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해당되는 글 14건

  1. 몽상가들(The dreamers, 2003/2014) 2014.03.09
  2. 소원(2013) 2013.10.05
  3. 댄싱퀸(2012) 2012.01.29
  4. 우리는 동물원을 샀다(We bought a Zoo, 2011) 2 2012.01.23


1. KU 시네마트랩에서 첫 영화감상. 재학중일 때 생겼으면 정말 많이 애용했을 것 같은데... 졸업하고나서야 이런 바람직한 시설이 생기다니 ㅜㅜ 

여튼 시네마트랩의 장점은

1) 광고가 없음

2) 관객이 매우 적어서 관람여건이 쾌적함

3) 엔딩크레딧이 올라갈 때 까지 불을 키지 않아서 엔딩크레딧을 집중해서 볼 수 있음
(사실 엔딩크레딧도 신경많이써서 만든건데... 여타 영화관에서 영화 띡 끝나고 불켜서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남아있기 뻘쭘하게 만드는 문화에 대하여 불만이 많았었다!)


단점은

1) 상영관이 하나. 시간을 잘 맞추지 않으면 보고싶은 영화를 볼 수 없다

2) 영화표가 영수증. 이번부터 티켓 보관하는 습관을 가지려 했는데 의욕상실.


그래도 종종 이용할 것 같다.  

로1 생활의 활력소로 매주 토요일 마지막 상영영화를 볼까 생각중!!


2. 영화 내용에 대한 해석은

http://movie.naver.com/movie/bi/mi/reviewread.nhn?nid=846338&code=37544 

이 훌륭한 리뷰글로 대체.



3. 청춘의 시기에는 영화같은 삶을 꿈꾸기 마련이다. 나도 밴드에서 곡을 카피하고, 영화속 주인공의 코디를 따라하고 하던 시절이 있었다. 외부에서 따온 이미지나 상징으로 나를 구성하고, '원래 나'와 거리를 두어 그 비워낸 부분에 세상의 조각을 채워 나감으로서 세상을 이해하고 세상과 동화되고 싶었던 걸까. '모방'의 본능은 어디서 기인하는지? '타인의 삶'을 자신이 재현함으로써 타자와의 공감대를 찾는 '연대의 희구'가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이고, 자신이 열등한 부분을 우상 혹은 모방의 요소로 채워넣어 자신의 부족함을 감추려는 부끄러움의 감정도 하나가 될 듯 하다. 그러다가 점점 성장이 멈추고, 변화/발전가능성이 사라진 스스로를 담담하게 바라보며 꿈꾸기를 멈추게 되리라.


4. 어릴 때 형제관계는 건전한 대인관계, 나아가 성관념 정립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것이 결핍되거나 왜곡된 경우 '성정체성(성적 대인관계를 포함)' 정립에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다. 겉으로 쉬이 드러나지 않는 부분이라 논의가 많이 되지는 않지만 이래 저래 속으로 곪아 있는 사람이 많을거다.


5. 사랑한다는 말을 요구하고 구걸할수록 비참해지고 멀어지는 느낌. 마지못해 '나도 사랑해'라는 답변을 들을때의 코딱지만한 안도감과 이내 느끼는 서운함, 아쉬움, 자존감 하락, 절망. '유일성'이 본질인 애정관계에서 '내가 너를 사랑하는 것만큼 내가 너를 사랑하지 않고' '어쩌면 네가 나 아닌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나는 너를 더욱 붙잡고, 원하고, 그런 내가 너는 부담스럽고.


6. 역사적 배경이 참 중요한데, 시대를 구성하는 인물의 속성은 시대를 닮아가게 되어 있다. 치열한 68년이었기에 그들의 젊음과 광기도 '치열'할 수 있었던 것이고, 피로사회를 사는 우리 젊은이들은 저렇게 분출할 광기도 탐닉할 대상도 찾지 못한채 가볍게 쉽게 모든 것을 소비하고, 이내 쉽게 질리고 피곤해지고... 

