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당탕탕 9월 / 겨울잠

from 일상 2024. 9. 14. 22:31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9월이 정말이지 우당탕탕 흘러가고 있다.

그 와중에 혼자 몸을 갈아서 무사히 이사를 마친 나를 칭찬하며, 가스토에서 늦은 저녁(피자+샐러드+와인) 중.
선뜻 도움을 줄 여러 얼굴들이 떠올랐지만, 가뜩이나 도움 요청하는걸 어려워하는 나인데 나이까지 어린 동생들이라 ㅠㅠ 차마 도와달라 하지 못했다.  이사하는 내내 고양이 손이라도 빌리고 싶다는 말을 떠올리며 크게 후회했지만, 또 막상 꾸역꾸역/우당탕탕/바타바타 해내는 건 나의 30대 그 자체 ㅠㅠ

그 사이에 잡다하게 해야 할 일이 너무 쌓여 버렸다.

~9/16(월) 스크립트 확인, 9/18(수) 미팅 이건 정말 나한테 부탁하면 안되는 것이라 생각하지만, 심호흡 열 번 하고 수락했다.  상황 다 이해하지만 아닌 것은 아닌 것.  나는 이런 선배가 되지 않을 것임을 굳게 다짐.
~9/18(수) 일본 법제 조사 → 실로 오래간만에 하는 공익 업무.  수 년을 가라로 하고, 급기야 막판엔 마지막 보루까지 무너져서(기부금으로 공익시간 채우기) 양심의 가책을 많이 느끼던 차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9/20(금) 심포지엄 발제문 번역 → 가급적 18(수)까지 마무리.  내가 생각한 적정한 수준에서 접점이 생긴 것 같아서 기분좋은 스타트! 그나저나 논문 보내달라는 분이 종종 계신데, 다음에는 꼭 더 잘 쓸 것을 다짐해 본다 읽을수록 부끄럽다 ㅠㅠ
~9/22(일) 일시정지 관련 외국 문헌 조사 야마다 교수님이 1:1 면담에서 자그마치 3시간이나 내주시며 모든 개별 논점을 함께 훑는 기회를 주셔서 너무 황송하고 감사했다.  함께 토의하면서 본인도 위원회 참석이 더 즐거워졌다고 말씀해 주시는 스윗함까지 ㅠㅠ 이번 생에서 인복은 어딜 가도 패시브로 따라오는 것 같아서 너무 행복하고 보답하고 싶음!
~9/23(월) 면담 → 이것도 솔직히 선 넘었지 ㅠㅠ..........................................
~9/30(월) MBE Lecture 끝, 9월 초까지 overachieve하면서 흐름 좋았는데 끊어져서 아쉽.  Contracts랑 Tort는 비교적 수월했고 Criminal Law도 그냥저냥 할만하다고 느낌.  왠지 남은 과목들이 다 헬일 것만 같다.  시험 일정은 remote 응시 가능하면 내년 2월, 불가능하면 내년 7월로 확정
~2학기 일정 관련 교수님 면담 / 재택 연수 관련 N사무소 협의.  조건은 상관없으니 업무량이 적정하길 ㅠㅠ

사실 의도적으로 일을 벌린 부분도 있다.  어떤 방면에서든 결핍이 생기면 나를 채찍질하는 방향으로 해결하는 방법 외에 마땅한 해결책을 찾지 못했다.  계속 바쁘게 몰아치면서 특정 감정에 잠길 여유를 주지 않는 것 외에 어떤 수가 있을까.

그러다가 텐가차야까지 소파 전자렌지 받으러 편도 80km를 운전하던 중 흘러나온 노래에 또르르.. 아이유 조각집 앨범 진짜 들을수록 좋다. 

 

때 이른 봄 몇 송이 꺾어다
너의 방 문 앞에 두었어
긴 잠 실컷 자고 나오면
그때쯤엔 예쁘게 피어 있겠다

별 띄운 여름 한 컵 따라다
너의 머리맡에 두었어
금세 다 녹아버릴 텐데
너는 아직 혼자 쉬고 싶은가 봐

너 없이 보는 첫 봄이 여름이
괜히 왜 이렇게 예쁘니
다 가기 전에 널 보여줘야 하는데
음 꼭 봐야 하는데

내게 기대어 조각잠을 자던
그 모습 그대로 잠들었구나
무슨 꿈을 꾸니
깨어나면 이야기해 줄 거지
언제나의 아침처럼 음

빼곡한 가을 한 장 접어다
너의 우체통에 넣었어
가장 좋았던 문장 아래 밑줄 그어
나 만나면 읽어줄래

새하얀 겨울 한 숨 속에다
나의 혼잣말을 담았어
줄곧 잘 참아내다가도
가끔은 철없이 보고 싶어

새삼 차가운 연말의 공기가
뼈 틈 사이사이 시려와
움츠려 있을 너의 그 마른 어깨를
꼭 안아줘야 하는데

내게 기대어 조각잠을 자던
그 모습 그대로 잠들었구나
무슨 꿈을 꾸니
깨어나면 이야기해 줄 거지
언제나의 아침처럼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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