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강 원문: https://law.kyoto-u.ac.jp/cms/uploads/sites/3/2023/09/0_r6_doctor-2.pdf

출원자격심사신청서: https://law.kyoto-u.ac.jp/cms/uploads/sites/3/2023/09/6_r6_doctor_shikaku.pdf

수험자격심사신청서: https://law.kyoto-u.ac.jp/cms/uploads/sites/3/2023/09/7_r6_doctor_jukenshikaku-1.pdf

실무경험보고서: https://law.kyoto-u.ac.jp/cms/uploads/sites/3/2023/09/8_r6_doctor_jitsumukeiken.doc

외국인특별선발 대상(석사학위 논문을 작성한 석사학위 보유자)에 해당하지 않아서, 일반전형(사회인특별선발)에 지원해야 하는 상황.  일정 엄청 촉박한데... 큰일났다.

. 출원자격 심사(사회인특별선발 출원자: 2023년 10월 27일 오후 5시까지 담당자 방문 제출)

1. 출원자격심사신청서

2. 졸업증명서

3. 재직증명서: 재직기간이 명시되어야 함(양식 자유)

4. 실무경험보고서

5. 기타: 석사학위 보유자와 동등 또는 그 이상의 능력이 있음을 증명하는 업적, 자격, 사회에서의 활동 실적 등을 증명하는 서류 등

→  2023년 11월 17일 이후에 수험자격 심사 결과 통지

. 수험자격 심사(사회인특별선발 출원자: 2023년 10월 27일 오후 5시까지 담당자 방문 제출)

1. 수험자격심사신청서

2. 재직증명서

3. 실무경험보고서

4. 증명서: 석사과정 또는 전문직학위과정의 수료증명서

→  출원자격 심사시 2, 3의 서류를 제출한 자는 다시 제출하지 않아도 됨

→  2023년 11월 17일 이후에 수험자격 심사 결과 통지

→ 심사기준: 외국에서 교토대학교의 전문직학위과정에 상당하는 과정을 수료한 자로서, 입학시 2년 이상의 법학 관련 고도전문직 실무경험을 보유할 것

. 출원절차(사회인특별선발 출원자: 2023년 12월 1일 오후 5시까지 도착하도록 우편 제출)

1. 필요서류

(1) 입학원서

(2) 사진표, 수험표, 4cmX3cm 사진 2매

(3) 연구계획서: 일본어 2천자 정도

(4) 증명서 →  수험자격 심사시 제출했으므로 제출 불요

(5) 성적증명서

(6) 입학검정료  →  국비유학생은 면제

(7) 수험표 등 송부용 봉투

(8) あて名票: 성명, 우편번호, 일본 내 주소 기재

(9) 재류카드 사본(양면)

(10) 1만자 이상의 논문(석사논문 포함) 3부: 첫 페이지에 이름을 기재할 것

(11) 제출한 논문의 요지(일본어로 4천자 이내) 3부

(12) 외국어 논문 제출시 일본어 전문 번역 3부

(13) 수험자격 심사 통지서

2. 제출 방법

위 서류를 하나의 봉투를 넣고, 봉투에 "法学研究科博士後期課程編入学願書"라고 기재한 후, 〒606-8501 京都市左京区吉田本町 京都大学大学院法学研究科大学院掛에 우편 발송

3. 선발 방법(사회인특별선발, 2024년 2월 13일 화요일 또는 14일 수요일 진행)

(1) 1단계: 제출한 논문 및 연구계획서 심사(2024년 1월19일까지 결과 통지, 수험표 동)

(2) 2단계: 제출한 논문 연구계획서, 지망하는 전문연구분야 및 과목의 식견에 대한 면접

 

[확인 필요 사항]

- 2.出願資格 (2) 外国において、本学大学院の修士課程又は専門職学位課程に相当する課程を修了した者及び令和 6 年 3 月 31 日までに修了見込みの者 해당 여부

- 각 증명서 영문 or 국문/일문 제출 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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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 SENS - downwithyou

from 음악 2023. 9. 17. 18:56

 

 

