고 마치 동아시아의 무당처럼 행동한다. 여직원은 자연의 경고를 받고 인간의 영역으로 돌아가 제 생명을 보전한데 반해, 남직원은 그 잔혹함에 매혹되고 선을 넘었기에 그에 따른 처분을 받은 것 아닐까. 영화는 인간이 자연에 밑도 끝도 없이 다가서는 행태를 재고하게 한다. 나아가 자연을 막연한 숭배나 숭고의 대상이란 미명으로 길들인 조연이 아니라, 엄연한 주연으로서 등장시킨다. (중략)
총에 맞은 사슴을 하나가 마주하고 있다. 하나의 시선에서 사슴을 바라보는 숏, 그 뒤 사슴의 몸 숏. 사슴은 총에 맞아 피를 흘리고 있다. 사슴의 시선에서 하나를 바라보는 숏. 하나는 모자를 벗는다. 카메라는 이 순간에도 사슴과 하나 각각의 시선으로 상대를 바라본다.
특히 사슴이 하나를 똑바로 바라보는 숏은 타쿠미가 타카하시를 똑바로 바라보는 숏과 일맥상통한다. 하나가 영화 내내 무해해 보일 정도의 태도로 숲속을 돌아다녔어도 그는 자연 그 자체와 하나가 될 수 없다. 그것은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흐른다'는 것과 같이 분명한 사실이다. 결국 총을 빗맞은 사슴은 자연과 하나될 수 없는 인간으로서의 하나를 공격할 수 밖에 없다. 감히 그 양자 사이에서 균형을 말했던 자신의 오만을, 타쿠미는 자신이 타카하시를 바라보았던 것과 똑같은 눈으로 하나를, 어쩌면 자신을 바라본 사슴의 눈에서 발견한다. 결국 타쿠미는 자신의 오만하고도 혐오스러운 모습을 고스란히 비추어 보이는 거울인 타카하시를 살해할 수 밖에, 아니 그렇게 자신의 분신을 죽여 자살할 수 밖에 없다(sirokryu).
-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엔 영화 보는 즐거움은 없을지 몰라도 영화를 알아가는 기쁨이 있다. (중략)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편하게 즐길 수 없다. (중략) 뒤집어 엎었다고 해도 될 정도로 크게 요동치는 마지막 대목에서는 누구나 충격을 받겠지만 혼란 이상의 감상을 느끼지 못할 관객도 많을 것이다.
그런데 그 미니멀한 촬영 방식이, 끝나기 직전까지 평평하기만 하던 그 플롯이, 그리고 그 갑작스럽게 폭주하는 그 엔딩이, 대단할 게 없어 보이는 그 대화들이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의 비범함이다. 하마구치 감독은 편하지 않은 고요함으로 관객을 서서히 잠식해 들어간다. 하늘에 균열이 생긴 듯한 나뭇가지의 행렬은 단순하나 불길하다. 누구의 것인지 알 수 없는 카메라의 시선은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지만 마음에 잔상을 남기고, 저 미동도 없이 얼어 붙은 호수는 예사롭지 않다. 멀리서 들려온 총성이나 날카로운 가시나무는 어떤가. 그리고 한 치 빈틈이 안 보이는 저 대사들은 끝나지 않을 것 같은 파문을 머릿속에 만들어 놓고 있지 않나. 그리고 나서 영화는 보란 듯이 폭발해 버린다(손정빈).
- Elizabeth: I wonder who first discovered the power of poetry in driving away love? - Darcy: I thought that poetry was the food of love. - Elizabeth: Of a fine, stout love it may. Everything nourishes what is strong already. But if it is only a thin, slight sort of inclination, I'm convinced that one good sonnet will starve it away entirely.
- Darcy: Maybe it's that I find it hard to forgive the follies and vices of others, or their offences against myself. My good opinion, once lost, is lost forever.
- Darcy: Miss Bennet, I have struggled in vain but I can bear it no longer... The past months have been a torment... I came to Rosings with the single object of seeing you... I had to see you... - Elizabeth: Me? - Darcy: I've fought against my better judgement, my family's expectation... The inferiority of your birth... my rank and circumstance... all those things... but I'm willing to put them aside... and ask you to end my agony... - Elizabeth: I don't understand... - Darcy: I love you. Most ardently. Please do me the honour of accepting my hand. - Elizabeth: Sir, I appreciate the struggle you have been through, and I am very sorry to have caused you pain. Believe me, it was unconsciously done. (중략) - Darcy: Might I ask why, with so little endeavour at civility, I am thus repulsed? (중략) - Elizabeth: Do you think that anything might tempt me to accept the man who has ruined, perhaps for ever, the happiness of a most beloved sister? Do you deny it, Mr Darcy? That you separated a young couple who loved each other, exposing your friend to the censure of the world for caprice, and my sister to its derision for disappointed hopes, and involving them both in misery of the acutest kind? (중략) - Darcy: So this is your opinion of me! Thank you for explaining so fully. Perhaps these offences might have been overlooked, if your pride had not been hurt.. - Elizabeth: My pride? - Darcy: by my honesty in admitting scruples about our relationship. Could you expect me to rejoice in the inferiority of your circumstances? - Elizabeth: And those are the words of a gentleman? From the first moment I met you, your arrogance and conceit, your selfish distain of the feelings of others, made me realize that you were the last man in the world I could ever be prevailed upon to marry. - Darcy: Forgive me, madam, for taking up so much of your time.
- Darcy: P.S. As we shall never meet again, I wish you all happiness in the future.
- Mrs. Reynolds: I've known Mr Darcy since he was a boy. He was always a kind and generous person even then. Not everyone can see it, because he does not make a meal of it like a lot of young men nowadays. But he is the most sweet-tempered and kind- hearted man I have ever known.
