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유학생 찬스로 감사히 다녀옴.
벌써 세 번째지만 볼 때마다 가슴이 웅장해지는 풍경.
이번 레퍼토리는 말러 교향곡 3번(Mahler: Symphony No.3 in D minor), 지휘 히로카미 준이치, 솔로 후지무라 미호코. 말러 교향곡 3번은 BBC 선정(!) 역사상 가장 위대한 교향곡 10위에 선정될 정도의 위상을 자랑하고, 후지무라 미호코 님은 명반으로 꼽히는 밤베르크 교향악단 레코딩의 솔로를 맡기도 한, 네임드 x 네임드의 향연.
하지만 나에게 말러는 숙제같은 어려운 존재, 더구나 3번은 1시간 40분짜리라서 예습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한국 일본의 더위를 다 먹은 상태라서 꾸벅꾸벅 졸 준비를 하고 10분 전에 간당간당 입장하였으나...! 기대를 뛰어넘는 호연이었고 1시간 40분이 순식간에 지났다. 합창이 나오는 교향곡에 익숙하지 않아 크게 선호하지 않았는데, 현장감이 압도적이었다. 무료로 배부된 프로그램에 구체적인 설명까지 기재되어 있어서, 평소 멜로디와 내 머리속 기억의 편린을 조합하여 만들던 풍경이 훨씬 더 디테일하게 확장되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 히로카미 지휘자의 모션 큰 덩실덩실 지휘도 곡에 빠져드는데 큰 역할을 했다.
그리고 말러 3번 정도 스케일이 되니, 철학 / 신학 / 문학적 모티브에 대한 지식 없이는 반쪽짜리 감상에 불과하다는 슬픈 현실도 절절히 깨닫게 되었다ㅠㅠ 나의 부족한 언어로 잡다한 감상을 늘어놓느니, 공부 차원에서 어제 프로그램의 내용을 요약 정리하는 것으로 글을 마무리.
[말러 교향곡 제3번(해설: 마스다 료스케)]
* 출처: 교토시교향악단 제692회 정기연주회 프로그램북
구스타프 말러(1860~1911)의 교향곡은 장대한 작품이 많은데, 전체 1시간 30분이 넘는 제3번은 그 중에서도 가장 규모가 큰 작품이다. 말러는 보통 여름에 작곡을 하였다. 이 곡도 1895년, 1896년 여름에 오스트리아 아터 호수(Attersee)의 작곡용 별장에서 쓰여졌다.
말러의 제자인 지휘자 브루노 발터는 1896년 이 곳을 방문하였는데, 풍경에 사로잡힌 그에게 말러는 "아무것도 볼 필요 없어. 내가 전부 음악으로 그려 놓았으니까"라고 말했다고 한다.이 곡은 총 6개의 악장으로 이루어져 있고, 자필 악보에는 악장마다 아래와 같은 부제가 쓰여 있었다.
[제1부]
서주: Pan(牧神)*의 깨어남
제1악장: 여름의 행진(Bacchus**의 행진)
*목신: 숲, 사냥, 목축을 맡아보는 신. 반은 사람, 반은 동물의 모양을 하고 있다. 그리스 신화의 판(Pan).
**Bacchus: 로마 신화에서 술의 신 바커스 = 그리스 신화에서 디오니소스. 박카스의 유래(..)
[제2부]
제2악장: 들판의 꽃들이 내게 들려주는 것
제3악장: 숲의 동물들이 내게 들려주는 것
제4악장: 사람들이 내게 들려주는 것
제5악장: 천사들이 내게 들려주는 것
제6악장: 사랑이 내게 들려주는 것
말러는 출판 전에 이 부제를 지웠지만, 자필 악보 곳곳에 "기상의 신호" "목신은 잠들어 있다" "전투개시" 등의 주석이 달려 있고, 한 때 이 곡을 "목신: 교향시"라 부를 생각도 있었다고 한다.