그런 의미에서 '오래된 정원'(황석영)의 배경인 80년대와 더불어 참으로 탐나는 시대적 배경이 아닐 수 없다


7. 퐁피두 센터가 '퐁피두 총리'의 이름을 따온 것이었구만. 


8. 셋은 역시나 불안정하다. 홀수를 odd(이상한, 기괴한) number라고 하고 짝수를 even(공정한, 평등한) number라고 하는 이유를 어렴풋이 알듯도 하다. 매튜는 이자벨을 이자벨은 테오를 보는 장면에서 섬뜩하게 느꼈다. 짝수에서는 쌍방향적 지향관계가 가능한데 홀수면 어디선가 엇갈리거나 기껏해야 순환관계에 지나지 않게 된다. 


9. 영화를 다 보고 나서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를 읽은 직후처럼 가슴이 먹먹했다. 


10. 젊음은 일시성을 본질로 해서 그런지 '연소'되어가는 느낌이 크다. 자살을 기도한지 5분만에 시위대의 최전선에 서는 모습이 모순이 아닌 시절이다. 나의 욕구와 욕망이 이리저리 튀는 것도 크게 신기한 일은 아니고, 그냥 영화에서처럼 나도 이렇게 저렇게 fluctuation을 반복하다가, 점점 그 스펙트럼이 작아지다가, 결국 안착하게 되겠지. 얼마 안남았다 내 청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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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2013)

from 영화 2013. 10. 5. 16:58

소원


소원(2013)
by 이준익 / 설경구, 엄지원

2013. 10. 5 @ 부대...

★★★★☆



1. 조두순 사건을 배경으로 한 작품. ‘아동 성폭력 피해자를 주제로 한 영화’라는 들었을 때 떠오르는 스테레오타입들 - 넋나간 피해자, 가족들의 오열, 뻔뻔한 피해자, 솜방망이 처벌, 사법부에 대한 불신과 이에 대한 분노까지 - 에서 완전히 벗어나진 못한다. 이는 소재 자체가 내포한 한계라 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큰 감동을 준다. 초점을 살짝 틀어 가해 행위에 대한 고발보다 피해자가 조금씩 회복되는 모습, 어떻게든 희망을 찾으려는 한 가족의 몸부림에 맞췄기에 가능한 결과물이다.

2. 더 이상 정상적으로 용변을 볼 수 없는 소원이... 당황한 아버지가 다급히 소원이의 속옷을 갈아입히려 할 때 소원이는 ‘벗겨짐’의 행위에서 아픈 경험을 떠올리고, 아버지를 바라보는 눈빛 위에는 범죄자의 모습이 덧씌인다. 이불을 뒤집어쓴채 아버지를 거부하는 소원이, 문 밖에 숨어 힐끗힐끗 소원이를 쳐다보며 맘 졸이는 아버지, ‘코코몽’이 되어서밖에 딸과 소통할 수 없는 부녀의 거리.. 보고 있으면 숨이 턱턱 막히고 어찌할 도리가 없어 발을 동동 구르게 된다.

그렇기에 조금이나마 회복되어 학교에 돌아온 소원이가 코코몽! 아빠야제? 할 때의 가면 속 설경구의 흔들리는 눈빛, 손수 가면을 벗겨 아빠의 땀을 씻어주는 소원이의 손길은 이 영화가 말하고자 했던 ‘희망의 증거’이다. 코코몽 댄스(?)를 선보이는 어머니, 바스락거리는 용변 주머니를 가리고자 사탕 가방을 만들어주는 아버지, 문방구 앞에 붙은 격려 문구, 소원이 동생 소망이.... 희망의 조각들을 꿰어 어떻게든 상처를 가리고, '아이고 죽겠다' ‘왜 태어났나 싶'음에도 힘든 삶을 꾸려나간다.

