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영 - 밝은 밤

from 도서 2021. 11. 9. 23:19

@궁뜰어린이공원 @책바

생일에 책 선물을 몇 권 받았는데 너무 좋았다.  취향을 헤아리고 마음을 써줘서, 잊고 지내던 감정들을 다시 들여다볼 기회를 줘서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읽은 지는 조금 되었지만 좋았던 감정들을 기록하기 위해서라도 인상깊었던 문구를 아카이빙.

- 마음이라는 것이 꺼내볼 수 있는 몸속 장기라면, 가끔 가슴에 손을 넣어 꺼내서 따뜻한 물로 씻어주고 싶었다.  깨끗하게 씻어서 수건으로 물기를 닦고 해가 잘 들고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널어놓고 싶었다.  그러는 동안 나는 마음이 없는 사람으로 살고, 마음이 햇볕에 잘 마르면 부드럽고 좋은 향기가 나는 마음을 다시 가슴에 넣고 새롭게 시작할 수 있겠지.  가끔은 그런 상상을 하곤 했다.

- 그녀의 어머니는 그녀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든 빠르게 포기하고 체념하는 게 사는 법이라고 가르쳤다.  삶에 무언가를 기대한다고? 그건 사치이기 이전에 위험한 일이었다.  어떻게 내게 이럴 수 있어? 왜 내게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거지? 같은 의문의 싹을 다 뽑아버리라는 말이었다.  그런 질문을 하는 대신에 이렇게 생각하라고 했다.

오늘 지나가는 길에 맞았다.  그래, 그런 일이 있었다.
내 남편이 이유도 모르는 병으로 죽었다.  그래, 그런 일이 있었다.
나는 혼자 슬퍼했다.  그래, 그런 일이 있었다.
사람들은 나를 부정 탄 사람이라고 한다.  그래, 사람들은 그렇게 말한다.

그런 식으로, 일어난 일을 평가하지 말고 저항하지 말고 그대로 받아들이라고 했다.  그게 사는 법이라고.

- 사람이 사람을 기억하는 일, 이 세상에 머물다 사라진 누군가를 기억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지 알 수 없었다.  나는 기억되고 싶을까, 나 자신에게 물어보면 언제나 답은 기억되고 싶지 않다는 것이었다.

-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 수 있는 특권.  내가 누리는 특권을 모르지 않았으므로 나는 침묵해야 했다.  (중략) 그 껍데기들을 다 치우고 나니 그제야 내가 보였다.  

너는 너를 다그쳤기 때문에 더 나은 자리를 잡을 수 있었어.  너에게 조금이라도 관용을 베풀었다면 넌 정말 아무것도 아닌 인간이 되었을거야.  넌 더 단련되어야 해.  이런 취급에는 이미 익숙해졌잖아.

나는 항상 나를 몰아세우던 목소리로부터 거리를 두고 그 소리를 가만히 들었다.  세상 어느 누구도 나만큼 나를 잔인하게 대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쉬웠을지도 모르겠다.  나를 함부로 대하는 사람들을 용인하는 일이.

- 고통 안에서 시간은 직선으로 흐르지 않았다.  나는 자꾸만 뒷걸음질쳤고 익숙한 구덩이로 굴러떨어졌다.  다시는 회복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조바심 서린 두려움이 나를 장악했다.  나는 왜 내가 원하는 만큼 강해질 수 없을까.  이렇게까지 노력하는데도 왜 나아지지 않는 걸까.  그런 생각을 하며 오래 울던 밤에 나는 나의 약함을, 나의 작음을 직시했다.

인내심 강한 성격이 내 장점이라고 생각했었다.  인내심 덕분에 내 능력보다도 더 많이 성취할 수 있었으니까.  왜 내 한계를 넘어서면서까지 인내하려고 했을까.  나의 존재를 증명해야 한다고 생각해서였을까.  언제부터였을까.  삶이 누려야 할 무언가가 아니라 수행해야 할 일더미처럼 느껴진 것은.

나는 내 존재를 증명하지 않고 사는 법을 몰랐다.  어떤 성취로 증명되지 않는 나는 무가치한 쓰레기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했다.  그 믿음은 나를 절망하게 했고 그래서 과도하게 노력하게 만들었다.  존재 자체만으로도 의미와 가치가 있는 사람들은 자기 존재를 증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애초에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 나는 가만히 앉아서 그날 아침 의사가 내게 귀리의 죽음을 알렸을 때 느낀 감정이 슬픔만은 아니었음을 기억했다.  나는 안도했다.  나의 일부는 안도했다.  귀리의 고통이 이제 사라졌다는 사실에, 고통을 받는 그애의 모습을 보고 겪어야 했을 나의 괴로움이 끝났다는 사실에.  그 이기적인 마음을 부정할 수가 없었다.

- 나는 누구에게 거짓말을 했나.

나에게, 내 인생에게.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 알고 싶지 않아서.  느끼고 싶지 않아서.

어둠은 거기에 있었다.

- 나도 평범하게 살고 싶어요.  나는 이게 꿈이에요.  남들은 그냥 하는 일도 나에게는 힘든 일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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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보다 마음이 참 힘들었던 주말 "커리어의 씁쓸함과 실존적 무게로 힘겨워하는 이들에게 용기를 북돋워 주는 사려 깊은 책"이라는 소개 문구에 충동적으로 구매한 책이다.

추천의 글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고 세속적 성공이라는 기준에 부합하려는 첫 번째 산을 정복했다는 말이 아니다.  마흔 이후로 전력질주를 이어가기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 수 밖에 없는 여러 상황을 경험하고 나니, 남이 아닌 내가 더 잘 사는 방법이 무엇일지 궁리하게 된다.  이기심으로 돌아선다는 말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함께 더 잘 살기 위한 방법론 위에서 나 자신을 생각한다는 뜻이다."

"남은 인생은 너무 막막한데,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일은 무엇일까.  또, 어떤 일이 나에게 궁극적인 기쁨을 주며, 내 인생을 성공한 인생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까.  그때마다 누군가가 제시하는 방안은 남은 인생처럼 막연하다.  데이비드 브룩스는 이 고민에 맞닥뜨리는 시기를 두 번째 산에 비유한다.  물질적인 첫 번째 산을 넘은 뒤 찾아오는 진정한 인생의 고민.  (중략) 결국 사회적 관계는 인생의 성취에 있어 필수불가결한 존재이며, 그가 궁극적으로 주장하는 것은 진정한 관계의 회복이다."

"삶의 공허 앞에서 브룩스는 이제 그만 첫 번째 산에서 내려와 두 번째 산에 오를 때가 됐다고 말한다.  첫 번째 산을 오르는 삶이 나의 성공을 위한 삶이라면, 두 번째 산을 오르는 삶은 내가 아닌 타인을 위해 살아가는 헌신의 삶을 말한다.  헌신의 깊은 유대 없이 서로 연결되지 못한 삶의 뿌리들은 작은 바람에도 쉽게 흔들리고 쓰러지기 마련이다.  타인을 위한 삶은 각자가 알아서 해야 할 소소한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내가 몰입해야 할 중요한 가치이자 토대가 되어야 한다."