그래서 네 목푠 뭔데?
지금 와선 잘 모르겠대, 일단 돈이나 벌재
그래, 뭐, 딱히 틀린 말도 아니네, 돈이 최고지
다른 뜻 있어 한 말 아냐, 돈이 최고지
넉넉히 챙겨 놓고 생각해보자
언제든지 엿 같아지면 바로 떠날 수 있게
모아둔 것들 다 편도 티켓
같은 돈이면 서울보다 몇 배 더 큰 집에서
춥지 않은 겨울을 보내고 서울보다는 훨씬 더 조용한 새벽
물론 가끔은 잠이 없는 홍대, 강남, 이태원이 그립겠지만
편한 잠을 얻을 것 같아서
이건 딴 데 안 살아본 놈의 상상이지

사실 아직까지 못 받아들인 몇 가지 때문에 그냥 하는 소리고
난 여기서 끝장을 보긴 해야 해. Baby, I'm down with you

어, 나 잘하고 있어 엄마
어제 하룻밤 동안에 거의 2천만원 벌었어
엄마 아들 생각보다 잘 나가
내가 알아서 잘할 거라고 말했었잖아
서른즘에 짬밥 얘기하고
내 어릴 때 생각대로 그딴 건 의미 없었네
소신은 선택이고 성공은 좀 다른 문제
냉정히 봐서 안 흔들린 적 없던 믿음
그래도 기본이 없는 새끼는 곧 무너져
그러니 할거 해 너무 많은 얘길 듣는 것도 좋지 않아
내 계획에 대해 의심을 걔네보다 많이 한 건 나였었는데, 해냈네
가만히 앉아 영원하길 바랄 순 없지
뱉어놓은 말은 무거워져 가만 놔두면
아들, 어떻게 되든 간에 겸손해라
엄마, 근데 요즘은 겸손한 게 더 손해야

Yeah, 멋진 일이지. Rapper들이 갖고 가는 rap money
Dok2가 열여섯 때부터 말해온거지.
스물한 살 때 내 공연 페이는 돼지고기
이젠 다른 데다 다른 것들을 채워 넣지
2001년 타이거 J said 'Good Life'
그때 그가 말한 그 삶은 어떤 거 였을까?
난 지금 설레임의 정도와 종류. 그 둘 다 달라져 있어
그런데 심야가 뱉는 말은 날 같은 듯 다른 델 데려가, 얜 최고야
누구보다 기대해, 이 새끼의 career high
우린 어쩌면 다 비슷한 말을 하는 건가
Love is not enough 혹은 사랑이 모든 것
완벽한 건 아직 못 본 거 같아
내가 쫓던 것 중에 몇 개는 얻었어
뭘 더 보게 될지, 난 그 여자가 보고 싶군
이런 얘긴 그냥 딴 데다 치워 놓구

 

괴로운 시간을 살 때 역지사지하고 자기 반성하는 건 좋은데, 화살이 자신에게로만 향하면 이중고를 겪기 쉬운 것 같다. 나한테 화살이 향했을 때 아파하기만 하다 결국 무너지면 좋은 인생이 아닐 것이다. 그간에는 무너지다 다시 불쑥 일어서고, 좀 들쑥날쑥한 편이었 다. 가까운 사이인 XXX의 심야와 이런 이야길 했다. 음악이 인생의 전부가 되는 것만큼 별로인 게 없다고. 나는 사실 앨범이 잘 안 되면 내 인생도 안 풀릴 것 같다는 생각에 다소 사로잡혀 있고, 앨범에 대한 피드백을 받아봐야 인생이 정리될 것만 같다. 내 인생이 먼저고, 음악이나 일은 다른 문제인데. 이번 앨범을 세상에 내놓고 나면 비로소 음악을 대하는 태도가 좀 변화할 것 같다는 기대가 있다. 음악은 인생의 전부가 아니라 일부여야 한다. 이번 앨범이, 나의 어떤 ‘끝’이다.

그동안의 당신을 기록한 다큐 <I’m Good>을 보니 ‘클래식’을 남기고픈 열망과 고민, 창작자에게 당연히 따르는 부담과 조금은 덜어내도 되는 부담이 다 읽히는 것 같았다. 자기 점검도 심한 스타일 같은데. 원래부터 그런 인간이었나? 내가 피곤한가?(웃음) 원래 생각이 많은 편이긴 하다. 거기에 내가 굳게 믿고 있던 세계가 박살나는 경험을 두어 번 하면서 더욱 그런 인간이 된 듯하다. ‘랩을 잘하면 인기를 얻고, 인기를 얻으면 돈을 번다, 그럼 행복해질 것이다.’ 어릴 때부터 단순하게 믿던 이 세계가 박살이 난 후, 그게 내 탓인지 남 탓인지 자문 해보니 내 탓이 큰 것 같았다. 하나의 이상을 굳고 단순하게 믿고 있으니까 깨지기도 쉽달까? 그런 시절을 지나 이제는 ‘저거 가짜야, 쟤들 연예인이야’ 하던 대상과 내가 뭐 그렇게 다른가? 할 정도는 됐다.

