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미안(eye for beauty)은 외부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마음의 눈, 미적 가치를 느끼는 능력을 말한다.  외부에서 인지한 미(美)는 이윽고 각자의 내면에 닿아, 각기 다른 경험과 맥락 속에서 새로이 해석된다.  아름다움을 수용하는 적극적인 과정에서 또 하나의 예술이 탄생하는 것이다.  그러한 경험이 누적된 사람들과 깊은 내면을 나누는 것 또한 그 자체가 하나의 예술이며, 서로에게 더없이 행복하고 아름다운 경험이 된다.

언제부턴가 마음이 무언가로 인해 더럽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 미술관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아름다운 작품 앞에서 번져가는 생각들을 정리하는 과정 자체가 마음을 달래고 치유하는 시간이었고, 심미안을 키우는 계기로 작용하기도 했다.

그 자체로 소중하고 자족적인 경험이었기에(병이 나은 후 치료의 과정을 구태여 복기하지 않는 편이기에),  지금까지는 미처 이를 돌이켜 보거나 정리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좋은 계기로 일본 소도시를 여행하는 빈도가 늘었고, 각 도시에 있는 미술관에서 생각지 못한 작품과 조우하는 즐거움을 누리는 일도 많아졌다.  순간의 행복으로 넘기기에는 휘발되는 기억이 아까워서,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하나씩 정리해 보려 한다.

+ 도서 경험을 열심히 아카이빙하는 E, 건축에 조예가 깊은 H와의 예상치 못한 교류가 하나의 계기가 되었음.

도쿠시마현립 근대미술관

도쿠시마.  (적어도 시내에서는) 정말 할 게 없다.  그래도 일본 소도시의 미덕은 기본적으로 (i) 온천(적어도 슈퍼센토) (ii) 전망대 (iii) 미술관 (iv) 지역 음식점(지역 체인점) (v) 노포 카페 5종 세트가 갖춰진 점에 있다.  메인 역 Tourist Center 앞에서 자전거를 빌려서 3~4개 정도 일정을 소화하면 하루를 나름 재미있게 보낼 수 있다.  나는 음식점→미술관→온천→카페 순으로 돌았는데 나름 만족스러웠다.   

온천(에비스노유): https://maps.app.goo.gl/oSUKUHZ7aXU77Ndo7.  or 아타라에노유도 괜찮다고 함
전망대(비잔 케이블카): https://maps.app.goo.gl/5Qog9BBbnLmGF1AC6
미술관(도쿠시마현립 근대미술관): https://maps.app.goo.gl/zLpXGsuFTtdNcJSr6
지역 음식점(도쿠시마라멘 토다이): https://maps.app.goo.gl/6skWiXAAjQVG9LSRA 
노포 카페(코히안): https://maps.app.goo.gl/DRnYYS4yo92a3YWt6 
자전거 렌탈: https://www.city.tokushima.tokushima.jp/smph/faq/kankou/rental_cycle.html

도쿠시마현립 근대미술관은 평소 미술관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추천하지 않는다(도쿠시마 인근에서 굳이 미술관에 간다면 보통 오쓰카국제미술관에 간다).  "문화의 숲"에 위치해서 나름 고즈넉하지만, 한국에서 찾기 어려운 수준은 아니다.  소장 작품도 많지 않고, "Z라 불리는 세대(“Z”と呼ばれる時代)"를 중심으로 기획한 이번 전시는 그 의도를 읽어내기 힘들었다(소장작품전이라서 이것저것 꺼내놓은 느낌..).  하지만 (대가의 작품이나 거대한 기획전은 뭔가를 읽고 느껴야 될 것 같은 강박이 있는 반면) 소형 미술관 + 정체불명의 전시에서는 나름 그 와중에 좋아하는 작품을 찾아내는 재미가 있다고 느꼈다.  200엔의 저렴한 입장료는 덤. 

Alfredo Jaar - Six Seconds(2000)

작가의 "르완다 프로젝트"의 일부.
https://alfredojaar.net/projects/2000/the-rwanda-project/six-seconds/

해설은 도쿠시마현립 근대미술관 제공(본인이 기록용으로 번역).

"크고 작은 2개의 라이트박스 화면에는 소녀의 희미한 뒷모습과 "It is difficult"라는 문구가 보인다.
초점이 맞지 않는 화면 속, 강한 햇살 아래 소녀의 푸른 의상이 강렬한 인상을 준다.
자세히 보면 소녀의 원피스 등 지퍼가 절반쯤 열려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소박한 옷의 지퍼가 망가졌거나, 지퍼 따위에 신경을 쓸 상황이 아닌 것일까.  마치 던져진 것 처럼 작은 신체가 화면 중앙에 위치하고, 그녀의 등은 보는 사람에게 불안과 당혹감을 불러 일으킨다.  그녀의 시선은 애써 무언가를 찾으려 하는 것 같지만, 우리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볼 수 있을 뿐이다.