서문

사람들의 삶에는 두 개의 산이 있다.  이들은 학교를 졸업한 뒤 취직을 하거나 가정을 꾸리며 자신이 올라야 한다고 생각하는 산을 찾아낸다. "난 의사가 될거야" "난 기업가가 될거야" 첫 번째 산에서 우리 모두는 특정한 인생 과업을 수행해야 한다. 그 과업이란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부모에게서 독립하고, 재능을 연마하고, 확고한 자아를 세우고, 자신의 족적을 세상에 남기려고 노력하는 일 등이다. 이 첫 번째 산에 오를 때 사람들은 많은 시간을 들이면서 평판 관리에 신경쓴다.  그래서 늘 점수를 기록한다.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까? 내 순위는 전체에서 어디쯤일까? 심리학자 제임스 홀리스가 지적하듯이 우리는 세상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자기의 참모습이라고 여기는 경향이 있다.

이 첫 번째 산에서 사람들이 설정하는 목표는 자신이 속한 문화권에서 규정하는 통상적인 목표이다. 성공하기, 남들에게 존경받기, 제대로 된 사회 집단에 초대받기, 개인적인 행복 누리기. 좋은 집, 화목한 가정, 멋진 휴가, 맛난 음식, 좋은 친구들.

어떤 사람들은 이 첫 번째 산의 정사엥 올라 성공을 맛보고 끝내 손에 넣지만, 만족하지 못한다. "이게 내가 바라던 전부인가?" 그리고는 자기가 할 수 있는 더 심오한 여정이 반드시 있음을 알아차린다.

원인이 무엇이든 간에 이 사람들은 더는 산 위에 있지 않다. 이들은 당혹스러움과 고통스러움의 계곡에서 헤맨다.  고통의 시기는 그 사람의 가장 깊은 내면을 드러내며, 자신이 생각하던 모습이 사실은 진정한 자기가 아니었음을 깨닫해 해준다.  또 다른 층이 엄연한 자기로 존재함을, 어둠이 똬리를 틀고 있으며 가장 강력한 열망들이 살아 숨쉬는 어떤 기질이 실존함을 그제야 깨닫는 것이다.

고통의 시절은 일상이 피상적으로만 흘러가는 것을 방해해서 자신의 좀 더 깊은 내면을 바라볼 수 있게 한다.  이 시기에 사람들은 자기 기질 깊숙한 곳에 보살핌의 본질적인 어떤 능력, 즉 자아를 초월해서 타인을 보살피고자 하는 어떤 열망이 있음을 깨닫는다.  이 열망에 맞닥뜨릴 때 이 사람들은 전인적인 인간 whole person이 될 준비가 완료된 상태인다.

고통을 통해서 한층 더 성장한 사람들은 두 가지 반란 단계에 나아간다.  첫 번째로 이들은 자기의 이상적 자아(ego ideal- 한 개인이 자신이 되고자 하는, 무의식적으로 만든 완전성을 갖춘 자아)에 반기를 든다. 자아의 욕구들은 자신이 자기 안에서 발견한 깊은 영역들을 결코 만족시키지 못할 것임을 이들은 깨닫는다.  또한 이들은 주류 문화에 반기를 든다. 이들은 진저으로 바랄 가치가 있는 것들을 자기가 바라기를 원한다. 

두 번째 산은 첫 번째 산의 반대가 아니다. 두 번째 산에 오르는 것은 첫 번째 산에 오르는 것에 이어지는 또 하나의 여정이다.  이런 일이 일어날 때 어떤 사람은 자기 삶을 근본적으로 바꾼다.  이들은 법률사무소를 팽개치고 티베트로 날아간다(;;;;;).  또 어떤 사람들은 직장, 결혼 생활을 그대로 유지하지만 예전과는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바뀐다.  이제 자아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소명이다.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면 자기를 더는 관리자로 보지 않고 멘토로 생각하며 다른 직원들이 더 나아지도록 돕는데 모든 힘을 쏟는다.  이들은 자기가 속한 회사 조직이 사람들이 그저 다달이 봉급을 받으려고 출근하는 얄팍하고 얕은 공간이 아니라 삶의 목적을 찾을 수 있는 실팍하고 두터운 공간이 되기를 원한다.

자신이 지금 첫 번째 산을 오르고 있는지 아니면 두 번째 산을 오르고 있는지 알 수 있는 결정적인 방법이 바로 이것이다. 당신이 궁극적으로 소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당신 내면에 있는 자아인가, 아니면 당신 바깥에 있는 어떤 것인가?

첫 번째 산이 자아를 세우고 자기를 규정하는 것이라면, 두 번째 산은 자아를 버리고 자기를 내려놓는 것이다.  첫 번째 산이 무언가를 획득하는 것이라면 두 번째 산은 무언가를 남에게 주는 것이다.  첫 번째 산이 계층 상승의 엘리트적인 것이라면 두 번째 산은 무언가 부족한 사람들 사이에 자기 자신을 단단히 뿌리내리고 그들과 손잡고 나란히 걷는 평등주의적인 것이다.  "이 짐이 얼마나 무거운지 오로지 겸손함만이 그 무게를 버틸 수 있다.  혹시라도 자존심을 내세우다간 그 짐의 무게로 등이 부러지고 말 것이다."

사람들은 회사에서 일을 하거나 대학교에서 강의를 듣지만, 이런 활동들이 그 사람에게 어떤 두드러진 흔적을 남기지는 않는다. 사람들은 그런 데서 자기가 얻고자 하는 것을 얻고 나면 그냥 떠나 버린다. 그러나 두 번째 산의 조직은 사람들의 마음 속 깊은 곳을 건드려서 영원한 어떤 흔적을 남긴다.

우리는 초개인주의 hyper-individualism 문화 소에서 살고 있다. 자기 자신과 사회 사이의 긴장, 개인과 집단 사이의 긴장이 늘 팽팽하게 존재한다.  이런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다시 균형을 잡아서 사람들로 하여금 관계와 공동체와 헌신(우리가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열렬하게 바라지만 초개인주의적인 생활 방식 때문에 늘 훼손하고 있는 덕목들)을 향해 나아가도록 방향을 잡아 주는 문화를 건설하는 것이다.

(당연히 모든 사람의 모든 인생을 아우르는 단 하나의 공식은 없다(예를 들어 A는 두 번째 산을 첫 번째 산보다 먼저 올랐던 것 같다 - 개인적인 성공이 아니라 도덕적인 헌신을 강조하는 환경에서 성장했기 때문)). 

(소명, 천직으로서의 직업 vocation과 생계, 출세를 위한 일자리 job / career의 구별).

