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재미를 붙인 것 중에 하나가, 교토의 오래된 카페(킷사텐)에 가보는 것이다.
소위 3대 커피(이노다, 스마트, 오가와or마에다) 중 이노다, 스마트를 가 보았는데 둘 다 매우 만족스러웠음. 이노다 커피 별관은 너무 예뻤고, 스마트 커피는 입구에서 거대 로스터 자가배전을 하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그렇게 커피에 재미를 붙이니, 교토에 실로 오래된 카페가 정말 많음을 알게 되었다. 유서깊은 교토의 카페 중 하나가 로쿠요샤(六曜社). 2대 아들이 지하, 3대 손자가 1층을 각 영업하고 있음.
사실 책을 읽기 전에 미리 가 보았는데(1층), 분위기는 제법 좋았다. 하지만 (i) 의자와 책상이 너무 낮고 불편했고, (ii) 1층의 경우 사람이 많으면 합석하는 구조였으며, (iii) 커피는 맛있었으나(근데 이노다/스마트가 더 맛있었음) 도넛은 기대를 너무 많이 한 나머지 쏘쏘... 였던지라, 상대적으로 만족도가 낮았다.
그러던 중 3대를 이어온 로쿠요샤를 취재한 책이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여 빠르게 읽었다. 평범한 내용이고 2대 오사무(修) 씨의 뮤지션 활동에 관한 이야기가 과하게 길어 몰입감을 해치기도 했다. 하지만 (i) 도입부에 만주사변 이후 일본 관점에서 본 디아스포라에 관한 내용은 신선했고, (ii) 중간에 나오는 수많은 노포 카페/음식점은 나의 구글맵에 수많은 흔적을 남겼으며, (iii) 결론적으로 지하는 한번 더 가볼만 하겠다.. 는 생각에 이르게 되었다!
대단히 인상적인 문구는 없었으나 기록용으로 몇 개 남겨봄(이번에도 역시 내가 자의적으로 번역한 것임).
- 소바집 문을 열고 들어가는 사람은 향긋한 막 나온 소바를 호로록 먹는 것이 목적이다. 스시집에 가는 사람은 머리 속에 신선한 스시 네타만이 가득하다. 하지만 카페는 그렇지 않다. 카페의 문을 연 사람이 반드시 커피가 먹고 싶은 것은 아니다(가와구치 요코).
- 이상을 너무 높게 잡아서 매일의 작업이 그에 미치지 못하는 것 아닌지. 로쿠요샤를 100년 동안 이어 가겠다고 처음에 선언해 버렸잖아. 100년을 이어 나간 후에, 대단하다는 말을 들으면 그때 가서 "매일 열심히 해왔기 때문이에요"라고 말하면 좋잖아.
- 내가 생각하는 멋있는 것은, 정말 잘 살고 있는지에 관한 것. 사장이어도 매일 그릇을 닦고, 커피를 끓이고, 청소하는 것을 공들여 하지 않으면, 시선이 변해 버려.
사족으로 오사무 씨(포크송 싱어송라이터)가 교토대 요시다료(..)에서 최근에 한 공연 영상을 첨부. 김일두 아저씨를 연상시키는 기교 없고 텁텁하면서 묵직한 노래. "내가 바라는 것은 그저 내가 나로서 존재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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