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가장 잘한 일 중 하나는 새로운 피아노 쌤을 만난 것이 아닐까 싶다!

피아노 나름 몇년째 배우고 있는데 맨날 난곡만 도전하다가 흐지부지되고 ㅠㅠ 이거 분명 단순 반복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데 ㅜㅜ 기본기 자체가 부족한 상황에서 라흐니 뭐니 건드린건 확실히 무리였다(남탓 잘 안하는 성격이지만 객관적으로 선생님은 날 말렸어야 한다). 결정적으로 내가 치는 피아노를 내가 싫어하게 된게 너무 컸다.

결국 그나마 칠 수 있는건 쇼팽 왈츠 10번(op.69 no.2)이랑 모짜르트 환상곡 k.397 정도인데(그마저도 선생님 앞에서 치려니까 벌벌벌..) 악흥의 한때랑 스케르초 2번에 날린 시간이면 왈츠 녹턴 5개는 더쳤겠다 ㅠㅠ

답은 기본으로 돌아가는데 있을 것이라 생각했고, 서치를 통해 개인 선생님을 만나뵙게 되었는데 넘 좋다.  우선 (내가 말하기 전에) 하논/체르니로 돌아가고 + 낭만 편식인 나에게 고전/현대곡도 추천해 주시고 + 스케일/체르니/인벤션/낭만1곡 조합으로 진도 나가는건 진짜 대만족!!

처음 추천해 주신 곡이 그리그 서정 소곡집(Lyric Pieces) elegy(비가).  그리그는 페르귄트 조곡이랑 피협1번 밖에 몰랐는데 이런 아기자기한 소품이 있는지도 몰랐다.  왼손 멜로디로 시작해서 반복/고조되는 부분도 좋고 중간에 agitato 부분도 뭔가 단순한듯한데 실제 쳐보면 나름 울림있고 취저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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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열음의 최애곡이 슈만 판타지라고 하더니 정말 잘친다 ㅜㅜ 넘좋아서 일은 하나도 못하고 음악만 계속 듣는중.

좋아한다는 건 필요하지 않아도 하고 싶은 것, 누가 시키지 않아도 하게 되는 것인 것 같다.  무언가를 아끼고 좋아하는 마음을 점점 잃게 되는데(특히 요새 대인기피기간..ㅠㅠ 다들 나한테 왜이러는거야 ㅠㅠ) 열음누나에게 구원받고 가는 주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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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날이 개었다

 

 

 

오늘도 훌륭한 간드락의 조식!

 

 

든든하게 아침 챙겨먹고 운동 출발!

Day 2 가슴

팩 덱 플라이(15x3) : 가슴 운동은 크게 프레스/플라이로 구분.  팔꿈치, 삼두까지 개입하는 프레스에 비해 플라이는 관절/근육 하나만 사용함.  등 붙이고 엉덩이 조금 앞으로 뺌.  양 손이 가슴 중앙부에 위치하도록 하고, 팔꿈치는 약간 구부린 상태로 고정.  대흉근에 자극.  가슴 근육의 수축과 이완에 집중.  특히 이완할 때 힘이 풀리지 않도록 주의.  가슴 근육 외 다른 근육에 힘이 들어가지 않도록 주의.  반드시 끝까지 모을 필요는 없음.

벤치프레스(스미스머신 이용 / 15x3) : 가슴 피고 날개뼈 고정, 허리 아치 모양으로 만듬.  바벨을 가슴 위에 주고 통제하며 천천히 내렸다가 핌.  반복.  바를 들어올릴 때에 완전히 펼 필요는 없고, 가슴 근육에 집중.

푸쉬업(10x2) : 고개를 들고, 어깨에서 발끝까지 일직선을 이루도록 함.

 

고센세 ㅠㅠ 아리가또 ㅠㅠ

 

 

운동 열심히 하고 약속 감.  스벅에서 급한 업무 쳐내기 ㅠㅠ

제주에서만 파는 제주 샤이닝 바나나 라떼를 먹어봤는데 정말 충격적인 맛이었다.  운동 끝나자마자 죄책감을 무릅쓰고 먹은 것 치고는 아쉬웠음.  사실 스벅 스페셜 음료중에 성공한 것이 거의 없긴 하다.