헌신이란 대가를 기대하지 않은 채로 무언가에 매진하는 것이다. 헌신은 무언가를 깊이 사랑하게 되어서, 사라이 불안하게 흔들리는 순간들에 대비해 그 무언가의 주변에 어떤 행동 구조를 구축하는 것이다.  어떤 직업을 천직으로 생각하고 그 일을 하며 평생을 살아가는 것, 결혼 상대를 결정하고 결혼 생활을 잘 꾸려가는 것, 인생 철학을 세우고 다듬어서 신앙을 경험하는 것, 공동체에 기여하고자 하는 열망에 사로잡히는 것, 다른 사람들과 힘을 합쳐 자신이 속한 공동체가 번성을 누리도록 노력하는 것.

대부분은 자기를 희생하는 인생을 올곧게 살지 못할 것이다.  그럼에도 높은 기준을 설정하는 것은 여전히 중요하다. 다른 사람들의 모범적인 사례에 고무되는 것, 그리고 깊이 헌신하는 삶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예전에 나는 개인주의의 감옥에 갇혀 있었다. 그 때 나는 개인주의를 단단히 붙잡기만 하면, 즉 자기 배의 키를 단단히 붙잡고 있기만 하면 인생은 점점 더 나아지고 최상의 수준으로 전개될 것이라고 믿었다. 인간의 품격은 대부분 자기 자신을 토대로 해서 쌓아 나가는 어떠한 것이라고여전히 믿었다. 모든 의지력을 동원해 자기가 가장 약한 부분에서 자기 자신을 강하게 만들 수 있다고 믿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 나는 인격 형성이 개인 차원에서 성취되는 것이라고 더는 믿지 않는다.  근육을 키우듯이 정직성, 용기, 성실성, 끈기 등의 덕목을 키울 수 있다고 더는 믿지 않는다.  좋은 인격이란 자기 자신을 내려놓는 과정의 부산물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사랑할 가치가 있는 것을 사랑하는 것이다.  어떤 공동체나 대의에 순종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봉사하고, 사랑의 애착 관계를 두텁게 쌓고, 다른 사람들이 나를 보살피는 일상적인 행동 속에서 스스로를 잊어버리듯이 나 역시 다른 사람들을 보살피는 일상적인 행동들 속에서 나 자신을 잊어버리는 것이다. 인격은 갖추기에 좋은 것이다. 인격을 형성해 가는 과정에서 배울 점은 많다. 그러나 인격보다 지니기에 더 좋은 것은 도덕적인 기쁨 moral joy이다.  이 평정심은 완벽한 사랑을 구현하는 쪽으로 더 가까이 다가갈 때 비로소 찾아온다.

나는 커리어에서 내가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더 큰 성공을 거두었다. 그러나 그렇게 거둔 성공은 나를 특정한 인간 유형으로 만들어 버렸다. 다른 사람들과 멀리 외따로 떨어져 있으며, 어떤 것에도 상처받지 않으며, 타인과의 의사소통 업시도 존재하는 그런 인간으로 말이다. 적어도 개인적인 삶에서는 분명히 그랬다. 나는 인간관계의 의무를 회피했다. 내 인생의 온갖 실수와 실패 그리고 죄를 돌아보니, 하나같이 내가 가까이해야 마땅했던 사람들 앞에 제대로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던 성향의 것들, 즉 개인적인 차원으로 움츠러든 죄들이었다. 회피하고 얼버무르기, 일에만 파묻히기, 갈등 외면하기, 공감하지 않기, 그리고 나 자신을 솔직하게 드러내어 표현하지 않기.  사람보다는 시간을, 인간관계보다는 생산성을 중시하는 바람에 사랑하는 존재와 함께하지 못하는 이런 습성은 내 인생에서 반복되고 있다.

죄의 대가는 죄이다. 나의 잘못은 차곡차곡 쌓였고, 그러다 마침내 우르르 무너졌다. 내 삶을 규정하던 실체들이 무너져 내렸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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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연 - 목요일

from 도서 2018. 12. 26. 23:05
목요일                  허연

사람들 틈에 끼인 
살아본 적 없는 生을 걷어내고 싶었다.

모든 게 잘 보이게 
다시 없이 선명하게
난 오늘 공중전화통을 붙잡고
모든 걸 다 고백한다.
죽이고 싶었고
사랑했고
하늘을 나는 새를 보라는 
성경 구절에도 
마음이 흔들린다고,
그리고 오늘은 목요일.
죽이 끓든 밥이 끓든
나는 변하지 못했고
또 목요일.

형상이 없으면 그림이 아니야.
따귀 한 대에 침 한 번씩 뱉고 밤을 새우면
神을 만날 줄 알았지.
그림 같은 건
잊은 지 오래라는 녀석들 몇 명과
그들의 자존심과 
그들의 투항과 
술을 마신다.
그중에 내가 있다.
오늘은 목요일

결국 오늘도
꿈이 피를 말린다.
그 꿈이 나한테 이럴 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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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때로는 K와 헤어진다면 내가 떠안고 있는 불안을 한 순간에 덜어낼 수 있을 거란 생각에 빠지기도 했다. 하지만 그를 잃는다는 상상 역시 나를 불안하게 만들기는 마찬가지였다.

- K야, 나는 나이를 먹어간다는 게, 어른이 된다는 게 어떤 일인지 알 수 없어 두려워. 세상을 살아간다는 건 점점 지름이 좁아드는 깔때기 안으로 미끄러져 내려가는 게 아닐까. 의자뺏기 게임을 할 때처럼 흥겨운 노래에 취해 의자를 놓쳐버리면 아무 데도 앉지 못하게 되는 게 아닐까. 멀뚱하게 서서 의자에 앉은 아이들의 안도하는 얼굴을 바라보게 될까 봐 나는 몹시 두려운 거야.

- "그럼 나쁜 사람이구나."
"그래, 그놈은 나쁜 놈이라니까, 아주."
"그런데 그 애가 나쁜 놈이면 안 되는 거니?"
"...."
"이제 아무것도 아닌거야, 모두 지나간 일들이니까."
"그래, 그건 나도 알아."

Y에게, 나는 지나간 일이라고 해서 사라지는 건 아니지 않냐고 반문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그건 그에게 잔인한 일 같았다.

"누군가 다른 여자가 있었다 치자, 없었다면 달라졌을까?"
"...."
"괜찮아?"
"나한테 결과는 중요하지 않아."
"과거가 뭘 말해줄 수 있겠니? 뭘 증명할 수 있어."
"지나간 일들이라고,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하진 마."

나는 결국 말하고 말았다. 타인의 고통보다는 내 고통이 중요했다.

- 나는 지금에 와서야 그때 K가 느꼈던 느낌이 어떤 것이었을지 조금 알 수도 있을 것 같은 기분이었다.그해 그 가을에, K와 나는 각자 무엇에선가 달아나고 싶었던 게 아니었을까.

서로에게서 벗어나면 우리를 감싸고 있던 그 불안한 기운에서 달아날 수 있을 거라 믿었는지도.
나는 K를 원했지만, 한편으론 원하지 않았던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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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끝 여자친구에 대한 이미지 검색결과


- 모든 일에는 흔적이 남게 마련이고, 그러므로 우리는 조금 시간이 지난 뒤에야 최초의 톱니바퀴가 무엇인지 알게 된다.