제1악장: Kräftig, Entschieden (힘차고 단호하게)
전체 1/3 정도를 차지하는 장대한 악장. 말러는 이 악장을 제1부, 나머지 악장을 제2부로 분류하고 있다. 자유로운 소나타 형식인데, 어느 것이 주요 주제인지, 어디서부터 전개부인지에 대해서는 해석이 갈린다.
도입부에서는 8대의 호른이 일제히 결연한 행진곡을 연주한다. 하지만 이는 금방 끝나고, 큰북에 이끌려 장송 풍의 분위기로 전환된다. 여기서는 호른이 비통하게 울부짖는 듯한 주제가 나타난다. 다시 분위기가 바뀌어, 오보에가 밝은 선율을 노래한다. 이어 클라리넷이 팡파레 같은 연주를 하고, 타악기가 행진의 리듬을 덧붙인다. 이 행진도 금방 사라지고, 그 후 여러 소재가 변형, 조합되어 점점 고조된다.
제2악장: Tempo di Menuetto, Sehr mäßig (매우 온화하게)
미뉴엣 성격도 가진 간주곡 느낌의 악장. 도입부에서 오보에가 연주하는 주제는 제1악장의 격정과는 대조되는 행복감으로 가득 차 있다. 이윽고 조성이 점차 F Sharp Minor로 바뀌며, 플룻이 경쾌한 주제를 노래한다. 그 후 이 두 부분이 변주, 반복되고, 첫 부분을 짧게 재현한 후 끝난다.
제3악장: Comodo, Scherzando, Ohne Hast (서두르지 말고)
스케르초. 주제부는 말러 자신의 가곡 "여름의 끝(Ablösung im Sommer)"의 선율을 사용하고 있다. 이는 "뻐꾸기는 죽어 버렸다. 대신 우리의 긴 여름을 달래 주는 것은 나이팅게일이다"라는 가사의 곡으로, 새소리를 따라한 음형을 들을 수 있다.
중간부에서는 "저 멀리에서부터"라는 지시에 따라 포스트 호른이 장대한 솔로를 연주한다. 여기서는 리스트의 스페인 광시곡에서 나오는 Jota Argonesa*라는 스페인의 유명한 선율이 사용된다.
* 스페인의 대표적인 민속무곡이며, 아라곤 지역에서 유명하다. 강한 악센트를 동반하는 박자의 춤곡으로, 구애라는 주제로 한사람 혹은 다수의 남녀가 격렬하게 도약하고 회전하면서 춤을 춘다.
제4악장: Sehr langsam, Misterioso (극히 느리고 신비스럽게, 일관되게 피아니시모로)
제4~6악장은 이어서 연주한다. 제4악장에서는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의 글귀를 알토 독창으로 노래한다. 노래 사이에는 밤의 새소리를 나타내는 특징적인 오보에 솔로가 들어가며, 여기에는 "끌어올리듯(자연의 소리처럼)"이라는 지시가 있다. 참고로, 차라투스트라와 관련해서는 말러의 라이벌이자 친구인 요한 슈트라우스의 교향시*가 유명한데, 이 교향시는 말러 교향곡 제3번과 같은 1896년에 작곡되었다.
* Richard Strauss - Also sprach Zarathustra, Op. 30 (스페이스 오디세이 OST..^^)
제4악장 알토 솔로(메조 소프라노)
프리드리히 니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해가 뜨기 전의 일부.
O Mensch! Gib Acht!
Was spricht die tiefe Mitternacht? Ich schlief, ich schlief, aus tiefem Traum bin ich erwacht: Die Welt ist tief, und tiefer als der Tag gedacht. O Mensch! Tief! Tief ist ihr Weh, Lust tiefer noch als Herzeleid. Weh spricht: Vergeh! Doch all' Lust will Ewigkeit, will tiefe, tiefe Ewigkeit! |
오 인간이여! 들으라!