 

 

간만에 제대로 된 식사 @고집돌우럭.  전체적으로 무난했당

 

 

 

동문시장에 있는 분위기 좋은 카페 온.  안온한 분위기 속에서 할말 안할말 다한듯ㅎㅎ

날이 춥기도 했고ㅜㅜ 아직 적응중이라 피곤했는지 숙소 돌아와서 폭풍 낮잠.

 

 

 

부스스 깨서 카톡 봤는데... 최소 악마 ㅜㅜ 운동 한번 더하고 왔다.  그래도 저녁에 배운 것 바로 복습하니까 조금 더 익숙해지는 맛은 있어서 좋았당

 

 

의외로 보다가 눈물핑 ㅠㅠ
이건 사실 스포일러

 

 

너무 추워서 실내활동밖에 할 수가 없다.  보고싶었던 소울 드디어 봄!

우선 캐릭터가 너무 몽글몽글하게 생겨서 완전 취저였다 ㅜㅜ 세상에 영혼들 너무 귀여워!!

꿈꾸던 공연을 멋지게 마치고 막상 공허함에 사무쳐하는 조의 모습에 왠지 공감이 갔다.  뭔가 컨펌된 직후의 복잡미묘한 기분이랑 비슷하다고 해야되나 ㅜㅜ 그리고 spark를 찾지 못하고 방황하던 22가 조금씩 지구에 마음을 여는 모습이, 특별함에 대한 강박을 버리고 보통의 기쁨을 느껴가는 과정이 보기 조았당.  대단한 문구는 없었지만(문구만으로 어떠한 감동을 줄 정도는 아니지만) 나름 명대사 몇개 추려봄.

"Your spark isn’t your purpose. That last box fills in when you’re ready to come live." 

“I heard this story about a fish. He swims up to an older fish and says: “I’m trying to find this thing they call the ocean.” “The ocean?” the older fish says, “that’s what you’re in right now.” “This”, says the young fish, “this is water. What I want is the ocean!”

"Joe : How are you going to spend your life?
22:  I’m not sure, but I do know I’m gonna live every minute of it."

 

생각보다 날씨가 너무 춥고(맑은 날씨 사진만 추린 것이지 대부분 하루종일 칼바람+구름), 늙고 비루한 몸뚱아리에게 1일 2헬스는 그 자체만으로 상당히 가혹하긴 하다.  그래서 별로 한게 없음 ^^

그런데 역설적으로 여러 여행지를 돌아다닌 여행보다 만족도가 높다. 운동과 영화를 동시에 누린 것이 얼마만인지. 충분히 운동하고, 자고 싶을 때 잠들고, 보고 싶은 영화를 보고, 다시 뜨끈하게 데워진 전기장판 위에 눕는 특별할 것 없는 일상.  반대로 말하면 충분히 움직이지 못하고, 잠을 설치고,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하던 일상의 버거움.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일상도 아닐지언대 내 페이스대로 충! 분! 히! 쉬다 가면 그걸로 족하다.  제주 2일차 아직은 적응기이지만, 특별할 것 없는 하루였지만 기분좋게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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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30 조식
08:30 아라동으로 이동
09:00 PT
12:00 하나로마트 쇼핑
16:00 낮잠
18:00 고기국밥
19:30 개인운동/동네 산책
22:00 귀가
우유/치즈/닭가슴살 12,830원
고기국밥 7,000원
PT 75,000원
숙소 23,000원
총 117,830원

첫 1주일의 숙소는 간드락게스트하우스.

map.naver.com/v5/entry/place/36420252?c=14086820.969123337,3959922.2583153583,15,0,0,0,dh&placePath=%3Fentry=plt

 

