多分 私じゃなくていいね
아마 내가 아니어도 괜찮을거야
余裕のない二人だったし
둘다 여유가 없었고
気付けば喧嘩ばっかりしてさ
돌이켜 보면 늘 싸움 뿐이었지
ごめんね
미안해

ずっと話そうと思ってた
계속 말하려 했어
きっと私たち合わないね
우리 잘 맞지 않는다고
 二人きりしかいない部屋でさ
둘 뿐인 방에서
貴方ばかり話していたよね
너만 이야기하고 있었지

もしいつか何処かで会えたら
혹시 언젠가 어디선가 만난다면
今日の事を笑ってくれるかな
오늘 일을 웃어주려나
理由もちゃんと話せないけれど
이유도 잘 말할 수는 없지만
貴方が眠った後に泣くのは嫌
네가 잠든 후에 우는 건 싫어

声も顔も不器用なとこも
목소리도 얼굴도 서투른 모습도
​全部全部嫌いじゃないの
전부 싫지 않아
ドライフラワーみたい
드라이플라워 같이
​君との日々もきっときっときっときっと
너와의 나날도 분명 분명 분명 분명
色褪せる
빛이 바랠거야

多分 君じゃなくてよかった
아마 네가 아니라 다행이야
もう泣かされることもないし
이제 울 일도 없고
「私ばかり」なんて言葉もなくなった
"나만"이라는 말도 하지 않게 되었어

あんなに悲しい別れでも
그토록 슬픈 헤어짐도
時間がたてば忘れてく
시간이 지나면 잊혀져 가
新しい人と並ぶ君は
새로운 사람 곁의 너는
ちゃんとうまくやれているのかな
잘 해내고 있으려나

もう顔も見たくないからさ
더 이상 얼굴도 마주치고 싶지 않아
変に連絡してこないでほしい
괜히 연락하진 말아줘
都合がいいのは変わってないんだね
멋대로인건 여전하네
でも無視できずにまた少し返事
하지만 무시하지 못하고 다시 조금 답장해

声も顔も不器用なとこも
목소리도 얼굴도 서투른 모습도
多分今も 嫌いじゃないの
아마 지금도 싫지 않아
ドライフラワーみたい
드라이플라워 같이
​ 時間が経てばきっときっときっときっと
시간이 지나면 분명 분명 분명 분명
色褪せる
빛이 바랠거야

月灯りに魔物が揺れる
달빛에 마성의 무언가가 흔들려
きっと私もどうかしてる
분명 난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아
暗闇に色彩が浮かぶ
어둠 속에 색채들이 펼쳐져
赤黄藍色が胸の奥
붉고 노란 푸른 색이 가슴 속에서
ずっと貴方の名前を呼ぶ
계속 너의 이름을 불러

好きという気持ち
좋아한다는 마음
また香る
다시 피어나

声も顔も不器用なとこも
목소리도 얼굴도 서투른 모습도
全部全部 大嫌いだよ
전부 전부 너무 싫어
まだ枯れない花を
아직 시들지 않은 꽃을
君に添えてさ
네 곁에 둘게
ずっとずっとずっとずっと
계속 계속 계속 계속
抱えてよ
안아줘

가사는 Bugs에서 구글링해서 긁어왔는데, 일본어 가사 오역이 제법 보여서 수정.
나 이 노래 왜 이제 알았지 ㅠㅠ 음색 너무 좋고 뮤비도 취저!

다만 라이브나 다른 영상은 너무 기교적이고 감정을 인위적으로 넣는 느낌이라..
이 뮤비가 하나의 작품으로 딱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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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로만 접했고 영화를 제대로 본 것은 처음(정확히는 예전에 봤던 것 같은데 기억이 안남).  다아시가 새벽 안개를 뚫고 걸어올 때 느꼈던 전율을 잊기 싫어서 남겨봄(사진으로 보니까 가슴털이 좀 거슬리긴 하네).  여전히 우리 리지 너무 매력적이야 ㅠㅠ

10년도 전에 읽었던 소설은 요기: https://soliloquy4u.tistory.com/entry/%EC%A0%9C%EC%9D%B8-%EC%98%A4%EC%8A%A4%ED%8B%B4-%EC%98%A4%EB%A7%8C%EA%B3%BC-%ED%8E%B8%EA%B2%AC

사람이 발전이 있어야 하니 오늘은 영어 대사 위주로 추려봄.

- Elizabeth: I wonder who first discovered the power of poetry in driving away love?
- Darcy: I thought that poetry was the food of love.
- Elizabeth: Of a fine, stout love it may. Everything nourishes what is strong already.
But if it is only a thin, slight sort of inclination, I'm convinced that one good sonnet will starve it away entirely.

- Darcy: Maybe it's that I find it hard to forgive the follies and vices of others, or their offences against myself. My good opinion, once lost, is lost forever.

- Darcy: Miss Bennet, I have struggled in vain but I can bear it no longer...
The past months have been a torment...
I came to Rosings with the single object of seeing you... I had to see you...
- Elizabeth: Me?
- Darcy: I've fought against my better judgement, my family's expectation...
The inferiority of your birth... my rank and circumstance... all those things...
but I'm willing to put them aside... and ask you to end my agony...
- Elizabeth: I don't understand...
- Darcy: I love you. Most ardently. Please do me the honour of accepting my hand.
- Elizabeth: Sir, I appreciate the struggle you have been through,
and I am very sorry to have caused you pain. Believe me, it was unconsciously done.
(중략)
- Darcy: Might I ask why, with so little endeavour at civility, I am thus repulsed?
(중략)
- Elizabeth: Do you think that anything might tempt me to accept the man who has ruined, perhaps for ever, the happiness of a most beloved sister?
Do you deny it, Mr Darcy?
That you separated a young couple who loved each other, exposing your friend to the censure of the world for caprice, and my sister to its derision for disappointed hopes, and involving them both in misery of the acutest kind?
(중략)
- Darcy: So this is your opinion of me!
Thank you for explaining so fully. Perhaps these offences might have been overlooked, if your pride had not been hurt..
- Elizabeth: My pride?
- Darcy: by my honesty in admitting scruples about our relationship.
Could you expect me to rejoice in the inferiority of your circumstances?
- Elizabeth: And those are the words of a gentleman?
From the first moment I met you, your arrogance and conceit, your selfish distain of the feelings of others, made me realize that you were the last man in the world I could ever be prevailed upon to marry.
- Darcy: Forgive me, madam, for taking up so much of your time.

- Darcy: P.S. As we shall never meet again, I wish you all happiness in the future.

- Mrs. Reynolds: I've known Mr Darcy since he was a boy. 
He was always a kind and generous person even then.
Not everyone can see it, because he does not make a meal of it like a lot of young men nowadays.
But he is the most sweet-tempered and kind- hearted man I have ever known.

- Darcy: I have recently thought a great deal about how I appear and act to others.
- Elizabeth: It does you credit, sir.

(LONGBOURN - DAWN)
Elizabeth creeps out into the garden and wanders around through the early morning mist, as the sun starts to rise.
Elizabeth walks out into the open countryside.
The mists are starting to evaporate.
From out of the mist in the distance a figure emerges. Her heart misses a beat.
She is alone, vulnerable. Then she sees it is Darcy.

- Elizabeth: Mr. Darcy!
(중략)
- Darcy: You must know that your happiness was one of my prime inducements.
I know you are too generous to trifle with me.
I believe you spoke with my Aunt last night, and it has taught me to hope as I had scarcely allowed myself before.
If your feelings are still what they were last April, tell me so at once. My affections and wishes are unchanged, but one word from you will silence me forever.
- Elizabeth: (silent)
- Darcy: If, however, your feelings have changed...
I would have to tell you, you have bewitched me body and soul and I love and love and love you.
And never wish to be parted from you from this day on.
- Elizabeth: I am very happy to inform you that,
not only have my sentiments changed there are no other words which could give me greater pleasure.

- Mr. Bennet: I thought you hated the man.
(중략)
- Elizabeth: (tears in her eyes) I do like him! (WITH PASSION) I love him! He's not proud. It's I who's been prejudiced, who didn't realize ... You don't know him, Papa...if I told you what he's really like. What he's done.
(중략) We misjudged him, me more than anyone.
In every way, not just in this matter. I've been so blind. He's been so blind! About Jane, about so many things. Then so have I... You see, he and I are so similiar...we're both so stubborn...
- Mr. Bennet: You do love him, don't you?
- Elizabeth: Very much.
- Mr. Bennet: I cannot believe that anyone can deserve you, but it seems I am over-ruled. So I heartily give my consent.
I could not have parted with you, my Lizzie, to any one less worthy.