- "사랑은 저처럼 뒤늦게 / 닿기만 하면 닿기만 하면 / 흔적도 없이, 자욱도 없이 / 삼월의 눈처럼" 사라진다는 것이었다.

- 한동안 우리는 날씨에 대해서만 얘기했다. 차라리 쏟아져 내리면 그나마 마음이라도 흡족할 것을.
내리는 둥 마는 둥 지지부진하게 이어지는 장마에 대해서, 균질하게 하늘을 가득 메운 무미건조한 회색에 대해서, 뜨겁고 뜨겁고 뜨겁기만 한 여름 햇살을 향한 본능적인 그리움에 대해서.

나는 장마가 계속 이어지는 탓에 달리기를 할 수 없다고 말했고, 그녀는 내가 달리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는 한 번도 생각하지 못했다고 대답했다.

그러다가 어느 결엔가 그녀가 내게 말했다. "맞아, 좋았어. 우리 참 좋았어. 그렇긴 하지만 우린 이제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없는 거야." 그 말은 나를 행복하게 만들었고, 또 슬프게 만들었다. 우선 '맞아'라는 말 때문에, 그 다음에는 '그렇긴 하지만'이라는 접속사 때문에. 맞아. 그렇긴 하지만. 맞아. 그렇긴 하지만.

전화를 끊고 나서 얼마간 나는, 예컨대 샌드위치를 만들기 위해 주방 테이블 위에 식빵을 일렬로 쭉 늘어놓으면서, 혹은 도서관 앞 휴식공간에서 담배를 입에 물고 마치 나의 앞날처럼 불안하고 흐릿하기만 한 풍경을 바라보면서 그 말을 되뇌었다.

'맞아, 어쩌면 이 장마는 영원히 계속될지도 몰라. 그렇긴 하지만, 나는 한번 달려보겠어.'

- 맞다, 나는 연필이었고, 그래서 흑심을 품고 있었다.

- '맞아요, 그렇지요. 세상의 끝까지 데려가고 싶을 정도로요.'

- 누군지는 끝내 알 수 없게 됐지만, 그래서 죽는 순간까지도 당신만을 생각한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영영 말해줄 수 없게 됐지만, 언젠가는 그 사람도 알게 되겠죠. 시인이 한때 이런 시를 섰다는 거, 그 메타세쿼이아가 두 사람이 갈 수 있었던 가장 먼 곳이었다는 거.

- 우리는 모두 헛똑똑이들이다. 많은 것을 안다고 생각하지만, 우리는 대부분의 사실들을 알지 못한 채 살아간다. 우리가 안다고 생각하는 것들 대부분은 '우리 쪽에서' 아는 것들이다. 다른 사람들이 아는 것을 우리는 알지 못한다. 그런 처지인데도 우리가 오래도록 살아 노인이 되어 죽을 수 있다는 건 정말 행운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어리석다는 이유만으로 당장 죽을 수 있었다. 그 사실만으로도 우리는 이 삶에 감사해야만 한다.

그건 전적으로 우리가 사랑했던 나날들이 이 세상 어딘가에서 이해되기만을 기다리며 어리석은 우리들을 견디고, 오랜 세월을 버티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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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애란 - 비행운

from 도서 2018. 5. 20. 22:11

비행운 김애란에 대한 이미지 검색결과


- 아마 그래서였을 거다. 훗날 누군가 내게 사랑이 무어냐고 물어왔을 때,
'나의 부재를 알아주는 사람'이라 답한 것은.

- 광합성을 하는 사람에게는 광합성의 빛이, 
전자파를 먹고 사는 사람에게는 전자파의 빛이 얼굴에 드러나기 마련이니까.

- 갑자기 목울대로 확 뜨거운 것이 올라왔다.
사막에서 만난 폭우처럼 난데없는 감정이었다.
곧이어 내가 살아 있어, 혹은 사는 동안,
누군가가 많이 아팠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모르는 곳에서, 내가 아는,
혹은 모르는 누군가가 나 떄문에 많이 아팠을 거라는 느낌이.

그렇게 쉬운 생각을 그동안 왜 한 번도 하지 못한 건지 당혹스러웠다.

- 그 사이 언니에게도 몇 줄로는 요약할 수 없는 시간들이 지나갔겠죠?
바람이 계절을 거둬가듯, 세월이 언니로부터 앗아간 것들이 있을 테죠?
단순히 기회비용이라고만 하기엔 아쉽게 놓쳐버려 아직도 가슴을 아리게 하는 것도.
말해도 어쩔 수 없어 홀로 감당해야 할 비밀과 사연들도요.

그래서 사실 오늘 언니가 8년 동안 임용이 안 됐었단 얘기를 들었을 때 가슴이 먹먹했어요.
8년, 8년이라니.
괄호 속에 갇힌 물음표처럼 칸에 갇혀 조금씩 시들어갔을 
언니의 스물넷, 스물다섯, 스물여섯.... 서른하나가 가늠이 안 됐거든요.

합격자 발표를 기다리는 동안 마음 속에 생기는 
온갖 기대와 암시, 긴장과 비관에 대해서라면 저도 꽤 아는데,
자식 노릇, 애인 노릇 등 온갖 도리들을 미뤄오다 잃게 된 관계들에 대해서도 전혀 모르는 바는 아닌데,
좁고 캄캄한 칸에서 오답 속에 고개를 묻은 채, 
혼자 나이를 먹어갔을 언니의 청춘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어요.

- 다만 그랬을 뿐인데, 정말 그게 다인데, 이렇게 청춘이 가버린 것 같아 당황하고 있어요.

그 동안 나는 뭐가 변했을까.
그저 좀 씀씀이가 커지고,
사람을 믿지 못하고,
물건 보는 눈만 높아진 시시한 어른이 돼버린 건 아닌가 불안하기도 하고요.

이십대에는 내가 뭘 하든 그게 다 과정인 것 같았는데,
이제는 모든 게 결과일 따름인 듯해 초조하네요.

- 그런데 언니, 요즘 저는 
하얗게 된 얼굴로 새벽부터 밤까지 학원가를 오가는 아이들을 보며 그런 생각을 해요.

"너는 자라 내가 되겠지... 겨우 내가 되겠지."

그리고 그때 저를 위로해준 건, 제가 직접 손을 뻗어 만질 수 있는 누군가의 체온이었어요.
욕망이나 쾌락은 그 다음 문제였지요.
어쩌면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온기는 그리 많은 양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이만하면, 이 정도면 충분하다면서요.

아마... 그 사람도 그랬을 거에요.

- 부푼 꿈을 안고 대학에 입학했을 때만 해도,
 저는 제가 뭔가 창의적이고 세상에 보탬이 되는 일을 하며 살게 될 줄 알았어요. 

그런데 보시다시피 지금 이게 나예요. 