한편, 하얀 글씨로 새겨진 "It is difficult"라는 문구는 아래 시에서 인용된 것이다.
"It is difficult to get the news from poems yet men die miserably every day for lack of what is found there(William Carlos Williams, 1883-1963)"
"시가 새로운 소식을 전해주는 것은 아니지만, 시가 가진 소중한 가치가 결핍된 탓에 사람들은 매일 비참하게 죽어간다."

르완다의 난민캠프에서 촬영된 이 사진은, 소녀가 잃어버린 부모를 필사적으로 찾는 순간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작가가 촬영을 하고 소녀에게 말을 걸려던 찰나, 소녀는 이미 부모를 찾아 사람들 속으로 사라져 갔다고 한다. 남겨진 사진 속에 캠프의 혼란을 엿볼 수 있는 흔적은 없다. 단 하나, 소녀가 입은 원피스의 반쯤 열린 지퍼를 빼면. 여기서 엿볼 수 있는 결정적인 결핍이, 사실은 강렬한 태양에 노출된 작고 고독한 한 생명과 그녀 앞에 드리운 어두운 구름을 암시하고 있다고도 할 수 있다.

Alfredo Jaar는 1956년 칠레의 산티아고에서 태어났다.  대학 졸업 후 뉴욕으로 이주하여 뉴욕을 거점으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1980년대에 무거운 사회 문제를 주제로 하는 사진과 라이트박스를 이용한 설치예술 작품을 발표하여 주목을 끌었다.  르완다 프로젝트는 Jaar의 최근작 중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 1994년 아프리카의 르완다에서 일어난 집단 살육의 현장을 취재하며 남긴 많은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다.

일상 속에서 삶의 시간에 대해 생각하는 일은 많지 않을 지 모르겠지만, Jaar가 이 작품의 소녀와 만난 것은 단 6초(Six Seconds)이다.  6초의 만남만으로도 기적같이 시적이고 인상적인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다.  설령 그 너머에는 아직 해결되지 않고 있는 수많은 "어려운" 문제들이 숨겨져 있다고 하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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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진행상황 점검

- 10월: 81km
- 11월: 64km
- 12월(~10일): 44km
- 11월 10km 1시간, 12월 하프마라톤 2시간 10분 페이스
- 하프마라톤 생각보다 힘들지 않았음, 다만 20km 넘어가면 무릎/발목 통증이 올 것 같은 조짐이 있었음.  건강 우선!
- 물집대책 Tabio 양말 구매
- 신발은 뉴발란스 프레시폼 1080 편하다고 생각하는데, 풀코스도 충분할지 고민

2. 목표 설정

sub 4 (3:59:59, 1km당 5:41) 목표.
단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현실적으로 4:30:00(1km당 6:30)까지 타협 가능.

3. 향후 계획

*월 마일리지 150~200km
*페이스주: 5:30~6:00
*LSD: 6:00~7:00
*인터벌: 급주기(심박수 180)/완주기 반복(심박수 120), 100m씩 시작해서 늘리기

D-8~10주(12월 3~5주)
- 주1회 페이스주 10km
- 주1회 LSD 10~20km
- 주1회 LSD 5~10km
- 주1회 인터벌 5km

D-4~7주(1월 1~4주)
- 주1회 페이스주 20km
* 1/13 하프마라톤 2:00:00 목표
- 주1회 LSD 15~20km
- 주1회 LSD 5~10km(5km에 1~2km 비율로 5:00 페이스 달리는 연습)
- 주1회 인터벌 5km

D-2~3주(1월 5주, 2월 1주)
- 주1회 페이스주 30km
- 주1회 페이스주 15km
- 주2회 LSD 5~15km

D-1주(2월 2주)
- 테이퍼링(Tapering)
- 주3회 LSD 5~10km(전날 포함)

D-day(2025. 2.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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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개의 단어로 된 사전

봄, 놀라서 뒷걸음질치다
맨발로 푸른 뱀의 머리를 밟다

슬픔
물에 불은 나무토막, 그 위로 또 비가 내린다

자본주의
형형색색의 어둠 혹은
바다 밑으로 뚫린 백만 킬로의 컴컴한 터널
―여길 어떻게 혼자 걸어서 지나가?