- Darcy: I have recently thought a great deal about how I appear and act to others. - Elizabeth: It does you credit, sir.
(LONGBOURN - DAWN) Elizabeth creeps out into the garden and wanders around through the early morning mist, as the sun starts to rise. Elizabeth walks out into the open countryside. The mists are starting to evaporate. From out of the mist in the distance a figure emerges. Her heart misses a beat. She is alone, vulnerable. Then she sees it is Darcy.
- Elizabeth: Mr. Darcy! (중략) - Darcy: You must know that your happiness was one of my prime inducements. I know you are too generous to trifle with me. I believe you spoke with my Aunt last night, and it has taught me to hope as I had scarcely allowed myself before. If your feelings are still what they were last April, tell me so at once. My affections and wishes are unchanged, but one word from you will silence me forever. - Elizabeth: (silent) - Darcy: If, however, your feelings have changed... I would have to tell you, you have bewitched me body and soul and I love and love and love you. And never wish to be parted from you from this day on. - Elizabeth: I am very happy to inform you that, not only have my sentiments changed there are no other words which could give me greater pleasure.
- Mr. Bennet: I thought you hated the man. (중략) - Elizabeth: (tears in her eyes) I do like him! (WITH PASSION) I love him! He's not proud. It's I who's been prejudiced, who didn't realize ... You don't know him, Papa...if I told you what he's really like. What he's done. (중략) We misjudged him, me more than anyone. In every way, not just in this matter. I've been so blind. He's been so blind! About Jane, about so many things. Then so have I... You see, he and I are so similiar...we're both so stubborn... - Mr. Bennet: You do love him, don't you? - Elizabeth: Very much. - Mr. Bennet: I cannot believe that anyone can deserve you, but it seems I am over-ruled. So I heartily give my consent. I could not have parted with you, my Lizzie, to any one less worthy.
- Elizabeth: How did it begin? - Darcy: I cannot fix the hour, or the spot, or the look. It was too long ago and I was in the middle before I knew it had begun. - Elizabeth: Now be sincere, did you admire me for my impertinenc? - Darcy: For the liveliness of your mind, I did. - Elizabeth: You may as well call it impertinence, though make a virtue of it by all means. My good qualities are under your protection, and you are to exaggerate - them as much as possible. And, in return, it belongs to me to find occasions for teasing and quarrelling with you as often as maybe... and I shall begin directly... We draw back-their figures diminish, smaller and smaller under the immense, star-spangled sky... Fainter and fainter, the sound of music and laughter...
- "오만은 다른 사람이 나를 사랑할 수 없게 만들고, 편견은 내가 다른 사람을 사랑하지 못하게 만든다." (왓챠)
OST인 Jean-Yves Thibaudet - Marianelli: Dawn은 심금을 울리고, 마침 영화를 압축한 듯한 영상을 보면 몽글몽글 영화의 장면들이 생각나서 너무 좋다. 언젠가 연주하리.
20대의 나를 지배한 아이콘 중 하나는 홍상수였다. 내가 느끼던 막연한 불안, 우울, 내지는 선한 가치에 대한 반역적 시선(진정한 사랑이란?)을 이토록 잘 구현한 감독이 또 어디 있던가? 그가 스스로 말하듯 그의 영화는 인생의 한 사이클을 산 사람, 20대 후반 이상을 타겟으로 하는데, 학교에서는 가르치지 않는 인생(특히 남녀관계/감정)의 어려움을 나는 홍상수의 영화를 통해 이해하고, 나름대로 풀어냈다(교과서를 잘못 고름).
하지만 30대가 되고 조금씩 사회에 뿌리를 내리면서 그의 영화와 자연스레 멀어졌다. 안정적인 생활, 안정적인 관계를 구축할수록 그의 영화나 메시지가 내포하는 불안정성(내지 그 미화/정당화)을 견디기 어려워진 것이다. 설령 그의 영화나 메시지에 공감이 된다 하여도 그건 주로 내가 지우고 싶거나 부끄러워하는 스스로의 단면에 닿아 있었기에, 어떻게든 제도권 안에서 몸과 마음을 다잡기 위해 일정한 거리를 두고 지냈다.
그러다가 고 이선균 씨의 부고를 친구의 입을 통해 嵐電 정류장에서 우연히 전해듣고, 문득 다시 보고 싶어져서 이 영화를 꺼냈다. 30대 후반이 되어, 반 발짝 떨어져서 보니, 내가 갈구하거나 괴로워하거나 고뇌했던 감정, 관계의 실체가 조금은 더 선명히 보이는 것 같다.
결국은 선택의 문제로 귀결된다. 나는 이선균이나 홍상수의 선택을 할 수 없는 – 할 용기가 없는 - 사람이므로 여전히 홍상수의 영화와 거리를 두겠지만, 그래도 이렇게 종종 생각날 때면, 권태에 대한 정당화 기제가 필요할 때면, 아니면 불안한 예감에 대한 선험적인 시각화를 원할 때면, 가끔 찾아볼 것 같다(가급적 위로와 공감을 얻어서는 안될 것이다).
