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선물은 주는 것도, 받는 것도 언제나 기분좋다.

행복해지는 선물을 주고받고, 무해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동료들을 잔뜩 만난 것이 우리 회사를 선택한 가장 큰 기쁨이 아닐까...? 앤아버가 아닌 LA를 택한 그의 행복을 빕니다.

책 자체는 가벼운 수필 내지 개별적인 도시에 대한 단편적인 감상 수준을 모은 수준의 것이었다.  창밖의 풍경을 스치듯 바라보는 기분으로 즐겁게 읽었다.  대단히 감명깊은 문구는 그다지 없었으나 기억 환기용으로 몇 개만 정리.

[책을 펴내며]
- 나에게는 외국어로 책 한권을 쓰는 일은 늘 쉽지 않다.   그러나 그 어려움이 오히려 생각을 정리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외국어로 책을 쓰기 위해서는 생각을 먼저 잘 정리해야 하고, 적절한 표현을 찾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앤아버]
- Thomas Wolfe, You Can't Go Home Again(그대 다시는 고향에 돌아가지 못하리, 1940)
- 앤아버로 돌아오면서 나는 과거로 돌아온 셈이다.  앤아버를 떠나며, 나는 비로소 미래를 향해 다시 떠나는 듯 했다.  나는 바랐다.  이 길이 다시 한번 변방을 떠나 어딘지 모를 나만의 중심을 향해 이어지기를.  젊은 시절과 달라진 점이 있긴 하다.  변방과 중심은 장소가 아니라 내 안에 있다는 걸 이제 나는 알고 있다.

[서울]
- 언젠가부터는 이렇게 조용하게 나 혼자만의 시간을 누리고, 옛 추억을 떠올리는 맛을 만끽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느낌을 뭐라고 설명할 수 있을까.  그리움이라는 한국어보다는 포르투칼어인 '소다드(saudade)'가 더 적합할 듯 하다.  소다드는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마음이나 잃어버린 무엇인가를 그리는 애수, 향수를 가리키는 말'이라고 한다.  애수와 향수를 느낌으로써 과거, 즉 예전의 기억과 나누는 소통의 즐거움 역시 소다드다.

[대전]
- 에리히 프롬 '자유로부터의 도피' / 헤르베르트 마르쿠제 '일차원적 인간'

[더블린]
- 스미딕스

[런던]
- 이러한 우월감은 제국주의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중심과 변방의 인식에서 비롯되었다.  제국주의자들은 거의 하나같이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권력이나 문명의 우월함을 다른 민족이나 국가를 지배하는 명분으로 내세운다.  문화, 경제, 종료를 비롯한 모든 면에서 스스로가 대단히 뛰어난 성취를 이루었다고 여기는 동시에 중심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변방의 문화, 경제, 종교 등을 존중하기는커녕 열등한 것으로 치부한다.  그러면서 피지배국에 자신들의 문명을 주입시키는 행위를 마치 커다란 시혜라도 베푸는 것으로 미화한다.

[구마모토/가고시마]
- 가고시마 사람들은 정이 두텁다(人情が厚い).
- 일본의 미래는 앞으로 이 나라가 얼마나 규슈 또는 구마모토의 정신을 유지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검소한 삶과 선함, 단순함을 좋아하고, 쓸데없는 호화와 낭비를 싫어하는 그 정신 말이다.

[교토]
- 그 절의 625년 역사가 까마득하게 느껴졌다.  미국만 해도 다음 세대는 이전 세대보다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더 크고 높은 성취를 이뤄야 한다고 흔히 생각한다.  이런 생각이 사회 전체적으로 볼 때 발전의 원동력이 될 수는 있지만, 한편 생각해 보면 그렇게 되지 못하는 세대인 경우 불안을 느낄 수 밖에 없다.  625년 이상의 역사 속에서 사는 개인은 자신의 삶을 어떻게 바라볼까.  아마도 자신만의 한평생을 바라보며 사는 사람의 삶과는 다를 것 같았다.  수백 년 전부터 이어온 절의 역사에 자신의 역사가 함께 흐르고, 자신의 역사 뒤에 또다시 수백, 수천 년의 역사가 이어진다는 생각을 한다면 그야말로 역사의 크고 깊은 흐름 속에서 살고 있다는 자각이 끊임없이 들 것만 같았다.  교토라는 도시에 살고 있는 많은 사람들은 수백 수천 년의 역사 속에 살고 있다고 생각하니 잠깐이지만 교토 전체가 새롭게 보일 뿐만 아니라 이 도시에 살게 된 나의 삶이 커다란 흐름 속에 속해 있는 지극히 작은 존재처럼 여겨졌다.
- 품위를 강조하는 이면에는 늘 품위 있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이 자리잡고 있다.  완벽한 모습만 보여야 한다는 의식이 교토 전체에 배어 있다.
- 개인주의가 강한 분위기인 탓에 교수라고 해서 저절로 존경하는 분위기는 절대 없다.  교수라고 해도 권위를 내세우기보다는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면 안 된다는 묘한 압박감을 더 느낀다.  알아서 하게 할 자유가 주어졌으니 정말 알아서 잘해야 한다는 강박이 모두에게 있는 듯 했다.  자신의 흐트러진 모습을 노출하는 것도 꺼리지만 다른 사람의 흐트러진 모습에도 민감하다.
- 교토는 복잡하고 거친 세상에 살고 있지만, 마음 한켠에 고즈넉한 분위기와 품위를 꿈꾸는 사람들을 위한 매력적인 이상향이다.  200년대 초 교토 지하철에는 이런 광고가 붙어 있었다.  '일본에 교토가 있어서 좋다'(日本に、京都があってよかった。).

[프로비던스]
- 누군가 나에게 어디에서 왔느냐고 묻곤 한다.  어디인들 답하고 싶지 않을까.  내가 거쳐온 수많은 도시가 바로 내가 온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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