- Elizabeth: How did it begin?
- Darcy: I cannot fix the hour, or the spot, or the look.
It was too long ago and I was in the middle before I knew it had begun.
- Elizabeth: Now be sincere, did you admire me for my impertinenc?
- Darcy: For the liveliness of your mind, I did.
- Elizabeth: You may as well call it impertinence, though make a virtue of it by all means.
My good qualities are under your protection, and you are to exaggerate - them as much as possible.
And, in return, it belongs to me to find occasions for teasing and quarrelling with you as often as maybe...
and I shall begin directly...
We draw back-their figures diminish, smaller and smaller under the immense, star-spangled sky...
Fainter and fainter, the sound of music and laughter...

- "오만은 다른 사람이 나를 사랑할 수 없게 만들고, 편견은 내가 다른 사람을 사랑하지 못하게 만든다." (왓챠)

OST인 Jean-Yves Thibaudet - Marianelli: Dawn은 심금을 울리고, 마침 영화를 압축한 듯한 영상을 보면 몽글몽글 영화의 장면들이 생각나서 너무 좋다.  언젠가 연주하리.

,

날씨든 기분이든 상황이든 내일 스케쥴이든.  이유가 무엇이든 간에 맥주보다 조금 더 강한 것이 땡기는 날이 있다.  하지만 내일 할 것이 없지는 않으므로, 너무 강하지도 않았으면 좋겠는 그 마음.  나에게 주어진 공간이 맥주 한캔보다는 넓고 위스키 한병보다는 좁았으므로 와인 코너에서 계속 서성였다.

스스로에게 가혹하므로 예산은 1천엔 이내.  당연히 평가는 가격과 비례.  한국 와인샵에서 (vivino를 의식해서인지 모르겠으나) 흔하게 찍히던 ratings 4.0은 고사하고 3.5를 찾기도 힘들다.

그러던 중 눈에 들어온 산토리 아카다마 와인.  일단 스위트 와인에 박한 vivino 답게 ratings는 2.8로 처참한 수준.  그런데 가격 (580엔 - 직구 사이트에서도 단돈 만천원) 말고도, 몇 가지 눈에 띄는 리뷰들이 있었다.

채OO님: 빡스떼기로 사고싶다.
Andy님: "와인과 다른 것"으로 접근해서 먹는다면 O.  칵테일 베이스로도 제격.
사츠코님: 다른 분들 리뷰를 보고 소다와리로(탄산수를 타서) 먹으니 맛있었다.
COO님: 메이지 시대에 태어난 할머니가 매일 저녁 때 작은 와인잔에 한잔 씩 따라 마시던, 나에게는 그리움의 대상인 와인.  일본에서 1907년에 태어난 단맛 와인입니다.  여기서부터 일본의 와인이 시작되었다고 생각하면 감개무량하면서도 너무나 그리운.. 할머니와의 추억에 젖어 즐길 수 있었습니다.
또다른 COO님: 이름부터 "Sweet Wine"이라고 못박아 두었는데 굳이 "달다"고 혹평을 하는 이유를 모르겠네요.  탄산수와의 상성이 좋습니다.
기타 자세한 설명: 산토리 공식 홈페이지
https://www.suntory.co.jp/wine/original/akadama/index.html

대충 마시기 쉽고, 탄산수에 타 먹으면 그냥저냥 맛있는 술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더구나 역사도 상당한 것 같고, 일본에서만 쉽게 접할 수 있는 와인인 것 같아서 픽!

 

(일장기가 떠오르는 빨간 원을 제외하면) 나름 정감가는 디자인.  과연 그냥 먹으니 너무 달았고, 얼음을 타먹으니 조금 나았고, 얼음+탄산수까지 타먹으니 제법 맛있었다("아카다마 펀치"라는 별도 제품도 시판되고 있고, 칵테일 레시피도 있음).  소다와리로 먹으니 어느새 한병 뚝딱.  보기와 다르게 14% / 550ml라서 소주 1병 반 정도 되는데, 너무 취하는 느낌 없이 순식간에 다 먹어서 당황.

재구매의사 있음!! 여기 나온 여러 방법(샹그리아, 진저에일, 레몬 등) 다 시도해 보겠다 캬캭
https://www.suntory.co.jp/wine/original/akadama/dr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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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달. Healing Process

from 일상 2024. 5. 2. 01:00

소중한 2년의 첫 달이 지났다(작년 단축근무는.. 재택근무도 근무이므로 포함하지 않겠다).

내 성정도 은근히 빡센 스케쥴도 일기에 적합하지는 않으므로, 최소한 한 달에 하나의 기록은 남기겠다 다짐.

우선 나의 솔직한 심정을 요약하면 (i) 일단 쉬니까 너무 좋아.  교토 너무 좋아 진짜 좋아.  그런데 (ii) 쉬고 있는 이 상황이 굉장히 어색해.  빈 시간에 계속 무언가 해야 할 것 같아.  안 그러면 (어디 가서 안 돌아오는게 아니라 다시 돌아가서 현실을 버텨야 하는게 내 미래이므로) 그때 너무 후회할 것 같아.  이다.

그래서 뭔가 하려고 안달이 나 있다.  일단 본업인 박사과정 세미나 발제(평균 10~20페이지의 일본어 발제문 작성해서 3~40분 발표, 1시간 토론) 스케쥴.

ㅎㅎ.....(노란색이 발제자, 공란이 토론자)

그래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확실히 한가해서 당황스럽고 뭔가 꾸역꾸역 채우려던 와중에, 이러한 글들을 접했다.

1. "우선은, 쓰러진 자신에게 채찍질을 하는 마음이 있는 것, 그런 마음이 발현되는 것이 넓은 의미로는 "병"의 하나라는 점을 인정하자.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쫓기고, 상처를 받았음에도, 그걸 전부 자책하며 더욱 상처를 깊게 하는 것.  그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이해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하자."
(まずは、倒れた自分に鞭を打つような心のはたらきがあること、そしてそれがあらわれることも広義の「症状」のひとつであることを認めたい。動けないほど追い詰められ、傷ついたにもかかわらず、それを全て自責としてさらに傷を深める。それがどれほどつらいことかを理解するところからはじめたい。)

2. 아무리 쉬어도 활력이 회복되지 않는 배경에는 "움직이지 못하는 스스로에 대한 분노"가 있다.  만성적인 분노에 의해 스트레스 호르몬이 고갈되고, 움직이지 않아 회복되는 체력 이상으로 피폐해지는 경우가 있다.  그럼에도, "쉬고 있는데 회복하지 못하는" 자신을 더욱 몰아 세운다.
(どれだけ休んでも活力が回復しないことの背景に「動けない自分への怒り」がある。 慢性的な怒りによってストレスホルモンは枯渇し、動かないことで回復する体力以上に疲弊してしまっていることがある。それなのに、「休んでいるのに回復しない自分」をさらに責めてしまう。)

(출처: https://twitter.com/usksuzuki)

3. "쉰다"는 행위가 어렵게 느껴지는 큰 이유는 "쉬고 있는 스스로를 도저히 용서할 수가 없고"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자신을 인정할 수 없다"는 신념이 있기 때문이다.

"쉰다는 것"의 필요성은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도저히 용서가 안된다.
쉰다는 것이나 자신의 고삐를 늦추는 것에 대한 걱정이라 말해도 되겠다.

그런 신념이 트라우마에 의한 것이라면, 의외로 느껴질까.

(「休む」という行為を難しくしている大きな理由に、「休んでいる自分のことがどうしても許せない」、「誰かの役に立てていない自分を認めることができない」という信念があるからだ。

休むことの必要性は理屈ではわかっていても、どうしても許すことができない。
休むことや自分の手綱をゆるめることへの「おそれ」といってもいいかもしれない。

それの信念が「トラウマによるものだ」といったら、意外に思われるだろうか。)

4. "진짜 모습의 나는 쓸모가 없어서, 보통 사람들의 몇 배는 노력해야 해"
"진짜 모습의 나는 높게 평가받을 만한 사람은 아니야"
라고, 곁에서 보면 광기 어린 정도의 노력을 하면서, 그럼에도 노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지쳐서 퍼포먼스가 나오지 않으면, "주위에 민폐를 끼치는 존재야" "가치가 없어"라고 생각해 버린다.

