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한 놈은 살아남고, 약한 놈은 죽는 법이다.

- 죄수에게 가장 큰 적은 누구인가? 그것은 옆의 죄수다.

- <늑대들의 햇님>이란 그의 고향에서 달님을 가리킬 때 하는 말이다.

- 흙손으로 모르타르를 고루 펴 바르고, 그 위에 벽돌을 빨리 올려놓는다. 방향이 잘못되었으면, 재빨리 흙손 자루로 두르려서 바로잡아야 한다. 바깥쪽 벽이 수직선에 맞게 오고, 옆으로나 수직으로나 기울어진 데가 없도록 해야하기 때문이다. ...이젠 됐다. 두층만 더 쌓으면, 예전에 잘못 쌓아놓은 곳도 바로잡을 수 있을 것이고, 그런 다음에는 훨씬 수월하게 작업이 진행될 것이다. 지금은 정확하게 잘 살펴야 한다. 슈호프와 다른 벽돌공들은 아예 추위도 잊어버렸다. 빨리 일을 하느라고 서두르다 보니 몸에 땀이 다 날 정도로 더워진다. 

- 죄수들에게는 이때가 하루 중에서 가장 춥고 배고플 때이다. 지금 같은 때는 맹물 양배춧국이라 해도 뜨뜻한 국 한 그릇이 가뭄에 단비같이 간절한 것이다. 국물 한 방울 남기지 않고 단숨에 들이켜게 된다. 이 한 그릇의 양배춧국이 지금의 그들에겐 자유보다, 지금까지의 전 생애보다 아니, 앞으로의 모든 삶보다도 더 소중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 뭣 때문에 당신은 자유를 원하는 거죠? 만일 자유의 몸이 된다면, 당신의 마지막 남은 믿음마저도 잃어버리게 될 거예요. 감옥에 있다는 것을 즐거워하셔야 해요! 그래도 이곳에선 자신의 영혼에 대한 생각을 할 수 있으니까요.

- 슈호프는 말없이 천장을 바라본다. 그는 이젠, 자기가 과연 자유를 바라고 있는지 아닌지도 확실히 모를 지경이었다처음에 수용소에 들어왔을 때는 아주 애타게 자유를 갈망했다. 밤마다 앞으로 남은 날짜를 세어보곤 했다.  그러나 얼마가 지난 후에는, 이제 그것마저도 싫증이 났다. 그다음에는 형기가 끝나더라도 어차피 집에는 돌아갈 수 없고, 다시 유형을 당하게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유형지에서의 생활이 과연, 이곳에서의 생활보다 더 나을지 어떨지 그것도 그는 잘 모르는 일이다.

 

 “수모를 견디는 가장 현명한 방법을 담고 있는 책”이자 “고통스럽고 남루한 현실 속에서 인간이 자기 자신을 어떻게 지켜가는가. 인간의 품격과 인간다움, 이런 것을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어떻게 지켜가는가를 잘 보여주는 소설”이라고 하는데(유시민), 그렇게 와닿는 설명은 아닌 듯 하다.

나는 오히려 (나의 경우야 자발적이지만) 강제노동에 동원되는 상황에서도, 자신에게 주어진 노동 과업을 성취하면서 역설적으로 느끼는 순수한 기쁨에 주목하였다.  뭔가 평생 편안한 자신의 감옥 속에서 벽돌을 쌓으며 즐거움을 느낄 것 같은 이 기분... 여기까지 오니 아무것도 할 것이 없는 상황을 오히려 견디지 못할 것 같은...? 

전신마취가 수반되는 수술을 하고 예능을 하루 보니까 바로 지루해졌고, (복잡하지 않은 것만 취사선택하여) 메일 회신을 하며 편안함을 느끼는 나의 모습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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