3. 물론 이 영화에서 찾은 희망은 비현실적이다. 영화에 묘사된 성폭행 피해자와 그 가족을 돌보는 사회와 공동체의 모습은 ‘판타지’에 가깝다 할 것이다. 희망의 순간으로 가려지지 않는 좌절과 불행의 나날은 얼마나 길고 어두울까. 무자비하게 파괴된 내장을 들어낼 때의 고통, 초등학교 여자아이가 삶의 본질에 대해 회의해야 하는 현실은 결코 감당하기 힘든 것이다. 

4. 이러한 난점이 있음에도... + 이준익 감독이 피해자에게 2차, 3차 피해를 입힐 수 있는 현실을 감안하고서라도 이런 영화를 만든 건.... 아마 ‘이 영화를 통해서 많은 사람이 이 문제에 대한 주의를 환기하고’ ‘사회적 움직임이 생겨서 아픈 이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즉 감독 자신이 그린 판타지적 세계에 어떻게든 현실을 조금이나마 조응시켜보고자 하는 노력의 발로가 아닐까.. 생각한다.

5. 유기징역 상한은 15년, 가중처벌해도 최대 25년... 그런 측면에서 심신미약 감경사유 적용해서 12년이면 그렇게 짧은건 아닌데... 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가, 주위에서 '저딴 새끼는 목매달아 쳐죽여야 된다' '판사새끼 지딸이 당해봐야 정신차리지' '적어도 무기징역 아닌가'라는 아우성이 들려서 퍼뜩 정신이 났다. 13년 6월부로 성범죄 관련 법률은 강화되었고 거의 모든 성폭력 범죄에서 음주, 약물로 인한 감경 사유는 인정되지 않게 되었다. 국민 대다수의 법감정에 맞추어 법은 엄격해지고 있으나.... 하지만, 인용하자면,

'법이 약해 강간범이 활개친다는 주장은 여타의 고민을 중세적인 "쎈 법"에 모조리 떠넘기겠다는 직무유기에 가깝다. 꼴도 보기 싫은 저 강간범을 죽이거나 내 눈앞에서 영원히 거두라는 외침은, 그 피의자 또한 사회의 일원이라는 점을 간과한다는 점에서 고작 '내 세계'의 안위'만'을 위한 것이고, 따라서 역설적으로 '반사회'적인 주장인 것이다. 앞서 말했듯이, 법은 '나'의 정의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그 수천만의 다른 정의가 타래진 '사회'의 정의를 통해 완성된다. 고로 어떤 강간범은 영원토록 격리시킬 것이 아니라 결국 사회의 품으로 돌아와야 하고, 그 역할은 법을 집행하는 국가의 몫임과 동시에 사회 구성원 스스로의 몫이기도 한 것이다'

'왜 강간범을 태워죽이지 않냐고? 그 성에 차지 않는 형량의 '여백'에 우리와 국가가 해야 할 나머지 할 일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결코 국가-개인이라는 1:1의 관계 안에서 완성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또한 개인이 보기에 별 신통찮을 근대법체계 속에 생활하고 있는 우리는 그 체계를 통해 생각보다 많은 것들을 누리고 있고, 우리는 우리가 누리고 있는 것들을 잘 알고 있을 필요가 있다. 그것은 근대를 누리며 늘어놓는 탈근대적 투정이나 순간적인 격정의 의의를 훌쩍 뛰어넘는 것이다. 

'형법관련법의 제정 및 개정에 있어서는 형법이 가지는 보호적 기능과 관련하여 형법의 최후수단성·보충성의 원칙(Subsidiaritätsprinzip)에 충실한 입법이 요구된다. 일반인의 법감정에 근거한 보호목적 우위의 입법은 테러형법의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어 자칫 보호를 갖아한 침해가 될 수 있다. 실제에 있어 입법자는 여론을 의식하여 범죄화에 따른 상징적 효과 때문에 집행할 의도나 능력도 없이 중벌화 입법의 유혹에 빠질 위험성을 가지고 있으며 이러한 입법들은 내용적 정당성을 가질 수 없다. '
(이와 관련해 배종대 교수는 "형벌이 최후수단이라는 말은 교과서 속에나 있는 말이고, 현실에서는 최초수단(prima ratio)이 된지 이미 오래되었다고 하고 있다.)

