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해당되는 글 87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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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 2017.11.10
  3. 이적 인터뷰 발췌 2017.10.30
  4. . 2017.10.19
  5. 박미라 - 아름다운 날에 부치다 2017.07.03
  6. . 2017.05.24
  7. 헤헤 2017.02.06
  8. . 2016.12.08
  9. 최승자 - 그리하여 어느 날, 사랑이여 2016.12.06
  10. . 2016.11.13


헐 너무 조아 미쳤어 ㅠㅠ 조하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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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일상 2017. 11. 10. 11:52

비정한 세상,,,, 피토하는 실사,,,,


식탁에서 밥먹고 싶다 ㅠ_ㅠ


+) ㄸㅊ님이 순대국 사줬다.  ES 잘(?) 나갔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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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적 인터뷰 발췌

from 일상 2017. 10. 30. 22:22


- "사랑을 노래로 만들고자 할 때 회고조가 되는 경우가 많다. 창작이란게 그런 것 같다. 현재의 힘든 상황들에 처한 창작자가 누구보다도 서정적인 작품을 쓰게 되는 것처럼 현재의 내 모습 보다는 과거의 어떤 것들을 자꾸 찾아내려고 하게 되는 것 같다."


- 어쩌면 현재의 행복한 자신의 모습이 더 힘들고 괴로운 어떤 기억들을 꺼내게 하는 동인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누군가가 그런 얘기를 하더라. 이제 결혼도 했고 아이도 있으니 새로운 사랑은 이제 없을 거라고. 어쩌면 새로운 사랑에 대한 가능성이 없다는 것이 과거에 사랑을 떠올리게 하는 이유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결국 이제는 끝나버린 과거의 어느 시점으로 눈을 돌리면 사랑에 대한 상념들은 다소 쓸쓸해 질 수 밖에 없지 않을까 싶었다"


- "결혼 후 달라진 점을 많이 물어본다. 하지만 천성이라는게 크게 달라지지 않는 것 같다. 결혼을 할 누군가를 만날 때는 그 천성에 맞는 사람을 만나게 됐기 때문이기도 한 것 같다. 처음처럼 두근거림은 없을지 몰라도 서로의 취향을 공유할 수 있는 동지가 생겼다는 건 또 다른 감동이다."


- “그래. 어린 나이의 사랑이 아니어도 이런 일이 있었어. 그 열정과 수줍음이 얽힌 사랑”


- <고독의 의미>가 의미를 갖는 건 그 때문이다. 여기엔 이적이 그려낸 중년 남성의 삶이 있고, 사람들은 노래 속에서 마흔의 그를 분명하게 인지한다. 그는 펄떡이는 사랑, 곁에 누군가 있어도 느낄 수밖에 없는 외로움이나 고독감 등 관계에서 오는 어떤 감정들에 대해 말한다. 동시에 세월이 흐르고 나이가 들었다는 것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이십년이 지난 뒤’에서는 지금까지의 인생을 되돌아보며 남은 삶이 두려울 만큼 짧다고, ‘고독의 의미’에서는 “‘아무것도 몰라요’라고 하기엔 난 짧지 않은 세월을 살아온 것 같네요”라 고백한다. 물론 이전에도 이적은 ‘다행이다’나 ‘빨래’처럼, 많은 이들이 공감하고 좋아하는 노래를 잘 만드는 뮤지션이었다. 다만 ‘다행이다’는 사랑이라는 감정을 문학적으로 풀어낸 것에 가까웠고, ‘빨래’는 이별의 순간을 회상해보는 곡이었다. 그만큼 이적이라는 사람 개인의 현재를 음악에서 고스란히 내보인 적은 없었다. 하지만 <고독의 의미>는 이 모든 것에 대해 그가 지금 갖고 있는 욕망을 감추지 않기에 특별하다. 마흔에 다다른 이적이 현재 느끼는 것들을, 특유의 품격 있는 어법으로 전달함으로써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 셈이다.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심장은 뛰고, 감정은 무뎌지지 않는다. 이적이 찾아낸 인생의 진실은 거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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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일상 2017. 10. 19. 11:34

나는 연필이었고
그래서 흑심을 품고 있었다
당신 마음에 '좋아해요'라고 쓰고 싶었지.