네이버 지도

간드락게스트하우스

map.naver.com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이동하기도 편하고, 주인 부부께서 직접 청결하게 관리하는 숙소라 매우 만족하면서 지내고 있다.
무엇보다 조식이 매우 신선하고 훌륭하다 ㅜㅜ

보기만 해도 건강해지는 느낌 아닙니까
(수제) 감귤잼과 (수제가 아닌) 감귤주스
와 거의 브런치급 퀄리티 ㅜㅜ

 

사장님께서 대기하고 계시다가 즉석에서 토스트랑 계란을 요리하여 내어 주신다.  반숙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겉바속촉+허브솔트가 어우러져서 제법 조화로운 식감/맛이 난다.  아침마다 야무지게 조식 너무 잘먹고 있어요 사장님 ㅠㅠ

밥먹고 첫날 PT를 받기 위해 부지런히 이동~~

중단자!! 그래 내가 중단자였구나!!

현빈 닮은 스윗한 K쌤과 함께 Day1 Workout 시작~~~

Day 1 등/복부

크런치(15x3) : 상복부 운동.  벤치 끝 정도에 날개뼈를 대고, 상체를 이완시켰다가 상복부 근육 이용해서 올라옴.  근육의 긴장 풀지 않고 내려간 후, 다시 상체를 이완시켰다가 상복부 근육 이용해서 올라옴.  반복.  가동범위/횟수에 크게 신경쓸 필요는 없고, 상복부에 충분한 자극이 주어지면 충분

스트레칭 : 벤치에 무릎을 대고 앉아서 다리를 쭉 피고 상체를 하늘 방향으로 끌어당기면 상복부가 미친듯이 당김 ㅜㅜ

언더그립 바벨로우(컬바/ 15x3) : 등 운동.  두 발을 어깨 넓이로 벌리고, 상체를 쏟아질 듯이 앞으로 향하게 한 다음 척추를 세운다.  그 상태에서 무릎 높이에 있는 컬바를 배꼽 방향으로 잡아 당긴다.  이 때 날개뼈를 모아주는 느낌으로 등 근육을 이용하여 잡아 당기는 것이 포인뜨

스트레칭 : 기둥 잡고 상체 앞으로 숙여서 등 펴쥬기 다리 꾹꾹

백 익스텐션(10x3) : 손 가슴으로 모으고 허리를 이용해서 오르락 내리락.  동작은 단순한데 진짜 아프다 허리가 안좋긴 한가봄 ㅠㅠ

기분탓인지 deep and rich한 것 같은 제주산 우유/띠드
에바라고 생각하면서 먹었는데 역시 부끄럽다

간만에 운동했더니 몸과 마음은 따로 놀고 ㅠㅠ 지쳐서 숙소로 복귀.

점심은 하나로마트에서 산 우유+치즈+닭가슴살로 대충 해결.

역시나 여행 의지는 전혀 생기지 않고 숙소에서 누워서 미드나 보기로..

베터콜사울 개꿀잼

 

미드보다가 스스륵 잠듬.  쳐자다가 깨서 저녁먹으로 감.

뜨끈~하고 든든~한 국밥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맛이었다.  무엇보다 혼밥하는데 눈치가 안보여서 좋았다 ㅠㅠ 혼밥하시는 분들께 추천!

다시 헬스장 가서 아침에 배운거 복습하고, 동네 산책하며 게하로 복귀!

욕망에 눈이 어둡지 않더라도 집앞이라 이장하고 싶지 않을까? ㅠㅠ
느낌있는 제주 합주실
귤이... 길바닥에 굴러다닌다..
이게 레알이었음!

 

어둠이 깃든 코발트빛 하늘이 예쁘다.  몽글몽글한 구름도 좋지만 내일은 부디 맑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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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한해는 업무만으로도 일상이 포화 상태였다.  나를 지탱할 수 있는 가치관의 설정, 우선순위의 확립, 미래에 대한 진지한 고민 없이 하루하루 버텨내기에 급급했고, 정말 아무런 생각 없이 살아지는 대로 산 한해였다.  돌이켜보면 성장보다는 소모에 가까운 시간이었던 것 같다. 