이렇게 "타인이 나를 필요로 한다는 것"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을 자신의 가치를 평가하는 잣대로 삼고 있는 사람이 적지 않다. 

(「ほんとうの私はダメなのだから、人の何倍も努力しないといけない」
「ほんとうの私は、評価されるべき人間ではない」
と、傍目からみると狂気的なほどの努力をしながら、それでも努力が足りないとおもっている。
疲れすぎてパフォーマンスが下がってくると、「周囲に迷惑をかける存在だ」「価値がない」とおもってしまう。

そんな感じで、「他人に求められていること」「誰かの役に立っていること」を自分の価値のよりどころにしている人が少なくない。)

5. 그렇게 "필요한 사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어 요구에 응하는 동안에는, 자신에게 가치가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것이 없어지면 살 가치가 없다고 생각해 버린다.  그 근본에 있는 것은 자신을 "무가치"하게 여기는 것이다.

이렇게 완고한 신념 수준으로 자신을 무가치하다고 여기는 것은, 대부분 복잡한 트라우마와 결합되어 있다.  성격의 문제는 아니다.

(そうやって、「求められる人」「役に立つ」人になり、要求に応えていられる間は、自分に価値があると思っていられるけど、それができなくなると、生きる価値がないとおもってしまう。
根本にあるのは自らに対する「無価値感」だ。

こうした強固な信念レベルの自己無価値感は、ほとんどの場合、複雑なトラウマからくるものだ。性格の問題ではない。)

6. "열심히 하는 것을 멈출 수 없다"는 것은, "열심히 하지 않는 자신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상태가 좋을 때는 일상이 어떻게든 돌아가지만, 캐파가 적어 질수록 자기부정적인 스스로가 발현된다.

자신의 안에 타인처럼 자신을 비판하는 존재가 있다.  여기서 자아의 분열이 일어난다.

자신을 알아갈 때 "내 안에 타인이 있다"는 시점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がんばることをやめられない」というのは、「がんばっていない自分を認めることができない」ということである。
調子がいいときは日常を回せていけるが、キャパシティが少なくなった時ほど、自己否定的な自分が出てくる。
自分の中に、他人のように自分を批判する「パート」がある。
ここに、自分の分裂が起こっている。

「自分を知る」ということにおいて、自分の中に「他者」がいるという視点はとても重要だとおもう。)

(출처: https://note.com/usksuzuki/n/n574a38fed45c)

그래서 일단 위 책부터 읽어보려고... ㅎㅎ 아직 진단 단계인데 뭔가 병명이라도 안 것 같아서 슷키리한 기분!

여튼 (위 문제의식에 따르더라도 "상태가 좋아서 일상을 잘 돌리고 있는 상황"이므로) 나는 매우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다!! 이번 달은 넘 좋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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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우정아 - 도망가자

from 음악 2024. 5. 2. 00:35

 

Original Ver.
내가 제일 아끼는 오느른 라이브 공연 Ver.

 

 

ㅠㅠ

 

도망가자
어디든 가야 할 것만 같아
넌 금방이라도 울 것 같아
괜찮아

우리 가자
걱정은 잠시 내려놓고
대신 가볍게 짐을 챙기자
실컷 웃고 다시 돌아오자
거기서는 우리 아무 생각말자

너랑 있을게 이렇게
손 내밀면 내가 잡을게
있을까 두려울 게
어디를 간다 해도
우린 서로를 꼭 붙잡고 있으니

너라서 나는 충분해
나를 봐 눈 맞춰줄래
너의 얼굴 위에 빛이 스며들 때까지
가보자 지금 나랑

도망가자
멀리 안 가도 괜찮을 거야
너와 함께라면 난 다 좋아
너의 맘이 편할 수 있는 곳
그게 어디든지 얘기 해줘

너랑 있을게 이렇게
손 내밀면 내가 잡을게
있을까 두려울 게
어디를 간다 해도
우린 서로를 꼭 붙잡고 있으니

가보는 거야 달려도 볼까
어디로든 어떻게든
내가 옆에 있을게 마음껏 울어도 돼
그 다음에

돌아오자 씩씩하게
지쳐도 돼 내가 안아줄게
괜찮아 좀 느려도 천천히 걸어도
나만은 너랑 갈 거야 어디든

당연해 가자 손잡고
사랑해 눈 맞춰줄래
너의 얼굴 위에 빛이 스며들 때까지
가보자 지금 나랑
도망가자

댓글 중 발췌.

- "해파리에 대해 찾아보니 '헤엄치는 힘이 약하기 때문에 수면을 떠돌며 생활한다'고 나와 있었다. 어쩐지 울컥했다. 헤엄치는 힘이 약하면 수면을 떠돌며 살면 된다. 죽어버리는 게 아니라."

- "도망"이란 사전적 의미는 싫은 것을 피하는 것이지만 선우정아가 말하는 "도망"은 잠시 쉬고 돌아오자라는 메세지를 주는 것 같아 좋다 마냥 슬프지 않다.

- 전혀 비겁함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도망이, 모두에게 허락되기를. 그리고 모두가 자기 자신에게 가끔은, 적당한 관대함을 베풀 수 있기를.

- 이 곡이 좋은게, 어디 도망가서 다시 영영 안 오는게 아니라 같이 돌아오자고 하는게 지극히 현실적이라서. 차마 죽지는 못 하고 현실을 버텨야 하는 수 많은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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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lorians - Daisy

from 음악 2024. 4. 27. 13:52

 

The day I saw you in the corner with your dirty shoe
Then you put your apron on and there's a long line waiting for you
"What can I do for you?", she said in front of my face
So, I couldn′t breath
That sweet smile in your face
But I know that you're just tryna be nice to me

Daisy, Daisy, you gave me a hazy feeling lately
Can you stay with me along with the sweetest latte you came through
Stay by my side, no more feeling blue
You make things right
Daisy, I love you

Sittin' on my table far
But my eyes got fixed on you
I′ve only seen you twice in my life
But my mind is all over you
And when you came up to me
With a coffee in your hands, oh, I really see it
That you wеre meant for me
But I didn't havе the guts to ask your IG

Daisy, Daisy, you gave me a hazy feeling lately
Can you stay with me along with the sweetest latte you came through
Stay by my side, no more feeling blue
You make things right
Daisy, I love you

멜론 소개에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밝음 한스푼을 더한 사운드"라고 하는데 너무 공감!
잔뜩 구름낀 날에도 이거 들으면서 자전거 타면 갑자기 세상의 채도가 올라가는 기분이다.. 나른한 봄날 그 자체인 노래 ㅠㅠ 
(누가 하이틴 영화에서 너드가 퀸카에게 반할 때 나올 만한 영화라고 ㅋㅋ)

카페에서 Delorians 노래 들으면서 노닥거리는 이 순간이 너무 소중하다.

@大垣書店高野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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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월 만의 출근 전날 저녁 730.  복귀를 알리는 메일을 짧게 썼다.  바로 보낼지, 출근 당일에 보낼지 잠시 고민했다.  사실 전날 보낼 필요는 없을 것이나, 배당이 아침부터 이루어 지는 점(그룹장님이 비교적 일찍 출근하시는 점)을 고려하면, 내가 약속한 복귀일 아침부터 fully available한 게(복귀 사실을 그룹장이 빨리 인지하도록 하는게)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일 10~11시 쯤 느즈막히 보내서 한참 업무에 몰입할 오전 시간에 수신인들의 신경을 분산시키고 싶지 않았고, 이러한 고민을 하는 것 자체가 이례적인 근무 형태를 허용해 준 회사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았다.  더구나 (이미 이러한 생각들이 스쳤음에도) 불과 몇 시간을 편하게 보내자고 다가올 현실을 회피하는 것은 스스로에게도 좋지 않은 자세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메일을 보낸 후 불과 1시간 만에 바로 전화가 오고(늦은 시간에 미안한데~~), 바로 회신해야 하는 메일이 우다다 오는 광경을 보니(전혀 복잡한 이슈는 아니었으나, ASAP인 건이 잡혀서 출근 첫날 오전조차도 내가 상상한 그림대로 흘러가지 않음), (i) 평온한 저녁의 진공 상태(3일 내 hard deadline이 없는 상태를 나는 진공 상태라고 명명했다 진공 상태인 채로 수면을 취하는 것과, 고민을 안은 채 잠드는 것은 경험상 제법 차이가 있음)가 깨진 것에 대한 불만, (ii) 매우x100 귀찮음(굳이? 나를?), (iii) 보상 체계와 동떨어진 책임감의 가치에 대한 고민(자기만족 아닌가?), (iv) 아주 매우 정말 지극히 미세한 자기효능감과 지적 호기심이 섞여서 묘한 기분이 들었다 (다음 날 거듭 너무나 미안해하시는 선배님들 때문에 묘함이 더 증가되었음).