누군가 저한테 그래서 열심히 살았느냐 물어보면 '그렇다'고 대답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어쩌다, 나, 이런 사람이 됐는지 모르겠어요. 

(중략) 지금 선 자리가 위태롭고 아찔해도, 징검다리 사이의 간격이 너무 멀어도, 
한 발 한 발 제가 발 디딜 자리가 미사일처럼 커다랗게 보였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언젠가 이 시절을 바르게 건너간 뒤, 사람들에게 그리고 제 자신에게 이야기하고 싶어요. 

나, 좀 늦었어도 잘했지. 
사실 나는 이걸 잘한다니까 하고 말이에요. 

하지만 당장 제 앞을 가르는 물의 세기는 가파르고, 
돌다리 사이의 간격은 너무 멀어 눈에 보이지조차 않네요. 

그래서 이렇게 제 손바닥 위에 놓인 오래된 물음표 하나만 응시하고 있어요. 
정말 중요한 '돈'과 역시 중요한 '시간'을 헤아리며, 
초조해질 때마다, 한 손으로 짚어왔고, 지금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는 그것.

'어찌해야 하나.'

그러면 저항하듯 제 속에서 커다란 외침이 들려요.

'내가, 무얼, 더.'

(중략) 언니 제가 뭘 할 수 있을까요. 제가 무얼 하면 좋을까요.

(중략) 그리고 요즘 하루에도 몇 번씩 이런 생각을 해요. 
그때 그 애가 내게 먼저 연락하지 않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중략) 언니, 앞으로 저는 어떻게 될까요. 
마흔의, 환갑의 나는 어떤 얼굴로 살아가게 될지,
어떤 말을 붙잡고 어떤 믿음을 감당하며 살지 모르겠어요.
바뀌는 건 상황이 아니라 사람일까요.

그렇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를 바꿀 수 없게 만드는 건 무엇일까요.
언니는 엽서 끝자락에 그렇게 적었죠? 세월은 가도 옛날은 남는 거 같다고. 

조만간 다시 옛날이 될 오늘이, 이렇게 지금 제 앞에 우두커니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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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이여 안녕

from 도서 2015. 7. 14. 21:06



슬픔이여 안녕

저자
사강 지음
출판사
범우사 | 2015-04-25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우리는 이따금씩 아무의 간섭도 받고 싶지 않고, 완벽하고 빈틈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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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하루에 한 챕터씩, 드라마 보는 기분으로 보고 있다. 솔직한 심정으로 예전처럼 소설에 몰입이 안된다. 어릴 때는 소설 속으로 도피해서 육체는 지상에 있되 정신은 소설 너머 세계로 넘어가는게 내 일과의 중요한 부분이었는데, 요샌 그게 잘 안된다. 


2. 그래도 이 책은 주옥같은 명대사도 많고 전개도 적당히 빨라서 좋다. 세실 요것이 드디어 일을 저질렀는데....... 앞으로 흥미진진.... 그리고 나는 흥미진진함을 느끼는 내 자신의 욕구를 조절하는 데서 보람을 느낀다.


3. 세실 이 깜찍하고 망측한 것이 해논 짓을 생각하건대 일본 소설이라면 세실은 장문의 편지를 쓰고 자살을 택하는게 합당한 전개인데..? 미우라 아야코의 '빙점'이나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 같은 책을 너무 열심히 보면 뭔가 불가항력적인 상황 / 집안 배경 + 주인공의 심리적 고뇌 + 약간의 일탈행동 + 쾌감 및 자기혐오 = 자살 이런 공식이 너무 당연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세실이 언제 죽을지 나는 흥미진진하게 보고 있다. 하지만 우아한 프랑스에서는 풋풋한 여주인공을 안죽이지 않을까? 국적과 국민성에 따른 인물묘사 내지는 상황전개를 비교하는 것도 재미있다 ㅠㅠ


4. 안느는 내가 생각하는 시크한 파리지엔의 표본같은 인물이다. 외관상 이미지만으로는 제인 버킨 같은 느낌?


5. 여튼 여주 심리 따라가는게 꿀잼이다. 1초 단위로 사를르를 사랑하다가도 싫어하고, 행복해하다가도 불행해하고, 쾌락과 질투와 혐오 사이를 오가는 세실 심리 묘사가 진짜 탁월하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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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카타노 마사루, 스가이 노리코
역자 박덕영 
출판 신인문사 
발매 2015.02.27



유럽에 관한 책이라면 보통은 여행서를 떠올린다. 
여행 스팟이나 음식점에 관한 단편적인 정보로 가득한
천편일률적인 이런 부류의 책들은
대개 여행 직후 버려지기 십상이다.

조금 더 나아가면 특정 주제에 관한 책을 접할 수 있다.
유럽 영화, 유럽 음식,유럽어 등.
내지는 어떤 개인의 특정 경험을 기반으로 한 1인칭 여행기 정도?
이 정도가 우리가 책으로 접할 수 있는 유럽의 전부였을지도 모른다.

이 글의 역자이신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박덕영 교수님께서는
캠브리지 / 에든버러 등지에서 10여년을 수학하신 유럽 전문가(?)이시다.
교수님께서는 이러한 현실 속에서
'개괄적으로나마' 유럽을, 유럽 사람을 접하고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고 싶으셨는지 모르겠다.


따라서 이
 책은 기존 유럽에 관한 책들과는 조금 다른 접근 방식을 취한다.

물론 이 글 또한 물론 필자 / 역자의 개인적 주관적 경험을 기반으로 한 것이지만,
제3자의 관점에서 건조하고 담담하게 유럽 각 국 '사람'들의 특징을 잡아내어 서술하였다.


1) 유럽'인' 및 그들의 기질을 특징으로 잡아낸 점
2) 비교적 객관적인 시점에서 서술된 점을 이 책의 특징이자 미덕으로 꼽을 수 있겠다.

우리에게는 생소한 룩셈부르크, 마케도니아 등의 유럽 소국에 대한 정보까지 망라되어 있는 점이 신선하고
비슷하지만 다른 나라(ex. 잉글랜드, 웨일스, 북아일랜드, 아일랜드)에 대해서도
차이점에 대해서 비교적 알기 쉽게 서술된 점이 매력적이다.

또한 나라당 5~15p 정도의 분량을 할애하여 
칼럼이나 신문 기사 한두꼭지를 읽는 정도의 적은 부담으로 틈틈이 시간날때 읽기 좋다.

단점이라면 이 책의 태생(작가가 일본)적 한계를 들 수 있겠다.
서술 주체가 일본이이었고 독자도 일본인을 예정하고 쓰인 책이라서
면적, 국민성, 역사적 관계 등 모든 것이 일본 중심으로 서술되어 있다.