가까운 동기나 선후배들도 하나 둘 멈추거나 떠나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는 (작년 한해가 나름대로 굉장히 피로했음에도 불구하고) 휴직이나 이직이라는 옵션을 아직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  이는 20대에 겪은 휴학, 도피성 군입대, 반수 실패 등의 경험에 기인하는 것 같다.  이러한 경험들이 남겨준 유일한 교훈은 "도망친 곳에 천국은 없다" "죽을 것 같은 고통도 언젠가는 끝난다"는 명제일 것이다(와 꼰대냄새).

그래서 중대한 동요(?) 없이 버티는 수준에서 마음을 다잡는 데에는 성공하였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티는 행위"의 수동성에서 비롯되는 피로감 내지 상실감은 상당한 것이었다.

어느 정도 한계에 도달한 시점에서 다시는 오지 않을 2주 휴가를 맞이하게 되었다.
원래 내 2주 휴가는 supposed to be,

1. 폴란드에 가서 쇼팽 콩쿨 보기: 2021년 10월로 미뤄졌는데, 그때까지 버틸 자신이 없다 ㅜㅜ  고바야시 아이미 / 김수연 / 한치호의 리벤지를 보고싶었는데 ㅠㅠ
chopin2020.pl/en

 

XVIII Chopin Competition

 

chopin2020.pl

2. 그린보트 타기: 월간 페이퍼에서 그린보트 탑승 후기 보고 꼭 가봐야지 했는데 fail.  2021년도 개최 예정 없음
www.greenboat.kr/program/#program

 

지구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특별한 항해

지구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특별한 항해

greenboat.kr

3. 오가사와라제도 여행: 도쿄에서 배로 24시간.  1주일인 여름휴가로 부족할 것 같아서 노리고 있었는데 역시 fail
vorne.tistory.com/219?category=124384 

 

8박9일 오가사와라제도 여행기 - 1 , 긴 여정의 시작

BGM정보 : 브금 저장소 - http://bgmstore.net/view/5h3eh 2015 년 연말연시 여행으로 결정한 오가사와라 제도(小笠原諸島) 도쿄에서 1000킬로미터 떨어져 있는 오가사와라 제도는 현재 배로밖에 갈 수 없

vorne.tistory.com

모든 버킷리스트가 망한 상황에서, 아무런 열정도 에너지도 없이 제주도로 향했다.  세상 잉여롭게 지내고 싶다는 생각밖에 안들었다.  주변에서 맛집이니 카페니 숙소니를 잔뜩 추천해 줬는데, 정말 식탐조차도 없었다.  평소에 결핍된 욕구 중에 유일하게 잘 채워지는 것이 먹는 것이라 그런 듯.

다만 한 가지 욕구가 있었는데 너무 몸을 움직이고 싶다는 것!! 점점 망가져 가는 몸을 적정하고 아름답게 유지하고 싶다는 것, 나아가 나를 조금 더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게 되는 것 ㅜㅜ(맨날 혹사만 시키고 후순위로 둠 ㅠㅠ)

간지나게 자는건 도대체 어떻게 자는거냐

그래서 오늘 할일목록을 참고하여 3가지 목표를 세웠따!!

1. 자고 싶을 때 자기(기왕이면 간지나게)
2. 책 5권 + 미드 하나 정주행 완료하기
3. 매일 운동하기

3.이 문제였는데 나의 영원한 우상이자 진심 존경하는 선배때로 약간 한심한 술친구의 도움을 받아 10회 PT를 끊게 되었다 ㅜㅜ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말씀을..