인간이라는 딱하고 예쁜 존재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 홍상수 감독의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이 올해의 영화 1위에 올랐다. 꿈과 현실이 동등하고 정연한 배치로 흘러가며 만드는 리듬과 정서가 아름답다. 애처롭고도 씩씩한 젊은 여자가 삶에서 그리워하는 것들을 투명하게 보여주는 이 영화는 홍상수가 냉소주의자가 아니라 인간을 딱하고 예쁜 존재로 바라보는 작가라는 사실을 어떤 전작보다 분명히 깨닫게 해준다.(김혜리) 이 영화를 올해의 영화로 선정한 지지자들을 대표할 만한 평이다.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은 홍상수 감독의 영화 중에서도 애상의 감정이 유독 깊은 영화로 손꼽힌다. 젊고 씩씩하지만 동시에 두려움과 소망도 많은, 해원이라는 젊은 여성 캐릭터가 겪어내는 그 감정의 모험극이 진한 여운을 전한다는 의견도 많다. 영화 속 꿈과 현실을 동일 질감으로 오가며 만들어낸 그 새로운 미학적 성취에 대한 찬사는 더 말할 것이 없다. 해원을 통해 드러내는 홍상수의 기하학적 청사진. 시공간을 뛰어넘는 통쾌함과 청량한 감상이 주저없이 이 영화를 최고의 영화라고 말하게 만든다.(이지현)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은 외롭고 슬프다가 무서워지는 시간을 견디고 반복하고 다시 감각하기 위해 애쓰고, 그런 자신을 끈질기게 응시하는 동안 홀로 외롭고 슬프고 무서웠으나, 적어도 죽음에 지지 않았다. 한없이 서글프지만 결국은 죽음에 지지 않는 영화. 홍상수의 열네 번째 영화는 그렇게 또 한번, 또 다르게 생을 깨어나게 한다 (남다은) 등의 평들이 제출된 바 있다. 그러니 그 말들을 따르자면,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은 꿈과 현실을 아름답게 잇고, 죽음과 용기 있게 대면하고, 생을 새롭게 두들기는, 불가사의한 영화다. 그로써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이 올해의 영화 1위가 된 것이다.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의 주인공 성준과 이선균 씨를 대조하며 많은 감정이 교차하는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Movie Quotes:
*
진주(김자옥): 공부는 잘 하고 있지? 학교에서
해원(정은채): 엄마, 용기를 학교에서 배우는 줄 알아요? 다 똑같애. 사는거야 그냥.
진주: 그렇구나
*
해원: 난 캐나다가 엄마한테 좋았으면 좋겠어요.
진주: 그전에 한 번 가본 적 있어. 나 거기 가서 내 마음대로 하고 살거야. 맨발로 길거리도 막 걸어다니고, 길거리에서 막 춤도 춰보고. 거기서는 다 할 수 있어. 정말이야. 내 마음대로 하고 살아 볼거야
해원: 엄마 맘대로, 하고 싶은대로 다 하고 살아요.
진주: 너도 그래. 사는 건 죽어가는 거야. 하루하루 조금씩 죽음을 향해서 가는 거라고. 그러니까 아끼지 말고 너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살아. 나처럼 살지 말고.
해원: 그렇게 살고 있어요.
*
해원: 오랜만에 비맞고 다니니까 좋네요. 오랜만이에요 진짜 비맞는거.
성준(이선균): 어 그래. 비맞으면 갑자기 딴 세계 온거 같지. 그지
(중략)
성준: 옛날에 내가 좀 미쳤었거든. 근데 오늘은 니가 좀 그런거 같다 야
해원: 선생님 내가 미친 것 같아요?
성준: 어? 아냐 아냐. 너 너무 예뻐. 너무 예쁘네 진짜.
해원: 나 선생님 보니까 저도 좋아요
성준: 너 왜 이렇게 예쁘니
해원: 왜 그래요 뻔뻔하게
성준: 뭐뭐 내가 뭐
해원: 정말 미쳐본 적 있어요?
성준: 어. 그런 것 같은데
해원: 선생님 그게 좋은 것 같아요.
성준: 뭐가 좋아 그게
(해원 문화재 파괴)
성준: 야 여기 들어가면 안될 것 같은데
(중략)
해원: 오늘만 같이 있어 줘요. 내가 힘이 좀 들어서 그래요.
성준: 알아.
해원: 술 한잔 하러 갈까요?
성준: 술 좋지.
해원: 술 마시고 싶죠?
성준: 어. 다 하고 싶어. 너랑은 다 하고 싶어.
해원: 허. 웃겨. 술만 해요 술만.
성준: 예쁜 새끼가 진짜. 사람 미치게 하려고 진짜
해원: 쳏 웃겨..
(위엄있는 동상 등장)
*
해원: (동창들에게) 내가! 오늘 엄마가 떠났어 캐나다로 가셨거든. 그래서 많이 슬펐어 그래서 내가 감독님 부른거야. 그러니까 오해하지 마. 그게 진실이라고. 믿든 안믿던지. 암튼 거짓말해서 미안하다.
*
해원: 아빠가 나 어렸을 때 7년을 외국에서 일했거든요.
성준: 그래서 니가 다른 애들하고 좀 다른 것 같애.
해원: 뭐가 달라요?
성준: 아 그니까.. 너도 살라고 머리 쓰거든. 쓰는데. 좀 덜 머리 굴리는 것 같애.
해원: 나 악마에요.
성준: 악마야?
해원: 네. 악마에요.
성준: 니가 뭐가 악마야.
해원: 고마운데 선생님이 좋게 보는거에요.
(중략)
해원: 왜 그렇게 슬퍼 보여요?
성준: 옛날 사람들. 여기 성벽 쌓아올리고. 여기서 먹고 자고 했을 거 아냐. 하이고, 이게 다 뭔 소용이 있다고 그렇게 힘들게 살았는지 참. 아무도 이제 기억도 못하잖아. 아무 것도 없는데.
해원: 여기 돌들 남았잖아요.
성준: 그래 돌은 남았지. 이게 다 살아 있는 사람들이 쌓은 거잖아.