급한 메일을 쳐낸 후에는 슬픈 기분이 들었고, (실제 working hour 1시간도 안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급하게 일을 해야 했고 또 해야 한다는 사실에) “굴레” “속박등의 자기연민 가득한 용어로 머리가 가득해졌다.  떼잉.. 이 정도로.. 많이 나약해졌다는 생각과 동시에, 지난 4개월은 공백기가 아닌 회복기가 되어야 했음을 상기했다어차피 당분간 이 일을 해야 한다면 (성장이 전제된) 항상성의 추구를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스스로의 회복탄력성 유지를 위해 자체 검증된 몇 가지 조치가 있는데, 물리적 회복을 위해서는 마사지/운동(달리기/테니스, 정 시간이 없으면 따릉이 귀가), 정신적 회복을 위해서는 몰입하여 전율을 느낄 수 있는 일련의 활동이 필요하다.  3년차 이후 정도부터 만들어온 패턴이고, 많이 익숙해진 터라, 기계적으로 금호아트홀/세종문화회관→시네큐브/에무시네마→서울시립미술관/국현미 정도(+ 연습중인 곡이 있다면 E연습실)를 검색한다[필요한 회복의 유형이 애매하거나, 그저 답답할 때에는 위스키도 추가할 수 있는 옵션/취향이라고 생각하여 몇 군데 후보군(78도 덕수궁, 청파랑, 오무사)을 추려 놨는데, 막상 가보지 못함].

서론이 미친듯이 길었는데, 마침 아래와 같은 공연을 발견!

 

Paul Lewis에 대한 사전 정보가 전무했으나(이름이 너무 흔하기도 함, 혹자는 영국의 피아니스트 김영수라고 ㅎㅎ), 슈베르트 후기 소나타는 최애 레퍼토리 중 하나이고, (출근해서 무슨 일이 일어나든, 정시 퇴근 후 공연을 즐겼다는 사실만으로) 복귀 첫날을 좋게 기억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냅다 예매했다.

결론적으로 최고의 선택이었다!(intermission 때 찍힌 캐치콜 2통을 보고 좌절하여 여운이 많이 깨졌던 것, D.960에서 회복하여 집에 뛰어와서 당일 여운을 생생하게 블로그에 남기고 싶었음에도 여의치 않았던 것은 잠시 잊자.. ㅠㅠ).  작년에 김도현, 문지영 등 슈베르트를 훌륭하게 소화한 호연을 많이 봐서 기대치가 낮지 않았는데, 완벽하게 뛰어넘었다.  입장시 홀에 가득한 박수가 끝나기도 전에 건반을 닦거나, 손을 풀거나, 의자를 조절하는 등의 불필요한 동작 없이, 바로 내려꽂히는 타건감부터 극호감이었다. 

D.958은 계속하여 장면과 감정이 바뀌는 입체감(1악장을 예로 들면, 아래 문지영 영상 기준 6:22~6:25 정도에서 최고로 고조시켰다가, 단숨에 가라앉히는 부분, 7:55 정도에서 쭉 올라갔다가 떨어지는 부분, 8:06~8:08 부분, 9:20 부분, 10:23 심연을 울리는 듯한 부분 등 문지영 피아니스트는 전체적으로 비단결같은? 몽환적인 느낌이 강한데, 폴 루이스는 강약 대비가 훨씬 심했음), 30분 내내 정말 몰입하여 정신없이 쥐었다 폈다를 반복한 것 같다.  왼손 멜로디 부분이 선명한 것도 인상적이었고, 개인적으로 허밍조차도 몰입도를 향상시키는 요소였다. 

 

F. Schubert Piano Sonata No.19 in C minor, D.958(문지영)

 

다음은 D.959.  그날 최고의 호연으로 꼽는 것 같은데, 나도 전혀 이견이 없고, 이 순간을 잊기 싫어서 평소에 절대 안하던 현장CD 구매/사인회 참석을 결심하기에 이른다.  아프고 슬프고 화나는 그런 감정이 시종일관 아름답게 꽂혀서 진짜 좋았다(월간 객석의 보다 고급진 표현을 빌리면, “거침없이 흘러나오는 비르투오시티의 발현이 특징이고, 자유로운 상상력을 통해 스케일의 확장과 축소를 순발력 있게 꾀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F. Schubert Piano Sonata No.20 in C minor, D.959(임동혁)

D.960도 좋긴 했는데, 개인적으로는 D.959가 베스트였음.

커튼 콜 때 사진 안찍는데 너무 황홀한 기분이었어서 남겨 봄.  기립박수 숫자도 엄청났고 피해서 찍는다고 했는데 이 정도임.

싸인회도 대성황..

싸인회에서도 한명 한명의 질문에 친절하게 답해주시고, 악보 가져간 전공생들에게는 질문도 해주시고, 셀카도 찍어주시고, 진짜 인성마저 훌륭했던 완벽한 그 ㅠㅠ 나도 여러 질문을 준비했다가 수줍게 땡큐베리마치 남기고 퇴장..

집에 오는 길에 슈베르트의 여운이 너무 남아서 가장 좋아하는 방랑자 판타지를 듣는데, ..? Lewis?

세상에, LewisPaul Lewis였던 것이다.  Claudio Arrau 해석보다 1.5배 빠르고, Evgeny Kissin보다도 강렬하여 내가 너무너무 좋아하는 해석인 이 유투브 영상의 주인공을 내가 보고 온 것이었다 ㅠㅠ

제일 좋아하는 곡의 제일 좋아하는 연주자를 보고 온 날이라, 집에 가는 내내 여운이 남았고, 정말 행복했던 하루로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더 휘발되기 전에 끄적여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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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한 놈은 살아남고, 약한 놈은 죽는 법이다.

- 죄수에게 가장 큰 적은 누구인가? 그것은 옆의 죄수다.

- <늑대들의 햇님>이란 그의 고향에서 달님을 가리킬 때 하는 말이다.

- 흙손으로 모르타르를 고루 펴 바르고, 그 위에 벽돌을 빨리 올려놓는다. 방향이 잘못되었으면, 재빨리 흙손 자루로 두르려서 바로잡아야 한다. 바깥쪽 벽이 수직선에 맞게 오고, 옆으로나 수직으로나 기울어진 데가 없도록 해야하기 때문이다. ...이젠 됐다. 두층만 더 쌓으면, 예전에 잘못 쌓아놓은 곳도 바로잡을 수 있을 것이고, 그런 다음에는 훨씬 수월하게 작업이 진행될 것이다. 지금은 정확하게 잘 살펴야 한다. 슈호프와 다른 벽돌공들은 아예 추위도 잊어버렸다. 빨리 일을 하느라고 서두르다 보니 몸에 땀이 다 날 정도로 더워진다. 

- 죄수들에게는 이때가 하루 중에서 가장 춥고 배고플 때이다. 지금 같은 때는 맹물 양배춧국이라 해도 뜨뜻한 국 한 그릇이 가뭄에 단비같이 간절한 것이다. 국물 한 방울 남기지 않고 단숨에 들이켜게 된다. 이 한 그릇의 양배춧국이 지금의 그들에겐 자유보다, 지금까지의 전 생애보다 아니, 앞으로의 모든 삶보다도 더 소중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 뭣 때문에 당신은 자유를 원하는 거죠? 만일 자유의 몸이 된다면, 당신의 마지막 남은 믿음마저도 잃어버리게 될 거예요. 감옥에 있다는 것을 즐거워하셔야 해요! 그래도 이곳에선 자신의 영혼에 대한 생각을 할 수 있으니까요.

- 슈호프는 말없이 천장을 바라본다. 그는 이젠, 자기가 과연 자유를 바라고 있는지 아닌지도 확실히 모를 지경이었다처음에 수용소에 들어왔을 때는 아주 애타게 자유를 갈망했다. 밤마다 앞으로 남은 날짜를 세어보곤 했다.  그러나 얼마가 지난 후에는, 이제 그것마저도 싫증이 났다. 그다음에는 형기가 끝나더라도 어차피 집에는 돌아갈 수 없고, 다시 유형을 당하게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유형지에서의 생활이 과연, 이곳에서의 생활보다 더 나을지 어떨지 그것도 그는 잘 모르는 일이다.

