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겐 정리용, 누군가에겐 정보 전달용.

동기들이 하나 둘 떠나는 가운데, 홀로 조금 더 긴 여행을 떠날 준비 중이다.
여러 신변의 변화와 회사에 대한 복잡한 감정 속에서, 정리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는 중.
업무는 내일 새벽으로 미루고, 일단 내 가까운 미래를 정리해 보자.

Ⅰ. 진행 경과

- 2022. 6. 2.: 이메일 접수 접수 마감
- 2022. 6. 8.: 원본 서류 제출 마감
- 2022. 6. 26.: 필기시험
- 2022. 7. 19.: 필기시험 합격
- 2022. 7. 22.: 면접시험
- 2022. 8. 5.: 2023년도 일본정부초청 문부과학성 국비유학생 1차 합격
- 2023. 2. 7.: 최종 채용
- 2023. 3. 27.: 교토대 법학연구과 담당자 통지, 지도교수 안내
- 2023. 4. 17.: 지도교수 Zoom 미팅, 연구계획 협의
- 2023. 5. 15.: 외국인연구생 출원
- 2023. 6. 9.: 입학승낙 통지

. 향후 대략의 일정

1. 교토대에서의 일정

- 7월 초~7월 말: 기숙사 온라인 신청
- 8월 말: 기숙사 신청 결과 통지
- 9월 말: 신입유학생 가이던스(온라인) 출석
- 9월 마지막 주: 일본 도항
- 9월 27일(수)~: 국제교류회관 입주 시작
- 10월 2일(월)~: 2학기 수업 시작
- 10월~장학금 지급기간 마지막 달: 장학금 수령을 위해 매월 1회/2회차 서명 접수 기간 내에 사무실에서 서명
- 10월 2일~10월 13일(필수): 유학생지원과사무실에서 장학금 OT 출석(전원 참가 필수)
- ~10월 13일 또는 31일: 장학금 지급을 위한 필요 절차 완료(주민등록, 장학금 OT 출석, 유쵸은행 계좌 개설, 은행정보 유학생지원과 제출)
- 공항세 청구서 수령, 지불: 여행대리점에서 공항세 청구서를 대학에 통지, 학생은 소속 연구과 통해서 수령.  청구서에 기재된 지불방법/기일에 따라 지불
- 10월 30일(월) 또는 11월 16일(수): 10월분 장학금 수령
- 12월: 박사과정 진학시 장학금지급기간 연장 신청 

2. 회사 일정

- 잔여 연차 16.5일 소진시 이론상 9/6(수)부터 9/27(수)까지 휴가 가능[9/28(목)부터 추석].  기숙사 입주일이 9/27~인 점을 고려하면 너무 일찍 가도 큰 의미는 없을 듯
- 연차를 10월에 사용할 경우 10/2(월)~10/25(수) 소진 가능
- 10월~1월 근무 형태에 대한 회사 협의 필요(Full 재택 / Half 재택 / 휴직)

Ⅲ. 도일 전 주의사항

1. 비자 신청

- 도일 3개월 전(10월 도일 기준 6월 말~7월)
- 국비장학생의 경우 필요서류가 비교적 간이함
(1) 여권
(2) 신청서
(3) 개별수입통지서(個別受入通知書)

참고 사이트: ビザ|外務省 (mofa.go.jp)

 

ビザ

 ビザ(査証)に関する問い合わせについては、外務省ビザ・インフォメーション又は各公館ホームページで案内している「訪日外国人査証ホットラインサービス」へ照会下さい。日本国籍

www.mofa.go.jp

2. 항공권 입수

- 국비장학생은 입국 항공편 지원
- 여행대리점이 대사관/학교에 연락하여 국제선 비행기를 수배하고, E-티켓이 지급됨

3. 기숙사 신청

가. 일정

- ~7월 초중순: 국제교육교류과(국제교류 서비스 오피스)에서 안내 메일 송부
- ~7/24(월): 사전 등록
- ~7/31(월): 국제교류회관 10월 입주 신청 마감일
- 8/22~: 선발 결과
- 9/27~: 입주 가능
- 최대 거주기간: ~2024. 9. 17.(ㅠㅠ)
- 참고로, 정규생(학부/석사/박사)의 경우 통학정기권을 구매할 수 있으나, 비정규생(연구생 등)은 구매 불가