해원: 하나씩 하나씩 어떻게 쌓았을까 이 산 위에까지.
성준: 난 아무것도 남기지 않을 거야.
해원: 나도 똑같은 생각이에요.
성준: 그래. 아니다, 그래도 세 개는 남겠다. 내 새끼하고, 내 영화하고, 사람들이 나에 대해 갖는 기억.
해원: 많이 남기네요.
성준: 그게 많아? 아냐 너도 똑같이 남길거야. 사람들이 널 기억할거고. 그러고 나중에 너가 결혼하면 애도 낳을 거고.
해원: 안남길거라니까요. 선생님 혼자 많이 남기세요.
성준: 알았다. 그래 그럼.
해원: 가요.
*
성준: 이거 뭔지 알아?
해원: 뭐에요?
성준: 사직서야.
해원: 그만 둘라고요?
성준: 그만 둘까?
해원: 농담이에요? 사직서네..
성준: 아침에 써봤어 그냥. 그냥 써봤어.
해원: 이거 낼거에요?
성준: 그냥 써봤어. 새벽에 일어나가지고 그냥 써봤는데, 웃긴 게 눈물이 좀 나는 것 있지 진짜 빙신같이. 식구들 생각하니까 너무 미안한거야. 돈도 못버는 놈이 앞으로 뭐 어떻게 살아가겠다고. 찢어버릴까?
해원: 잘 생각해서 하세요. 생활은 해야 되잖아요. 애기도 있고
성준: 알아. 그냥 최악을 연습해 본거야 마음으로.
해원: 선생님 잘못한 것 없어요.
성준: 널 좋아했잖아.
해원: 좋아하지 마세요 그러니까.
성준: 내가 미쳤나?
해원: 먹을 걸 싸올 걸 그랬나봐요.
(중략)
성준: 우리 잘하자. 그래서 오래오래 보자.
해원: 그러고 싶어요.
성준: 우리만 잘하면 돼. 정신 바짝 차리고, 절대 들키지만 않으면 돼. 전에 있던 일은 아니라고 끝까지 우기면 되는거야. 자기들은 증거 없잖아. 시간이 지나면 다 지나가게 되어 있어.
해원: 선생님.
성준: 어?
해원: 비밀은 없어요. 세상에 비밀은 없어요. 모르세요? 비밀 없어요. 결국 다 알아요.
성준: 그럼 어떡하니?
해원: 다 죽으면 돼요.
성준: 하하하! 아이 시끼 말하는거 봐 쪼끄만게. 넌 어쩜 이렇게 예쁘니?
해원: 선생님도 이뻐요.
성준: 사랑해.
해원: 이상하다, 그 소리 들으니까.
성준: 사랑해 정말
해원: 나도요.
해원(독백): 거기서 그만 갈 걸 그랬다.
*
성준: 이런 씨발 좆 같은!
해원: 알았어요 욕하지 마요. 욕하면 무서워.
성준: 뭐 씨발! 좆같애가지고 진짜.
해원: 무섭다 그랬죠!
성준: 뭐 욕이 어때서! 니가 한게 얼마나 더러운 줄 몰라?
해원: 뭘 더럽다는 거에요?
성준: 진짜 너가 한게 뭔지 몰라?
해원: 몰라요!
성준: 뭐?
해원: 당신 맘이 더러운 거겠지.
*
*
정원(김의성): 사세요. 저도 아까 그냥 물어봤는데 주고 싶은 만큼만 주시면 된대요 이거.
해원: 그래요? 그런데 그럼 제가 너무 드러나잖아요.
*
해원: 어떤 사람이 좋은 사람이에요?
정원: 해원씨가 좀 비슷한 것 같은데요?
해원: 네? 농담하시는 거에요? 뭘 아신다고요 저에 대해서
정원: 꼭 오래 봐야지 보이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사실 겉으로 다 볼 수 있는 것 같은데,
해원: 뭐가 보이시는데요?
정원: 해원씨는 겉으로 보기에는 차갑고 굉장히 자기중심적인 사람인 것 같은데, 안으로는 제일 용감한 사람인 것 같아요. 뭔가 힘이 너무 강해서 계속해서 부닥치면서 되게 아프고 그럴 것 같은데, 그래도 계속 부닥칠 것 같아요.
해원: 그래요?
정원: 그래야지 자기가 누군지 알 것 같으니까 계속 부닥치는거죠. 알고 싶은거죠 자기가 누군지. 그런데 그 부닥침의 강도나 지속이 대단할 것 같아요. 그건 뭐랄까 절대적인 진실 같은 것을 살아있는 사람과의 만남 속에서 체험하고 싶은거 그런거 아닌가? 모르겠어요 그런 생각이 들어요 보고 있으면.
해원: 그런 사람이 좋으세요? 부담스러울 것 같은데.
정원: 아뇨. 그런 사람이 제 옆에 있는게 필요해요. 뭔가 내가 망가뜨릴 수 없는 강한 개성 같은 그런게 제 옆에 있는게 저한테는 필요해요. 제 정신 건강을 위해서. 건강한게 행복한 거잖아요. 네. 저한테 정말 그게 필요한 것 같아요.
해원: 아늑하네요 이집.
*
중식(유준상): 깃발 참 멋지네. 어. 너무 단순한데? 너무 멋진 것 같애. 야 깃발은 참 정말 멋진 발명품이야 그지?
연주(예지원): 그것 때문에 바람이 보이잖아요 눈에.
*
성준: 나, 더 이상 힘들어서 더 이상 못할 것 같애. 집에서도 마음이 너무 힘들어서 못견디겠어. 학교 애들도 눈 못 마주치겠고. 너 정말 나랑.. 나 사랑하니? 너 너무 사랑하거든? 우리 어디로 가버릴까? 아무도 없는 데로?