 

 “수모를 견디는 가장 현명한 방법을 담고 있는 책”이자 “고통스럽고 남루한 현실 속에서 인간이 자기 자신을 어떻게 지켜가는가. 인간의 품격과 인간다움, 이런 것을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어떻게 지켜가는가를 잘 보여주는 소설”이라고 하는데(유시민), 그렇게 와닿는 설명은 아닌 듯 하다.

나는 오히려 (나의 경우야 자발적이지만) 강제노동에 동원되는 상황에서도, 자신에게 주어진 노동 과업을 성취하면서 역설적으로 느끼는 순수한 기쁨에 주목하였다.  뭔가 평생 편안한 자신의 감옥 속에서 벽돌을 쌓으며 즐거움을 느낄 것 같은 이 기분... 여기까지 오니 아무것도 할 것이 없는 상황을 오히려 견디지 못할 것 같은...? 

전신마취가 수반되는 수술을 하고 예능을 하루 보니까 바로 지루해졌고, (복잡하지 않은 것만 취사선택하여) 메일 회신을 하며 편안함을 느끼는 나의 모습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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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의 나를 지배한 아이콘 중 하나는 홍상수였다. 내가 느끼던 막연한 불안, 우울, 내지는 선한 가치에 대한 반역적 시선(진정한 사랑이란?)을 이토록 잘 구현한 감독이 또 어디 있던가? 그가 스스로 말하듯 그의 영화는 인생의 한 사이클을 산 사람, 20대 후반 이상을 타겟으로 하는데, 학교에서는 가르치지 않는 인생(특히 남녀관계/감정)의 어려움을 나는 홍상수의 영화를 통해 이해하고, 나름대로 풀어냈다(교과서를 잘못 고름).

하지만 30대가 되고 조금씩 사회에 뿌리를 내리면서 그의 영화와 자연스레 멀어졌다. 안정적인 생활, 안정적인 관계를 구축할수록 그의 영화나 메시지가 내포하는 불안정성(내지 그 미화/정당화)을 견디기 어려워진 것이다. 설령 그의 영화나 메시지에 공감이 된다 하여도 그건 주로 내가 지우고 싶거나 부끄러워하는 스스로의 단면에 닿아 있었기에, 어떻게든 제도권 안에서 몸과 마음을 다잡기 위해 일정한 거리를 두고 지냈다.

그러다가 고 이선균 씨의 부고를 친구의 입을 통해 嵐電 정류장에서 우연히 전해듣고, 문득 다시 보고 싶어져서 이 영화를 꺼냈다. 30대 후반이 되어, 반 발짝 떨어져서 보니, 내가 갈구하거나 괴로워하거나 고뇌했던 감정, 관계의 실체가 조금은 더 선명히 보이는 것 같다.

결국은 선택의 문제로 귀결된다. 나는 이선균이나 홍상수의 선택을 할 수 없는 – 할 용기가 없는 - 사람이므로 여전히 홍상수의 영화와 거리를 두겠지만, 그래도 이렇게 종종 생각날 때면, 권태에 대한 정당화 기제가 필요할 때면, 아니면 불안한 예감에 대한 선험적인 시각화를 원할 때면, 가끔 찾아볼 것 같다(가급적 위로와 공감을 얻어서는 안될 것이다).

영화에 대한 평은 나보다 훨씬 뛰어난 언어를 구사하는 한겨례 기사로 대체.

https://www.hani.co.kr/arti/culture/movie/617895.html

인간이라는 딱하고 예쁜 존재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
 
홍상수 감독의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이 올해의 영화 1위에 올랐다. 꿈과 현실이 동등하고 정연한 배치로 흘러가며 만드는 리듬과 정서가 아름답다. 애처롭고도 씩씩한 젊은 여자가 삶에서 그리워하는 것들을 투명하게 보여주는 이 영화는 홍상수가 냉소주의자가 아니라 인간을 딱하고 예쁜 존재로 바라보는 작가라는 사실을 어떤 전작보다 분명히 깨닫게 해준다.(김혜리) 이 영화를 올해의 영화로 선정한 지지자들을 대표할 만한 평이다.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은 홍상수 감독의 영화 중에서도 애상의 감정이 유독 깊은 영화로 손꼽힌다. 젊고 씩씩하지만 동시에 두려움과 소망도 많은, 해원이라는 젊은 여성 캐릭터가 겪어내는 그 감정의 모험극이 진한 여운을 전한다는 의견도 많다.
 
영화 속 꿈과 현실을 동일 질감으로 오가며 만들어낸 그 새로운 미학적 성취에 대한 찬사는 더 말할 것이 없다. 해원을 통해 드러내는 홍상수의 기하학적 청사진. 시공간을 뛰어넘는 통쾌함과 청량한 감상이 주저없이 이 영화를 최고의 영화라고 말하게 만든다.(이지현)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은 외롭고 슬프다가 무서워지는 시간을 견디고 반복하고 다시 감각하기 위해 애쓰고, 그런 자신을 끈질기게 응시하는 동안 홀로 외롭고 슬프고 무서웠으나, 적어도 죽음에 지지 않았다. 한없이 서글프지만 결국은 죽음에 지지 않는 영화. 홍상수의 열네 번째 영화는 그렇게 또 한번, 또 다르게 생을 깨어나게 한다 (남다은) 등의 평들이 제출된 바 있다.
 
그러니 그 말들을 따르자면,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은 꿈과 현실을 아름답게 잇고, 죽음과 용기 있게 대면하고, 생을 새롭게 두들기는, 불가사의한 영화다. 그로써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이 올해의 영화 1위가 된 것이다.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의 주인공 성준과 이선균 씨를 대조하며 많은 감정이 교차하는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Movie Quotes:

*

진주(김자옥): 공부는 잘 하고 있지? 학교에서

해원(정은채): 엄마, 용기를 학교에서 배우는 줄 알아요? 다 똑같애. 사는거야 그냥.

진주: 그렇구나

 *

해원: 난 캐나다가 엄마한테 좋았으면 좋겠어요.

진주: 그전에 한 번 가본 적 있어. 나 거기 가서 내 마음대로 하고 살거야. 맨발로 길거리도 막 걸어다니고, 길거리에서 막 춤도 춰보고. 거기서는 다 할 수 있어. 정말이야. 내 마음대로 하고 살아 볼거야

해원: 엄마 맘대로, 하고 싶은대로 다 하고 살아요.

진주: 너도 그래. 사는 건 죽어가는 거야. 하루하루 조금씩 죽음을 향해서 가는 거라고. 그러니까 아끼지 말고 너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살아. 나처럼 살지 말고.

해원: 그렇게 살고 있어요.

*

해원: 오랜만에 비맞고 다니니까 좋네요. 오랜만이에요 진짜 비맞는거.

성준(이선균): 어 그래. 비맞으면 갑자기 딴 세계 온거 같지. 그지

(중략)

성준: 옛날에 내가 좀 미쳤었거든. 근데 오늘은 니가 좀 그런거 같다 야

해원: 선생님 내가 미친 것 같아요?

성준: 어? 아냐 아냐. 너 너무 예뻐. 너무 예쁘네 진짜.

해원: 나 선생님 보니까 저도 좋아요

성준: 너 왜 이렇게 예쁘니

해원: 왜 그래요 뻔뻔하게

성준: 뭐뭐 내가 뭐

해원: 정말 미쳐본 적 있어요?

성준: 어. 그런 것 같은데

해원: 선생님 그게 좋은 것 같아요.

성준: 뭐가 좋아 그게

(해원 문화재 파괴)

성준: 야 여기 들어가면 안될 것 같은데

(중략)

해원: 오늘만 같이 있어 줘요. 내가 힘이 좀 들어서 그래요.

성준: 알아.

해원: 술 한잔 하러 갈까요?

성준: 술 좋지.

해원: 술 마시고 싶죠?

성준: 어. 다 하고 싶어. 너랑은 다 하고 싶어.

해원: 허. 웃겨. 술만 해요 술만.

성준: 예쁜 새끼가 진짜. 사람 미치게 하려고 진짜

해원: 쳏 웃겨..