짐도 당일 아침에 대충 싸고 느즈막히 김포공항에서 제주행 비행기 탑승.  18:10이라는 탑승 시간이 보여주는 열정의 결여... 어슬렁 어슬렁.. 심지어 렌트도 안했다 이유는 단하나 귀찮아서

18:10/19:25 김포→제주
19:50/20:30 365번 버스 탑승 / 제주여고 앞 도착
20:40 게스트하우스 체크인
비행기 15,000원
올리브영 4,500원
당근케익 3,500원
버스 1,200원
숙소 23,000원
총 47,200원

(2주) 도민의 애향심을 담아 감귤항공 찰칵
지상의 오욕들이여 안뇽
요로시꾸
제주대행 365번 버스.  제주도도 티머니가 된다니 충격

 

충격적인 숙소 VIEW(KOCOM, 제주지방해양경찰청특공대, 자치경찰단)

오션뷰고 피톤치드고 다 포기하고,
PT샵 주변으로 잡은 숙소에 몸을 누인채 Day 0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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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s://youtu.be/-MbEkNFYS_A


요요마 버전.

https://youtu.be/gtPVxIaiFOo


미샤 마이스키x아르헤리치 최애 조합ㅜㅜ

선율이 느리고 아름답다. 긴장의 끈을 놓고 싶을 때, 템포를 늦추고 싶을 때, 시간이 천천히 흘렀으면 할 때, 여유를 공허함이 아닌 아름다움으로 채우고 싶을 때. 성격이 급해서 largo 악장이 최애인 경우가 드문데 이건 넘좋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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ㅠㅠ

from 잡념 2021. 1. 5. 05:15

 

"희망이 없어도, 누구나 자기 삶의 제약과 한계를 안고 또 한 해를 살아가야 한다. 묵묵히 자신의 전장에서 발걸음을 옮겨야 한다. 지상의 천국은 새해에도 오지 않을 것이므로, 자신의 사적인 평화는 자신이 지켜야 한다."

"이러한 반복이 이 영화에서는 중요하다. 반복이 패턴을 만들고, 패턴이 패터슨의 일상을 견딜 만한 것으로 만든다.

패턴은 일상의 행동에 작은 전구를 일정한 간격으로 달아 놓는 일이기에, 삶은 패턴으로 인해 조금이나마 빛나게 된다. 이 반복과 패턴이 자아내는 아름다움과 리듬은 뭔가 지금 제대로 작동 중이라는 암묵적인 신호를 보낸다. 그 규칙적으로 작동되는 세계 속에서 당신도 무엇인가를 하고 있다는 신호를 전해 온다. 그 신호에 반응하는 마음이야말로 일상의 어둠에서 인간을 잠시 구원할 것이다.

자기 안에서 무엇인가 정처 없이 무너져 내릴 때, 졸렬함과 조바심이 인간을 갉아먹을 때, 목표 없는 분노를 통제하지 못할 때, 자기 확신이 그만 무너져 내릴 때 인간을 좀 더 버티게 해줄 것이다."

"그는 일정한 시간에 비밀 노트를 펼치고 자신의 시를 적는다. 출판을 염두에 두고 쓰는 것이 아니므로, 복사본을 만들어 놓지도 않는다. 그래도 그에게 시 쓰기는 중요하다. 인세를 벌고, 문학상을 탈 수 있기에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정돈된 일과 속에 고요한 시간의 자리를 남기는 일이기에 중요하다."

"잠자리에 들기 전, 산책을 하고, 샤워를 한 뒤, 페이스북에 그날 밤에 들을 음악을 올리고, 그날 갈무리한 책과 영상을 보다 잠든다. 그리고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 달걀을 삶는다. 타원형의 껍질 안에 액체가 곱게 담겨 있다는 사실에 감탄한다. 오랫동안 해 온 일이기에, 나는 내가 원하는 정도로 달걀을 잘 익힐 수 있다. 올 한 해도 이 일상을 지속할 수 있기를 바란다. 목표를 달성할 수 없어 오는 초조함도, 목표를 달성했기에 오는 허탈감도 없이, 지속할 수 있기를 바란다. 물처럼 흐르는 시간 속에 사라질 내 삶의 시를 쓸 수 있기를 바란다."

www.donga.com/news/article/all/20210104/104749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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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식

from 일상 2021. 1. 3. 00:55

@취다선리조트, 제주도

명상을 하다 보니 단 5분도 나에게 집중하지 못하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미간에, 턱에, 손끝에 감각을 집중하는게 생각보다 쉽지 않다. 해왔고 앞으로 해야할 일들, 나를 스쳤던 많은 사람들, 못내 걸리는 몇몇 감정들, 아쉬웠던 순간들이 쉴새없이 머리를 휘젓고 다녀서 자꾸 생각이 흐트러진다. 