해원: 어디로 가요 우리가 어디로..
성준: 강원도 같은 데.. 거기 내가 아는 신부가 있거든
해원: 선생님 잘못이에요
성준: 뭐?
해원: 우리 맨 처음 자고 나서 그게 끝이라 그랬잖아요. 그때 얼마나 좋았어요. 근데 선생님이 다시 전화했잖아요. 그때 전화하지 말았어야 해요
성준: 그래 내가 잘못한거고.
해원: 네 선생님이 잘못하셨어요. 원하는거 다 어떻게 하고 살아요. 왜 왜 다하려고 하세요.
성준: 다하려고 한거 아니야. 너 사랑한 것 밖에 없어.
해원: 사랑한게 아니라 내 생각을 안한 거겠죠.
성준: 꼭 그렇게 얘기해야 되냐?
해원: 너무 힘이 들어요. 너무 힘들면 아무도 못참아요. 아무도 못참아요. 선생님은 안힘드세요?
성준: 뭐하자는 거니 우리 지금
해원: 헤어져요. 헤어질 것도 없겠지만. 선생님 하나도 포기 안하려고 하시잖아요. 저도 잘 살고 그냥 그럴래요.
친해진 고객이 있다. 66년생 아저씨다. 다른 일로 서대문에 왔다길래 순대국 한사발 하고 스타벅스에서 아메리카노나 빨면서 지나간 업무 이야기나 하고 있었다.
친해지면 잘해주고 싶은게 사람 마음이다. 1월 1일에 급하게 처리해 주었던 업무 이야기를 하다가, 힘들진 않냐고 묻기에 으레 그렇듯 너스레를 떨면서 넘기려던 참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아저씨 눈망울이 묘하게 그렁그렁해지면서 "혹시 화양연화라는 단어를 아세요"라고 묻는 것이었다.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같은 시절을 화양연화라고 하지요. 저는 이제 일하고 싶어도 마음껏 일하지도 못해요. 내가 만할때는 일에 미쳐 살았지. 자정까지 일해도 힘든 줄을 몰랐어. 그땐 일이 재미있었거든. 돌이켜 보니까 그때가 화양연화였나보다 싶더라고. 힘들어도 찾는 사람도 많고 할 일도 많은 지금이 화양연화니까 재미있게 해요. 내나이 되면 하고 싶어도 못해. ㅎㅎ"
문장으로 옮겨놓고 보니 흔한 586 세대의 꼰대 발언에 불과한 것이다. 그런데 내가 울컥했던 것은 우선 66년생 건설사 출신 아저씨와 사뭇 대조적으로 "화양연화"라는 단어가 주는 울림의 산뜻함, 의외성, 그리고 화자의 진정성 때문이었던 것 같다(지금 프로젝트 끝나고 고정된 직업이 없으신 상태). 은퇴 후에 이것저것 해보려고 돌아다니시는 아버지 모습도 겹쳤다. 맞아 저 사람은 정말 내가 부러울 수도 있겠다. 젊고 건강한 지금이 내 전성기일 수도 있겠다.
그러다가 문득 영화 "화양연화"가 재개봉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20대 때 처음 봤을때는 보다가 졸았는데, "20대때 봤을 때는 그냥 괜찮은 영화, 30대때 다시 봤을 때는 아련함과 슬픔으로 눈물이 나는 영화, 40에 이르러 또 다시 봤을 때는 내 인생의 인연들을 반추하게 만들고 내 인생의 화양연화를 추억하게 만드는 영화"라는 평을 보고 서른이 되면 다시 봐야지 - 했던 기억도 함께 떠올렸다. 같은 왕가위 감독의 중경삼림도 처음엔 그저 그랬는데 산전수전 겪고 다시 보니 최애 영화가 되었듯, 화양연화 또한 그렇지 않을까 라는 기대와 함께. 도대체 화양연화란 언제고, 무엇일까.
사랑의 완성은 때로는 이별이다
당연히 푸른 청춘의 어느 예쁜 사랑을 그릴 줄 알았는데, 남주의 화양연화는 첫사랑도 결혼 상대도 아닌 불륜 상대였다. 서로의 배우자에게 배신당하고, 그 상처를 공감대로 만난 둘의 인연은 참 조심스럽다. 서로가 신경 쓰이고 호감은 가지만 "우린 그들과 달라야 하기에" 내민 손을 뿌리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서로가 서로를 쉽게 떠나지 못한다. 그 가운데 서로가 위치하는 공간(남자의 방, 호텔 등), 양조위의 포마드와 장만옥의 치파오로 상징되는 남/여성성이 주는 성적 긴장감이 상당하고, 침대와 소파만큼의 거리가 오히려 마음을 조인다.
그렇게 엇갈리고 스치고, 마음을 내어줬다가 거뒀다가, 결국 항상 풀세팅 상태이면서도 모럴은 흐트러지지 않는 장만옥이 이내 양조위에게 엉엉 안겨 울때 참 마음이 아팠다. 사람에게 데이고 사람 때문에 아프고 힘든데, 다시금 사람에게 의지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 참 아이러니하면서도 씁쓸했다.
"티켓이 한장 더 있다면 나와 같이 가겠소?" "티켓이 한장 더 있다면 저를 데려갈 건가요?". 진심이지만 정답이 아닌 말들. 서로 두 눈을 바라보고 했으면 더 없이 로맨틱한 말들이, 가슴을 부여잡고 눈물 흘리며 하는 독백이 되니 너무 마음이 아프다. 하지만 그리움은 그리움으로 남았을 때 온전한 것이기 때문에, 결국 이별을 택하는 두 사람의 마음에는 너무나 공감이 된다. 결혼을 통해 사랑에게 배신당한 두 사람이, 오히려 이별을 통해 사랑을 완성하는 과정은 모순적이기에 아름답다.