-김연수, '세계의 끝 여자친구'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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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날에 부치다


박미라

 

생각하면, 우리들의 별은 얼마나 쓸쓸한가 

이 쓸쓸한 지구라는 별을 함께 지나가자고 

이제 한줄기 빛이 되는 두 사람


멀리 있었으나 서로의 빛을 바라볼 줄 알았고 

어두웠으나 서로에게 다가갈 줄 알아 

오늘 드디어 두 손을 잡는다


사랑은 소유가 아니라 동행임을 아는 두 사람은 

잡은 손을 놓지 않되 함부로 잡아끌지 않을 것이며 

서로의 두 눈을 고요히 바라보아 

말하지 않아도 같은 쪽으로 걸어가리라


수채화처럼 아련히 번지는 꿈의 조각들이 

거짓말처럼 들어맞을 때 

두 사람은 비로소 행복에 대해 말하리라


여기, 하늘이 마련하신 그대들의 길이 있다 

풀을 베고 돌을 고르고 물을 건너라 

서로가 서로의 땀을 닦아주고 그늘을 권하라 

풀섶에 핀 꽃을 함께 바라보고 들어낼 수 없는 돌을 만나면 

서로의 어깨를 감싸안고 천천히 돌아가라 

건너기 힘든 물을 만날 때면 

물 위에 비치는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다시 일어서라


먼 곳에 준비된 그대들의 낙원에 마침내 이르리니 

해 뜨는 쪽으로 큰 창문을 두어 

빛나는 햇살로 서로의 이마를 헹구고 

바람 서늘한 쪽으로 작은 길을 내어 

소낙비처럼 쏟아지는 사랑이 드나들게 하라 

그대들의 집은 맑고 밝고 따듯하여 

오해와 불신과 절망 따위가 넘보지 못하리라 

딸아 아들아


세상 모든 것들의 이름을 신으로 불러 기도하노니 

영원보다 더 오래도록 행복하시라 

행복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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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일상 2017. 5. 24. 12:24

연애할 때와는 달리 결혼이 주는 무언가가 있을 것 같아요.


저는 결혼을 통해서 한 시대를 마무리 짓고 성장하고 싶었어요. 연애를 할 때는 상대가 내가 싫어하는 일을 하면 그냥 밀어내서 헤어져버릴 수 있지만 결혼은 그렇지 않잖아요. 여러 가지 대응 방식을 취하게 되죠. 설득을 해서 푼다든지, 나도 똑같이 화를 낸다든지, 참는다든지, 그냥 웃어준다든지, 다양한 방식들이 있죠. 저는 쉽게 헤어질 수 없는 울타리가 사람의 성장을 담보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고통을 피하고자 하는 건 본능이니까, 관계에 문제가 생기면 그냥 헤어져버리고 말잖아요. 새로 연애를 시작하는 좋은 기분을 다시 느끼고 싶으니까요. 그런데 아무리 연애를 해도 사람 간에 나누는 감정은 비슷비슷한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저를 새로운 틀 속에 넣어보기로 한 거죠. 


이십 대에 행복하지만은 않았다고 말씀하셨는데, 그렇게 기억하시는 이유가 있으신가요?


어떻게 보면 저의 이십 대가 한국사회의 성과주의에 희생된 것 같기도 해요. 성과주의의 특성은 아무리 해도 더 해야 된다는 거잖아요. 겉에서 보기에 저는 학력도 나쁘지 않고 밴드도 잘 되고 있었는데도, 그런 걸 하면서 성취감을 느끼기 힘들었어요. 지금보다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드는 거예요. 그런데 그건 끝이 없거든요. 성과주의의 특성은 현실에서 내가 어떤 것을 이루었든 얼마나 열심히 했든 상관없이 더 뽑아내는 게 아닐까 싶어요. 저는 그게 지금 십 대 이십 대의 자살률로 나타나고 있다고 생각해요. 성적 때문에 죽는다는 게 진짜 문제가 아니라, 뼛속까지 스며들어있는 더 잘해야 된다는 강박을 도저히 참을 수 없는 거라고 생각돼요. 그걸 공감해주는 사람이 없었겠죠.


‘이만큼 했으면 됐다’는 생각을 갖기가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왠지 그러면 안 될 것 같고, 그럴 시간에 더 노력해야 할 것 같은 강박이 있는 거죠.


저도 마찬가지거든요. 노래를 아무리 해도 할수록 더 힘들어요. 노래를 100번 1000번 부르는 동안 어떻게 항상 그 감정 속에 있을 수 있겠어요. 그런데 노래 부를 때는 그렇게 해야 되거든요. 가끔씩은 관객들이 나를 평가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죠. 아무리 해도 관객을 만족시키지 못할 것 같은 느낌이 들 때도 있거든요. 『언젠가 너에게 듣고 싶은 말』에서 이야기한 평범한 불행이라는 건, 평범한 것이라기보다는 만연되어 있는 불행이라고 생각해요. ‘의식주도 풍족하고 문제가 없는 것 같은데도 왜 불행한가’라는 생각말이죠. 뭔가 공허한 거죠.



