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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잡념 2021. 6. 18. 00:41

 


오빠는 시영이밖에 없고 시영이만 있으면 되고 시영이만 사랑해.  예전에 봤던 웹드의 명대사가 새삼 아프게 울리는건, 나는 이제 시영이밖에 없고 시영이만 있으면 되고 시영이만 사랑할 수 있는 연애를 할 수 없는 걸 너무 잘 알아서.   시영이는 어느 정도 예뻐야 되고, 시영이는 적당한 대학을 나와야 되고, 시영이는 그래도 이름 들어본 회사에 취업해 있어야 되고, 심지어 시영이가 그 모든 조건을 충족해도 시영이가 아닌 다른 누군가여도 되고, 시영이가 없어도 되고, 시영이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도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어서.   시영이밖에 없고 시영이만 있으면 되고 시영이만 사랑할 수 있는 시절이 다 지나버려서.  이젠 내가 뭘 해도 돌아갈 수 없고 돌이킬 수도 없는 그 시간이 솔직히 사무치게 그리워서.   진심 따위는 개나 주고 이런저런 퍼즐을 맞춰서 리스크가 없다고 판단되어야 비로소 안심하는 나의 얄팍함과 마주하기가 너무 힘들어서.  아니 이것도 진심이 아닌건 아닌데 시영이가 아니어도 되는 진심이 과연 진심이라 할 수 있는 것인지 정말 모르겠어서.  근데 그게 진심이 아니라면 나는 도대체 무얼 하고 있는건가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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