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오나 유감스러운 것은, 폐하께서 조물주가 만드신 인간을 당신의 손으로 다시 만드시고
이 새로운 인간 위에 신으로 군림하면서 그만 조그마하나 실수를 저지르고 만 것입니다.
그것은 다름이 아니라
당신 스스로가 아직 인간임을,
조물주의 손에서 태어난 인간임을 잊고 계신 것입니다.
폐하 또한 인간인 이상 어쩔 수 없이 괴로움도 욕망도 느끼실 것이고, 남의 동정도 필요하실 것입니다.
그러나 폐하께서는 이제 신이 되셨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저 재물을 바치거나, 두려움에 떨거나, 아니면 기도하는 것 외에는 달리 도리가 없는 것입니다.
신과 인간의 모습이 뒤바뀐 것은 참으로 유감스러울 따름입니다.
불운하게도 자연의 비뚤어진 모습이라고 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폐하께서 인간을 비하시켜서 당신의 단순한 악기로 삼으신다면,
그 누가 폐하와 더불어 선율을 연주할 수 있겠습니까?'
'유감스러운 것은 피투성이가 된 희생자는
사형을 지시한 사람의 정신을 결코 찬미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세계사를 기술하는 것은 인간입니다.
인간은 그 이상 고귀한 존재는 아닙니다.'
'아름다운 멜로디가 악기 속에서 잠자고 있다고 해도,
그리고 설혹 누군가가 그 악기를 사서 보관하고 있다고 해도,
그가 음악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그 악기는 그자의 소유라고 말할 수 없지 않겠습니까.
그가 사들인 것은 그 악기를 산산조각 낼 수 있는 권리뿐입니다.
은방울의 울림을 일깨우는 영묘한 노래의 가락에 녹아드는 기술을 사들인 것은 아닌 것입니다.
진리는 현자를 위해서만 존재하고,
미는 마음으로 느끼는 자를 위해서만 존재하는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훈련소에서 읽은 책.
훈련소에서 읽은 두 책이 공교롭게도 서양고전 + 연애물이라서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데에는 아주 제격이었다.
독서를 즐기는 편이지만, 희곡 류는 접해본 적이 없었는데
문어체로 장황하게 서술된 소설류만 읽다가 구어체로 생생하게 오고 가는 대화 속에 마음을 맡기니
특유의 박력과 활동감 속에서 책장이 매우 빨리 넘어갔던 기억이 난다..
제법 두꺼운 책이지만 어렵지 않고, 술술 넘어간다.
재미있게 읽었던 책.
'돈 카를로스 - 스페인의 왕자'와 '오를레앙의 처녀' 두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앞의 것이 훨씬 재미있다. 비극적인 결말도 뭔가 감동적이고 장대하고 좋았다.
★★★☆
'도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석지영의 법의 재발견 (0) | 2013.02.09 |
---|---|
이미혜, '예술의 사회 경제사' (0) | 2013.02.03 |
최인호,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 (1) | 2012.10.07 |
이와사키 나쯔미, '만약 고교야구 여자매니저가 피터 드러커를 읽는다면' (0) | 2012.10.07 |
스탕달, '적과 흑(Le Rouge et le Noir)' (0) | 2012.10.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