문학
길을 잃고 흉가에서 잠들 때
멀리서 백열전구처럼 반짝이는 개구리 울음

시인의 독백
“어둠 속에 이 소리마저 없다면”
부러진 피리로 벽을 탕탕 치면서

혁명
눈 감을 때만 보이는 별들의 회오리
가로등 밑에서는 투명하게 보이는 잎맥의 길

시, 일부러 뜯어본 주소 불명의 아름다운 편지
너는 그곳에 살지 않는다

 

청혼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
별들은 벌들처럼 웅성거리고

여름에는 작은 은색 드럼을 치는 것처럼
네 손바닥을 두드리는 비를 줄게
과거에게 그랬듯 미래에게도 아첨하지 않을게
어린 시절 순결한 비누 거품 속에서 우리가 했던 맹세들을 찾아
너의 팔에 모두 적어줄게
내가 나를 찾는 술래였던 시간을 모두 돌려줄게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
벌들은 귓속의 별들처럼 웅성거리고

나는 인류가 아닌 단 한 여자를 위해
쓴잔을 죄다 마시겠지
슬픔이 나의 물컵에 담겨 있다 투명 유리 조각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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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이 건드리고 간 사람들 늘 혼자지."
헤르베르트의 시구를 자주 떠올렸다.
한 사람을 조금 덜 외롭게 해보려고
애쓰던 시간들이 흘러갔다.

"입안을 베어낼 정도의 고통을 감당하며 쓴잔을 마시려는 이유는 뭘까.
시집 1장 ‘사랑의 전문가’ 머리에 인용한 영국 비평가 존 버거(1926~2017) 말에 답이 든 듯하다.
“나는 당신에게 내가 함께 있다는 것을 전해줄 말들을 찾고 있어요.”

“‘고통받는 사람을 환대해야 한다’는 철학을 말하면 ‘우리가 참 아름다운 말이야’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한편으론 그 고통받는 사람의 존재를 쉽게 잊어버리잖아요. 그런데 구체적으로 우리 곁에 존재하는 고통받는 사람은 잊히지 않아요. ‘내가 인류를 사랑하고 모든 불행한 사람들을 다 도와야 해’ 이렇게 생각하면, ‘아니 내가 예수님도 아니고 그런 엄청난 일을 어떻게 하겠어’, 이렇게 되지만 적어도 한 사람의 고통에는 진지해질 수 있잖아요. 전능한 존재라서 뭘 하는 게 아니고, 그냥 그것밖에 할 수 있는 일이 없지만 그거라도 하는 거죠. 구체적으로 이 세계에 존재하는 고통 받는 한 사람, 또 한 사람을 위해 보잘 것 없는 어떤 일을 하는 게 필요하다고 느끼던 시간들을 거쳐 이 시들이 만들어졌습니다.” (경향신문 인터뷰 중)

 

"적어도 진은영은 포기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시는"을 네 번 반복하면서 시의 구조적 긴장을 붙드는 동안, 시란 무엇인가에 대한 지적 성찰을 속성열거법의 형식으로 전개한다.  예컨대 그것은 절망을 재료로 삼을 때가 있지만 거기에서 멈추지 않는 행위이고, 때로 분노를 표현하기 위해서도 쓰이며, 시를 쓰는 이와 자신을 화해시키는 수단이 되기도 하고, 동시대의 현실에 밀착하는 증언자일 때도 있으며, 죽어가는 이의 곁을 무릎 모아 지키는 성실한 입회자이고, 끝나지 않는 애도의 표상이기도 하고.. 등이다.  정말 인생은 아름답지도 논리적이지도 않은가? 그럴지도 모르지만, 좋은 시에는 둘 다 있다.  어느 하나가 우위를 점하지 못하는, 팽팽한 경쟁의 감미로움과 함께."

"사랑과 저항은 하나이고 사랑과 치유도 하나라고 이 시집 전체가 작게 말하고 있을 뿐, 어떤 시도 직접적으로 크게 말하고 있진 않다. (중략) 진은영의 정련된 이미지들 뒤에는 얼마나 많은 사유와 감정이 들끓고 있는가. 더 중요한 것은 사유와 감정이 하나의 언어로 표현된다는 것이다." 

"진은영은 "좋은 시인은 잘 싸우는 사람이고 그의 시는 분쟁으로 가득한 장소"라고 단호하게 말하는 사람이다.  그런데도 그의 시는 이토록 아름다워지는데 성공한다.  브레히트는 어디선가 "아름다움이란 어려움을 해결하는 것"이고 그런 의미에서 "일종의 행위"라고 말한 적이 있다.  아름다움은 분쟁을 진정으로 해결하는 돌파일까, 아니면 해결되었다고 믿게 하는 유혹일까.  브레히트의 말이 아름다움에 대한 찬양인지 냉소인지 오랫동안 헷갈렸는데, 정혜신의 다음 말은 그 답을 비스듬하게 알려준다.  인간은 아름다움을 경험할 때 온전한 존재가 되려는 힘이 강해지기 때문에, 삶이 부서진 어떤 사람에게 예술적 자극은 곡 치유적 자극이 된다는 것.

그렇다면 아름다움(예술)은 인간을 해결하는 사랑의 작업이 되고, 그렇게 치유되면서 우리는 '해결되지 않는 분쟁'과 다시 맞설 맞설 힘을 얻게 된다.  아름다운 세상에 대한 꿈을 포기할 수 없게 만드는 아름다움.  진은영은 그런 것을 가졌다." (신형철, 해설「사랑과 하나인 것들: 저항, 치유, 예술」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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