'신자유주의 정책들에 의해 자기결정·자기책임을 강요당한 개인은 자신의 필사적 생존을 위해 사회적 연대로부터의 개별인간으로서의 정신적 여유나 관용을 상실한 채, 범죄의 사회성에 눈을 돌릴 여유를 가짐이 없이 엄벌에 의한 치유를 요청하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엄벌의식이 '이물질로 생각되는 것'의 배제·배외의식에 연동됨과 함께 의심과 불안감을 재생산함은 물론 새로운 범죄를 재생산하게 된다. 여기에서 엄벌주의는 문제는 더욱 악화시킨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범죄행위는 사회에 적대적인 것이지만 범죄자는 인간으로서의 자유의 향유주체이며 인권의 주체라는 것은 변하지 아니한다. 이러한 사고방식은 근대형법의 기본원리인 행위책임의 원칙에 기초하고 있다. 형법은 행위책임이며 행위자형법이 아니다. 행위자는 그가 죄를 범하였기 때문에 처벌받은 것이지, 그의 상태 때문에 처벌받은 것은 아니다. 흉악범죄인에게는 인권이 없다는 사고는 헌법(제10조)이 보장한 인권의 보편성을 부정하는 것으로, 인권은 기본권의 구체인 인간 누구에게나 심지어 범죄자에게도 보장되어야 할 권리이다. 사람은 사람이라는 것 자체에서 존엄은 보장되어야 하며 인간은 자유롭게 처분될 수 있는 물건이 아니다. 따라서 어떤 경우에도 다른 목적을 위한 수단이 되는 것은 허용되지 아니하는 존재이며, 범죄자는 범죄행위로 인해 필요최소한도 내에서 일정한 기본권이 제한될 뿐 일반인의 국가형벌권으로부터의 과도한 보호욕구로부터 인권이 보장되어야 할 지위에 있다. 이러한 자기구속의 법원리는 일반국민과 범죄인은 고정된 지위가 아니라 일반국민도 내일의 범죄자 지위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

-http://cryingkid.egloos.com/3407401
- 이재석, "형법의 중벌화 입법경향에 관한 비판적 고찰", <법학연구> 44, 2011, 204-218쪽


이 점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6. 하여튼 이 영화가 주는 감동에는 변화가 없다. 시커먼 군인들도 눈물 줄줄 흘리며 본 영화.. 여성분들 눈화장 조심하세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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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싱퀸(2012)

from 영화 2012. 1. 29. 13:09

댄싱퀸(2012)
by 이석훈 / 황정민, 엄정화

2012. 01. 21 @ 아리랑시네센터

★★★



사실 이런 뽕삘 가득한 영화는 내가 가장 비선호하는 부류 중 하나이다.
이 영화를 본 것이 설연휴가 아니었다면, 아빠의 강력한 요청이 아니었다면 절대 보지 않았을 영화 중 하나.

특히 이석훈 감독의 전작 중 하나인 '방과 후 옥상' 이런건
내 인생 최악의 영화 리스트에 들어있을 정도라 정말정말 아무런 기대도 되지 않았다.
황정민 엄정화면 그냥 무난 무난 하겠구나........... 그저 그런 설날 영화겠구나 하는 마음으로
-ㅅ- 이런 표정을 짓고 영화관에 갔었다.



 

 어우 포스터...... !!!!

포스터보고 영화보기 싫어서 그냥 집에서 더잔다고 할까 에라 하고 보러 들어갔다.
 
 대충 줄거리는
http://kmk2qqj.blog.me/10129930679 요정도 참조하시면 되겠습니다.
그렇게까지 복기할 만한 내용이 아니라 링크로 대체.

