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 SENS - downwithyou

from 음악 2023. 9. 17. 18:56

 

 

그래서 네 목푠 뭔데?
지금 와선 잘 모르겠대, 일단 돈이나 벌재
그래, 뭐, 딱히 틀린 말도 아니네, 돈이 최고지
다른 뜻 있어 한 말 아냐, 돈이 최고지
넉넉히 챙겨 놓고 생각해보자
언제든지 엿 같아지면 바로 떠날 수 있게
모아둔 것들 다 편도 티켓
같은 돈이면 서울보다 몇 배 더 큰 집에서
춥지 않은 겨울을 보내고 서울보다는 훨씬 더 조용한 새벽
물론 가끔은 잠이 없는 홍대, 강남, 이태원이 그립겠지만
편한 잠을 얻을 것 같아서
이건 딴 데 안 살아본 놈의 상상이지

사실 아직까지 못 받아들인 몇 가지 때문에 그냥 하는 소리고
난 여기서 끝장을 보긴 해야 해. Baby, I'm down with you

어, 나 잘하고 있어 엄마
어제 하룻밤 동안에 거의 2천만원 벌었어
엄마 아들 생각보다 잘 나가
내가 알아서 잘할 거라고 말했었잖아
서른즘에 짬밥 얘기하고
내 어릴 때 생각대로 그딴 건 의미 없었네
소신은 선택이고 성공은 좀 다른 문제
냉정히 봐서 안 흔들린 적 없던 믿음
그래도 기본이 없는 새끼는 곧 무너져
그러니 할거 해 너무 많은 얘길 듣는 것도 좋지 않아
내 계획에 대해 의심을 걔네보다 많이 한 건 나였었는데, 해냈네
가만히 앉아 영원하길 바랄 순 없지
뱉어놓은 말은 무거워져 가만 놔두면
아들, 어떻게 되든 간에 겸손해라
엄마, 근데 요즘은 겸손한 게 더 손해야

Yeah, 멋진 일이지. Rapper들이 갖고 가는 rap money
Dok2가 열여섯 때부터 말해온거지.
스물한 살 때 내 공연 페이는 돼지고기
이젠 다른 데다 다른 것들을 채워 넣지
2001년 타이거 J said 'Good Life'
그때 그가 말한 그 삶은 어떤 거 였을까?
난 지금 설레임의 정도와 종류. 그 둘 다 달라져 있어
그런데 심야가 뱉는 말은 날 같은 듯 다른 델 데려가, 얜 최고야
누구보다 기대해, 이 새끼의 career high
우린 어쩌면 다 비슷한 말을 하는 건가
Love is not enough 혹은 사랑이 모든 것
완벽한 건 아직 못 본 거 같아
내가 쫓던 것 중에 몇 개는 얻었어
뭘 더 보게 될지, 난 그 여자가 보고 싶군
이런 얘긴 그냥 딴 데다 치워 놓구

 

괴로운 시간을 살 때 역지사지하고 자기 반성하는 건 좋은데, 화살이 자신에게로만 향하면 이중고를 겪기 쉬운 것 같다. 나한테 화살이 향했을 때 아파하기만 하다 결국 무너지면 좋은 인생이 아닐 것이다. 그간에는 무너지다 다시 불쑥 일어서고, 좀 들쑥날쑥한 편이었 다. 가까운 사이인 XXX의 심야와 이런 이야길 했다. 음악이 인생의 전부가 되는 것만큼 별로인 게 없다고. 나는 사실 앨범이 잘 안 되면 내 인생도 안 풀릴 것 같다는 생각에 다소 사로잡혀 있고, 앨범에 대한 피드백을 받아봐야 인생이 정리될 것만 같다. 내 인생이 먼저고, 음악이나 일은 다른 문제인데. 이번 앨범을 세상에 내놓고 나면 비로소 음악을 대하는 태도가 좀 변화할 것 같다는 기대가 있다. 음악은 인생의 전부가 아니라 일부여야 한다. 이번 앨범이, 나의 어떤 ‘끝’이다.

그동안의 당신을 기록한 다큐 <I’m Good>을 보니 ‘클래식’을 남기고픈 열망과 고민, 창작자에게 당연히 따르는 부담과 조금은 덜어내도 되는 부담이 다 읽히는 것 같았다. 자기 점검도 심한 스타일 같은데. 원래부터 그런 인간이었나? 내가 피곤한가?(웃음) 원래 생각이 많은 편이긴 하다. 거기에 내가 굳게 믿고 있던 세계가 박살나는 경험을 두어 번 하면서 더욱 그런 인간이 된 듯하다. ‘랩을 잘하면 인기를 얻고, 인기를 얻으면 돈을 번다, 그럼 행복해질 것이다.’ 어릴 때부터 단순하게 믿던 이 세계가 박살이 난 후, 그게 내 탓인지 남 탓인지 자문 해보니 내 탓이 큰 것 같았다. 하나의 이상을 굳고 단순하게 믿고 있으니까 깨지기도 쉽달까? 그런 시절을 지나 이제는 ‘저거 가짜야, 쟤들 연예인이야’ 하던 대상과 내가 뭐 그렇게 다른가? 할 정도는 됐다.

말이 많고 말에 갇힌 게 사실이라면, 당신이 관념에 몰입한 탓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그 몰입으로 인해 음악 하는 삶에 대해서 더 납득하게 되는 경우도 있지 않나? 내가 무슨 자격으로 힘든 인생을 노래하나 싶을 때가 있다. 결국은 누워서 고민하다 머리 굴려 만든 음악을 작업 하는 인생 아닌가, 그게 뭐 대단하다고 고통을 보상받으려 하나 싶고. 우리 누나를 보면 느낀다. 은행에서 일하는데, 늘 어깨가 꽉 뭉쳐 있다. 애도 키워야 한다. 누나는 야근하는 날이면 몇 시간 자지도 못 하고 다시 출근해야 하는데, 새벽까지 작업한 날에는 다음 날 2시에 일어나도 되는 내가 인생의 고통을 이야기한다고? 돈은 소방관 같은 사람이 제일 많이 벌어야 하는 거 아닌가? 그런데 그 사람들이 가끔 음악을 듣더라. 일단 일하자 하면서 누르고 지나쳤던 감정을 음악을 통해 되살리거나 풀기도 하면서. 우리처럼 누르기보다 자주 표현하고 사는 직업의 사람들은 사실 상대적으로 개운한 거다. 그러니까 자극도 더 빨리 받고, 조금만 뭐가 따가워도 너무 따갑게 느끼고. 그게 바로 음악이 아닌가 농담처럼 이야기한 적이 있다. 그렇다면 그 음악이라는 것을 잘 만들어서, 누군가에게 의미 있을 3분을 주자…. 그게 내 직업의식이라면 의식인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