(위엄있는 동상 등장)

해원: (동창들에게) 내가! 오늘 엄마가 떠났어 캐나다로 가셨거든. 그래서 많이 슬펐어 그래서 내가 감독님 부른거야. 그러니까 오해하지 마. 그게 진실이라고. 믿든 안믿던지. 암튼 거짓말해서 미안하다.

 *

해원: 아빠가 나 어렸을 때 7년을 외국에서 일했거든요.

성준: 그래서 니가 다른 애들하고 좀 다른 것 같애.

해원: 뭐가 달라요?

성준: 아 그니까.. 너도 살라고 머리 쓰거든. 쓰는데. 좀 덜 머리 굴리는 것 같애.

해원: 나 악마에요.

성준: 악마야?

해원: 네. 악마에요.

성준: 니가 뭐가 악마야.

해원: 고마운데 선생님이 좋게 보는거에요.

(중략)

해원: 왜 그렇게 슬퍼 보여요?

성준: 옛날 사람들. 여기 성벽 쌓아올리고. 여기서 먹고 자고 했을 거 아냐. 하이고, 이게 다 뭔 소용이 있다고 그렇게 힘들게 살았는지 참. 아무도 이제 기억도 못하잖아. 아무 것도 없는데.

해원: 여기 돌들 남았잖아요.

성준: 그래 돌은 남았지. 이게 다 살아 있는 사람들이 쌓은 거잖아.

해원: 하나씩 하나씩 어떻게 쌓았을까 이 산 위에까지.

성준: 난 아무것도 남기지 않을 거야.

해원: 나도 똑같은 생각이에요.

성준: 그래. 아니다, 그래도 세 개는 남겠다. 내 새끼하고, 내 영화하고, 사람들이 나에 대해 갖는 기억.

해원: 많이 남기네요.

성준: 그게 많아? 아냐 너도 똑같이 남길거야. 사람들이 널 기억할거고. 그러고 나중에 너가 결혼하면 애도 낳을 거고.

해원: 안남길거라니까요. 선생님 혼자 많이 남기세요.

성준: 알았다. 그래 그럼.

해원: 가요.

 *

성준: 이거 뭔지 알아?

해원: 뭐에요?

성준: 사직서야.

해원: 그만 둘라고요?

성준: 그만 둘까?

해원: 농담이에요? 사직서네..

성준: 아침에 써봤어 그냥.  그냥 써봤어.

해원: 이거 낼거에요?

성준: 그냥 써봤어. 새벽에 일어나가지고 그냥 써봤는데, 웃긴 게 눈물이 좀 나는 것 있지 진짜 빙신같이. 식구들 생각하니까 너무 미안한거야.  돈도 못버는 놈이 앞으로 뭐 어떻게 살아가겠다고.  찢어버릴까?

해원: 잘 생각해서 하세요. 생활은 해야 되잖아요. 애기도 있고

성준: 알아. 그냥 최악을 연습해 본거야 마음으로.

해원: 선생님 잘못한 것 없어요.

성준: 널 좋아했잖아.

해원: 좋아하지 마세요 그러니까.

성준: 내가 미쳤나?

해원: 먹을 걸 싸올 걸 그랬나봐요.

(중략)

성준: 우리 잘하자.  그래서 오래오래 보자.

해원: 그러고 싶어요.

성준: 우리만 잘하면 돼. 정신 바짝 차리고, 절대 들키지만 않으면 돼. 전에 있던 일은 아니라고 끝까지 우기면 되는거야. 자기들은 증거 없잖아. 시간이 지나면 다 지나가게 되어 있어.

해원: 선생님.

성준: 어?

해원: 비밀은 없어요. 세상에 비밀은 없어요. 모르세요? 비밀 없어요. 결국 다 알아요.

성준: 그럼 어떡하니?

해원: 다 죽으면 돼요.

성준: 하하하! 아이 시끼 말하는거 봐 쪼끄만게. 넌 어쩜 이렇게 예쁘니?

해원: 선생님도 이뻐요.

성준: 사랑해.

해원: 이상하다, 그 소리 들으니까.

성준: 사랑해 정말

해원: 나도요.

해원(독백): 거기서 그만 갈 걸 그랬다.

*

성준: 이런 씨발 좆 같은!

해원: 알았어요 욕하지 마요. 욕하면 무서워.

성준: 뭐 씨발! 좆같애가지고 진짜.

해원: 무섭다 그랬죠!

성준: 뭐 욕이 어때서! 니가 한게 얼마나 더러운 줄 몰라?

해원: 뭘 더럽다는 거에요?

성준: 진짜 너가 한게 뭔지 몰라?

해원: 몰라요!

성준: 뭐?

해원: 당신 맘이 더러운 거겠지.

*

도서관에서 잠든 해원이 보던 책 / 국문 번역: 죽어가는 자의 고독, 노르베르트 엘리아스(문학동네, 2012)

*

정원(김의성): 사세요. 저도 아까 그냥 물어봤는데 주고 싶은 만큼만 주시면 된대요 이거.

해원: 그래요? 그런데 그럼 제가 너무 드러나잖아요.

해원: 어떤 사람이 좋은 사람이에요?

정원: 해원씨가 좀 비슷한 것 같은데요?

해원: 네? 농담하시는 거에요? 뭘 아신다고요 저에 대해서

정원: 꼭 오래 봐야지 보이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사실 겉으로 다 볼 수 있는 것 같은데,

해원: 뭐가 보이시는데요?

정원: 해원씨는 겉으로 보기에는 차갑고 굉장히 자기중심적인 사람인 것 같은데, 안으로는 제일 용감한 사람인 것 같아요. 뭔가 힘이 너무 강해서 계속해서 부닥치면서 되게 아프고 그럴 것 같은데, 그래도 계속 부닥칠 것 같아요.

해원: 그래요?

정원: 그래야지 자기가 누군지 알 것 같으니까 계속 부닥치는거죠. 알고 싶은거죠 자기가 누군지. 그런데 그 부닥침의 강도나 지속이 대단할 것 같아요. 그건 뭐랄까 절대적인 진실 같은 것을 살아있는 사람과의 만남 속에서 체험하고 싶은거 그런거 아닌가? 모르겠어요 그런 생각이 들어요 보고 있으면.

해원: 그런 사람이 좋으세요? 부담스러울 것 같은데.

정원: 아뇨. 그런 사람이 제 옆에 있는게 필요해요. 뭔가 내가 망가뜨릴 수 없는 강한 개성 같은 그런게 제 옆에 있는게 저한테는 필요해요. 제 정신 건강을 위해서. 건강한게 행복한 거잖아요. 네. 저한테 정말 그게 필요한 것 같아요.

해원: 아늑하네요 이집.

 *

중식(유준상): 깃발 참 멋지네. 어. 너무 단순한데? 너무 멋진 것 같애. 야 깃발은 참 정말 멋진 발명품이야 그지?

연주(예지원): 그것 때문에 바람이 보이잖아요 눈에.

 *

성준: 나, 더 이상 힘들어서 더 이상 못할 것 같애. 집에서도 마음이 너무 힘들어서 못견디겠어. 학교 애들도 눈 못 마주치겠고. 너 정말 나랑.. 나 사랑하니? 너 너무 사랑하거든? 우리 어디로 가버릴까? 아무도 없는 데로?

해원: 어디로 가요 우리가 어디로..

성준: 강원도 같은 데.. 거기 내가 아는 신부가 있거든

해원: 선생님 잘못이에요

성준: 뭐?

해원: 우리 맨 처음 자고 나서 그게 끝이라 그랬잖아요. 그때 얼마나 좋았어요. 근데 선생님이 다시 전화했잖아요. 그때 전화하지 말았어야 해요

성준: 그래 내가 잘못한거고.

해원: 네 선생님이 잘못하셨어요. 원하는거 다 어떻게 하고 살아요. 왜 왜 다하려고 하세요.

성준: 다하려고 한거 아니야. 너 사랑한 것 밖에 없어.

해원: 사랑한게 아니라 내 생각을 안한 거겠죠.

성준: 꼭 그렇게 얘기해야 되냐?

해원: 너무 힘이 들어요. 너무 힘들면 아무도 못참아요. 아무도 못참아요. 선생님은 안힘드세요?

성준: 뭐하자는 거니 우리 지금

해원: 헤어져요. 헤어질 것도 없겠지만. 선생님 하나도 포기 안하려고 하시잖아요. 저도 잘 살고 그냥 그럴래요.

성준: 그래. 잘 살아라. 미안. 내가 인사하고 갈게.