화양연화를 최대한 즐기는 방법
작년 말 올해 초는 많이 힘들었다. 일은 많았고 인연은 어그러졌으며 나는 시종일관 불안하고 초조했다. 그런데 그렇게 일에 파묻혀 있는 순간마저도 사실은 화양연화였을지도 모르겠다. 청춘은 서른에 끝났다며 미화된 20대를 그리워하지만 과연 그때라고 행복했을까. 오히려 현재는 초라했고 미래는 불안했을지도 모른다. 항상 어디에도 뿌리내리지 못하고 여기가 아닌 어딘가를 꿈꿨던 시절에 불과했다. 지금은 그래도 잘 버티고 있잖아, 주어진 환경 속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잖아(그러고 보니 30대는 내가 가진 능력 이상으로 최선을 다했다고 자부하는 몇 안되는 세월이다). 지금이 나름의 화양연화라는 결론에 도달하고 나니 다시 조금은 마음이 편해진다.
돌이켜보면 한 순간도 쉬운 시절이 없었다. 그럼에도 나는 내가 나름대로 재미있게 잘 살았다고 생각한다. 내 장점은 남들이 보기에 어려운 환경이어도 그 나름의 좋은 점을 발견하고 충분히 향수할 수 있는 능력에 있다. 내가 가지지 못했기 때문에, 오히려 가진 사람들이 할 수 없는 무언가를 찾아내는 행복을 잊고 있었던 것 같다.
(일이든 사람이든) 결핍은 빨리 메워야 하고, 거리는 빨리 좁혀야 한다는 강박이 심해졌다. 뒤쳐지기 전에 남들만큼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에 괴로웠다. 자력으로 메울 수 있는 결핍은 빨리 메우면 좋겠지만 내 마음처럼 되지 않는 일들도 무수히 많다. 심지어 내가 잘못한 것이 하나도 없는데 어그러지는 일도 있고, 내가 베푼 선의가 오히려 안좋은 결과로 돌아오기도 한다. 내가 최선을 다했는데... 그럼에도 채워지지 않는 부분이 있다면 그건 그냥 그렇게 되어 버린 것이지, 채우지 못한 나를 무작정 채찍질하거나 채워주지 않은 상대방을 탓할 일이 아니다. 오히려 그 결핍 내지 공백을 이용하면 재미있는 일도 많을 수 있다. 소공녀의 미소처럼 단골 바를 만들거나, 12시 넘어서까지 야근을 하면 스스로에게 위스키 한잔을 선물하고 꿀잠을 잔다거나(회사에 라산타라도 한병 들여놓을까...다 술얘기네...)... 상수를 견뎌내고 변수를 즐길 것, 내가 이뤄왔고 이루고 있는 일상을 과소평가하지 말 것, 돌이켜 보면 오늘을 그리워할 미래에 대한 예의를 다하기 위해서라도 최선을 다할 것.
기억에 남는 대사들
"낮에 사무실엔 왜 전화했죠?" "당신 목소리가 듣고 싶어서." "제 남편도 늘 그렇게 말했죠. 오늘은 왜 전화 안 했어요?" "귀찮아할까 봐."
"잘못한 것도 없는데... 괜히 무슨 죄라도 지은 사람 같아요." "우리야 결백해도...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 안 하죠." "절대 잘못돼선 안 돼요."
"내 말에 솔직히 대답해요. 당신 애인 있죠?" "미쳤어? 누가 그래?" "그건 알 것 없고, 있어요, 없어요?" "없어" "거짓말 할 거예요? 날 봐요, 나 좀 봐요. 정말 애인 같은 것 없어요?" "있어." (오열) "그렇게 반응하면 안 되죠. 솔직히 그걸 인정했을 땐 받아들여야죠." "난 자신 없어요. 그러고 싶지도 않고." "한 번 더 해봐요." "솔직하게 대답해 봐요. 당신한테 애인 있죠?" "미쳤어? 누가 그딴 소릴 해?" "그건 알 것 없고... 있어요, 없어요?" "없어" "거짓말 말고... 솔직히 말해봐요. 정말 애인 없어요?" "있어" (오열) "괜찮아요?" "인정하고 싶지가 않아요."
"우리 소문이 무성해요." "우리만 결백하면 되는 것 아녜요?" "나도 처음엔.. 당신처럼 생각했죠. 우린 그들과 다르다고. 근데 틀렸소. 당신을 위해서라도 내가 떠나야 해요." "날 사랑했다는 말인가요?" "나도 모르게... 처음엔 그런 감정이 아니었소. 하지만 조금씩 바뀌어 갔소.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당신이 남편과 있다고 생각하면 미칠 정도로... 난 나쁜 놈이오. 부탁이 있소." "뭐죠?" "미리 이별 연습을 해봅시다."
"옛날엔 뭐가 감추고 싶은 비밀이 있다면, 산에 가서 나무를 하나 찾아, 거기 구멍을 파고는 자기 비밀을 속삭이곤 진흙으로 봉했다 하죠. 비밀은 영원히 가슴에 묻고"
"그 시절은 지나갔고, 이제 거기 남은 건 아무것도 없다. 그는 지나간 날들을 기억한다. 먼지 낀 창틀을 통하여 과거를 볼 수 있겠지만, 모든 것이 희미하게만 보였다."
