ㅠㅠ

from 잡념 2021. 1. 5. 05:15

 

"희망이 없어도, 누구나 자기 삶의 제약과 한계를 안고 또 한 해를 살아가야 한다. 묵묵히 자신의 전장에서 발걸음을 옮겨야 한다. 지상의 천국은 새해에도 오지 않을 것이므로, 자신의 사적인 평화는 자신이 지켜야 한다."

"이러한 반복이 이 영화에서는 중요하다. 반복이 패턴을 만들고, 패턴이 패터슨의 일상을 견딜 만한 것으로 만든다.

패턴은 일상의 행동에 작은 전구를 일정한 간격으로 달아 놓는 일이기에, 삶은 패턴으로 인해 조금이나마 빛나게 된다. 이 반복과 패턴이 자아내는 아름다움과 리듬은 뭔가 지금 제대로 작동 중이라는 암묵적인 신호를 보낸다. 그 규칙적으로 작동되는 세계 속에서 당신도 무엇인가를 하고 있다는 신호를 전해 온다. 그 신호에 반응하는 마음이야말로 일상의 어둠에서 인간을 잠시 구원할 것이다.

자기 안에서 무엇인가 정처 없이 무너져 내릴 때, 졸렬함과 조바심이 인간을 갉아먹을 때, 목표 없는 분노를 통제하지 못할 때, 자기 확신이 그만 무너져 내릴 때 인간을 좀 더 버티게 해줄 것이다."

"그는 일정한 시간에 비밀 노트를 펼치고 자신의 시를 적는다. 출판을 염두에 두고 쓰는 것이 아니므로, 복사본을 만들어 놓지도 않는다. 그래도 그에게 시 쓰기는 중요하다. 인세를 벌고, 문학상을 탈 수 있기에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정돈된 일과 속에 고요한 시간의 자리를 남기는 일이기에 중요하다."

"잠자리에 들기 전, 산책을 하고, 샤워를 한 뒤, 페이스북에 그날 밤에 들을 음악을 올리고, 그날 갈무리한 책과 영상을 보다 잠든다. 그리고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 달걀을 삶는다. 타원형의 껍질 안에 액체가 곱게 담겨 있다는 사실에 감탄한다. 오랫동안 해 온 일이기에, 나는 내가 원하는 정도로 달걀을 잘 익힐 수 있다. 올 한 해도 이 일상을 지속할 수 있기를 바란다. 목표를 달성할 수 없어 오는 초조함도, 목표를 달성했기에 오는 허탈감도 없이, 지속할 수 있기를 바란다. 물처럼 흐르는 시간 속에 사라질 내 삶의 시를 쓸 수 있기를 바란다."

www.donga.com/news/article/all/20210104/104749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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