해원(독백): 외롭고 슬프다가, 갑자기 무서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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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중]

- 나는, 언제나 다름없는 일요일이 또 하루 지나갔고, 이제 엄마의 장례가 끝났고, 나는 다시 일을 하러 나갈 것이고, 그러니 결국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을 했다.

- 나는, 삶이란 결코 달라지는게 아니며, 어쨌던 모든 삶이 다 그게 그거고, 또 나로서는 이곳에서의 삶에 전혀 불만이 없다고 대답했다.  그는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으면서, 내가 늘 엉뚱한 대답이나 하고 야심이 없으니 그건 사업하는 데는 대단히 좋지 못한 점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나는 자리로 돌아와 일을 했다.  나는 사장의 비위를 거스르고 싶지는 않았지만, 나의 삶을 바꿔야 할 이유는 없었다.  곰곰이 생각해 볼 때 나는 불행하지 않았다.

- 저녁에 마리가 찾아와서, 자기와 결혼할 마음이 있는지 물었다.  나는 그건 아무래도 상관없지만, 마리가 원한다면 우리가 결혼할 수도 있을 거라고 말했다.  그러자 그녀는 내가 자기를 사랑하는지 알고 싶어 했다.  나는 이미 한번 말했던 것처럼, 그건 아무 의미도 없는 말이지만 아마 사랑하지 않는 것 같다고 대답했다.  "그렇다면 왜 나하고 결혼을 해?" 마리가 말했다.  나는, 그런 건 전혀 중요하지 않지만 그녀가 원한다면 우리는 결혼할 수 있다고 설명해 주었다.  게다가 결혼을 원하는 쪽은 그녀고, 나는 그저 그러자고 했을 뿐이었다.  그러자 마리는, 결혼이란 중대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나는 "아냐."라고 대답했다.  그녀는 한동안 잠자코 있다가 말없이 나를 쳐다 보았다.  그러고는 말했다.  그녀는 다만, 자기와 같은 식으로 사귀게 된 어떤 다른 여자가 똑같은 제안을 했어도 내가 받아들였을지 알고 싶어 했다.  나는 "물론."이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마리는 자기가 나를 사랑하는지 어떤지를 자문해 보는 것이었다.  나는 그 점에 관해서는 아무 것도 알 수가 없었다.  다시 또 잠자코 있다가 그녀는 내가 이상한 사람이라고, 아마 그렇기 때문에 자기가 나를 사랑하는 것이겠지만 언젠가는 바로 그 이유들 때문에 내가 싫어질지도 모르겠다고 중얼거렸다.  내가 더 보탤 말이 없어 잠자코 있자, 마리는 미소를 띄면서 내 팔짱을 꼈다.  그리고 나와 결혼하고 싶다고 고백했다.

- 그것은 내가 엄마의 장례를 치르던 그날과 똑같은 태양이었다.  그날처럼 특히 머리가 아팠고, 이마의 모든 핏줄들이 한꺼번에 다 피부 밑에서 펄떡거렸다.  불로 지지는 것 같은 그 뜨거움을 더 이상 견딜 수가 없어서 나는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나는 그게 어리석은 짓이며, 한 걸음 몸을 옮겨 본댔자 태양을 떨쳐 버릴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나는 한 걸음, 단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 그가 말했다.  "내가 볼 때, 그건 하나의 불행입니다. 하나의 불행. 그게 뭔지는 누구나 다 압니다. 불행이라는 건, 어쩔 도리가 없는 겁니다. 에, 또! 내가 볼 때, 그건 하나의 불행입니다."

그는 더 계속하려고 했으나, 재판장이 됐다고 하며 고맙다고 말했다. 그러자 셀레스트는 약간 당황한 표정을 보였다. 그러나 그는 좀 더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재판장은 간단히 말해 달라고 요청했다. 셀레스트는 또다시 그것은 하나의 불행이라는 말을 되풀이했다.  그러자 재판장은 "네, 알았어요. 그러나 우리가 할 일은 그러한 불행을 판단하는 것입니다. 수고하셨습니다."하고 말했다.

자신의 지혜와 성의를 다했으나 더 이상은 어쩔 수가 없었다는 듯이 셀레스트는 나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그의 눈이 번쩍이고 입술이 떨리는 것 같았다. 그는 나를 위해 자기가 더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나에게 묻는 듯 했다. 나는 아무런 말도, 몸짓도 하지 않았으나, 한 인간을 껴안아 주고 싶은 마음이 우러난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 신문에서는 흔히 사회에 대한 부채를 말하곤 했다. 그들의 말에 의하면 그 부채를 갚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러한 말은 상상력을 불러일으키지 못한다. 중요한 것은 탈출의 가능성, 무자비나 의식 밖으로의 도약, 희망의 모든 기회를 제공하는 광란의 질주였다. 물론 희망이란, 힘껏 달리던 도중 길모퉁이에서, 어디선가 날아온 총탄에 맞아 쓰러지는 것이었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 보면, 그러한 호사를 나에게 허락해 주는 것은 아무 도 없고 모든 것이 나에게 그런 호사를 금지하고 있었으니, 기계 장치가 나를 다시 붙잡는 것이었다.

- 아무리 해 보려 해도 나는 그러한 오만방자한 확실성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어쨌든 그 확실성에 근거를 제공한 판결과, 판결이 선고된 순간부터의 가차 없는 전개 과정 사이에는 어처구니없는 불균형이 있었기 때문이다. 판결문이 17시가 아니라 20시에 낭독되었다는 사실, 그 판결이 전혀 다를 수도 있었으리라는 사실, 속옷을 갈아입는 존재인 인간들에 의해 판결이 내려졌다는 사실, 프랑스(혹은 독일, 중국) 국민 같은 지극히 모호한 개념에 의거하여 판결이 내려졌다는 사실, 그러한 모든 것이 그 결정의 진지성을 많이 깎아내리는 것 같았다. 그러나 선고가 내려진 순간부터 그 선고의 결과는 내가 몸뚱이를 짓뭉개고 있던 그 벽의 존재와 마찬가지로 확실하고 심각한 것이 된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 나는 죄가 무엇인지 모른다고 말했다. 내가 죄인이라는 것을 남들이 나에게 가르쳐 주었을 뿐이었다. 나는 죄인이었고, 죄의 대가를 치르고 있었고, 나에게 그 이상을 요구할 수는 없었다.

- 눈을 뜨자 얼굴 위로 별들이 쏟아지고 잇었다.  들판의 소리들이 나에게까지 올라오고 있었다.  밤 냄새, 흙 냄새, 소금 냄새가 내 관자놀이를 시원하게 식혀 주었다.  잠든 그 여름의 그 신기로운 평화가 밀물처럼 내 속으로 흘러들었다.  그때 밤의 저 끝에서 뱃고동 소리가 크게 울렸다. 그것은 이제 나와는 영원히 관계가 없게 된 한 세계로의 출발을 알리고 있었다.

참으로 오래간만에 처음으로 나는 엄마를 생각했다. 엄마가 왜 한 생애가 다 끝나 갈 때 '약혼자'를 만들어 가졌는지, 왜 다시 시작해 보는 놀음을 했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거기, 뭇 생명들이 꺼져 가는 그 양로원 근처 거기에서도, 저녁은 우수가 깃든 휴식 시간 같았다. 그토록 죽음이 가까운 시간에 그곳에서 엄마는 마침내 해방되어 모든 것을 다시 살아 볼 준비가 되었다고 느꼈던 것 같다. 아무도, 아무도 엄마의 죽음을 슬퍼할 권리는 없는 것이다.

그리고 나 또한 모든 것을 다시 살아볼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마치 그 커다란 분노가 나의 고뇌를 씻어 주고 희망을 비워 버리기라도 했다는 듯, 신호들과 별들이 가득한 이 밤을 앞에 두고, 나는 처음으로 세계의 정다운 무관심에 마음을 열고 있었던 것이다. 세계가 그토록 나와 닮아서 마침내 그토록 형제 같다는 것을 깨닫자, 나는 전에도 행복해고, 지금도 여전히 행복하다고 느꼈다.

[이방인에 대한 편지(파리, 1954년 9월 8일, 알베르 까뮈)]

- 뫼르소로 말하자면 그에게는 긍정적인 그 무엇이 있습니다.  그것은 죽는 한이 있더라도 거짓말을 하지 않겠다는 결연한 거부의 자세입니다.  거짓말을 한다는 것은 단순히 있지도 않은 것을 있다고 말하는 것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경우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서, 자기가 아는 것보다 더 말하는 것에 동의하는 것도 의미합니다.

