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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일상 2016. 1. 10. 13:23

/사진=tvN '응답하라 1988' 18화


친구로 선후배로 편하게 지내던 사람을 좋아하게 되고, 성격 때문에 상황 핑계로 망설이다 수년간 타이밍을 번번히 놓치고, 이윽고 이젠 진짜 마지막이다 싶은... 아닌 줄 알면서도 어쩔 수 없는 그런 날.


그런 상황에서 정환이는 풋풋함도 설렘도 없이 덤덤히 이야기를 풀어간다. 이는 고백이라기보다는 토로에 가깝다. 너 때문에 설레고 너 때문에 아팠던 수많은 날들. 너에게는 우연이고 나에게는 운명이었던 순간들. 너를 스쳐지나갔지만 내 뇌리에 선명하게 각인된 날들에 대한 이야기를, 덤덤하게, 하나 하나 읊조린다. 과거의 셔츠가 편지가 이젠 예전의 그것이 아니고. 그것들을 대하는 너와 나의 온도조차 다름을 익히 알면서도... 내 사랑은 항상 너였기에, 내 진심만은 전해지리라는 믿음으로, 그리고 혹시나 1%의 기적이 있진 않을까 하는 망상으로. 그냥 담담히 들어주는 너가 너무 예쁘고 고마워서, 수년간 묵은 감정들을 털어놓으며 느끼는 시원한 감정 나에 대한 대견함과 함께. 


'고백을 왜 안하냐'는 몽룡이의 말이 '고백하면 잘 될거야'라는 말은 절대 아니다. 단지 가슴 속에서 들끓기만 하는 그것들을 비워내라는 것, 수년간 너를 괴롭혀온 감정에서 벗어나라는 것, 1%의 기적을 꿈꾸며 잠을 설치던 날들과 이별할 때가 되었다는 것.


"나빴던 건 타이밍이 아니라 내 수많은 망설임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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