그 이유가 뭘까요?


심리학에서는 결핍을 삶의 추동력으로 삼았던 부모 세대가 자식들에게 ‘더 해야 된다’는 콤플렉스를 물려줬다고 이야기하더라고요. 부모가 자녀를 양육하는 방식은 그 자녀의 자녀에게까지 이어지고, 콤플렉스도 대물림 된대요. 아래 세대로 내려올수록 콤플렉스는 더 심해지고요. 그런데 부모 세대에게는 ‘더 해야 된다’는 콤플렉스를 가져야 할 이유가 있었어요. 그렇게 하지 않으면 굶어 죽었으니까요. 그런데 그 자녀들은 그렇게 해야 할 이유도 없는데 콤플렉스만 남아있는 거예요. 제가 생각하는 평범한 불행이라는 건 그런 종류의 불행이었던 것 같아요. 어딘가 부족하다, 더 잘해야 될 것 같다, 그런 생각으로 인해서 겪게 되는 것들이죠.


어떤 노래로 기억되는 뮤지션이 되고 싶으세요?


앨범을 낼 때 어떤 사람이 들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마찬가지로 책도 어떤 사람이 읽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요. 어쩌면 처음부터 뮤지션을 목표로 삼았던 게 아니라서 그런지도 모르겠어요. 자연스럽게 흐름을 타다 보니까 뮤지션이 된 거고, 그래서 더 목표가 없는 것 같기도 해요. 책 역시 어떤 목표 지점을 두고서 쓴 게 아니거든요. 자연스럽게 흘러서 분량이 쌓이니까 출간하게 된 거예요. 가을방학 앨범이랑 똑같은 방식으로 만들어진 거거든요. 책을 써야겠다는 생각은 있었지만 목표는 없었어요. 어떤 음악으로 기억되고 싶다는 마음도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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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헤

from 일상 2017. 2. 6. 17:23

헤헤 리서치 겁나 칭찬받았다........히죠-니 요쿠 데끼떼이루 스바라시이 ㅋㅋㅋㅋㅋㅋ헤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토테모 다스카리마스 ㅋㅋㅋ헤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들 유럽 미국에 나가있는데 

나는 왜 여기서 시키지도 않은 야근을 하고 있을까 

변시기간에도 안난 뾰루지는 왜나는가 

전혀 빠질 기미가 없는 살은 어쩔 것인가 싶다가도


그냥 누가 덕분에 진짜 한시름 놓았다고 고맙다고 하는 말 한마디에 

가슴이 벅차오르는걸로(언제까지??) 다 만회가 되는 것 같다........ 



그냥 내가 어디선가 쓸모있는 존재라는거 자체로 기쁘다.

반대로 말하면 평소에 딱히 스스로의 존재가치에 대해서 큰 의미를 두고 있지 않다는 것과도 마찬가지긴 한데.. 



마음에 담고 싶은 풍경들이 많다. 

노르웨이의 숲에 나오는 '이이다바시-요쯔야' 구간은 

어릴 때 살았던 쪽이기도 하고, 이젠 통근길 열차 차창 너머로 접하는 풍경이다. 

벚꽃이 피면 참 예쁠텐데 그 전에 돌아가야 되겠지.


동경역의 고풍스런 건물도, 

마루비루/신마루비루 일루미네이션도, 

마루비루 지하 삐까뻔적한 상점가도, 

엘리트 냄새 물씬 풍기며 바삐 돌아다니는 사람들도, 

회의실 너머 내려다보이는 황궁도

하나 하나 장면으로 배경으로 


그래도 난 좋아하는 것에는 최선을 다했다고, 

나름 치열하게 살았던 서른의 시작으로 

예쁘게 남을 것 같다. 


(= 어차피 이번 삶은 망해서 놀아봤자 소용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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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어느 날, 사랑이여 | 최승자


한 숟갈의 밥, 한 방울의 눈물로 

무엇을 채울 것인가, 
밥을 눈물에 말아먹는다 한들. 

그대가 아무리 나를 사랑한다 해도 
혹은 내가 아무리 그대를 사랑한다 해도 
나는 오늘의 닭고기를 씹어야 하고 
나는 오늘의 눈물을 삼켜야 한다. 
그러므로 이젠 비유로써 말하지 말자. 
모든 것은 콘크리트처럼 구체적이고 
모든 것은 콘크리트 벽이다. 
비유가 아니라 주먹이며, 
주먹의 바스라짐이 있을 뿐, 

이제 이룰 수 없는 것을 또한 이루려 하지 말며 
헛되고 헛됨을 다 이루었도다고도 말하지 말며 

가거라, 사랑인지 사람인지, 
사랑한다는 것은 너를 위해 죽는 게 아니다. 
사랑한다는 것은 너를 위해 
살아, 
기다리는 것이다, 
다만 무참히 꺾여지기 위하여. 

