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다닐때 만큼 바쁘고 정신없는 7월이었다(다음 주 까지, 다음 달까지, 아니 올해 내내 바쁠지도..).
불지옥 교토에서 분명히 더위를 먹었는데, 더위를 먹은 상태가 new normal이 되니 또 그런가보다 하고 사는 중.

씁......

어제 가메오카 농장 구경 + 학회 참석 + 오래간만에 콘신카이에서 신나서 술 잔뜩 먹고 잠들었다가, 이제야 정신 없는 한 단락이 마무리된 기분.  이쯤 되면 푸드덕푸드덕 우당탕탕은 그냥 내 인생의 키워드인가보다 싶다.

그래도 하나씩 정리 중.  일단 집과 주차장을 구했다.

가라스마선/에이잔전철 더블역세권 + 조용한 주택가 + 남향(거실 채광 중시) + 가까이에 공원/강/산 중 2개가 있을 것 + 1LDK 이상/주차장 합계 10만엔 이하 + 築浅(지은 지 10년 이하)라는 미친 조건을 내세웠음에도 불구하고, 좋은 물건을 찾아준 교토라이후 담당자에게 너무나 감사 ㅠㅠ 넘치는 인복이 급기야 일본 공인중개사까지!!

오늘 저녁에 차까지 사면 일단락될 것 같다.  평일 일찍 高野川따라 학교 가서 오후까지 공부하고 저녁에는 내 시간 가지기, 주말에는 차로 교외에 나가서 車中泊하고 캠핑장에서 위스키 한잔 때리면서 별보며 잠들기 로망의 실현이 눈앞에..

공사다망했던 날들의 To-do List를 하나씩 지우고, 복잡했던 머리를 비우고, 엉망이 된 집을 청소하고, 밀린 빨래를 돌리고, 프렌치프레스로 커피 내려먹고, 잠시 쉬었다가 점심 먹을 준비를 해야지.  落ち着き가 필요해서 1960년대 팝을 대충 틀어 놨는데, 오래간만에 흘러나온 Simon & Garfunkel에서 위안을 받는다.

 

Hello darkness, my old friend
I've come to talk with you again
안녕 나의 오랜 친구 어둠
너와 다시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Because a vision softly creeping
Left its seeds while I was sleeping
And the vision that was planted in my brain still remains
within the sound of silence
어떤 광경이 조금씩 선명해지고 있어
잠든 사이에 뿌려져
머릿속 깊게 뿌리내린 그 광경이
침묵 속에서 되살아나

In restless dreams I walked alone
narrow streets of cobblestone
'Neath the halo of a street lamp
I turned my collar to the cold and damp
When my eyes were stabbed by the flash of a neon light that split the night
and touched the sound of silence
불안한 꿈 속에서
난 어스름한 가로등 불빛 아래
좁은 돌길을 홀로 걸었어
차갑고 눅눅한 것들을 피해 옷길을 여밀 즈음
날카롭게 번쩍인 네온 불빛이 내 눈을 찌르고
밤을 가르며 소리의 침묵과 맞닿았어

And in the naked light I saw
Ten thousand people, maybe more
People talking without speaking
People hearing without listening
People writing songs that voices never share
and no one dared disturb the sound of silence
적나라한 불빛 속에서 내가 본 것은
수많은 사람들의
진심 없이 흩어져 버리는 말들
귀에 닿지 않은 채 흘러가는 소리
함께 나눌 수 없는 노래
그 누구도 침묵을 깨려 하지 않았어

"Fools" said I,
"You do not know silence like a cancer grows
hear my words that I might teach you
take my arms that I might reach you"
But my words like silent raindrops fell
and echoed in the wells of silence
나는 말했지
참 바보같아
침묵은 암세포처럼 우리를 잠식해 나갈 거야
내가 알려줄테니 내 말을 들어줘
내가 너에게 닿을 수 있도록 내 손을 잡아줘
하지만 내 말은 소리 없는 빗방울처럼 내려 앉아
침묵의 웅덩이에서 메아리칠 뿐이었어

And the people bowed and prayed to the neon god they made
and the sign flashed out its warning in the words that it was forming and the sign said,
"The words of the prophets are written on the subway walls and tenement halls"
and whispered in the sounds of silence
사람들은 그들 스스로 빚어낸 네온빛 우상을 향해 고개숙여 기도했어
번쩍이는 문구가 경고하길,
현자의 말은 지하철 벽이나 아파트 현관에 적혀 있다고
침묵의 소리로 속삭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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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의 상실 / 집 구하기

from 일상 2024. 7. 13. 08:53

등산을 마치고 쿠라마선 이치하라역에서 집으로 가는 열차를 탔다.
열차 광고판에 도시샤소학교 광고가 있었는데, 문구는 "훌륭한 사람이 되기 보다는, 좋은 인간이 되었으면."
(도시샤소학교는 도시샤대학교 입학이 거의 보장되는 명문 사립학교고, 학비가 연간 1천만원이 조금 넘는 것은 잠시 잊자 ㅎㅎ)

반대로 그런 수요층을 상대로 하는 한국 사립학교에서 저런 문구가 가능할까?
참고로 계성초는 "창의, 인성교육에 바탕을 둔 글로벌 인재", 중대부초는 "4차산업혁명시대의 글로벌 인재", 경복초는 "미래를 이끌어가는 Only One 글로벌 인재"가 인재상임.  망할 글로벌(어.. Global Reach..?)!! 약간의 인성을 추구하는 계성초를 제외하고 좋은 인간일 필요는 없어 보인다.