나. 기숙사 종류

- 옵션 1: 修学院本館(京都市左京区山端壱町田町1)
[가격] 2인실 34,000엔(35m2), 1인실 20,900엔(18m2)
[장점] 슈가쿠인역 도보 1분, 교토대까지 지하철 3~4정거장(20분), 걸어도 3~40분 정도의 좋은 위치
[단점] 1982년 건축(관리는 잘 되어 있음), 공항 접근성 좋지 않음

- 옵션 2: 吉田国際交流会館(京都市左京区吉田二本松町64番地)
[가격] 1인실 38,300엔(15m2)
[장점] 교토대까지 도보 5분
[단점] 2인실 없음, 공용 세탁기/가스렌지

- 옵션 3: 百万遍国際交流会館(京都市左京区吉田泉殿町1番地)
[가격] 1인실 33,500엔(10m2)
[장점] 교토대까지 도보 5분
[단점] 2인실 없음, 공용 욕조/화장실/전자렌지/세탁기(치명적)

- 옵션 4: 岡崎国際交流会館(京都市左京区岡崎成勝寺町2番地1)
[가격] 1인실 38,300엔(15m2)
[장점] 교토대까지 버스 10분, 도보 25분, 위치 좋음(교세라미술관 옆, 교토역 가까움)
[단점] 2인실 없음, 공용 세탁기

- 옵션 5: さつき寮(京都市上京区小川通下立売上ル勘兵衛町120-2)
[가격] 1인실 33,500엔
[장점] 번화가 위치
[단점] 학교 거리 애매(버스 30분, 도보 45분), 외부 제휴 기숙사

- 옵션 6: みずき寮(京都市左京区吉田近衛町26-88)
[가격] 1인실 33,500엔
[장점] 교토대까지 도보 10분, 요시다료 바로 옆
[단점] 외부 제휴 기숙사

4. 기타 주의사항

- 1개월 반 동안의 생활비는 미리 준비
- 대학 생협을 통한 신용카드 신청 가능하나, 발급에 시간이 걸림
- 기숙사/아파트 입주 후 국민건강보험에 가입하게 되나, 공백 기간 동안은 해외여행보험 가입하는 것도 추천

5. 향후 정보 공개 일정

- 출발 전 준비 & 향후 대략의 일정: 공개됨
- How to Reach Part 1(공항에서 교토까지): 9월 초 공개
- How to Reach Part 2(기숙사, 교토대 유학생 지원과사무실): 9월 초 공개
- 일본 유학 후 장학금에 관한 절차: 9월 중순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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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진 - 파친코

from 도서 2023. 6. 1. 20:56

이것도 작년에 선물받은 책인데 독서가 너무 늦었다.  1편의 흡입력은 압도적이었고, 2편의 마무리는 아쉬웠다.  유기적인 구성은 돋보였으나, Thesis statement를 제외한 나머지 개별 문구 중 마음에 확 들어오는 문구는 많지 않았다(번역의 문제일 수도 있다 - 번역이 잘못되었다는 것은 아니고, 작가가 의도한 단어 내지 문구의 울림이 희석되었을 것 같다는 느낌).

- History has failed us, but no matter(역사는 우리를 망쳐놨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 Test everything. Hold on to the good.(범사에 헤아려 좋은 것을 취하라).

- 아버지와 어머니와 선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삼각형으로 묶여 있는 것 같았다.  선자가 고향에서의 삶을 회상할 때 그리운 것은 그 친밀한 관계였다.

- 창호는 남편을 배신하지 않을 사람을 사랑했고, 어쩌면 그것이 경희를 사랑한 이유일 터였다.  경희는 자신의 본질을 훼손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

- 한수는 '공부하라'는 말 대신 '배우라'고 했고, 노아는 둘 사이에 큰 차이가 있다고 생각했다.  배움은 일이 아니라 놀이였다.