참고로 주인공은 고대법대(ㅋㅋㅋ하필ㅋㅋ)나왔는데
돈못벌어서 처가에 찌질대는 변호사 ㅠㅠ
뜨끔했음ㅠㅠ 공부열심히하자....
 

 

이 영화의 미덕은
지극히 평범하고 사소하고 일반적인 소재를 나름대로 맛깔스럽게 버무렸다는 점이다.

특히 시의성 있는 여러 테마(시장선거, 슈퍼스타k)를 하나의 스토리로 잘 녹여냈다는 점은 칭찬할 만 하다.
각각의 소재를 따로 놓고 보면 식상하기도 하고 진부하지만,
그것들이 하나의 흐름 속에서 조화를 이루니 나름 맛있는 비빔밥같은(?) 영화가 되었다.

군데군데 나름대로 개그포인트도 있고, 사소한 웃음소재도 많아서 영화관 분위기가 시종일관 굉장히 좋았다.


 

그리고 이런 성공의 원동력은 바로 이 두 배우에게서 나온다.

황정민은 여러 전작에서도 거의 캐릭터에 녹아들다시핀한 자연스러운 연기로 자주 호평을 이끌어내곤 했는데,
이번엔 특히나 더 어울렸다.
이미지는 살짝 촌스럽지만 연기 자체는 누구보다도 세련되었고,
무엇보다 저 웃음!! 위 사진처럼 선량하게,
보는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웃음을 지닌 몇 안되는 배우중에 하나가 아닐까.

엄정화도 '실제로 저럴 거 같다'는 왕년에 좀 놀던 아줌마 느낌 + 나름 섹시가수출신의 실력을 잘 살린 것 같다.

 

엄정화의 섹시댄스(??)는 자주 클로즈업되었지만
많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나름 굴욕없는 몸매에서 엄청난 자기관리가 느껴졌다...........

 하지만 누나 전 그시간에 차라리 현아 트러블메이커 뮤비를 보고싶었다면 누나가 좀 슬프겠죠?
제법 비중이 할애된 '댄싱퀸'의 공연 영상은
요즘 좋은 영상물을 많이 접하는 20대 남성들에게는 그렇게 유쾌한 시간이 아닐 수도 있겠다.


 

사실 영화의 전개는 굉장히 뻔하고, 반전따위 거의 없고,
그냥 예정된 수순에 따라 예상된 감정에 호소한다.

 하지만 왜 그런거 있잖아,
꼭 서프라이징이 아니어도, 예상한건데 막상 받으면 감동적인 선물이나 이벤트같은 느낌?
이타이밍에서 이렇게 나오겠지 싶었는데 막상 그렇게 나와주니까 고맙고 짠한 느낌?
그게 '에이~ 역시~ 뻔해' 이런 감정과 '*_*' 하는 감정은 정말 한끗 차이인데,
거기서 나름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 내는 것은 이 영화 자체가 나름 잘만들어졌다는 반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하여튼 억지가 없고, 관객의 기대에 부응하는 적당히 착한 결말이라는 점에서
크게 눈쌀찌푸리지 않고 볼 수 있는 영화이다.
영화관에서 봐서 돈 아깝지 않은 영화의 마지노선.

기대치가 0이었어서 그런지, 나름 괜찮게 본 영화다.
놓쳐서 아쉬울거까진 없고, 딱히 뭐 없으면 봐도 괜찮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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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동물원을 샀다(We bought a Zoo, 2011)
by 카메론 크로우 / 멧 데이먼, 스칼렛 요한슨, 엘르 패닝, 메기 엘리자베스 존스

2012. 01. 21. @신사역 브로드웨이시네마


★★★★☆


요즘 내가 영화를 고르는 기준이 있다면,

1) 보고나서 행복한 영화를 보자
(불편한 진실/사회상황을 외면하고자 하는 소시민의 발악)

2) 덜 자극적인 영화를 보자
(calmly + easygoing이 키워드인 요즘 내 삶)

3) 소재가 신선한 영화를 보자
(25년만에 너무나 많은게 식상해져 버렸어 ㅠㅠ)

요 세가지 정도인데, 이 영화는 이러한 기준들을 아주 잘, 거의 완벽하게 충족시키는 영화였다.





