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진 - 파친코

from 도서 2023. 6. 1. 20:56

이것도 작년에 선물받은 책인데 독서가 너무 늦었다.  1편의 흡입력은 압도적이었고, 2편의 마무리는 아쉬웠다.  유기적인 구성은 돋보였으나, Thesis statement를 제외한 나머지 개별 문구 중 마음에 확 들어오는 문구는 많지 않았다(번역의 문제일 수도 있다 - 번역이 잘못되었다는 것은 아니고, 작가가 의도한 단어 내지 문구의 울림이 희석되었을 것 같다는 느낌).

- History has failed us, but no matter(역사는 우리를 망쳐놨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 Test everything. Hold on to the good.(범사에 헤아려 좋은 것을 취하라).

- 아버지와 어머니와 선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삼각형으로 묶여 있는 것 같았다.  선자가 고향에서의 삶을 회상할 때 그리운 것은 그 친밀한 관계였다.

- 창호는 남편을 배신하지 않을 사람을 사랑했고, 어쩌면 그것이 경희를 사랑한 이유일 터였다.  경희는 자신의 본질을 훼손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

- 한수는 '공부하라'는 말 대신 '배우라'고 했고, 노아는 둘 사이에 큰 차이가 있다고 생각했다.  배움은 일이 아니라 놀이였다.

- 미처 모르던 진실을 갑자기 깨닫는 것(anagnorisis)과 사건이 급전되는 것(peripeteia)

- 조선인이 선량하든 불량하든 상관없이 노아를 조선인으로만 보는 것은 결국 불량한 조선인으로 보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사실을 믿지 않을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아키코는 노아를 한 인간으로만 볼 수 없었고, 노아는 자신이 원하는 것이 바로 그저 한 인간으로 여겨지고 싶다는 것임을 깨달았다.

- 나는 민족의 정의를 이렇게 제안한다.  민족은 상상의 정치 공동체이다.  본성적으로 제한되어 있으며, 주권을 지녔다고 상상된다.
민족은 '상상된다'.  제일 작은 민족의 구성원일지라도, 동포 대부분을 결코 알거나 만나거나 심지어 소식을 듣지도 못하지만, 각자의 마음 속에 동질감이라는 관념이 살아 있기 때문이다.
민족은 '제한되어' 있다고 상상된다.  인구가 10억 명에 달하는 제일 큰 민족이라도 유동적일지언정 한정된 경계가 있고 그 너머에는 다른 큰 민족들이 있기 때문이다.
민족은 '주권을 지녔다'고 상상된다.  이 개념이 계몽사상과 혁명이 신성하게 부여된 계급적 왕국을 무너뜨린 시대에 태어났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민족은 '공동체'로 상상된다.  각자에게 만연할 지 모르는 실제의 불평등과 착취에도 민족은 항상 깊은 수평적 동포애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궁극적으로 이 동포애가 지난 두 세기동안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그런 제한된 상상의 산물들을 위해 남을 죽이기보다 기꺼이 자기 목숨을 내던지게 했다(베네딕트 앤더슨).

- 인간은 끔찍해.  맥주나 마셔.

- 홋카이도의 설산이 그리웠다.  눈 덮인 추운 숲속에서 나뭇잎이 다 떨어진 검은 나무들 아래를 걷고 싶었다.  삶에는 모욕당하고 상처받을 일들이 너무 많았고, 에쓰꼬는 자기 몫을 감당하기에도 벅찼다.  하지만 이미 수많은 치욕이 쌓여 있는 처지이면서도 솔로몬의 치욕을 가져다가 자신이 떠안고 싶었다.

- "당신들은 나를 해하려 하였으나 하나님은 그것을 선으로 바꾸사, 오늘과 같이 만민의 생명을 구원하게 하시려 하셨나니.".  선자가 이 세상의 악에 대해 물었을 때 이삭이 이 구절을 가르쳐 주었다.  