- 미처 모르던 진실을 갑자기 깨닫는 것(anagnorisis)과 사건이 급전되는 것(peripeteia)

- 조선인이 선량하든 불량하든 상관없이 노아를 조선인으로만 보는 것은 결국 불량한 조선인으로 보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사실을 믿지 않을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아키코는 노아를 한 인간으로만 볼 수 없었고, 노아는 자신이 원하는 것이 바로 그저 한 인간으로 여겨지고 싶다는 것임을 깨달았다.

- 나는 민족의 정의를 이렇게 제안한다.  민족은 상상의 정치 공동체이다.  본성적으로 제한되어 있으며, 주권을 지녔다고 상상된다.
민족은 '상상된다'.  제일 작은 민족의 구성원일지라도, 동포 대부분을 결코 알거나 만나거나 심지어 소식을 듣지도 못하지만, 각자의 마음 속에 동질감이라는 관념이 살아 있기 때문이다.
민족은 '제한되어' 있다고 상상된다.  인구가 10억 명에 달하는 제일 큰 민족이라도 유동적일지언정 한정된 경계가 있고 그 너머에는 다른 큰 민족들이 있기 때문이다.
민족은 '주권을 지녔다'고 상상된다.  이 개념이 계몽사상과 혁명이 신성하게 부여된 계급적 왕국을 무너뜨린 시대에 태어났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민족은 '공동체'로 상상된다.  각자에게 만연할 지 모르는 실제의 불평등과 착취에도 민족은 항상 깊은 수평적 동포애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궁극적으로 이 동포애가 지난 두 세기동안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그런 제한된 상상의 산물들을 위해 남을 죽이기보다 기꺼이 자기 목숨을 내던지게 했다(베네딕트 앤더슨).

- 인간은 끔찍해.  맥주나 마셔.

- 홋카이도의 설산이 그리웠다.  눈 덮인 추운 숲속에서 나뭇잎이 다 떨어진 검은 나무들 아래를 걷고 싶었다.  삶에는 모욕당하고 상처받을 일들이 너무 많았고, 에쓰꼬는 자기 몫을 감당하기에도 벅찼다.  하지만 이미 수많은 치욕이 쌓여 있는 처지이면서도 솔로몬의 치욕을 가져다가 자신이 떠안고 싶었다.

- "당신들은 나를 해하려 하였으나 하나님은 그것을 선으로 바꾸사, 오늘과 같이 만민의 생명을 구원하게 하시려 하셨나니.".  선자가 이 세상의 악에 대해 물었을 때 이삭이 이 구절을 가르쳐 주었다.  

 

아래는 보그지 인터뷰 중 발췌.

"“수백 명을 인터뷰하면서 ‘저런 사람이구나’로 시작했다가 ‘내 생각이 틀렸구나’ 깨닫게 될 때가 많아요. 사람들은 정말 복잡해요. 아름답고 돈 많고 똑똑하고 인기 많고 성공한 사람도 알고 보면 평생 자살 충동에 시달렸다는 것을 알게 되는 거죠. 많은 사람이 고통받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되고, 인식의 범위가 확장되면서 지레짐작을 안 하게 되죠.” 그녀는 강연 중에 이렇게 말한다. “Reality corrects my preconceptions, and my eyes and my ears experience what my characters may ultimately feel(현실은 내 선입견을 고쳐주고 내 눈과 귀는 내 주인공들이 느낄 감정을 직접 경험한다).” 수많은 이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이유는 그 과정에서 많은 인간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존엄성과 이를 지키기 위한 용기에 대한 질문에 그녀는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혐오에 맞서야 할 때가 있어요. 국가나 역사의 시스템에 의한 것이든, 일반 시민에게서 오든 분명히 혐오는 존재하고 매일 맞닥뜨려야 하는 것이죠. 진정한 용기는 그 혐오에 대해 또 다른 혐오나 폭력으로 반응하지 않는 것, 복수심에 불타오르지 않게 감정을 관리하는 것, 시니컬해지지 않는 것이죠.”