최소한 객관적 수치나 데이터와 관련한 부분은
한국 버전으로 일부 수정해서 작성할 수는 없었을까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하여튼 유럽 사람과 만날 일이 잦은 사람
(ex. 유럽과 빈번하게 거래하시는 분,
유럽에 교환학생이나 유학을 가게 되는 분,
학교에서 외국인 관련 동아리를 하는 사람)부터
'유럽 여행 중 만난 xx나라 사람은 왜 그랬지?'
'유럽 xx나라에서의 이러한 경험은 왜 그런거지?' 등의 의문을 가진 사람이라면
이 책이 완전하지는 않으나마 방향을 잡아주는 좋은 지침이 되줄 것이라 생각한다.


가볍게 일독하기 좋은 책으로 추천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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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자기계발서나 청춘 도서(?) 류의 '인생에 대해서 훈계하는 책'을 별로 안 좋아하는데
(특히 멘토라 자임하는 자들의 자격에 대한 불신이 강함. 니가 몬데?)

이 책은 '70세 이상 인생을 살아온 현자'들의 이야기를 모아놨다는 데서 그 공신력(?)이 있다.
수업에 관해 선배에게 조언을 듣고, 
군생활에 관해 선임에게 가르침을 받고, 
사람으로서의 기본적 자질에 대해 선생님께 교육을 받으며
'앞선 사람'들로부터 배워나가는 우리들로서는
인생에 관해선 우리보다 앞선(先) 어르신들께 배울 점이 분명히 있을 터...

미사여구로 가득찬 자기계발서와 다르게 '경험에서 우러나온' 솔직하고 담백한 조언들이 꽤나 새겨들음 직 하다.

그래서 나름 교양수업 듣듯(?) 정리까지 해 놓았는데 공유해 보려 한다.



Chapter 1. 아름다운 동행 - 결혼과 배우자에 관한 이야기

1) 끌림보다는 공유

 - 가족 위주의 삶 + 감동(주기/받기 both) + 독립적인 생활의 가치 존중

 - 결혼에 있어 고려할 것 :
   1) 안정성(얼마나 오래 지속되느냐?)
   2) 결혼의 질(배우자를 통한 만족감, 행복감을 얻을 수 있는지?)

그러기 위해선,

 -  Homogamy(동형배우자생식) > Hetrogamous(이형배우자생식)
    '가치관' '삶에 대한 견해'의 공유가 중요.

 - I love you, you're perfect, Now CHANGE! : 불가능
  상대를 변화시키겠다는 마음가짐으로 관계를 시작한다면, 이미 잘못된 길에 들어선 것


 2) 평생의 친구를 찾아라 

 - 낭만과 사랑은 다른 것

 - 육체적으로 비슷한 관심사, 활동 공유

 3) 상대의 신발을 신어보아야

 - 50%를 주고 50%를 받아야 한다고 계산하는 관계는 No

 - 자유롭게 줄 수 있어야

 - 많이 주고받는 것, 특히 많이 베푸는 것.
   "좋아, 베푸는 거야. 그리고 베풀었으면 됐어"

 - 누가 더 이익인지 계산 X. 
   돈을 넣은 만큼 물건을 주는 계산기, 자판기가 아니다.

 - '저 사람을 위해 뭘 해주지? 어떻게 하면 아내, 남편의 하루를 더 행복하게 해 줄 수 있을까?'
    아침에 눈을 뜨면 드는 생각.

 4) 현명하게 싸우는 법

 - 논쟁을 하다가 문제가 생기면 집 밖으로!

 - 한 걸음 물러서 자신의 방법으로 화를 삭이고 대화하라

 - 위험요소는 사전에 제거

 - 상대방의 말에 귀기울이기. 

 - 상대방의 말 반복. '맞아?' -> 의도 파악
  
 - 침묵 시에는 일단 그냥 두고, 더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이 나서서 해결.

 5) 기쁠때나 슬플때나

 - 순간의 열정 그 너머에 있는 것을 보라. 삶은 헌신적인 노력으로 일구어가야 하는 것.

 - 좋은 날도, 힘든 날도 함께.
   좋은 것도 나쁜 것도 다 삶의 조각들이고, 그 조각들이 맞춰져 온전한 삶이 만들어지는 것.

 - 인연을 끊는다 = 미래의 모든 가능성을 포기하겠다는 의미

 - 견디고 무던히 애써라.

 - 화난 채 잠자리에 들지 마라.
   상대에게 상처를 주는 말을 하거나 독선적인 자기합리화로 가슴에 응어리를 품은 채 하루를 마감하기 보다는,
   상대의 존재 의미를 다시금 확인하고 관계 회복을 우선에 두어야 한다.


Chap 2. 행복하게 맞는 아침 - 평생 하고픈 일을 찾아가는 법

 '너는 흙에서 나왔으니 흙으로 돌아갈 때 까지 얼굴에 땀을 흘려야 양식을 먹을 수 있으리라'(창 3:19)

 1) 즐거움의 최고의 보상이다

- 휴가, 주말만 목을 빼고 기다리는 삶보다, 돈을 조금 덜 받아도 좋으니 즐길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 바람직.

- Eudaimonia = '행하는 것 자체로 보상을 받는 행위'

- 금전적 이익만으로는 지루하고 싫증나는 일을 하느라 잃어버린 세월을 보상받을 수 없다.

- 아침에 기쁘게 출근할 수 있는 직업. 일출을 보려 어두울 때 일어나듯..

2) 고통 없는 달콤함은 없다

- 싫어하는 일을 하며 타성에 젖지 마라

3) 싫어하는 일에서도 배운다

-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지금 하고 있는 일에서 가치를 찾아라.

- 별 볼일 없는 일에 종사하더라고 맡은 일을 훌륭하게 잘 해내라.
지루하고 권태로운 일이라 하여 무관심한 태도로 일을 하면 그런 생각만 강해진다.
주인의식 + 일을 발전시키려는 태도.

- '반드시' 무언가 배울 수 있다. 자부심을 가지고 일을 해라

4) 거울이 아니라 창밖을 보라

- 모든 사람과 잘 지낼 수 없고, 모두 나의 생각과 같을 수 없다.
하지만 나를 믿게 하려면
다른 사람들의 의지를 거스르면서까지 그들을 설득하기 보다는, 그들과 잘 지내려 노력 .

- 자기 입장과 반대 입장에서 토론해 볼 것

- 타인의 지식을 존중해야 한다. 늘 배우려는 자세를 가진 리더가 될 것.

- 자존심을 세우려 타인과 비교하여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만 보지 말고, 
거울 앞에서 벗어나 창밖을 내다보라.

5) 소매를 걷어붙이는 건 내 손이다.

- 일의 목표와 자율성을 추구하라


Chap 3. 등을 보고 자라는 아이

1) 바로 그 순간, 바로 그 자리

- 아이와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것

- 함께 하는 것은 어떤 행위가 아닌 '시간'

- 특별한 사건보다 '바로 그 순간, 바로 그 자리'에 있어야.
아이들은 조개같은 존재. 껍데기 닫고 있지만 여는 순간 포착해야.

- 1. 아이들이 원하는 것은 '시간' 
  2. 가장 중요한 것은 '무언가를 하는 것'
  3. 아이들과 시간을 보낼 수 있다면 희생도 감수하라.