그리하여 어느 날 사랑이여, 
내 몸을 분질러다오. 
내 팔과 다리를 꺾어 

네 

꽃 
병 
에 

꽂 
아 
다 





최승자를 생각하지 않고 한국의 여성시를 말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최승자는 한국의 여성 시인에게 덧씌워진 '여류'라는 이름의 굴레를 과감하게 벗어던진 시인이다. 그것은 남성중심적인 상징질서에 의해 규정된 '여성적인' 시적 감수성으로부터의 탈출을 의미했다. 그의 시에 등장하는 위악과 피학증과 자기모멸과 거침없이 비속한 언어들은 단지 '해방'의 의미가 아니라 새로운 시의 '시작'을 알리는 것이었다. 그의 시는 "내가 살아 있다는 것, 그것은 영원한 루머에 지나지 않는다"라는 충격적인 전언에서 출발한다. 그것은 어떤 낭만적 환상도 거부한 채, 삶의 불모성과 치명적인 사랑의 위험을 온몸으로 견뎌야 하는 자의 처절한 자기 선언이다. 

초기시의 매혹적인 에너지를 집중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두번째 시집 [즐거운 일기](1984)에 수록된 이 시는 사랑에 관한 최승자 시의 한 절정이다. 이 시는 비유와 관념의 회로를 거치지 않는 사랑의 신체적 고통을 원초적인 형태로 드러낸다. 삶을 채우는 것은 사랑이라는 환상이 아니라, '밥'과 '눈물'이다. "그대가 아무리 나를 사랑한다고 해도" 그 완강한 콘크리트 같은 현실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그러니까 비유로써 말하지 말아야 한다. 콘크리트 벽에 부딪치는 '주먹의 바스러짐'만이 구체적인 진실이다. 

낭만적 사랑은 불가능하다. 아니, 사랑은 불가능하다. 그러면 어떤 사랑의 방법이 가능할까? "사랑인지 사람인지"는 '가거라,' "사랑한다는 것은 너를 위해/ 살아,/ 기다리는 것이다." 끝내 살아남아 기다리는 것은, 행복의 순간이 아니라. 사랑이 내 몸을 무참히 꺾는 순간이다. 그 순간의 감각을 표현하기 위해 시의 마지막 부분은 마치 꽃병에 꽂힌 몸의 형태처럼 글자를 배치한다. 어떤 희망과 행복의 약속도 없이 다만 꺾이기 위해 기다리는 몸은, 사랑에 대한 비유가 아니라, 사랑하는 자의 고통 그 자체이다. 사랑에 관한 한 이 신체적 감각만이 진실이다. 몸이 아프다. 사랑으로부터 몸이 아프다. 고로 나는 사랑한다.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rid=33&contents_id=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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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일상 2016. 11. 13. 10:28

한밭, 그 너른 들에서

나를 표시하는 몇 개의 숫자들과 더불어 산다
간혹 집 전화번호나 통장 비밀번호 같은 것을 잊고서
청어 대가리처럼 어리둥절해 한다
먼 도시의 지인들 사이에 떠도는
나에 대한 소문들을 듣기도 한다
소문에서 나는 무엇에 대단히 화가 나 있거나
누구를 아주 미워한다 행복한 가장이 되어
세월을 잊고 세상일마저 모른 채 지낸다고도 한다
소문만으로도 내 근황이 충분하므로
손가락으로 콧구멍을 후비듯 일없이 달력이나 넘겨본다
아무 징조도 없이 계절이 바뀌고 그러다
어느 날 아침 출근하려는데 문득
자동차의 시동이 걸리지 않는다
이 너른 들판 어디쯤에선가 나도
그렇게 시동이 꺼질 것이다
갑작스레 멎을 것이다




=========================================================================

그 떠도는 ''는 얼마나 우습고 헛된 것들인가.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당신들이 잘못 알았다고 손사래를 치는 일 또한 무슨 소용이겠는가. 그런데 그쯤에서 나의 삼엄한 진실을 만난다. 어느 날 문득 자동차의 시동이 걸리지 않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 날아오는 돌멩이를 맞은 듯 띵 해진다. 내가 누군지 이렇게 헷갈리는 사이, 갑자기 시동 꺼지듯 삶이 멎을 것이다. 이 고독한 생의 인식을 대면하는 일만으로도, 이 시는 값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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