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한해는 업무만으로도 일상이 포화 상태였다. 나를 지탱할 수 있는 가치관의 설정, 우선순위의 확립, 미래에 대한 진지한 고민 없이 하루하루 버텨내기에 급급했고, 정말 아무런 생각 없이 살아지는 대로 산 한해였다. 돌이켜보면 성장보다는 소모에 가까운 시간이었던 것 같다.
가까운 동기나 선후배들도 하나 둘 멈추거나 떠나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는 (작년 한해가 나름대로 굉장히 피로했음에도 불구하고) 휴직이나 이직이라는 옵션을 아직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 이는 20대에 겪은 휴학, 도피성 군입대, 반수 실패 등의 경험에 기인하는 것 같다. 이러한 경험들이 남겨준 유일한 교훈은 "도망친 곳에 천국은 없다" "죽을 것 같은 고통도 언젠가는 끝난다"는 명제일 것이다(와 꼰대냄새).
그래서 중대한 동요(?) 없이 버티는 수준에서 마음을 다잡는 데에는 성공하였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티는 행위"의 수동성에서 비롯되는 피로감 내지 상실감은 상당한 것이었다.
어느 정도 한계에 도달한 시점에서 다시는 오지 않을 2주 휴가를 맞이하게 되었다.
원래 내 2주 휴가는 supposed to be,
1. 폴란드에 가서 쇼팽 콩쿨 보기: 2021년 10월로 미뤄졌는데, 그때까지 버틸 자신이 없다 ㅜㅜ 고바야시 아이미 / 김수연 / 한치호의 리벤지를 보고싶었는데 ㅠㅠ
chopin2020.pl/en
2. 그린보트 타기: 월간 페이퍼에서 그린보트 탑승 후기 보고 꼭 가봐야지 했는데 fail. 2021년도 개최 예정 없음
www.greenboat.kr/program/#program
3. 오가사와라제도 여행: 도쿄에서 배로 24시간. 1주일인 여름휴가로 부족할 것 같아서 노리고 있었는데 역시 fail
vorne.tistory.com/219?category=124384
모든 버킷리스트가 망한 상황에서, 아무런 열정도 에너지도 없이 제주도로 향했다. 세상 잉여롭게 지내고 싶다는 생각밖에 안들었다. 주변에서 맛집이니 카페니 숙소니를 잔뜩 추천해 줬는데, 정말 식탐조차도 없었다. 평소에 결핍된 욕구 중에 유일하게 잘 채워지는 것이 먹는 것이라 그런 듯.
다만 한 가지 욕구가 있었는데 너무 몸을 움직이고 싶다는 것!! 점점 망가져 가는 몸을 적정하고 아름답게 유지하고 싶다는 것, 나아가 나를 조금 더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게 되는 것 ㅜㅜ(맨날 혹사만 시키고 후순위로 둠 ㅠㅠ)
그래서 오늘 할일목록을 참고하여 3가지 목표를 세웠따!!
1. 자고 싶을 때 자기(기왕이면 간지나게) 2. 책 5권 + 미드 하나 정주행 완료하기 3. 매일 운동하기 |
3.이 문제였는데 나의 영원한 우상이자 진심 존경하는 선배때로 약간 한심한 술친구의 도움을 받아 10회 PT를 끊게 되었다 ㅜㅜ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말씀을..
짐도 당일 아침에 대충 싸고 느즈막히 김포공항에서 제주행 비행기 탑승. 18:10이라는 탑승 시간이 보여주는 열정의 결여... 어슬렁 어슬렁.. 심지어 렌트도 안했다 이유는 단하나 귀찮아서
18:10/19:25 김포→제주 19:50/20:30 365번 버스 탑승 / 제주여고 앞 도착 20:40 게스트하우스 체크인 |
비행기 15,000원 올리브영 4,500원 당근케익 3,500원 버스 1,200원 숙소 23,000원 총 47,200원 |
오션뷰고 피톤치드고 다 포기하고,
PT샵 주변으로 잡은 숙소에 몸을 누인채 Day 0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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