2) 깨물면 유독 아픈 손가락, 드러내지는 마라

- '가족 간 분화 현상'은 당연

- 편애가 있어도 모든 아이들을 평등하게 사랑한다는 전제를 가져라

- 이중성을 잘 관리해라. 뚜렷한 편애는 상처가 되고 형제가 멀어질 수 있음. 즉 편애는 정상이나, 절제 필요

3) 매를 아끼면 친구가 된다. 처벌 no!

4) 쪼개진 바위는 다시 붙지 않는다

- 관계의 분열을 방지하는 법
1. 균열의 조짐을 조기에 파악하고 진정시켜야 한다.
2. 균열이 발생하면 즉각 조치를 취하라
3. 불화가 생겼을 때 화해가 필요한 쪽은 부모다

5) 쉽게 키워라

- 완벽함을 포기하고 '만족스러운 정도'로 대체하라

- 완벽한 아이로 키우겠다는 생각, 완벽한 부모가 되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가능한 쉽게 키워라.


Chap 4. 하강의 미학 - 지는 해를 즐기는 법

1) 고개마다 다른 기쁨이 있다.

- 나이듬에 대한 걱정으로 시간 낭비 말 것. 나이 먹는 것은 탐험

2) 젊을 때 100년 쓸 몸을 만들어라.

- 병은 쾌락의 이자

- 만성질환에 시달리는 노후는 금물

3) 살아 있는 동안 죽음은 없다

- 걱정, 두려움 보다 정리 / 새로운 여정을 준비할 것

4) 배우고 다가가라

- 사회적 역할과 인간관계가 더 많을수록 노후의 건강과 행복이 더욱 커진다.

- 고립되고 싶지 않다면 다가가라

- 배울 기회를 이용하라

- 관계의 끈을 유지하고 새로 엮기 위해 노력하라

5) 미루다 늦는다

- 나이와 싸우지 마라!

* selective optimization with compensation :
'가치 있는 일을 선택하고' '상황별로 최적화시켜' '능력을 극대화하여 보상을 받아라'

- 다 못오르게 되면 오를 수 있는 데 까지만.

- 천천히라도 달리고, 한계의 끝을 늘려라.


Chap 5. 후회 없는 삶

- '그랬어야 되는데' 에서 벗어나는 법 :
무슨 일을 시작할 때면 그 일이 앞으로 후회할 일은 아닌지 늘 생각해보기

1) 정직하면 당당하다

- 항상적이고 무조건적인 정직

- 초지일관. 늘.

- 약간의 이득을 위해 영혼이 파괴된다

2) 기회가 묻거든 '네'라고 대답하라

- 직장생활에서 받을 수 있는 가장 큰 보상은 일을 더 할 수 있는 기회

3) 여행을 내일로 미루지 마라

4) 일단 멈추고, 보고 들어가라

- 배우자 선택 과정에서 특히 유념

- 로맨틱한 상황에 잠재된 위험

- 자신의 결정에 질문을 던지고 또 던져라

- 가능한 가장 먼 미래를 바라보라

5) 너무 늦기 전에 꽃을 보내라

- 하지 못한 말은 깊은 후회로 남는다

- '산 사람에게 꽃을 보내라. 죽은 사람에겐 보내도 보지 못한다.'

6)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라

- 후회는 극복할 때 의미가 생긴다. 내려놓아라.


Chap 6. 행복은 선택일 뿐 - 나머지 인생을 헤아리는 법

- 내가 가진 것에 감사하고, 가지지 않은 것, 할 수 없는 것에 대해 더 이상 슬퍼하지 않아야 한다.

- 행복은 얼마나 많이 가졌는지에 달린 것이 아님.

내가 성취한 것, 예술적 취향, 유머 감각, 지식 습득, 인격이 성숙하는 과정, 감사함의 표현들, 타인을 돕는 만족감, 친구가 주는 기쁨, 가족의 편안함, 사랑의 즐거움 등에 달렸다.

1) 주어진 날을 헤아려라

- '우리에게 우리의 날을 세도록 가르치시어, 우리의 마음이 지혜에 이르게 하소서'

- '우리는 즐기지 못한 모든 주어진 기쁨들에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지금 이 순간, 우리에게 주어진 것에서 행복을 찾아라.

2) 행복, 내가 고른 선물

- 행복이란 조건이 아닌 선택! 

- 행복을 향한 우리의 의식을 통제하라.

- 내 삶에서 일어나는 내 행복에는 내가 책임지라.

- 나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다 책임질 필요는 없다.

하지만 어떤 태도를 취할지, 어떻게 반응할지는 스스로 완벽하게 통제할 수 있어야.
짜증, 두려움, 실망 같은 감정은 자신이 유발한 것.
감정이 어디에서 연유했는지 곰곰이 생각해보고, 수용한 다음에는 흘러가게 두어야.
외부로부터 온 압박이 내 감정과 행동을 결정하도록 내버려 두지 말자.

- 부정을 넘어 긍정을, 환멸을 넘어 희망을, 권태와 무관심을 넘어 기쁨과 새로운 경험을 향한 열린 자세를 선택하는 의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 불쾌한 일이 일어났을 때 우울하고 부루퉁한 모습으로 신세한탄만 할 것인지,
용감한 얼굴로 삶과 잘 지낼 것인지.
남은 삶을 생각하기에 앞서 자기연민에 빠지지 말고, 문제를 빨리 조율할 것.

- '감사'

-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해야.
~라면 식의 마음가짐(~을 먹으면, ~를 얻으면) : 일시적인 행복.
행복하게 만들어 줄 사건을 기다리는 것은 엄청난 실수
위협적인 어려움에 부딪혔을 때도 행복하기로 선택할 수 있다.

가만히 앉아서 걱정만 하는 것은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

- 어려움과 곤경이 없는 삶은 드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택권은 전적으로 우리에게 있다.
우리는 긍정적인 태도로 매일 매일 삶을 포용하기 위한 결정을 의식적으로 할 수 있다.
그러려면 아침에 일어나서 긍정적인 감정에 집중하며 삶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져야 한다.

- 상실을 수용하고, 지속적으로 삶의 기쁨을 느끼면서 그 사이에서 균형을 잡기.

3) 다 괜찮다.

- 걱정은 소중한 삶을 무의미하게 낭비하는 것.
더 큰 행복에 다가가는 긍정적인 방법은 걱정을 줄이거나 없애는 것

- 앞으로 일어날 일도, 일어난 일들도 내 힘으로 어쩔 수 없다.

걱정 = 시간 낭비 = 제일 소중한 것을 잃는 것.

* 걱정을 버리는 법?

1. 하루에 한 가지만 걱정하라

2. 비가 올 때 필요한 것은 걱정이 아니라 우산이다. 계획을 세워서 미리 대비하라.

걱정의 이유 - 상황 파악 - 대비

3. 흘러가는 대로 내버려두어라.