말이 많고 말에 갇힌 게 사실이라면, 당신이 관념에 몰입한 탓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그 몰입으로 인해 음악 하는 삶에 대해서 더 납득하게 되는 경우도 있지 않나? 내가 무슨 자격으로 힘든 인생을 노래하나 싶을 때가 있다. 결국은 누워서 고민하다 머리 굴려 만든 음악을 작업 하는 인생 아닌가, 그게 뭐 대단하다고 고통을 보상받으려 하나 싶고. 우리 누나를 보면 느낀다. 은행에서 일하는데, 늘 어깨가 꽉 뭉쳐 있다. 애도 키워야 한다. 누나는 야근하는 날이면 몇 시간 자지도 못 하고 다시 출근해야 하는데, 새벽까지 작업한 날에는 다음 날 2시에 일어나도 되는 내가 인생의 고통을 이야기한다고? 돈은 소방관 같은 사람이 제일 많이 벌어야 하는 거 아닌가? 그런데 그 사람들이 가끔 음악을 듣더라. 일단 일하자 하면서 누르고 지나쳤던 감정을 음악을 통해 되살리거나 풀기도 하면서. 우리처럼 누르기보다 자주 표현하고 사는 직업의 사람들은 사실 상대적으로 개운한 거다. 그러니까 자극도 더 빨리 받고, 조금만 뭐가 따가워도 너무 따갑게 느끼고. 그게 바로 음악이 아닌가 농담처럼 이야기한 적이 있다. 그렇다면 그 음악이라는 것을 잘 만들어서, 누군가에게 의미 있을 3분을 주자…. 그게 내 직업의식이라면 의식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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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해마을

연차를 쓰고 조우한 공간과 시.
(연차를 쓴 날 저녁에 출근해서 이러고 있는 것은 마지막 남은 책임감인가, 극단적인 회피의 양태인가?)

리스본 27 체 담배 사용법

(전략)
눈을 뜨고 커튼을 열자 산허리에 안개가 자욱했다
분명 아침인 것 같은데 점점 어두워지는 풍경들, 하얀 눈밭 위로 소리 없이 바람들이 몰려다니고 나는 침묵의 중심에 가만히 서 있었다
그리움이 속된 것이라고는 알고 있었지만 청춘이다 지난 내 감정의 우듬지에서 말없이 흔들리며 서서히 피어오르던 그것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나는 단 한 대의 기타도 지니고 있지 아니하였고 부를 만한 노래도 기억나지 않았으므로 그저 창밖의 풍경을 바라보며 사물들에게 담배 연기의 연주를 들려주었을 뿐이다
어디서부터인지 알 수 없는 고통이 밀려왔다
고통스러운 감정의 근원이 알고 싶었지만 나는 침묵의 중심에 가만히 서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커피를 한 잔 마시고 연거푸 두 대의 담배를 피우고 나자 다소간의 현실감이 밀려왔다
지난밤의 숙취, 지난 세월의 숙취들, 나는 문득 아득한 현기증에 사로잡혔다
지난 숙취의 날들 속에서 내가 무수히 내뱉었던 말들이 뽀족한 화살이 되어 내 심장으로 날아오고 있었다
그녀의 사랑 앞에서 나는 무엇을 했던 것일까, 내가 그녀를 사랑했다고 과연 말할 수 있을까
나는 최선을 다해 그녀에게 헌신했지만 사실 나는 사랑이 무엇인지 잘 알지 못했다
사랑을 모르면서 사랑을 할 수 있을까, 사랑에 있어서 남자는, 여자는 과연 어디까지 갈 수 있는 것일까
내가 바라보는 유리창 밖은 어느새 캄캄하게 어둠을 보여주고 있었다
나는 다시 커피를 마시고 오래간만에 장을 보러 나갈 준비를 했다, 나에겐 지금 몇 병의 술과 조금의 양식이 필요한 것이다, 나는 마트에 들려 쌀 한 포대와 내가 즐겨 마시는 몇 병의 술을 사들고 돌아올 것이다
리스본 외곽에 위차한 나의 숙소를 서서히 어둠이 서서히 점령해오고 있었다, 멀리서 누군가 부르는 파두 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현실감이 없었다
창밖은 온통 어둠뿐인데 왜 나는 백야의 한가운데 서 있는 느낌일까, 사흘 밤낮을 퍼부었던 눈발이 녹지 않았기 때문인가
나는 음악을 몇 개 구해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음악을 틀어놓고 그냥 그렇게 하염없이 이 겨울을 날 것이다, 커튼의 안과 밖에서 미풍과 광풍이 교차하며 불어갈 것이다
그러나 끝내 나는 침묵의 중심에 서 있을 것이다
다만 넉 장의 흑백사진을 말없이 바라보면서 근원을 알 수 없는 나의 고독은 그렇게 무르익어갈 것이다
그것이 다인 것이다, 무엇이 더 있겠는가, 무엇이 더 있을 수 있겠는가
(중략)
저녁에 일어나서 담배를 한 대 피워 말고 어두워지는 눈 덮인 들판을 바라보다
시차에 적응할 수 없는 나날들의 현기증
재활용 쓰레기를 버리고 오며 바라본 밤하늘엔 초저녁 별들이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반짝이며 떠 있다
고독을 생산하는 공장이 이다면 바로 이곳일 것이다
나는 이 공장에서 열심히 고독을 생산하는 노동자인 것이다
다카하시 겐이치로의 소설을 읽다
그의 소설은 사람의 기분을 좋게 만들어주면서도 뭔가 가슴 한쪽에 찡한 울림을 준다
경쾌한 발언 뒤에 숨어 있는 무수한 슬픔의 개인사, 날씨들의 세계사
저녁 겸 아침을 든든히 먹고 커피 석 잔 담배 넉 대, 다시 작업 시작
이곳의 기온이 드디어 영하 10도 아래로 떨어졌다