 

아래는 보그지 인터뷰 중 발췌.

"“수백 명을 인터뷰하면서 ‘저런 사람이구나’로 시작했다가 ‘내 생각이 틀렸구나’ 깨닫게 될 때가 많아요. 사람들은 정말 복잡해요. 아름답고 돈 많고 똑똑하고 인기 많고 성공한 사람도 알고 보면 평생 자살 충동에 시달렸다는 것을 알게 되는 거죠. 많은 사람이 고통받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되고, 인식의 범위가 확장되면서 지레짐작을 안 하게 되죠.” 그녀는 강연 중에 이렇게 말한다. “Reality corrects my preconceptions, and my eyes and my ears experience what my characters may ultimately feel(현실은 내 선입견을 고쳐주고 내 눈과 귀는 내 주인공들이 느낄 감정을 직접 경험한다).” 수많은 이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이유는 그 과정에서 많은 인간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존엄성과 이를 지키기 위한 용기에 대한 질문에 그녀는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혐오에 맞서야 할 때가 있어요. 국가나 역사의 시스템에 의한 것이든, 일반 시민에게서 오든 분명히 혐오는 존재하고 매일 맞닥뜨려야 하는 것이죠. 진정한 용기는 그 혐오에 대해 또 다른 혐오나 폭력으로 반응하지 않는 것, 복수심에 불타오르지 않게 감정을 관리하는 것, 시니컬해지지 않는 것이죠.”

 “Our crowns have been bought and paid for-all we have to do is wear them(우리는 비용을 이미 다 지불한 왕관을 소유하고 있다. 이제 쓰기만 하면 된다).” 그녀가 작품을 통해 하고 싶은 이야기의 핵심은 여기에 있지 않을까. 삶에서 얻고 싶은 모든 건 이미 우리 내면에 있으니 단지 용기를 내서 그걸 발견하고 당당하게 살아내면 된다. 

https://www.vogue.co.kr/2021/07/26/%ED%95%9C%EA%B5%AD%EA%B3%84-%EC%86%8C%EC%84%A4%EA%B0%80-4%EC%9D%B8/

 

평생 한국에 대해 쓸 것, ‘파친코’ 작가 이민진 인터뷰

해외에서 한국계 작가의 소설이 읽힌다는 것은 단순히 국경을 뛰어넘은 뛰어난 소설의 탄생을 의미하진 않는다. 아시안 아메리칸, 이민 가족, 아시안 청소년, 소외된 아웃사이더 등 엄연히 존재

www.vogue.co.kr

 

이코노미조선 인터뷰 발췌.

매일 성경을 한 챕터 읽고 글을 쓰는 이유는.
“변호사를 그만두고 나서 미국 작가 윌라 캐더가 매일 성경 한 챕터를 읽는다는 걸 떠올리고 그걸 작업 습관으로 시작했다. 나는 서양의 클래식한 문학에 심취해 있고, 성경을 잘 아는 것이 서양의 문학과 시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편당, 11년 혹은 26년의 창작 기간이라니…지치지 않나.
“Writer’s Block(글길 막힘, 집필 장애 상태)으로 힘들다고 느끼지는 않는다. 나는 글쓰기를 좋아한다. 희한하게도 글쓰기 자체는 간단하다. 어려운 것은 실제로 옳은 내용이어야 한다는 거다. 나는 사회 문제를 다루는 현실 기반 소설을 쓰기 때문에 내가 말하는 것에 대한 정확성을 무척 중요하게 생각한다. 처음 두 권의 책을 쓸 때는 내가 하는 일의 중요성을 실감하기 훨씬 어려웠다. 하지만 ‘코리안 3부작’ 마지막 작품인 ‘아메리칸 학원’을 쓰고 있는 지금, 나는 교육이라는 주제를 탐구하는 것에 내 시간을 들일 가치가 있다고 확신한다. 나는 똑똑한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나는 버틸 수 있는 힘을 가진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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