일본에 와서 슈카 아저씨가 한 말이 바로 내가 한 말이고(결혼해야 되는데 집 안사요? 대형로펌 가면 돈 많이 주는데 왜 교토나 오사카에 있어요? 커리어 때문에 불안하지는 않나요? 이런 명문대 나와서 아깝지는 않고요? 변호사시험 붙고 왜 박사과정 바로 왔어요 사법연수원 갔다가 변호사 찍어 두는게 낫지 않아요?), 슈카 아저씨가 받은 답변이 바로 내가 받은 답변이다(지금 동거중인 집에서 작게 시작하려고요.  저는 교토가 좋은데요.  개인사무소에서만 할 수 있는 일도 있는데요.  개인의 선택 문제이지, 로펌 간에 어떤 서열이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만.  저는 변호사 업무보다 연구 활동이 좋아서요.).

다르게 말하면 개인의 각기 다른 선호(preference)를 존중하는 분위기.

돌이켜 보면 회사의 업무도 피곤했지만, 한국사회 자체에 많이 지쳤던 것 같다.  (운 좋게도 우리 회사에 들어와서 동료의 소중함, 협업의 즐거움을 느끼고, "실력 없는 변호사는 악에 조력하게 된다"는 가르침을 얻어 열심히 배우고 있지만) 모든 것을 돈으로 환산하는 관념, 부동산 스트레스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었다.

이런 이야기가 나오면 주로 "일본은 계층 상승의 욕구 없이 대대손손 사회에서 정해준 칸막이 안에서 쭉 살아가는 마인드라서 가능하다"는 반박이 나오는데, 계층 상승이 도대체 뭔가? 하물며 판검사보다도 로펌 변호사가 선호되는 이 사회에서, 계층은 결국 자산의 규모(특히 부동산 보유 형태/입지)로 구분될 것이다.  사회가 정해준 칸막이는 또 무엇인가? 오히려 천장을 뚫지 않아도, 아득바득 상승지향적 삶을 살지 않더라도 괜찮다는 것 아닌가? 나는 오히려 아파트 콘크리트 벽이 사회가 정해준 칸막이 처럼 느껴진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면 달라질 거라고 하는데 과연 그런가? 냉엄한 현실이지만, 수백번 생각해 봐도 인생의 목표가 상급지 아파트인 삶, 아이에게 부를 물려주는 게 목표인 삶은 살고 싶지가 않다.  내가 하고 나서 뿌듯한 일을 적당한 시간 동안 하고, 적당한 보수를 받아서, 사랑하는 가족과 최대한 오랜 시간을 보내는 삶을 추구하는게 너무나 당연한 것 같은데...........????

로펌 이전에 한국에 돌아가는게 맞나 라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지만.. 쓸데없는 고민이 들 때 떠오르는 얼굴들이 여럿 있어서 되게 감사하다는 생각도 든다.  유무형의 가치를 추구하는 동료들에게 서로 기대어 가며 여기까지 왔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 고마운 마음.    계획대로라면 2025년 말에는 다시 자본주의의 마취제를 여러 통 맞을 예정이므로 괜찮..겠...지???? 하지만 어디까지 더 할 수 있을까.  "삶의 가치를 재단하는 것은 그 누구도 아닌 내 손이 결정한다."

아침부터 TV조선을 보며 허공에 삿대질을 하는 할배 같은 소리만 하고 있는데, 사실 이사철을 맞이하여 어디서 어떻게 살지(주거와 관련하여 어떠한 가치를 추구할지!!) 고민이 많았다.  그러다가 어제 함께 등산을 간 친구들 중 비슷한 가치(그놈의 가치!!)를 추구하는 분이 추천해준 사이트에서 가슴이 뛰었다...

 

 

ROOM MARKET-ルームマーケット-

「住」の常識をかえてみませんか? PICK UP新着賃貸物件 そこに住み、生活し、 過ごす「時間」が 我々の商品です。

roommarket.jp

"주거의 상식을 바꾸어 보지 않겠습니까? 그곳에 살고, 생활하며, 보내는 "시간"이 우리의 상품입니다."
"마음을 비우고 편히 쉬는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집.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마음이 채워지는 시간.  매일 돌아올 때 마다 마음을 새로이하는 시간이 기다리는 집을 제공하고 싶습니다."
"Room Market이 추구하는 것은 80%의 완성도.  여백을 남겨두고, 마무리는 살아갈 사람에게 맡기려 합니다."
"춘하추동 색색의 풍경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합니다.  경칩, 곡우, 백로, 상강.. 예전에는 사계절을 24절기, 72후로 나누어 몇 일 단위로 옮겨지는 계절을 아로새겼습니다.  일상에서, 계절의 그라디에이션을 느낄 수 있는 집에서의 생활을 제공하려 합니다."
"건물에 새겨지는 역사는 무형자산이라 할 만한 것.  Room Market은 부동산 계약 시의 중요사항설명서에 기재되지 않은 건물의 유래도 전하려 합니다."

 

 

ROOM MARKET-ルームマーケッ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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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치죠지 6.6만엔에 이런 공간이..? 한발짝 늦은 나, 피눈물만 흘려 본다.

 

ROOM MARKET-ルームマーケット-

所在地 上京区|一番町(上七軒の南側) 交 通 JR山陰線円町駅・徒歩12分 賃 料 5万円 共益費 なし 礼 金 2ヶ月 敷 金 1ヶ月 契約期間 2年間(定期借家契約) 更新料 - 再契約料 1ヶ

roommarket.jp

이런 집 완전 좋은데(생활권이 나랑 다르지만 않았어도 ㅠㅠ) 야칭 5만엔이라니 당혹스럽다.  여러 사이트를 알아보고 있었는데 모든 활동을 중단하고 룸마켓 무한 새로고침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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