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날에 부치다
박미라
생각하면, 우리들의 별은 얼마나 쓸쓸한가
이 쓸쓸한 지구라는 별을 함께 지나가자고
이제 한줄기 빛이 되는 두 사람
멀리 있었으나 서로의 빛을 바라볼 줄 알았고
어두웠으나 서로에게 다가갈 줄 알아
오늘 드디어 두 손을 잡는다
사랑은 소유가 아니라 동행임을 아는 두 사람은
잡은 손을 놓지 않되 함부로 잡아끌지 않을 것이며
서로의 두 눈을 고요히 바라보아
말하지 않아도 같은 쪽으로 걸어가리라
수채화처럼 아련히 번지는 꿈의 조각들이
거짓말처럼 들어맞을 때
두 사람은 비로소 행복에 대해 말하리라
여기, 하늘이 마련하신 그대들의 길이 있다
풀을 베고 돌을 고르고 물을 건너라
서로가 서로의 땀을 닦아주고 그늘을 권하라
풀섶에 핀 꽃을 함께 바라보고 들어낼 수 없는 돌을 만나면
서로의 어깨를 감싸안고 천천히 돌아가라
건너기 힘든 물을 만날 때면
물 위에 비치는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다시 일어서라
먼 곳에 준비된 그대들의 낙원에 마침내 이르리니
해 뜨는 쪽으로 큰 창문을 두어
빛나는 햇살로 서로의 이마를 헹구고
바람 서늘한 쪽으로 작은 길을 내어
소낙비처럼 쏟아지는 사랑이 드나들게 하라
그대들의 집은 맑고 밝고 따듯하여
오해와 불신과 절망 따위가 넘보지 못하리라
딸아 아들아
세상 모든 것들의 이름을 신으로 불러 기도하노니
영원보다 더 오래도록 행복하시라
행복하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