 



 아내가 병으로 곁을 떠나고, 남겨진 가족의 삶은 엉망진창이 된다.

하던 일마저 때려친 채 거리 구석구석 담겨있는 아내의 흔적에 방황하는 남편,
고독과 반항심이 뒤섞여 마음을 잡지 못한채 학교에서 쫓겨나고, 병적인 스케치에 몰두하는 아들.
달나라 옥토끼의 존재를 믿어 의심치 않는, 조숙한듯 철없는 귀염둥이 막내딸까지.

아내의 흔적을 지워내지 못하고 힘들어하는 벤자민(=남편=멧데이먼)은 집을 옮기기로 결심,
그렇게 해서 옮기게 된 집은 심지어 동물원이 딸려있는 엄청난 곳!! 
(;; 집이 동물원에 딸린게 아니라 동물원이 집에 딸려있;;)


폐장 상태이고 폐허에 가깝던 동물원을 성공적으로 구해내면서
동시에 위기에 처해있던 가족이 치유되는 과정을 그린 가슴 따뜻한 영화다

(줄거리쓰기 귀찮아서 두줄요약;)

 

 
남주는 멧 데이먼, 여주는 스칼렛 요한슨 되시겠다.
살찐 멧 데이먼은 아무리 봐도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싱크로가 쩐다
(같이 본 아이가 멧데이먼이라고 하기 전까지 나는 사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인줄알았닼ㅋㅋㅋ)





 

사실 요 영화에서 가장 매력있는 캐릭터는 딸내미 로지.
상심에 빠진 엄마의 빈자리를 메워주는 조숙한 모습부터,
동물을 발견하고 꺄르르 천방지축인 아가다운 귀여운 모습까지
두루두루 잘 소화해내는데 보는 내내 아빠미소 ㅎㅎ


 그리고 다양한 동물들의 모습이 자주 잡혀서 흡사 동물원에 온 느낌이었다.




눈빛이 그윽하다.


'무조건적이며 계산없이 순수한, 진심으로 소통하는 관계란 정말 존재할까?'

이 영화에서 정답을 얻지는 못했지만, 
어떤 면에서는 '사람-사람'의 관계보다 '사람-동물'의 관계가
더 솔직하고, 한결같고, 진실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들었다. 

극중 스칼렛요한슨과 엘르패닝의 대화에서
동물이 아무리 좋아도 priority는 인간 쪽이지! 라는 대사가 있는데,

글쎄............? 예전에 김수경님께서(내첫포스팅에 니가등장할줄은;;) 정의해주셨던
'관계 자체에 몸을 던지는 것'
'어린 아이의 순수하고 의심없는 마음으로 표현하는, 온몸으로 안기는 감정'
은 어쩌면 동물과의 관계에서 더 수월할지 모른다는 생각도 문득 든다.

그래서 나도 애완멍멍이나 애완냥이를 키워볼까 생각도 잠시 들었지만
이별의 무게를 감당할 자신이 없다 ㅠㅠ

 



심지어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고!
자세한 이야기는  http://movie.naver.com/movie/mzine/cstory.nhn?nid=1273&page=1 참조


 


여튼 열정과 사랑, 협동과 조화, 자연과 인간 등
다양한 예쁜 가치의 조각들이 오밀조밀 잘 모여있는 따뜻하고 마음푸근한 영화였다 


상영관이 그렇게 많지 않고 흥행 여부는 잘 모르겠으니,
관심있으신 분들은 이번주에라도 영화관에 방문해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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