외부의 방해 없이 나에게 오롯이 집중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 나를 아끼고 사랑해야 한다는 당연한 사실에 대해 새삼 깨닫는 시간들.

좋아하는 문체의 글은 아니지만, 이 순간을 기억하기 위해 조금 옮겨봄(CHUIDASUN GUIDE - 내면을 향한 여행 중 인용).글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서, 아래 문장마저 오글거리거나 역겹게 느껴진다면 다시 자기혐오가 스스로를 잠식하고 있는 상황일테니... 하던 일을 멈추고 다시 나를 돌보는 시간을 반드시 가질 것!

취다선의 아침 - 나에게 보내는 사랑의 헌장

나는 이 광활한 우주에 단 하나 뿐인 귀한 존재입니다.

세상은 나를 비추는 거울
나 반듯한 모습을 내 안의 나에게 비출 때
나는 세상으로부터 당당하며 떳떳합니다.
이런 나 자신을 나는 늘 아끼고 보살핍니다.

아침의 잠에서 깨어난 나는 "반가운 사람, 잘 잤어요? 그대를 환영합니다"
나의 몸과 영혼에게 속삭여 인사하지요.
나는 사랑이며, 자비이며, 아무런 조건 없는 무엇도 바라지 않는 마음,
본래 본시 순수한 영혼이며 몸입니다.

창을 활짝 열고 아침의 새로운 공기를 맞아들이며 상쾌한 기분을 느껴봅니다.
아침에 만나는 차는 녹차입니다.
선가(禪家)에서는 차와 선이 같다고 하여 선다일여(禪茶一如)라 한답니다.
이 따뜻한 차가 내 몸으로 들어와 세포가 이완되고 뇌가 깨어나며 맑아집니다.이 기운을 빌려 나는 나를 만납니다.

코끝에 마음의 눈으로 의식을 모으로 호흡을 시작하지요.   들숨, 날숨, 들숨, 날숨..
단순한 이 동작을 마음의 눈으로 바라보는 것,
몸과 마음의 이완 속에서 나의 호흡은 가지런해지고 고요함에 깊어집니다.
이윽고 내 마음은 잔잔한 호수처럼 평온함을 느낍니다.
그 평온함 속에서 환한 미소 기쁨이 샘솟습니다.

하루의 일과를 마치고 조용히 나에게로 돌아와 저녁의 잠자리에서 나는 내게 또 이렇게 속삭입니다.
오늘 참 수고 많았어요!

이 밤 기분 좋은 꿈을 부탁합니다.
따스하여 편안한 안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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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학준 - 마중

from 음악 2020. 11. 29. 19:47

 

 

사랑이 너무 멀어
올 수 없다면 내가 갈게

말 한마디 그리운 저녁
얼굴 마주하고 앉아

그대 꿈 가만가만 들어주고
내 사랑 들려주며

 
그립다는 것은
오래전 잃어버린 향기가 아닐까

사는 게 무언지 하무뭇하니
그리워지는 날에는

그대여 내가 먼저 달려가
꽃으로 서 있을게

 
그립다는 것은
오래전 잃어버린 향기가 아닐까

사는 게 무언지 하무뭇하니
그리워지는 날에는

그대여 내가 먼저 달려가
꽃으로 서 있을게

꽃으로 서 있을게

 

하무뭇하다 : 매우 마음에 흡족하여 만족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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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사월 - 누군가에게

from 음악 2020. 11. 13. 20:27

 

 

