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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일상 2013. 7. 28. 02:46

근 몇년간 '어떤 타입 여자분을 좋아하세요'라는 질문을 받으면
줄곧 밀었던 답변은
'뽀얗고 웃을때 귀염상인 사람이요.. 아담한것도 좋아함 예를 들면 박보영?'

정도였는데

요새 오며가며 느끼는건데 더이상 이런 타입의 여자분들이
'여자'로 보이지 않고 '여자애'로 보이는 엄청난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물방울 땡땡이 블라우스에 발랄한 칼라의 프릴스커트 나풀거리면서 꺄르르 웃는 애들이
진짜 아가로 보인다.
그냥 이쁘게 큰 조카 귀여워서 쓰담쓰담해주고 싶은 기분?
성적 감정이라던지 원초적 흥분이 배제된 그냥 아빠미소만이 남았음.......

오히려 이제 눈에 띄는건 사회 초년생 티를 내는
무채색 투피스에 살짝 피로한 표정으로 힐 끌고 다니면서 저벅저벅 걷는 누나들 ㅋㅋㅋ
내가 피로를 달래주겠다며..(?)

혹자는 이러한 현상에 대해 취향이 로리에서 오피스걸로 바뀐거 아니냐고..
어떻게 같은 말을 해도 이렇게 더럽게 할수가 있지 ㅋㅋㅋ


여튼

중요한건 이것도 저것도 정말 '모르겠다'는 것이다.
지난 봄 에라 모르겠다 하고 신나게 뒤집고 간 판,
다시 추스려서 하나 하나 쌓아가야 할 날이 머지 않았는데
새로 처음부터 만들어가야 하는데 내가 나의 기준을 못잡겠다
가장 내밀한 영역에 속한 취향마저 바뀌었다

짧다면 짧은 시간 자리를 비웠는데 아무것도 남지 않은 것 같다
극히 일부를 제외하면 내가 누구랑 친했는지도 기억이 안난다
핸드폰에 남아있는 번호는 많은데 막상 남아있는 사람은 적은 것 같다
예전에 쓴 편지 댓글 메세지를 보면 내가 이사람이랑 이런 얘기도 했었나 이런 관계였나 싶다
남아있는 연애의 기억도 긁어보니 한 움쿰이 채 되지 않는다
순간적인 자극의 기억, 단편적인 감정 하나 둘,  흐릿한 풍경만이 전부일 뿐
기억의 내부는 텅 비어있다

정말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은 곳에서
모.든.것.을. 이뤄나가야 할 것 같은 강박이 있고
많은것의 '초안이라도' 잡아두고 20대를 끝내야 할 것 같은데
전에 끄적이던 도화지를 북북 찢은 채
정리되지 않은 나의 장소에서
이번엔 붓을 들어야 할지 펜을 들어야 할지 페인트를 칠해야 할지 전혀 감이 안잡힌다
나아가야 할 길을 뚫고 간게 그나마 다행일까 일단 큰 틀은 잡혀 있으니까....

다양한 고민과 가치가 충돌하는 상황에서 최적 균형을 찾아야 할듯 한데
오히려 그 균형점은 아무것도 아닌 어중간한 곳일까봐
정말 이러다가 이도저도 아닌게 될까봐 그게 제일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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