- 조제는 '꽃이나 고양이가' 보고 싶어서 산보를 했다고 한다. 나는 꽃이나 고양이가 보고 싶어서 밖에 나가본 적이 있나?
- 프랑수아즈 사강, '신기한 구름'
- '코와레모노'가 해야 할 일이란?
- 기껏 '카에레'를 외쳐놓고 '혼마니 카에루키까'를 말할 수 밖에 없는 조제의 심정.
- 시간이 흐른 후 연인관계에서의 온도차. 호랑이를 볼 때를 시선
- 1년 반 기다려준 우에노 쥬리와 재회하고 주저앉아 터트린 울음의 의미는 뭘까. 조제에 미안함? 쥬리에 대한 미안함? 자괴감? 후회? 결국 정상인을 택하는 스스로에 대한 역겨움?
- 그렇게 뜨거웠던 너희가 시간이 지나면 정말 친구로 지낼 수 있을까.
말레나 다시보기(15. 4. 27)
- 모니카 벨루치는 '굉장하다'
- 같은 대상을 바라보는 소년의 관점, 남성의 관점, 여성의 관점이 다 각기 다르다.
- 건전한 여론과, 소문과, 추문을 구분하는 지점은 어디인가.
- '제 의뢰인 말레나는 단지 죄가 있다면 운명적인 외로움과, 아름다움을 타고 난 죄 밖에 없습니다. 아름다운게 죄였습니다. 시기와 질투 그리고 거짓말로 인해 수치스러움 속에 부친의 신뢰마저 잃었습니다. 제 의뢰인은 이제 남편의 주검이 있을 저 먼 아프리카를 바라보며 눈물만 흘릴 뿐입니다'
라고 해준 변호사마저 결국은...
- 명불허전 레몬샤워씬
- 드러낼 수 없는 말레나의 슬픔은 소년의 눈물을 통하여 드러난다.
- 굳이 나치를 끌어온 이유는 나치즘, 파시즘과 일반 대중들의 집단 광기가 그 속성에서 큰 차이가 없음을 드러내려 한 것이 아닌가.
- 대체로 메시지가 과한 느낌은 있으나, 거리로 인해 유지되는 소년의 순수와 그 안에 내재된 갈망/성욕이 섞여서 끝까지 묘한 느낌을 유지한다. 여운이 남는 영화.
시간 여행자의 아내(15. 4. 29)
- 레이첼 맥아담스♥♥♥♥♥♥♥♥♥
- 어바웃 타임과 대체로 유사하다. 시간 소재 로코라서 어쩔 수 없는듯.
- 내가 어찌할 수 없는 것들, 내 손을 떠난 것들, 하지만 내가 너무 사랑하는 것들.
- 마지막 키스는 정말 눈물난다. 유한성이 사랑을 매순간 새롭게, 영원하게 하는 것이었을까?
- 시간을 거스를 수 없는 우리네 삶에선 그 순서도 정말 중요하다.
- Life is always~
봄날은 간다(15. 5. 19)
- 시종일관 여자 위주 페이스. 귀여워 죽겠다는 표정에 농락당하는 유지태!!
- '무슨 말이야' '그냥 끝나간다고' '뭐가 끝나가는데' '..끝나간다고'
- '은수씨 내가 라면으로 보여? 말조심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그냥 떠나는 것 말고 남자에게 남겨진 선택지가 뭐가 있는가.
- 집 나갈때 침대에서 눈뜨고 있는 여자 심리는 도대체 뭐지? 다시 전화걸어서 녹음실에 찾아온 심리는 또 뭐지? '내가 오니까 좋아?' '나 보고 싶었어?' 그리고 '나 들어가볼게.' ?? 다시 키스하는 심리? 다시 돌아가는 심리?
- '우리 헤어져' '너 나 사랑하니?'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헤어지자'
- 맹목적인 사랑은 치매노인의 미련 같은 것인가. 사람도 사랑도 변했는데 놓지 못하는 그런.
- 차에 기스내고 '크헝'하고 한숨쉰 후 토끼는 유지태 짱웃김
- '잘 지내지' '기억나?' '뭐가?' '그냥'. '우리 같이 있을까?' '왜?'
- 사랑이 때때로 변한다는 건 잘 알겠다. 사랑하다가 덜 사랑하게 될 수도, 안 사랑하게 될 수도 있다. 그러다가 다시 사랑하게 될 수도 있고. 그럼 개인으로서의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건가? 변하는 감정에 맞춰서 같이 변해야 되는건가? 변치 않은채 지켜나가야 하는건가? 온전히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머리로만 알고 있는 것인가.
2. 다큐멘터리에 가까우면서도, 내러티브적으로 대단한 것이 없다는 것은 확실한 흠이다. 사실관계 자체가 단순하고 영화화할 건덕지가 많지 않은 관계로 전반적으로 스토리가 단조롭다.
3. 스토리도 단조로운데 인물 성격 설정도 단조롭다. 별 고민 없이 왕비의 자리에 올라 단조로운 일상에 괴로워하며 할리우드 복귀까지 생각했다가, 나라가 위기에 빠지며 '모나코 왕비'라는 또 하나의 배역에 충실하기 위하여 적응하고, 노력해서 평화를 이끌어내는 다소 신데렐라적인 캐릭터.... 할리우드 배우->왕비라는 굉장히 특수한 캐릭터이기 때문에 특유의 내면의 고충이라던지 성찰적인 부분을 더 강조할 수도 있었을텐데, 더 입체적인 캐릭터도 될 수 있었을텐데 아쉬움이 남는다.