이 깊은 밤은 무엇을 말하는가? 나는 잠들었었고 이제 그 깊은 잠에서 깨었노라. 지금 세상은 깊도다, 밝은 대낮이 기억하는 것보다 더 깊도다. 오 인간이여! 어찌하여 이리도 깊은가! 세상의 고뇌는 깊고 마음의 고뇌보다 더욱 깊은 것은 쾌락! 고뇌는 말하길: 사라져라! 그러나 모든 쾌락은 영원을 욕망하여, 깊고도 깊은 영원으로 향하려 하나니. |
도입부의 종 소리와 아이들의 "Bimm bamm"하는 합창이 매우 인상적이다. 합창에 대해 "이 소리는 종소리를 나타내는 것이며, 모음은 짧게 끊고, 자음 M의 허밍으로 소리를 지속시킬 것"이라는 지시가 있다. "소년의 마술 뿔피리"에서 차용한 가사를 알토가 부르는 부분에서는 교향곡 제4번과 공통된 선율이 나타난다.
독일어 원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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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 번역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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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mm bamm, Bimm bamm.
Es sungen drei Engel einen süßen Gesang, mit Freuden es selig in dem Himmel klang. Sie jauchzten fröhlich auch dabei: daß Petrus sei von Sünden frei! Bimm bamm, Bimm bamm. Und als der Herr Jesus zu Tische saß, mit seinen zwölf Jüngern das Abendmahl aß, da sprach der Herr Jesus: "Was stehst du denn hier? Wenn ich dich anseh, so weinest du mir!" Bimm bamm, Bimm bamm. "Und sollt' ich nicht weinen, du gütiger Gott? (Chor) ,,Du Sollst ja nicht weinen! Ich hab' übertreten die zehn Gebot! Ich gehe und weine ja bitterlich! Ach komm und erbarme dich über mich!" "Hast du denn übertreten die zehen Gebot, so fall auf die Knie und bete zu Gott! Liebe nur Gott in all Zeit! So wirst du erlangen die himmlische Freud!" Die himmlische Freud; ist eine selige Stadt, die himmlische Freud, die kein Ende mehr hat! Die himmlische Freude war Petro bereit't, durch Jesum und allen zur Seligkeit. Bimm bamm, Bimm bamm. |
빔 밤! 빔 밤! (종소리처럼) 세 천사가 달콤한 노래를 부르고 있었네. 그 노래는 천국에서 복되게 울려 퍼지고 베드로에겐 죄가 없음을 알고 기뻐하였네 빔 밤! 빔 밤! (종소리처럼) 주 예수가 12제자와 만찬 자리에서 주 예수 말씀하시길 "너는 어찌하여 여기에 서 있느냐? 내가 너를 보니 나를 보며 울고 있구나" 빔 밤! 빔 밤! (종소리처럼) "자비로운 주여, 어찌 울지 않을 수 있으리까, (합창: 예수) 울지 않아도 된단다! (베드로) 저는 십계명을 어겼나이다 슬픔을 참을 수 없어 울고 있나이다 제게 오셔서 자비를 베푸소서!" (예수) "네가 십계명을 어겼다면 무릎 꿇고 주님께 기도하라 오직 영원하신 하나님의 사랑을 구하라! 그리하면 천국의 기쁨을 얻게 되리라." 천상의 기쁨이란 행복의 마을 영원히 멸망하지 않는 행복의 마을이라 천상의 기쁨은 베드로를 기다려 예수를 통해 만물을 통해 행복으로 이끄느니 빔 밤! 빔 밤! (종소리처럼) |
제6악장: Langsam, Ruhevoll, Empfunden (느리고 평온하게, 감정을 풍부히)
제1악장에 이은 거대한 악장. 당시 교향곡을 이렇게 느린 악장으로 마무리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었다. 두 주제가 자유롭게 변주되며 압도적인 결말로 치닫는다. 말러는 허물 없이 지내던 가수 Anna von Mildenburg에게 보낸 편지에서, 마지막 악장을 "신이 내게 들려주는 것"이라 불러도 된다고 하며, "나의 작품은, 한 단계씩 올라가는 발전의 모든 단계가 포함된 음악의 시가 되었습니다. 자연의 무생물 상태에서 시작하여, 결국 신에 대한 사랑으로 고양되어 가는 것이죠"라고 하였다.
초연: 1902년 6월 9일 독일 크레펠트(Krefeld) 작곡자 지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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