그래도 밤하늘의 별들은 얼어붙지 않고 자신의 길을 간다

나도 언젠가 저 별들과 함께 허공을 따라 나의 길을 가겠지만 지금은 커피를 마시고 담배를 피우고 창 밖의 어둠을 보며 날씨의 세계사를 적어나가는 밤

고독은 꾸준히 생산되지만 아무도 고독을 소비하지 않는다

세상의 모든 음악은 재활용 중이고 시는 여전히 탄생 이전

(후략)

 

봉쇄 수도원

(전략)  

푸른 전등의 새벽. 이 푸른빛은 어디서 오는가.

고요한 침묵의 사다리를 타고 나의 다락방으로 스며드는 이 새벽의 전원은 어디서 오는가

그러니까 이건 실제적인 것이다.

아무리 봉쇄해도 봉쇄할 수 없는 내면의 푸른빛

나의 글은 그 푸른빛에서 와서 태양이 불을 밝히는 시각에 사라진다

목이 마르고 열어둔 창문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작은 화분의 푸른 잎들을 스치며 지나간다

(중략)  

태양이 사라진 지구의 한편에서 달의 전구를 밝혀 놓고 고요히 밤을 적어나간다.

밤은 태양이 남겨둔 기억의 그림자. 그림자를 밟으며 고독하게 유령이 걷고 있다

(중략)

가출 혹은 여행의 삶.

희미한 공기처럼 세계의 골목을 떠돌다 끝내 집으로 돌아가지 않은 채 죽으려 했던 나의 꿈이.

이렇게 상처 입은 짐승처럼 내면의 푸른 기억을 적어나가는 새벽이면

가장 먼 곳에서 반짝이며 나를 부르는 골수분자 같은 삶. 질기고도 비린 유전자의 집.

나는 유령이었고 사는 동안 나는 끝내 유령일 테지만

새벽 네 시 나는 드디어 나에게 갇힌다. 봉쇄 수도원. 그러니까 이건 실제적인 것이다

 

체 게바라가 그려진 지포 라이터 관리술

너무 많은 커피!

너무 많은 담배!

 그러나 더 많은 휴식과 사랑을!

 더 많은 몽상을!