4,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름 영화를 좋게 본 이유는
1) 주인공 자체의 매력. Grace kelly 자체가 워낙에 매력있는 인물이었을 뿐더러, 니콜 키드먼도 왕비 역할을 진짜 눈부시게 소화했다. 하도 니콜 키드먼이 이쁘게 나왔다는 얘기를 많이 들어서 기대를 많이 하고 간 터라 처음엔 약간 실망했었는데, 보다보니까 매력넘침....
중간에 개인교습받을 때랑 적십자 연회에서 시민들과 소통하는 장면은 대부분 니콜 키트먼 풀샷에 대사도 없이 표정과 아우라만으로 이끌어나간 신인데, 명성다운 포스를 팍팍 풍김ㅎㅎㅎ
2) 모나코는 아름답다. 다음 유럽 여행 코스에 모나코 추가..... 영상미도 뛰어나고, 그냥 경치 감상만으로도 눈 정화..
3) 항상 외교적으로 치이고 강대국한테 짓밟힌 역사를 가진 우리 나라 국민이라면 어느 정도 공감가는 상황이다.
3) 저렴한 가격(6천원). 매달 1매씩 티켓 제공하는 그린회원(?)인가는 연회비 5만원. 싸다.
단점은..
1) 역시나 영화티켓은 영수증 ㅜㅜ
2) 상영중인데도 포스터 없는게 좀 있음
3) 상영관이 작다보니 약간 빔프로젝트 틀어놓고 골방에서 영화보는 느낌 ㅋㅋ 나쁜건 아닌데 뭔가 밋밋할 수 있다. 뭐 이건 공간 자체의 한계. 이런 사이즈의 공간이니 유지가 되겠지.
2. '코엔 형제' 특유의 수많은 메타포의 해석에 대해서는 http://movie.naver.com/movie/bi/mi/reviewread.nhn?nid=3304029&code=89627&pointAfterActualPointYn=N&pointAfterOrder=sympathyScore&pointAfterPage=1&pointBeforeInterestYn=&pointBeforePage=1&reviewOrder=&reviewPage=1#tab 참조.
3. 음악영화의 고정관념에서 탈피했다는 것만으로도 신선하고 좋았다. 어거스트 러쉬부터 원스에 이르기까지 가수로서의 '성장'과 '성공'에 초점을 맞추면서 결국 가수는 뭔가 별처럼 빛나는 존재고 노래는 모두의 심금을 울리는....ㅋㅋ 승리로 귀결되는 스포츠 영화에서처럼 그 나름의 감동을 자아내기는 했지만 어쩌면 그런 영화의 감흥은 오디션 프로그램에서의 감동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닐지도 모른다.
영화 이면의 세계를 영화로 보여준 느낌. '현실은 영화와 다르잖아'라는 명제를 부수는 영화. 이 영화야말로 현실이다.
인용하자면
'영화는 기적들의 어색한 연결보다는, 일상의 통찰력있는 연결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공감.
시카고 오디션 장면에서도 미소를 지으며 선율에 빠져 있다가 '이 노래는 돈이 안되겠는걸' 이런 대사를 접할때의 가슴 쿵한 순간은 모두가 박수치고 모두가 환호하는 광경에서 느낄 수 없는... 먹먹함으로 다가온다.
4. 워낙부터 존메이어나 김광석 같은 포크송 싱어를 좋아하기도 했지만, '60년대' 포크송은 처음 접해보는데 올드한 느낌은 조금 있지만 편하면서도 찐득한게 너무 좋다 ㅜㅜ
영화 자체가 대단한 메세지나 플롯이 있는게 아니라 음악 자체에 집중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기타 선율에, 포근한 목소리에 정신을 맡기는 것 만으로도 몽글몽글 충분한 힐링 ㅜㅜ
five hundred miles 진짜 좋음!! (https://www.youtube.com/watch?feature=player_embedded&v=T9yPd5nQJNc)
5. 마성의 캐리 멀리건 ㅜㅜ 위대한 개츠비에서 데이지도 진짜 야무지게 잘 소화해냈는데 여기서 여주인공 '진'도 엄청 매력적이다. 말갛게 수수하게 멍한 표정에서 욕을 찰지게 내뱉는데 뭔가 설렌다 ㅋㅋ
6. 흘러가는 삶에 지칠 때도 많다. 모두가 성공을 거머쥐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대부분은 고단하게 노력하지만 아무 대가도 받지 못한다. 여기가 아닌가 싶어 저기를 가봐도 마찬가지이다. 고양이조차 쉴 곳이 있는데 뚜렷한 거처 없이 사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결국 나는 지쳤어!! 를 선언하고 남겨진 초라한 선택지를 택하는 것, 어쩌면 그게 '현실의 자각'이고 '어른이 되는 것'일지도 모르겠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에게는 뮤지션이라고 저녁 식사의 흥을 돋우기 위해 아무데서나 노래하는 그런 사람 아니라고, 프로답게 목에 핏대 세워가며 자존심 세우고, 작은 밤무대에서나마 아름다운 연주를 들려줄 때의, 뮤지션으로써의 그의 모습이 제일 멋지다. 삶이 워낙 고되기 떄문에 양보해야 하는 지점도 있지만 그만큼 지켜야 할 소중한 것들이 있다. 남루한 옷차림에도 남의 집 소파를 오가는 삶 속에서도 그가 그렇게 초라해보이지 않았던 것은 그런 열망, 총기에 찬 눈망울 때문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안정적인 선원 일을 얻으면 고정된 수입은 있을지언정 그는 훨씬 초라해보이리라고 감히 예상한다. 나를 빛나게 하는 일을 찾는 것. 그 가운데서도 일상과의 밸런스를 무너뜨리지 않는 것... 무서울 정도로 모순인 이야기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