뫼르소는 판사들이나 사회의 법칙이나 판에 박힌 감정들의 편이 아닙니다.  그는 햇볕이 내리쬐는 곳의 돌이나 바람이나 바다처럼(이런 것들은 거짓말을 하지 않아요.) 존재합니다.

만약 당신이 이 책을 이러한 측면에서 해석해 본다면 거기서 어떤 정직성의 모럴을, 그리고 이 세상을 사는 기쁨에 대한 해학적이면서도 비극적인 찬양을 발견할 것입니다. 따라서 여기에서는 어둠이라던가 표현주의적인 희화라든가 절망의 빛 같은 것은 관심의 대상이 아닙니다.

[미국판 서문(알베르 까뮈)]

- 즉 그는 거짓말하는 것을 거부한다.  거짓말을 한다는 것은 단순히, 있지도 않은 것을 말하는 것만이 아니다.  그것은 특히 실제로 있는 것 이상을 말하는 것, 인간의 마음에 대한 것일 때에는, 자신이 느끼는 것 이상을 말하는 것을 뜻한다.  이건 삶을 좀 간단하게 하기 위해 우리들 누구나 매일같이 하는 일이다.

그런데 뫼르소는 겉보기와는 달리 삶을 간단하게 하고자 하지 않는다.  그는 있는 그대로 말하고 자신의 감정을 은폐하지 않는다. 이렇게 되면 사회는 즉시 위협당한다고 느끼게 마련이다. 예컨대 사람들은 그에게 관례대로의 공식에 따라 스스로 저지른 죄를 뉘우친다고 말하기를 요구한다. 그는, 그 점에 대해서 진정하게 뉘우치기봐는 오히려 귀찮은 일이라 여긴다고 대답한다.  이러한 뉘앙스 때문에 그는 유죄 선고를 받는다.

[이방인을 다시 읽는다(로제 끼요)]

- 이방인은 우선 한 인간입니다. 이방인은, 가장 초보적인 의미에서의 무관심[혹은 무차별(indifference)]이 윤리의 한 형식이라고 믿는 인간입니다.  뫼르소에게는 모든 것들이 무관(indifferent)합니다.  다시 말해서 그는 이것과 저것의 차이를 구별하지 못합니다. 결혼하는 것과 결혼하지 않는 것, 범속한 장례식과 종교적 장례식, 직장에서 승진을 하는 것과 승진을 하지 않는 것이 다르다고 느끼지 못합니다.  시신을 옆에 두고 밤을 새운 다음 양로원의 늙은이들이 악수를 청하자 그는 그들과 친근해진 증거라고 느낍니다. 잠시 전에는 그들에게서 적의를 느꼈던 그가 말입니다.

그리고 가장 놀라운 점은, 그가 자신의 반응에 대하여까지 무관심하다는 사실입니다. 날이 새자 그는 자기 사무실 동료들이 그때쯤 출근을 하겠구나 하고 생각하면서, 그런데 자기는 잠에서 깨는 그 시간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는 마치 어떤 다른 사람의 관심사이기나 하듯이, "나는 여전히 그런 생각에 좀 정신을 팔고 있었지만, 건물들 안에서 울리는 종소리에 주의가 산만해져 버렸다"는 것입니다.  그가 자기 어머니의 모습을 다시 보기를 거절할 때도 왜 거절하는지 그 까닭을 설명하지 않은 채 그저 "아뇨."라고만 합니다.  요컨대 그는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무관심합니다.  자기 스스로의 감정에 대해서도 이방인인 것입니다.  마치 그의 감정들과 그가 그 감정을 체험하는 방식 사이에 어떤 괴리가 존재하기라도 하듯이. 그 감정들이 그를 스쳐 가기만 할 뿐,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는다는 듯이 말입니다.

- 뫼르소는 마리에게도 재판관에게도 거짓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자신이 느끼는 감정들을 과장해 불리기를 거부했습니다. 그는 간결한 표현과 완서법(litote)*이 특징인 인간입니다. 폴 발레리의 표현을 빌리건대, 그는 가장 적게 말함으로써 가장 많이 말합니다. 그가 파멸하게 되는 것은 웅변적인 수사를, 어떤 유의 언어상의 낭만주의를 거부했기 때문입니다.
*완서법: 완서법은 수사법의 하나이다. 직접적인 주장을 하지 않고, 그 반대의 의미를 부정하는 방법을 말한다. 이를테면, 「좋다」 대신에 「나쁘지 않다」라고 말하거나, 「어리석다」 대신에 「현명하지 못하다」라고 말하는 방법이다.

[작품 해설]

- 그는 작가수첩 I(72쪽)에 다음과 같은, 인생관의 중요한 변화를 암시하는 듯한 기록을 남긴다.

"세상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것(결혼, 출세 등등)에서 삶의 의미를 찾으려 했는데, 패션 잡지를 읽다가 문득 자신이 얼마나 자신의 삶(패션 잡지에서 말하는 바로 그러한 삶)과 무관한 존재였는가를 알아차리게 되는 사람. 1부 - 그때까지의 삶. 2부 - 유희(le jeu). 3부 - 타협의 거부와 자연 속에서의 진실."

- 작가수첩 I(146쪽)에서는 까뮈의 소설 미학의 한 핵심을 이루는, 다음과 같은 성찰이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예술가와 예술 작품. 진정한 예술 작품은 가장 말이 적은 작품이다. 한 예술가의 총체적 경험. 그의 생각+삶(어느 의미에서 그의 체계 - 이 낱말이 내포하는 조직적인 면은 빼고)과 그의 경험을 반영하는 작품 사이에는 일정한 관계가 있다. 예술 작품이 그 경험을 문학적 장식으로 포장하여 모조리 다 보여 준다면 그 관계는 좋지 못한 것이다. 예술 작품이 경험 속에서 다듬어 낸 어떤 부분, 내적인 광채가 제한되지 않은 채 요약되는 다이아몬드의 면과 같은 것일 때 그 관계는 좋은 것이다.

- "우리들 각자는 최대한의 삶과 경험을 쌓아 가지만 결국 그 경험의 무용함을 너무나도 분명하게 느끼고 만다.  무용함의 감정이야말로 그 경험의 가장 심오한 표현인 것이다."  (중략) 그러나 그는 또한 "그렇다고 해서 비관론자가 되어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라고 못박는다. (중략) 피에르 앙리 시몽이 지적했듯 사르트르와 달리 "카뮈에게 타자는 지옥이 아니라 구원이었다."

이러한 적극적 활동 속에서도 삶의 무용함에 대한 의식은 그 활동들에 대한 일정한 거리를 느끼게 만들었다. "행동의 한복판에서 행동에 가담하는 가운데서도 그는 행동에서 저만큼 떨어져 있었다."라고 그의 스승 장 그르니에는 말했다. 부조리에 대한 의식이 그의 마음을 떠나지 않았던 것이다. 삶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있으면서 동시에 그 삶의 절망적이고 부조리한 면을 의식할 때,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 인간은 모두 다 “사형수”로, 삶의 끝에서 기다리고 있는 죽음의 확신이 인간을 사형수로 만들어 놓는 것입니다. 사형수는 죽음과 정대면함으로 비로소 삶의 가치를 깨닫습니다. 죽음은 삶의 가치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어두운 배경이며 거울이고, 삶과 죽음은 표리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필연적인 죽음의 운명 때문에 삶은 의미가 없으므로 자살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죽음에 의하여 유한하게 한계가 정해진 것이기 때문에 삶은 더욱 귀중하고 바로 그렇기 때문에 이 삶을 더욱 치열하게 살지 않으면 안 되는 것입니다. 역설적이게도 이 소설의 참다운 주제는 그러므로 죽음 앞에서의 절망이 아니라 삶의 찬가, 행복의 찬가입니다.

이것이 이 비극적인 소설, 그러나 처음부터 끝까지 단 한 번도 어두운 밤 시간이 등장하지 않는, 영원한 여름, 영원한 태양의 소설 이방인의 진정한 결론입니다.

 

나에겐 구원같은 책.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졌을 때 나를 몇 번이고 일으켜준 책. 1부는 "정다운 무관심" - 무관심에 대한 위로 내지 허무에서 오는 동질감을, 2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권총의 방아쇠를 당겨도 되지 않음을 알려준다. 역자의 결론에 동의하기 어려우나, 이를 존중하는 삶을 살아야 겠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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