너는 누군가에게 너무 특별해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사람이 되기도 하고
네가 사랑받기에 결국 이해 못한대도 넌 아름답지

너는 누군가에게 너무 완벽해
영원히 지울 수 없는 사람이 되기도 하고
너의 무의식과 감정 모두 하나뿐이고
절대적인 것을

그런 너에게 상처를 주고 기쁘게 하는
그런 사람도 단 하나뿐이었다는 거
하나뿐인 사람의 사랑
내가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못하는 밤에

너는 누군가에게 너무 특별해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사람이 되기도 하고
네가 사랑받기에 결국 이해 못한대도 넌 아름답지

너는 누군가에게 너무 완벽해
영원히 지울 수 없는 사람이 되기도 하고
너의 무의식과 감정 모두 하나뿐이고
절대적인 것을

그런 너에게 상처를 주고 기쁘게 하는
그런 사람도 단 하나뿐이었다는 거
하나뿐인 사람의 사랑
내가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못하는 밤에

 

 


 

 

이기용:이번 앨범의 첫 번째 곡 ‘로맨스’에서는 ‘사랑보다 먼저 넌/ 나를 사랑하라 했잖아/ (중략)/ 우리를 돕고 싶어’라는 가사가 나온다. 자신을 사랑할 수 있어야 사랑이 유지된다는 뜻인가?

김사월:자기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도 당연히 사랑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은 자기가 해결해야 할 감정적인 찌꺼기는 자기 안에서 풀고 상대를 대하기 때문에 서로 지치지 않는다.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은 상대방에게서 에너지를 받아 자기 내면의 외로움과 갈등을 해결하려 한다. 그렇게 되면 두 사람의 연료가 엄청 빨리 닳아서 사랑이 오래가지 못한다. 내가 해결해야 할 감정적 문제까지 항상 상대방에게서 얻으려고 하기 때문이다. 어려운 일이지만 ‘우리를 돕고 싶’으면 자신을 사랑하는 게 필요하다는 뜻이다.

이기용:‘늦은 밤 나는 컴퓨터로/ 춤추는 여자 아이돌을 봐/ 모든 사람들은 꽃피는 여자를/ 다 갖고 싶다 하지만/ 나는 그 누구도 믿을 수가 없어/ (중략)/ 아름답고 사랑스러워야 하는/ 젊은 여자의 시절이 지나면/ 이런 것이 슬프지 않겠지.’ 1집 〈수잔〉에 수록된 ‘젊은 여자’라는 노래 가사다. 이 노래를 발표했을 때 반응은 어땠나?

김사월:이 노래는 내가 겪은 것을 쓴 것이고 한국에서 사는 여성이라면 모두가 겪는 그런 일이기에 많은 여성들이 공감해주셨다. 나는 보통 남의 주장을 지지하고 응원하는 편이라 내 목소리를 자제했는데, 이때 내 목소리를 내서 다행이었다. 왜냐하면 음악을 발표하고 나서 좋은 친구들을 많이 만났기 때문이다.

어떤 음악들에서 영향을 받았느냐는 질문에 김사월은 샤를로트 갱스부르, 에이미 와인하우스, 언니네이발관 같은 아티스트들을 열거했다. 물론 이 뮤지션들의 매력이 김사월의 음악에도 곳곳에 포진되어 있을 것이다. 김사월의 진정 놀라운 점은 자칫 지나치게 우울하거나 혹은 가볍게 흐를 수도 있는 선을 결코 넘지 않는 균형 감각이다. 그 덕분에 그는 예술적인 품위와 성취를 이뤄내고 있다. 그가 올가을에 발표한 새 앨범을 들었을 때 나는 그의 음악이 오래 지속되고 오래 사랑받는 음악이 될 것 같다고 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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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사월이라는 단 하나의 장르 - 시사IN

허클베리핀 이기용이 만난 뮤지션 - 김사월김사월은 현재 한국 포크 음악에서 가장 색다르고 매력적인 음악을 들려주는 여성 뮤지션이다. 그가 만들어내는 음악에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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