 “Our crowns have been bought and paid for-all we have to do is wear them(우리는 비용을 이미 다 지불한 왕관을 소유하고 있다. 이제 쓰기만 하면 된다).” 그녀가 작품을 통해 하고 싶은 이야기의 핵심은 여기에 있지 않을까. 삶에서 얻고 싶은 모든 건 이미 우리 내면에 있으니 단지 용기를 내서 그걸 발견하고 당당하게 살아내면 된다. 

https://www.vogue.co.kr/2021/07/26/%ED%95%9C%EA%B5%AD%EA%B3%84-%EC%86%8C%EC%84%A4%EA%B0%80-4%EC%9D%B8/

 

평생 한국에 대해 쓸 것, ‘파친코’ 작가 이민진 인터뷰

해외에서 한국계 작가의 소설이 읽힌다는 것은 단순히 국경을 뛰어넘은 뛰어난 소설의 탄생을 의미하진 않는다. 아시안 아메리칸, 이민 가족, 아시안 청소년, 소외된 아웃사이더 등 엄연히 존재

www.vogue.co.kr

 

이코노미조선 인터뷰 발췌.

매일 성경을 한 챕터 읽고 글을 쓰는 이유는.
“변호사를 그만두고 나서 미국 작가 윌라 캐더가 매일 성경 한 챕터를 읽는다는 걸 떠올리고 그걸 작업 습관으로 시작했다. 나는 서양의 클래식한 문학에 심취해 있고, 성경을 잘 아는 것이 서양의 문학과 시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편당, 11년 혹은 26년의 창작 기간이라니…지치지 않나.
“Writer’s Block(글길 막힘, 집필 장애 상태)으로 힘들다고 느끼지는 않는다. 나는 글쓰기를 좋아한다. 희한하게도 글쓰기 자체는 간단하다. 어려운 것은 실제로 옳은 내용이어야 한다는 거다. 나는 사회 문제를 다루는 현실 기반 소설을 쓰기 때문에 내가 말하는 것에 대한 정확성을 무척 중요하게 생각한다. 처음 두 권의 책을 쓸 때는 내가 하는 일의 중요성을 실감하기 훨씬 어려웠다. 하지만 ‘코리안 3부작’ 마지막 작품인 ‘아메리칸 학원’을 쓰고 있는 지금, 나는 교육이라는 주제를 탐구하는 것에 내 시간을 들일 가치가 있다고 확신한다. 나는 똑똑한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나는 버틸 수 있는 힘을 가진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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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선물은 주는 것도, 받는 것도 언제나 기분좋다.

행복해지는 선물을 주고받고, 무해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동료들을 잔뜩 만난 것이 우리 회사를 선택한 가장 큰 기쁨이 아닐까...? 앤아버가 아닌 LA를 택한 그의 행복을 빕니다.

책 자체는 가벼운 수필 내지 개별적인 도시에 대한 단편적인 감상 수준을 모은 수준의 것이었다.  창밖의 풍경을 스치듯 바라보는 기분으로 즐겁게 읽었다.  대단히 감명깊은 문구는 그다지 없었으나 기억 환기용으로 몇 개만 정리.

[책을 펴내며]
- 나에게는 외국어로 책 한권을 쓰는 일은 늘 쉽지 않다.   그러나 그 어려움이 오히려 생각을 정리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외국어로 책을 쓰기 위해서는 생각을 먼저 잘 정리해야 하고, 적절한 표현을 찾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앤아버]
- Thomas Wolfe, You Can't Go Home Again(그대 다시는 고향에 돌아가지 못하리, 1940)
- 앤아버로 돌아오면서 나는 과거로 돌아온 셈이다.  앤아버를 떠나며, 나는 비로소 미래를 향해 다시 떠나는 듯 했다.  나는 바랐다.  이 길이 다시 한번 변방을 떠나 어딘지 모를 나만의 중심을 향해 이어지기를.  젊은 시절과 달라진 점이 있긴 하다.  변방과 중심은 장소가 아니라 내 안에 있다는 걸 이제 나는 알고 있다.