4) 지구만한 행복도 순간 속에 담겨있다

- 삶의 변화를 기다리는 바로 그 때 일상생활의 즐거움을 더욱 증폭시키기

- 행복 추구랑 성취해야 할 목적, 미래의 계획이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소소한 일에 의미를 부여하고 즐거움을 느겨라

- 필요, 욕망은 거대해지는 중.. 작은 기쁨을 음미하라

- 아무것도 '당연하게' 여기지 마라.

- 하고 싶은 일 10가지 정도 정해보기.

- 순간을 음미하고 삶이 주는 작은 선물에 감사하라.

5) 늘 기도하라

6) 대접받고자 하는 만큼 대접하라.

- 'compassion= com(함께) passion(괴로워하다)' 타인과의 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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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벼르고 벼르던 오만과 편견을 이제야 읽었다...

1. 초반부 넘어가기가 힘들다. 인물 관계가 제법 복잡하고, 주인공집 딸만 다섯에... 사교/무도회 등의 익숙치 않은 배경 안에서 인물을 파악해 나가야 하는데, 진도가 잘 안나간다. 특히 다소 시덥지 않은 girl's talk적인 면이 많아서 다소 지루할 수 있다. 

2. 그런데 중반부터 속도가 붙기 시작하면서 완전 빠져들어 거의 밤 새가며 읽었다. 일체의 성적 묘사 없이도 이렇게나 설레는 연애 소설이 있었다니!! 과연 고전이라 부를 만 하다. 특히 인물 / 인물의 심리 묘사가 정말 탁월한데, 괜히 엘리자베스한테 감정이입해서 두근두근.........

3. 엘리자베스 베넷은 단연코 최고의 캐릭터.... 지혜롭고 생기발랄하고 어찌나 사랑스러운지! 제인&엘리자베스 자매는 여태 본 모든 문학 작품의 자매를 통틀어 제일 매력적이다.

4. 여러 차례 개작을 거쳐 지금의 형태를 갖추게 되었다고 하는데, 이러한 세월의 힘인지 탄탄한 스토리 전개와 적당한 반전의 묘미, 섬세하고 아름다운 묘사가 모두 훌륭하며 잠시나마 19세기 영국에 여행을 다녀온 느낌이다...... !

5. 이 책은 서점에서도 연애/사랑소설에 분류되어 있고, 여류작가가 지극히 한정적인 주제밖에 다루지 못할 것이라는 세간의 편견에 부합하며, 결국 돈많고 잘생긴 다이시에게 엘리자베스가 시집가는 결말을 통해 '결국 남성에게 의존적인 수동적인 여성상' '결혼에 좌지우지되는 여성의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나는 그러한 눈에 보이는 결점에 연연하는 것은 이 소설에 대한 정당한 평가가 아니라고 본다. 특히 복잡한 이 소설의 인물/연인 관계에 주목하여 이러한 비판을 뛰어넘을 수 있다. 

제인 오스틴은 이 소설에서 '상정 가능한 여러 형태의 결혼상'을 주욱 제시하고 있다. 현실적인 타협으로 이루어진 샬럿의 결혼, 욕망과 쾌락만을 추구한 리디아의 결정 등이 먼저 나열되고, 최종적으로 제시되는 것이 엘리자베스와 다이시의 결혼이다. 엘리자베스의 '결말'이 '부자/훈남'과의 결혼이라고, 그녀가 그를 '돈'과 '외모'의 기준으로 선택하지 않은 것은 자명하다.

오히려 극단적인 혐오에 가까웠던 감정이 점차 사랑의 감정으로 바뀌는 '과정'에서의 엘리자베스의 심경 변화 및 변화 이유, 판단 기준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엘리자베스를 움직인 것은 다이시의 진심이고, 편지에 담겨있는 절절한 마음과 이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우러나온 그의 인간성이고, 우여곡절 끝에도 변하지 않은 그의 애정에 대한 신념에 있다. 물론 그가 '돈이 많아서' 리디아를 구할 수 있었고, 엘리자베스가 그의 드넓은 영지에 혹한 것도 사실이다. 엘리자베스 본인이 말하듯, '결혼에 있어서 돈만 밝히는 것과 신중한 것 사이의 차이'는 불명확하고 '신중함이 끝나는 지점과 탐욕이 시작되는 지점'의 구분은 애매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엘리자베스의 판단 과정에서 이성 아래서 이루어진 성찰, 고뇌의 흔적을 엿볼 수 있고 이는 엘리자베스를 1차원적인 수동적 여성으로 이해하는 것은 너무나 결과론적이고 단순한 오판임을 알 수 있다.

6. 여튼 엘리자베스 사랑스러움.... 따박따박 말대꾸하는 그녀가 버릇없어보일 수도 있지만 깊은 생각에서 우러나온 정당한 반박은 언제나 환영. 무지에서 비롯된 순종보다는, 이성과 양식에서 나오는 재기발랄함이 몇배는 사랑스럽다!


p.31

"오만은, 내가 보기에는 가장 흔한 결함이야. 내가 지금까지 읽은 바로 미루어 볼 때, 오만이란 실제로 아주 일반적이라는 것. 인간 본성은 오만에 기울어지기 쉽다는 것. 실재건 상상이건 자신이 지닌 이런저런 자질에 대해 자만심을 품고 있지 않은 사람은 우리들 가운데 거의 없다는 것이 확실해. 허영과 오만은 종종 동의어로 쓰이긴 하지만 그 뜻이 달라. 허영심이 강하지 않더라도 오만할 수 있지. 오만은 우리 스스로 우리를 어떻게 생각하느냐와 더 관련이 있고, 허영은 달느 사람들이 우리를 어떻게 생각해 주었으면 하는 것과 더 관계되거든."

p.71

"겸손한 척 하는 것 보다 더 기만적인 것도 없죠. 겉보기엔 겸손해 보이는 것도 때론 단지 무성의일 뿐이거나, 혹은 간접적인 자기 과시기도 하니까."

"그렇다면 자네는 조금 전 내 겸손을 둘 중 어느 쪽이라고 하겠나?"

"간접적인 자기 과시지. 실은 자네는 글을 아무렇게나 쓰는 걸 자랑스럽게 생각하거든. 자네는 그게 생각을 빨리 하는 데다 표현은 대충대충 하는 데서 나오는 결함이라고 여기고 있고, 그것이 멋있는게 아니라면 적어도 대단히 흥미로운 거라고 생각하고 있으니까. 어떤 일이든 신속히 처리할 수 있는 사람은 언제나 그런 능력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실행 과정의 불완전함에는 신경을 쓰지 않게 마련이지."

p.76

"자, 이제 절 경멸해 보세요. 그럴 수 있으시다면."

p.219

"근데, 외숙모. 결혼에 있어서 돈만 밝히는 것과 신중한 것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는 거죠? 신중함이 끝나는 지점은 어디고 탐욕이 시작되는 지점은 어디인가요?"

p.315

선함과 선함의 외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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