 

톰 웨이츠를 듣는 좌파적 저녁

(전략)

네 목소리엔 집시의 피가 흘렀지, 오랜 세월 길 위를 떠돈 자의 바람 같은 목소리

북구의 밤은 깊고 추워 노래를 부르는 사람도 노래를 듣던 사람도 모두 부랑자 같았지만 아무렴 어때 우리는 아무것도 꿈꾸지 않아 모든 걸 꿈꿀 수 있는 자발적 은둔자였지

생의 바깥이라면 그 어디든 떠돌았지

시간의 문 틈 사이로 보이던 또 다른 생의 시간, 루이 아말렉은 심야의 축구 경기를 보며 소리를 질렀고 올리비에 뒤랑스는 술에 취해 하염없이 문밖을 쳐다보았지

삶이란 원래 그런 것 하염없이 쳐다보는 것 오지 않는 것들을 기다리며 노래나 부르는 것

부랑과 유랑의 차이는 무엇일까

그때나 지금이나 우리는 여전히 모르지만 두고 온 시간만은 추억의 선반 위에 고스란히 쌓여 있겠지

죽음이 매순간 삶을 관통하던 그 거리에서 늦게라도 친구들은 술집으로 모여들었지

이탈리아 양아치 탐정 파울로 그로쏘는 검은 코트 차림으로 왔고 콧수염의 제왕 장 드 파는 콧수염을 휘날리며 왔지

움직이는 모든 것들이 시였고 움직이지 않는 모든 것들의 내면도 시였지

기억하는지 톰, 밤새 가벼운 생들처럼 눈발 하염없이 휘날리던 그날 밤 가장 서럽게 노래 불렀던 것이 너였다는 것을

죽음이 관통하는 삶의 거리에서 그래도 우리는 죽은 자를 추모하며 죽도록 술을 마셨지

밤새 눈이 내리고 거리의 추위도 눈발에 묻혀갈 즈음 파울로의 작은 손전등 앞에 모인 우리가 밤새 찾으려 했던 것은 생의 어떤 실마리였을까

맥주 가게와 담배 가게를 다 지나면 아직 야근 중인 엥겔스의 공장 불빛이 빛나고 마르크스의 다락방에서는 여전히 꺼지지 않은 불빛 아래서 누군가 끙끙거리며 생의 선언문 초안을 작성하고 있었지

누군가는 아프게 생을 밀고 가는데 우리는 하염없이 밤을 탕진해도 되는 걸까 생각을 하면 두려웠지 추웠지 그래서 동이 틀 때까지 너의 노래를 따라 불렀지

(후략)

 

- 그의 시는 모두가 잠든 새벽에 읽어야 한다. 새벽 서너 시쯤 혼자서 중얼중얼 소리 내야 한다. 박정대 시인(49), 그의 얘기다. “오전 10시 은행 창구 앞에 앉아서 내 시집을 읽으면 현실의 모든 걸 포기하고 죽고 싶거나 ‘이게 뭐야’ 하면서 시집을 쓰레기통에 집어넣을 거다. 밤에 좋아하는 친구를 만나서 술도 한잔했고 잠도 안 오고 뭔가 보고 싶을 때 시집을 펴면, 박정대가 쓴 게 아니고 내(시를 읽는 이)가 쓴 것 같다는 느낌이 들 거다.

- 내가 쓰는 시에는 눈에 보이진 않지만 내면에 존재하는 것들이 담긴다. 현실을 무시한 꿈은 현혹일 뿐이다. 내 시를 보면서 위안을 얻고 진짜 현실을 사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나의 시는 내면적 리얼리즘이다.

- 그는 밝은 대낮에는 충실한 직장인으로 생활하다가 퇴근하는 그 순간 ‘나는 글 쓰는 사람이고 시인이다’라는 자의식을 충전시킨다. 일찍 저녁을 먹고 잠들었다가 밤 11시에 일어난다. 온전한 시인의 삶은 이때부터 시작된다. 음악을 듣다가 발동이 걸리는 새벽 서너 시에 시를 쓴다. 글을 쓰다가 고개를 들면 시계가 오전 7시를 가리킬 때도 더러 있다.

“서울이라는 대도시, 자본주의 사회에 살면서 스스로 시인임을 의식하지 않으면, 예술가적 감수성을 유지하려는 노력이 없으면 평범한 시민이 될 뿐이다. 내가 헌신하는 예술적 시간을 위해서 그 나머지를 희생하고 하기 싫은 일을 한다. 현실에서 살아남아야 하니까.”

https://www.donga.com/news/Culture/article/all/20140129/60469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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