[서울]
- 언젠가부터는 이렇게 조용하게 나 혼자만의 시간을 누리고, 옛 추억을 떠올리는 맛을 만끽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느낌을 뭐라고 설명할 수 있을까.  그리움이라는 한국어보다는 포르투칼어인 '소다드(saudade)'가 더 적합할 듯 하다.  소다드는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마음이나 잃어버린 무엇인가를 그리는 애수, 향수를 가리키는 말'이라고 한다.  애수와 향수를 느낌으로써 과거, 즉 예전의 기억과 나누는 소통의 즐거움 역시 소다드다.

[대전]
- 에리히 프롬 '자유로부터의 도피' / 헤르베르트 마르쿠제 '일차원적 인간'

[더블린]
- 스미딕스

[런던]
- 이러한 우월감은 제국주의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중심과 변방의 인식에서 비롯되었다.  제국주의자들은 거의 하나같이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권력이나 문명의 우월함을 다른 민족이나 국가를 지배하는 명분으로 내세운다.  문화, 경제, 종료를 비롯한 모든 면에서 스스로가 대단히 뛰어난 성취를 이루었다고 여기는 동시에 중심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변방의 문화, 경제, 종교 등을 존중하기는커녕 열등한 것으로 치부한다.  그러면서 피지배국에 자신들의 문명을 주입시키는 행위를 마치 커다란 시혜라도 베푸는 것으로 미화한다.

[구마모토/가고시마]
- 가고시마 사람들은 정이 두텁다(人情が厚い).
- 일본의 미래는 앞으로 이 나라가 얼마나 규슈 또는 구마모토의 정신을 유지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검소한 삶과 선함, 단순함을 좋아하고, 쓸데없는 호화와 낭비를 싫어하는 그 정신 말이다.

[교토]
- 그 절의 625년 역사가 까마득하게 느껴졌다.  미국만 해도 다음 세대는 이전 세대보다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더 크고 높은 성취를 이뤄야 한다고 흔히 생각한다.  이런 생각이 사회 전체적으로 볼 때 발전의 원동력이 될 수는 있지만, 한편 생각해 보면 그렇게 되지 못하는 세대인 경우 불안을 느낄 수 밖에 없다.  625년 이상의 역사 속에서 사는 개인은 자신의 삶을 어떻게 바라볼까.  아마도 자신만의 한평생을 바라보며 사는 사람의 삶과는 다를 것 같았다.  수백 년 전부터 이어온 절의 역사에 자신의 역사가 함께 흐르고, 자신의 역사 뒤에 또다시 수백, 수천 년의 역사가 이어진다는 생각을 한다면 그야말로 역사의 크고 깊은 흐름 속에서 살고 있다는 자각이 끊임없이 들 것만 같았다.  교토라는 도시에 살고 있는 많은 사람들은 수백 수천 년의 역사 속에 살고 있다고 생각하니 잠깐이지만 교토 전체가 새롭게 보일 뿐만 아니라 이 도시에 살게 된 나의 삶이 커다란 흐름 속에 속해 있는 지극히 작은 존재처럼 여겨졌다.
- 품위를 강조하는 이면에는 늘 품위 있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이 자리잡고 있다.  완벽한 모습만 보여야 한다는 의식이 교토 전체에 배어 있다.
- 개인주의가 강한 분위기인 탓에 교수라고 해서 저절로 존경하는 분위기는 절대 없다.  교수라고 해도 권위를 내세우기보다는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면 안 된다는 묘한 압박감을 더 느낀다.  알아서 하게 할 자유가 주어졌으니 정말 알아서 잘해야 한다는 강박이 모두에게 있는 듯 했다.  자신의 흐트러진 모습을 노출하는 것도 꺼리지만 다른 사람의 흐트러진 모습에도 민감하다.
- 교토는 복잡하고 거친 세상에 살고 있지만, 마음 한켠에 고즈넉한 분위기와 품위를 꿈꾸는 사람들을 위한 매력적인 이상향이다.  200년대 초 교토 지하철에는 이런 광고가 붙어 있었다.  '일본에 교토가 있어서 좋다'(日本に、京都があってよかった。).

[프로비던스]
- 누군가 나에게 어디에서 왔느냐고 묻곤 한다.  어디인들 답하고 싶지 않을까.  내가 거쳐온 수많은 도시가 바로 내가 온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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